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 데카르트편 세계철학전집 1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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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데카르트(1592-1650)는 우연히도 송강 정철의 아들로 대사성을 지냈던 기암 정홍명과 생몰연대가 같다. 데카르트 철학은 어떻게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우리의 사고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철학을 넘어, 과학, 수학, 심리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데카르트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음미하면서 나는 누구이며 또, 나는 잘살고 있나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어느 날 문득 마음이 힘들고 막막할 때, 자신을 돌아보는 작은 거울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데카르트가 끝없는 질문 끝에 답을 찾고 이해했듯이 이 책은 읽는 이의 옆에서 올바른 질문을 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를 해줄 것이다. 


책은 10장으로 구성됐고, 1장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다. 내가 쓸모없게 느껴지는가에 이어 당신은 자신을 잘 안다고 확신하는가,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면, 질문을 통해 존재를 확장하는 법을 담고 있다. 데카르트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처럼 인간의 본질과 지식의 근원을 탐구하며 ‘자기 성찰’을 철학적 도구로 삼았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근본적인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 (이에 관한 최근의 책으로는 토마스 아키나리<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파인북, 2025), 2장 ‘가능한 모든 것을 의심하라’에서 당신은 어디까지 의심해봤나,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삶은 제대로 살아 보지 않은 삶이다, 지혜롭게 살고 싶다면 의심하는 법 배워라. 여기서 “의심”은 근본적인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3장 ‘삶을 분명하게 만드는 생각의 힘’, 감정과 이성을 논한다. 4장 ‘나를 이해하는 질문들’에서는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을, 5장 ‘삶을 선택할 때의 기준, 6장 나도 나의 감정을 모를 때, 7장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8장 삶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9장 사유와 고독 사이에서, 10장 삶은 여전히 생각할 가치가 있다. 


사유와 고독 속에서


데카르트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감정이 복잡할수록 생각도 정리하기 어렵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감정 역시 불안정해진다.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을 멈출 수 없듯이 오히려 더욱 혼자가 되라고 한다. 이 시간을 통해 그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깊이 정리해야 한다. 어차피 혼자서 감내하고 극복해야 할 것들이라면 말이다. 혼자 있을 때 나오는 감정은 순수감정 그대로다.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오는 소리에 휘둘리며 살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자기중심을 잡지 못한 사람은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노자의 자중자애라는 말처럼 나를 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자기 성찰을 하라는 말이며,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내면의 소리를 들으란 말이다. 홀로 있어도 홀로 있는 게 아닐 때란 누군가와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이다. 


“사유는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이다. 하지만 삶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사유와 실제적인 실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218쪽)


데카르트는 우리가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성찰함으로써 진정한 존재와 자유를 얻는다고 믿었다. 그는 합리적 사고를 통해 우리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 사회는 이러한 이상적 상황과 달리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외적 요인- 사회적 압박, 경제적 불안,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의 기대, 거기에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작용한다. 데카르트는 진정한 자유는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선택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지는 것이라 말한다. 외부에서 오는 압력과 불확실성이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책임은 오롯이 내가 져야 한다는 것,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 삶이어야 한다.


삶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했지만, 그 의심은 답을 찾기 위한 시도라기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들여다보려는 태도다. 그는 이해한 사람이 아니라 의심하는 사람으로서 존재를 증명했다. 삶은 수학처럼 명쾌하게 풀리지 않기에, 어떤 관계가 끝난 후에도 이유를 알 수 없이 마음에 남고, 어떤 선택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리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끌어안고 사는 존재이기에... 생각은 존재의 증거이고, 살아있는 사유는 살아있는 인간을 만든다. 


이성적인 사고를 위한 4가지 원칙


데카르트는 인간이 이성을 활용하여 명확하고 확실한 지식을 얻는 방법을 고민했다. 여기서 그는 이성적인 사고를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확실한 것만 받아들일 것(명증의 원칙)과 복잡한 문제를 더 작은 문제로 쪼개서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분할의 원칙), 또,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것에서 시작하여 점차 복잡한 문제로 옮아가야 한다(순서의 원칙),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토한다(열거의 원칙). 


