곽재식의 역설 사전 -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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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면에 대한 15가지 농담 혹은 진실

 

거짓의 거짓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어떻게 하든 결론은 거짓이다.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곽재식의 역설 사전>, 여기에 실린 글들은 2022년 <고교독서평설>에 연재했던 글 가운데서 뽑아온 것들을 마음의 역설, 돈의 역설과 숫자의 역설 이렇게 3장으로 나누었다.

1장 마음의 역설, 역설 중 첫째가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비롯하여 맨더빌, 애빌린, 우정, 이스털린이 실려있다.

2장 돈의 역설에서는 이카루스, 레온티예프, 루커스, 경쟁, 가치 역설 등 재미난 내용이 실려있다.

3장에는 브라에스, 제번스, 심프슨, 점검의 역설과 콩도르세의 역설이 이렇게 해서 15개의 역설이. 일명 파라독스의 향연이라고 해야 하나, 두 가지 역설을 보자,

 

거짓말쟁이 역설

 

논리학에서 자기 자신이 거짓임을 말하는 명제를 인정하는 데서 생긴 역설,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문장의 진위를 판단할 때, 문장이 참이면 내가 거짓말하는 것이 되고, 문장이 거짓이라고 한다면 참이 되어, 문장을 참이라 하든, 거짓이라 하든 간에 결론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이다.

 

곽재식 작가를 왜 말장난의 대가라고 하는지 알겠다. 이른바 구라와 썰에 능하니 구라꾼이 더 좋겠다. 구라꾼은 대단히 명예로운 칭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구라꾼이요, 작가 황석영 선생도 구라꾼이요. 얼마전에 작고한 오적의 김지하 선생도 구라꾼이다. 반열의 문제가 아니라, 재치가 번득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역설과 놀다 보면, 역설 자체에서 새로운 역설의 발견의 기대 가능성이 커지고, 또 한편으로는 역설의 더 깊은 의미를 찾기 쉽지 않을까?

 

맨더빌의 역설/ 꿀벌의 우화

 

자주 듣던 이야기다. 경제학 교양서적에 등장하는 <꿀벌의 우화>, 욕망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며 이타심이니 선행 같은 개인 미덕은 오히려 사회발전의 방해 요소라고, 결국에는 모두 가난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글쎄다, 어느 사회, 어느 체제건 자기 집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가 제일 튼실하고 맛있는 법이니까, 개인소유, 내 것, 이기심, 사치, 허영의 긍정적 작용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에는 음과 양, 명암이 존재하듯이.

 

탐욕스럽게 살면서 허영심과 사치에 물든 부유한 한 줌의 꿀벌들, 자기가 얼마나 부자인지 자랑하려고 화려한 그림과 조각품을 내놓고 전시하는데, 이를 본 꿀벌사회가 혼란을 겪는다. 비난하는 측과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둘로 나뉜다. 그러나 점차로 꿀벌사회는 사치가 만연하게 되는데, 이를 보다 못한 똑똑한 꿀벌들이 나서서 낭비와 무절제를 탄핵, 이제는 꿀벌들은 사치와 낭비를 하지 않게 되는데. 역설이 일어난다.

 

오히려 쇠퇴가…. 모두가 가난해지고, 다른 곤충들로부터 벌집을 공격당하기도, 꿀벌들이 가진 힘은 강했는데, 도덕적으로 살아보려고 한 뒤로는 힘이 약해지고, 살림살이는 점점 힘들어진다. 바로 이것이 역설이다.

 

경제학에서 자주 드는 예, 왜 이런 예를 들었을까?, 집단급식소에서 일어난 식중독을 원천차단하자고, 주방을 아예 살균제 덩어리로, 점차 면역력을 잃게 된다는 논리와도 비슷한 것인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꽤 생각을 많이 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역설의 역설을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아무튼 아주 흥미로운 글모음 집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돋보이는 훌륭한 책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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