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 데카르트편 세계철학전집 1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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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데카르트(1592-1650)는 우연히도 송강 정철의 아들로 대사성을 지냈던 기암 정홍명과 생몰연대가 같다. 데카르트 철학은 어떻게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우리의 사고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철학을 넘어, 과학, 수학, 심리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데카르트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음미하면서 나는 누구이며 또, 나는 잘살고 있나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어느 날 문득 마음이 힘들고 막막할 때, 자신을 돌아보는 작은 거울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데카르트가 끝없는 질문 끝에 답을 찾고 이해했듯이 이 책은 읽는 이의 옆에서 올바른 질문을 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를 해줄 것이다. 


책은 10장으로 구성됐고, 1장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다. 내가 쓸모없게 느껴지는가에 이어 당신은 자신을 잘 안다고 확신하는가,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면, 질문을 통해 존재를 확장하는 법을 담고 있다. 데카르트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처럼 인간의 본질과 지식의 근원을 탐구하며 ‘자기 성찰’을 철학적 도구로 삼았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근본적인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 (이에 관한 최근의 책으로는 토마스 아키나리<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파인북, 2025), 2장 ‘가능한 모든 것을 의심하라’에서 당신은 어디까지 의심해봤나,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삶은 제대로 살아 보지 않은 삶이다, 지혜롭게 살고 싶다면 의심하는 법 배워라. 여기서 “의심”은 근본적인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3장 ‘삶을 분명하게 만드는 생각의 힘’, 감정과 이성을 논한다. 4장 ‘나를 이해하는 질문들’에서는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을, 5장 ‘삶을 선택할 때의 기준, 6장 나도 나의 감정을 모를 때, 7장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8장 삶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9장 사유와 고독 사이에서, 10장 삶은 여전히 생각할 가치가 있다. 


사유와 고독 속에서


데카르트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감정이 복잡할수록 생각도 정리하기 어렵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감정 역시 불안정해진다.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을 멈출 수 없듯이 오히려 더욱 혼자가 되라고 한다. 이 시간을 통해 그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깊이 정리해야 한다. 어차피 혼자서 감내하고 극복해야 할 것들이라면 말이다. 혼자 있을 때 나오는 감정은 순수감정 그대로다.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오는 소리에 휘둘리며 살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자기중심을 잡지 못한 사람은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노자의 자중자애라는 말처럼 나를 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자기 성찰을 하라는 말이며,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내면의 소리를 들으란 말이다. 홀로 있어도 홀로 있는 게 아닐 때란 누군가와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이다. 


“사유는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이다. 하지만 삶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사유와 실제적인 실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218쪽)


데카르트는 우리가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성찰함으로써 진정한 존재와 자유를 얻는다고 믿었다. 그는 합리적 사고를 통해 우리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 사회는 이러한 이상적 상황과 달리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외적 요인- 사회적 압박, 경제적 불안,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의 기대, 거기에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작용한다. 데카르트는 진정한 자유는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선택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지는 것이라 말한다. 외부에서 오는 압력과 불확실성이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책임은 오롯이 내가 져야 한다는 것,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 삶이어야 한다.


삶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했지만, 그 의심은 답을 찾기 위한 시도라기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들여다보려는 태도다. 그는 이해한 사람이 아니라 의심하는 사람으로서 존재를 증명했다. 삶은 수학처럼 명쾌하게 풀리지 않기에, 어떤 관계가 끝난 후에도 이유를 알 수 없이 마음에 남고, 어떤 선택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리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끌어안고 사는 존재이기에... 생각은 존재의 증거이고, 살아있는 사유는 살아있는 인간을 만든다. 


이성적인 사고를 위한 4가지 원칙


데카르트는 인간이 이성을 활용하여 명확하고 확실한 지식을 얻는 방법을 고민했다. 여기서 그는 이성적인 사고를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확실한 것만 받아들일 것(명증의 원칙)과 복잡한 문제를 더 작은 문제로 쪼개서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분할의 원칙), 또,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것에서 시작하여 점차 복잡한 문제로 옮아가야 한다(순서의 원칙),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토한다(열거의 원칙). 


이해보다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돼라


이것이 정말 확실한가?, 지금의 믿음은 누구의 것인가?, 내가 보는 세계는 진짜인가? 질문이 쌓이고, 사유가 반복된다면서 철학이 시작됐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더 깊은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되어라. 질문 속에서 진리가 드러난다.”(224쪽),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질문, 철학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그 대신에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이자 이해되지 않아도 견디려는 마음이며,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것이 곧 존재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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