이해보다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돼라


이것이 정말 확실한가?, 지금의 믿음은 누구의 것인가?, 내가 보는 세계는 진짜인가? 질문이 쌓이고, 사유가 반복된다면서 철학이 시작됐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더 깊은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되어라. 질문 속에서 진리가 드러난다.”(224쪽),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질문, 철학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그 대신에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이자 이해되지 않아도 견디려는 마음이며,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것이 곧 존재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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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따뜻한 대화가 힘들까 - 감성부터 파고드는 8가지 말하기 도구
로베르트 버디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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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는 왜 서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대화하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화하는 법을 제대로 못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을, 부모들은 그저 자녀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만족한다. 유아 보육이나 교육과정에서도 어떻게 뿐만 아니라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가벼이 여긴 탓이다. 말만 많은 의미 없는 소통은 부모에게 아이에게로, 어찌 보면 부모조차도 제대로 된 소통법을 모르기에, 자녀에게 가르칠 도리가 없는 것처럼, 보육하거나 유아교육 역시도 소통법을 하나씩 하나씩 신경 써서 가르쳐야 하지만, 말하는 것과 소통하는 게 다르다는 걸... 지은이는 항공안전가들이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담은 ‘승무원 자원 관리’에 담긴 지혜를 다른 영역에서도 적용해왔다. 의사소통하면서 나와 대화 상대가 원하는 바를 말로 간단히 충족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은 10장으로 구성됐고, 1장 ‘대화할 때 우리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2장~9장까지는 8가지의 말하기 도구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순서대로 첫 번째 말하기 도구(2장)는 감정, 상냥함, 관련성, 욕구, 서사, 눈높이, 침묵, 현재, 10장에서는 감성 지능적 소통을 위한 대화의 원칙 6가지를 소개한다. 이 책은 말이 아닌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유념해야 할 것들, 즉 말하기 도구 8가지와 감성 지능적 소통 대화 원칙 6가지 등 기억해야 할 14가지를. 


당신의 뇌는 말과 칼을 구분 못 한다


신경 가소성,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뇌 상태 그대로 살아갈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 뇌가 삶을 개선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새롭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것만 받아들이는 주의력 훈련을 통해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를 배제하는 연습을 해보자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목적실현을 위한 것들이 위에서 말한 말하기 도구와 연습이다. 


대화는 머리가 아닌 마음을 쓰는 일, 감성 지능적 소통을 위한 8가지 말하기 도구


소통은 이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감정’이다. 이게 첫 번째 말하는 도구다. 내 말이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가?,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가? 관계를 더 깊고 풍요롭게 해주는가?, 지속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따위다. 어떤 메시지가 우리에게 감정적으로 와닿으면 우리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내용도 ‘정보’로 받아들인다.


또 한 가지, 대화 끝에 남겨질 ‘기분’을 생각해야 한다. 소통은 목표를 가질 때 유대감과 자율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소통에는 어떤 의도, 즉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암묵지에 기대어 알아먹었겠지라는 것만큼 불명확한 것도 없으니, 동상이몽이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감정”이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감정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공기를 읽어내는 감성이 필요하다. 감성 지능이다. 여기서 원칙을 보자. 상냥함은 필수다. 다정한 대화,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다음으로 관련성을 보자, 나와 상관없이 이야기에서 내 이야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보지 못하는 이유 “무주의 맹시‘ 제대로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그것을 인지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한다(111쪽 이하).


네 번째 말하기 도구는 욕구다. 상대를 욕구를 인식하고 충족시키기가 과제일 듯하다. 우선 합리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다양한 욕망에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욕구처럼 보이게 하는 서사에 갇혀있다. 일상적으로 합리화를 자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간단하고 단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리화는 배후에 숨겨진 근본적인 욕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주 복잡한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말하기 도구는 서사다. 서사는 흩어져 있던 정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려는 시도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이며, 서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 불편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가? 이때 말문이 막혀서 곧바로 항의하거나 시정을 요구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 그때 벌어진 일을 어느 정도 극복한 후에야 비로소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는 논리적인 반박일수도 침묵일 수도 있다. 향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가 결정된다. 


여섯째 도구는 눈높이, 일곱째 도구는 침묵, 여덟째 도구는 현재다. 이는 상대를 의식하며, 말하지 않을 때가 가장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그 장면과 대목을 잘 파악하라는 것이다. 소통은 두 사람 사이의 대화이며,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며, 상대를 바꿀 수 없지만, 내 태도는 바꿀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감성 지능적 대화 즉 말하기 도구는 한번 익혔다고 완결되거나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해서 연습을 해야 한다. 대화의 장면이나 국면 그리고 소재는 늘 바뀔 수 있기에 이를 통해서 경험하고 부족함을 채워 넣고 하는 과정은 연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성이 생기면 탄력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늘 긴장하고 아래의 대화 원칙에 따라, 습관화하는 게 필요하다.


감성 지능적 소통을 위한 대화의 원칙 6가지


우리가 대화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인간이 정보교류에 실존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본적인 욕구 자율성과 유대감 충족을 위해 정보가 필요한데, 사실적인 정보보다는 감정적인 정보가 더 중요하다. 욕구충족을 위해 서로 제대로 대화해야 하고, 감성 지능으로 훌륭하게 대화 작업을 통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화는 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 유념해야 할 대화의 원칙 6가지, 첫째 대화는 우리 모두의 기본욕구다. 둘째, 모든 대화에는 책임이 따른다, 셋째, 대화는 문을 마주치면서 시작한다. 넷째, 모든 대화는 결국 일 대 일이다. 다섯째, 휴대전화를 끄고 상대와 눈을 마주쳐라, 여섯째, 좋은 대화에는 몰입의 순간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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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발검무적 지음 / 파람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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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한국은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은 어떤 존재들인지


대한민국(大韓民國) 국호다. 큰 “대”에 나라 “한”을 써 큰 나라 사람의 나라, 한국인의 정체성은 그릇이 큰 사람이란 것인가? 이 책<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의 지은이는 발검무적이란 필명으로 소설, 번역서, 인문교양서 등 학제와 장르를 넘나들며 집필활동을 해왔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부하였고, 외국에서 오랫동안 한국학 강의를 해 오면서, 한 발짝 떨어져 관찰자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톺아보면서 “한국은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은 어떤 존재들인지”를 그 이유를 밝힌다. 마치 이어령 선생이 일본문화 핵심을 날카롭게 지적한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같은 맥락이라는 느낌이다.


책 구성은 3장이며, 42개의 키워드로 본 한국 문화론이다. 가장 대표적인 8282는 왜?, 왜로 시작하는 것들, 1장 ‘다채롭고 역동적인 것들’에서는 14개의 주제로 우리 사회와 한국인의 성격을 분석해본다. 물론 개인적 성향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형성의 토대를 탐색하는 것이다. 시위문화를 비롯한 식당의 호출벨, 다른 나라에 비해 치안이 좋은 이유, 냉장고, 아파트, 한겨울에도 찬물을 찾는 이유(요즘 유행하는 ‘얼죽아’), 많은 교회, 산후조리원, 높은 자살률, 빨리빨리는 왜, 너무나 잘 알려진 소재들이다. 이에 관해서는 100인 100색의 이유가 존재한다. 2장 ‘열광하고 집착하는 것들’에서도 14개 주제를 왜와 함께 탐색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비롯하여 치킨, 먹방, 술잔 돌리기, 폭탄주, 음주 후 해장국, 성형수술, 교육열, 영어 많은 기념일, 커피, 외국인, 하얀 피부에 집착하는 한국인, 3장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에서는 방과 신발, 설날떡국, 내가 아닌 우리, 음력고수, 약속남발, 매사에 질문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표정,나이부터 확인, 호칭에 민감반응, 연고를 따지는 이유 등 14개의 정신문화를 다루는데, 이런 것들은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보이지 않는, 밖에서는 분명하게 보이는 것들이다. 


왜 한국인들의 시위는 그렇게 독특할까?


화두다. 이번 윤석열 탄핵과 파면 요구 시위에서도 신화가 탄생했다.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진화한 것인지 기후위기를 의식한 것인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응원봉”등장, 세계적인 이목을 끌려는 의도는 없지만, 한국의 시위문화는 늘 외국 미디어의 관심사다. 지은이는 한 마디로 “한민족의 DNA에 각인된, 항거 역사의 연장”이 시위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외세의 침략에 대한 항거는 무의식 속에 각인된 학습된 행동일 것이다. 시위 현장에서 입을 모아 부르는 노래는 동지의식의 공유방식이다. 2024년 한겨울에서 2025년 엄동설한까지 찬바람을 물리친 시위대의 지정곡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자발적 범국민의 움직임이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시위문화는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는 민주주의 정신의 구성요소다. 강물은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듯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처럼 파괴하는데 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이성적, 합리적 그리고 배려, 주장은 주장대로 집회장 정리는 정리대로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진행되는 게 “한국 시위문화”다. 


왜 한국은 치안이 좋은 걸까?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각도의 분석이 나와 있다. CCTV의 감시 눈이 사방팔방으로 거미줄처럼 부정적 의미로는 조지 오웰의 근미래 소설 <1984>의 빅 브러더처럼, 한때 영국 사회가 CCTV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불만이 높았었는데, 이후 중국 온 사회를 그물망처럼, 그리고 한국 사회가... 카페에서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전화, 지갑 등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그대로 있더라는 이야기, 우리에게는 당연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이방인의 눈에는 신기한 현상이다. 그 나라에는 CCTV 감시망이 그리 촘촘하지 않기 때문일까... 


지은이는 한국의 치안이 좋은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하는데, 첫째는 범죄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라는 것이다. 동양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자신들이 감내할 것들, 주위의 시각과 편견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사회적 압박이 만만치 않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와 혐오대상이 되기에...이런 실리적인 이유가 심리바탕에 깔려있다고 봤다. 둘째로 범죄자는 반드시 잡힌다는 사실이다. 지문감식분야는 세계 최고수준이며, DNA분석 또한 그러하기에 검거율 90%은 보통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왜 한국 식당에는 호출벨이 있을까?


한국에만 있는 현상?, 글쎄다. 일본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는데... 지은이가 분석한 호출벨이유가 흥미롭다. 첫째는 8282문화다. 뭐든 한꺼번에 내오고 빨리내와야 한다. 분초를 다툰다.즉 촌각을 다투는 일때문일수도 있지만, 늘 뭔가에 쫓기는 듯한 심리 때문이다.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이유는 빨리 마시고, 달려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를 씁쓸한 사회 현상이다. 두 번째를 보면 주문을 받는 식당측의 효율과 관련있다. 음식가져다 주기의 효율적인 동선 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번거로운 호칭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껄끄러움을 없앤다는 것이다.어느 가게에서나 정겹게 부를 수 있는 ~이모라 부를 수 있는 분위가가 없어졌다는 것 때문이다. 요즘 여기요, 사장님, 등으로 명확한 호칭을 못찾을 때, 호출벨이 편하기에, 일본은 말 그대로 ~미안하다는 의미의 “쓰미마센”으로 끝나는데도 호출벨이 있으니... 


왜 한국인은 식당 가위를 사용할까?, 왜 식당 아줌마를 ‘이모’라 부를까? 왜 한국의 가정에는 냉장고가 많을까? 식당에서 가위가 등장한 것은 모두들 그런가보다라고 여기겠지만, 나처럼 여전히 위화감을 가진 사람도 있다. 지은이는 접대받는 쪽이 최상의 편의를 제공받는다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접대를 하는 쪽에서 먹기 좋게 바로바로 고기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는데, 이 역시 글쎄다. 냉면, 국수는 장수와 관련있다. 국수처럼 길게 끊어지지 않고 명이 이어지라는 것인데, 가위를 넣어 짜르는 모습을 보면, 섬뜩하다. 국수는 끊지 않고 쭉 빨아들여야하거늘... 이 역시 8282문화와 서비스와 장유유서의 문화가 만들어낸 것일까?, 특히 3장에 담긴 정신문화를 별도로 설명이 필요할 정도다.


이 책에 실린 42개의 한국문화 키워드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지은이의 학식과 다양한 경험이 녹아들어 있어 꽤 흥미롭고 신박하다, 논쟁 촉발과 담론을 일으키기는 계기로도 작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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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행복해질 권리 - 세기의 지성이 불안한 현대인에게 건네는 철학적 조언 아포리아 7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김수진 옮김, 노명우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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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 삶에서 행복해질 권리란 무엇인가?


이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현대”라는 불안정, 불확실성의 시대를 아우르는 개념의 중요 요소인 ‘소비사회’가 찾아낸 일반적인 행복의 척도는 “돈”이다. 견고한 가치가 무너져 흐물흐물해진 액체가 돼버린 것이다. 소비가 삶의 본질이 되기에 돈은 행복의 필수 요소다. 신자유주의는 곧 각자도생을, 노동자 계급의 분화의 요인 또한 “돈”이기에,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으로 믿고, 끊임없이 소비하는 나,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벌며 지쳐가는 나, 그렇지만 여전히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악순환의 뫼비우스 띠에 올라타 버린 형국이다.


바우만은 ‘추구할 만한 가치들이 짧은 순간에만 존재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어떻게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행복이란 게 있기나 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책 구성은 이에 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행복이란 바로 지금, 여기서 모든 게 즐겁게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흘러버리거나, 거기에 머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진정한 행복의 모습일까?, 바우만은 “우리가 알든 모르든, 좋아하든, 모호하든, 우리 인생은 예술 작품”이며, ”삶은 예술 작품“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예술가라고, 고정된 그 무엇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제멋대로 형태와 모양을 잡는 것이다. 즉, 노자의 자중자애(自重自愛), 세상의 주인공은 나요. 나를 소중히 여기면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제 각각... 프리드리히 니체의 워버멘쉬(극복한 사람)는 온전히 인간적이고 행복한 삶을 사는 이상적인 비결이라 했다. 극복한 자야말로 진정한 귀족이라고, 


이 책의 서문은 바우만의 행복에 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이를 3장으로 풀어서 설명하는데, 1장 ‘행복의 비극’에서는 소비사회가 바꾼 행복의 모습을 톺아보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현대의 행복 찾기 게임에서 강요당한 행복 추구의 결과를 어떤 한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2장 ‘우리, 삶의 예술가’에서는 인생이란 예술 작품,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용기, 이기주의 퍼뜨리는 이데올로기를, 3장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서는 행복 추구의 원심력과 구심력을 설명한다. 함께하는 세상에 대한 희망, 결국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바우만은 우리가 나의 고유한 안녕에 초점을 맞출지, 다른 사람의 안녕을 돌보는 데 초점을 맞을지 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의 안녕을 돌보는 데서 출발할 자발적 인성이 있다고 믿는다. 이는 나와 너, 우리가 함께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다른 이에 대한 책임 또한 따른다.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예술가의 삶으로 산다는 건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형태나 모양이 정해진 게 없는 것에 형태와 모양을 잡아준다(질서를 잡는다), 제멋대로 마구잡이식이라 예측 불가능 상황과 사건들을 조직화한다는 의미다. 칸트의 행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이 품는 이상이라고, 그는 인간이라는 휘어진 재목으로는 곧은 것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저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인생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하나도 주지 않는다고.


함께하는 운명공동체 


불확실성은 각자도생으로 나타나며, 개인주의, 초개인화로 계속 분화해가고, 개인주의의 역량 증진 논리(성과주의 등)는 동전의 양면처럼 직장 동료를 사이의 협력과 상호 약속 연대를 쓸모없게 만들고 사용자들은 연대 대신에 각자도생을 유도, 파생된 생산성에서 이익을 뽑아낸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공동체의 연대는 낮아지고 공동체 의식마저 희미해지는 역효과를 낳는다. 이는 사회로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분자화와 고립화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란 결국 강요되거나 만들어진 행복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하거나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액체 사회,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출렁거리는 유동하는 가운데 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다. 바우만은 이반 클리마의 질문 ”개인의 행복과 새로운 사랑을 추구할 권리가 한쪽에 있고, 다른 쪽에는 가정을 파괴하고 어쩌면 자녀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를 무모한 이기심이 있다면, 이둘 사이의 경계는 어디쯤일까?“에 대하여,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경계선이 어디든, 유대의 끈을 묶고 푸는 것이 도덕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립적인 행위라고 선언된 순간, 이 경계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처음부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사랑이 약속하고 기르고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무조건적 책임을 덜게 된다. 


소비지상주의 관행처럼 사랑은 기성품도 발견하는 것도 아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끊임없는 돌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유대 관계가 점점 약해지고, 장기적인 약속(조건 없는 책임)은 힘을 잃고, 권리에서 의무(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를 제외하고)를 빼버린다. 마침 게임을 하듯 일이 틀어지면 리셋(초기화)해버리면 그만이다. 이런 현상은 불안에서 온다(인지편향). 바우만은 이런 진단 속에서 깊은 우정과 동료애를 맺어진 유대 관계는 흔들리고 불안정, 불확실성 시대에 밀려오는 격렬한 물결(직장 동료들 사이에 서로를 의심하는데 중독돼있고, 살인적인 경쟁으로 찢겨 불안정하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이웃 공동체의 복원과 부활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박홍규의 최근 책<우정이란 무엇인가>(들녘, 2025)에서 그가 주장하는 ”우정 공동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듯하다. 박홍규가 주장하는 “우정 공동체”는 인종과 국가, 성별 등 그 밖의 모든 국경을 넘어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우정이나 친족 관계를 통해 우리는 잠재적으로 급진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자신을 무너뜨리고 새로워질 수 있다고 본다. 


바우만은 고대인들의 지혜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살아있는 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라고, 각자도생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를 사유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이야말로 불확실, 불안정시대를 사는 우리는 바우만의 조언을 경청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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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기록된 현장을 찾아서 보다 역사
문재옥 지음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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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근현대사를 장소로 보다

 

역사적인 장소는 이제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눈을 크게 뜨고 아무리 둘러봐도 단서를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 누군가가 여기에 무엇이 있었다. 여기에서 역사적인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고 알려줘야 비로소 주변을 살피면서 상상을 해볼 수 있을 정도이니.

 

이 책<장소로 보다, 근현대사>은 도슨트가 소개하는 익숙한 장소에 숨겨진 특별한 역사가 담겨있다. 지은이 문재옥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울역사박물관, 민주화운동기념관(구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 ‘'탁' 치니 억하며 쓰러져 죽는다’ 1987의 그 날, 6.10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서울대 언어학과 박종철의 고문이 일어났던 곳)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슨트는 라틴어로 “가르친다”라는 뜻인데, 굳이 우리 말로 풀자면 지식을 갖춘 안내자, 해설사 뭐 이런 뜻인데, 한글 표기가 미확정이어서, 우선 “자원봉사자”임에 방점이, 미술관, 박물관 등지에서 작품을 안내하거나 한다. 우리 말로 “길라잡이”라는 표현이 그럴 듯 한데 말이다.

 

책의 부제는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기록된 현장을 찾아서”다. 구성은 1863~2025년까지, 인천과 서울을 대상으로 삼았다. 전국 주요현장은 아마도 시리즈로 나올듯하다. 마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처럼, 이 책은 현장을 찾는 나 홀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답사코스와 지도, 사진 자료가 붙어있다.

 

책은 6장이며, 1장 ‘개항의 현장: 인천, 강화도’에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강화도조약의 프랑스, 미국, 그리고 일본, 열강의 조선 침략의 현장, 신기한 물건이 넘쳐나는 제물포 개항장, 구미 열강의 조선 문호개방요구와 당대의 분위기, 역사적 장소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지를 2장 ‘조선 근대화의 현장: 북촌, 정동’에서는 재조관료와 권력층은 경복궁 부근의 북촌에, 한량, 선달 등 별 볼 일 없는 양반들은 남산 밑에 살았다. 이 장에서는 근대화의 노력과 좌절의 현장을 담았다. 삼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 을미사변, 정동의 각국의 공사관들, 그리고 대한제국의 흔적, 3장 ‘일제 침략의 현장: 남산, 명동, 남대문’ 남산골 한옥마을 역사의 현장이다. 일본군대의 주둔지였다가 수방사로, 그리고 한옥마을로 변했다. 4장 ‘독립운동의 현장: 북촌, 종로, 효창공원’에서, 3.1운동을 불꽃이 타오른 중앙고 숙직실, 여운형 집터, 만세시위현장, 유해로 돌아온 독립유공자를 모신 효창공원 삼익사 묘역, 효창원과 현충원, 5장 ‘혼란과 격동의 현장: 이화장, 경교장, 서대문형무소, 4.19기념탐’에서 이승만의 이화장, 김구의 경교장,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갇혔던 악명높은 서대문형무소... 6장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창신동, 청계천, 을지로, 청와대,세종대로...

 

구한말,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 해방 이후 남한 단독정부 수립 후 오랫동안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라고 명쾌하게 공간과 장소를 정의한 중국계 미국지리학자 이푸투안<공간과 장소>(사이, 2020)의 말처럼 장소를 보다는 선인들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있는 곳이다. 경험과 삶 속에 사건 사고가 있었던 곳에 애착이 녹아들고 묻어날 때 장소가 되니, “장소는 곧 역사의 증언”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장소는 곧 역사의 증인

 

이 책의 시작은 서구열강의 조선 문회 개방을 요구하면서 벌였던 병인양요, 1866년(고종 3년)에 병인박해를 명분으로 프랑스가 일으킨 전투이다. 흥선대원군이 주도했던 가톨릭 탄압으로 프랑스 선교사 9명이 사망하자 이를 구실 삼아 천진에 있던 프랑스 극동 사령관 로즈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조선을 침공하였다. 강화 이궁과 외규장각 등에서 각종 무기, 수천 권의 서적, 국왕의 인장, 19만 프랑 상당의 은덩이를 약탈했다. 문화의 나라 프랑스는 이렇게 강도질해서 가져갔던 보물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전시 목적이라서 양국의 친선우호를 전제로 대여형식으로 그렇게 한국 땅에서 우리의 귀중한 보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온 전시물로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것들, 우리가 이런 역사를 제대로 알고 본다면 어떤 심경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점을 놓치지 않았다. 제물포의 당대 모습 속에서 서구열강의 조선 침략 야욕의 악취를 느끼는 대신에 앞뒤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좋아하고, 이런 서양문물의 수혜대상자라는 특권의식까지...

 

역사를 알고 장소를 보면 상상이 가능해진다

 

북촌, 남산, 정동과 일본인만을 위한 공간 남촌과 경제중심지 남대문통이 그러하다. 그때의 현장에 닿는다면... 모습은 변해도 간직한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제대로 읽어주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그 자리에 옛 모습을 숨긴 채 그렇게 자리하고 있다. "강화도조약"이 조선이 원했고 평등한 조약체결이었다면 연무당 터는 한국의 근대화를 알리는 상징으로 명소가 됐을 듯하다. 바로 이곳에서 체결한 조약 때문에 일본은 조선 침략의 발판을 놓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이곳에서 체결된 강화도조약에 의해 우리나라는 인천, 부산, 원산을 일본에 개항하게 되었다.“라는 연무당 소개 문구를 두고 "조약체결에 따른 개항 자체가 조선이 일본 식민지로 전락한 것(중략)...1876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의 역사는 의미가 없는 셈"이라고, 이는 고쳐 써야 한다고... 글쎄다. 불평등조약에 따른 "개항"이란 이미 침탈당했다는 의미다. 어떻게 고쳐써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말이 없어서 아쉽다.

 

이렇게 공간과 장소, 장소의 얽힌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역사 공부가 될 듯하다. 강화도, 서대문형무소, 북촌의 한옥, 남산골 한옥마을, 정동에 즐비했던 공사관, 미국 대사관저, 이승만이 이화장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화장의 벽과 마룻바닥은 알고 있을 터, 경교장 김구를 향해 쏜 육군소위 안두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의 발걸음을 기억하는 마룻바닥, 총알에 담긴 감정은 고스란히 사방 벽들에게...눈으로 보고 주위 둘러보며 눈을 감고 그때 그날로 돌아가서, 장소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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