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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 백시종 연작장편소설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23년 10월
평점 :
이게 다 먹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작가 백시종의 성장소설을 묶은 연작장편소설집<쑥떡>은 환갑을 부근의 나이대 독자들에게는 아주 낯익은 기억들이다. 표제 소설의 제목 쑥떡, 얼마나 먹을 게 없었으면, 쑥떡인가. 요즘에는 쑥의 효능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간식?, 작가는 여든 살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본 모양이다. 인생의 반추, 유년, 소년, 중년으로 나눈 7편의 중편, 연대기를 이 책에 실었다. 그는 낯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먹거리 고해성사를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은 크다. 모두 한 번씩 경험했던 기억을 되돌이켜 볼 시간을 주기에….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눈물과 함께 먹는 삼계탕, 곰팡이꽃 핀 쑥떡,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통무김치와 보리밥, 마가린 간장 비빔밥, 된장 콩잎과 배에서 말린 분홍빛 생선, 소주와 뜨물로 삶은 호깃양고기, 그리고 부록으로 이승하 교수의 작품해설이 실려있다.
순서대로 실린 소설 제목을 보는 순간, 추억의 여행은 시작된다.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은 지금도 자주 먹는데 질리지 않는다. 이른바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날, 생일, 그리고 뭔가 기념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날에는 특식 배달 짜장면과 탕수육. 그것참, 작가는 60대에 들어 왕성한 집필활동을 했다.
먹을거리의 연대기, 시대의 추억을 소환한다
첫 번째 소설은 유년 시절의 경험, “눈물과 함께 먹는 삼계탕”이다. 작가가 44년생이니 작가의 나이 다섯 살 무렵이다. 배경은 여순항쟁의 시기, 1948년에 일어난 사건, 키 큰 아저씨가 숨어들고, 어른들은 이 아저씨를 토굴을 파서 숨기는데…. 세는 나이로 일곱 살인 두섭, 두섭이는 배가 고파 배에서는 늘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키 큰 아저씨는 넣어 주는 밥을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참 서운타. 어느 날 공비를 숨겨준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는 방송을 듣고, 어머니는 키 큰 아저씨를 신고한다. 그 무렵 그전 마을의 실세인 위세 할머니가 심부름으로 가져온 냄비 안에는 삼계탕이, 그 안에는 키 큰 아저씨가 총에 맞고 끌려갈 때, 흘렸던 피로 붉게 물든 삼계탕, 10년 후 아버지가 사주는 삼계탕을 먹을 때,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최고의 삼계탕이었다.
두 번째 소설, “곰팡이꽃이 핀 쑥떡”은 동생 지섭이를 읽은 기억이 담근 성장소설 화자인 두섭이 별명은 껄떡보였다. 동생과 유년기를 보낸 곳은 오사카였고 해방되면서 귀국선을 탄다. 아버지 동생 동준, 아버지는 일본에서 뼈 빠지게 일해 번 돈을 동생에게 보냈나. 귀국하면 동생이 사둔 전답이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동준은 노름꾼에 알코올 중독자가 돼 있었다. 형을 친일파라고 부르며, 형이 독립운동하던 영국이 아버지와 봉순이를 밀고해서 받은 돈으로 우리 집 논밭을 샀다며…. 라고, 화가난 아버지는 동생을 때리고 그렇게 죽었다. 이제 땡전 한 푼 없는 신세의 두섭이 네 집은 일본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한일관계는 험악해져 갈 수도 없고, 이 무렵 여순항쟁이 터진다. 이 와중에 지섭이는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는데 형인 두섭에게 보물단지 였던 미국 분유깡통을 건넨다. 그 안에는 설날에 먹고 남김 콩고물이 묻은 쑥떡이 열 개도 넘게 남아 있는게 아닌가,
이어지는 짜장면, 통무김치와 보리밥, 두섭이 중학생 일 때와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이 시기는 박정희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시기다. 아버지는 조흥은행 수위였다. 두섭은 이즈음 영화 마니아가 되었다. 영화관에 가려고 아버지의 옷을 뒤지던 장면을 목격한 할머니는 이후로 치매 노인이 돼버렸고….
마가린 간장 비빔밥,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맛을 모른다. 아무튼,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서 밥 먹고 살 때까지, 이렇게 먹을거리에 진심이었던가, 아마도 인간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먹는 것이기 때문이었기에 그런 것인가, 어느 곳에서 뭘 맛있게 먹은 기억은 평생 간다. 조선 시대 선조의 도루묵이라는 일화가 있듯, 몽진 도중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생선(당시에는 은어라 불렸다)의 맛은 기가 막혔지만, 온갖 기름진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그때 진짜 맛있게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여서 도루묵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그리고 중동 붐을 타고 건설노동자들이 뜨거운 열사의 나라로 외화벌이를 나갔을 때를 배경으로 한 “소주와 뜨물로 삶은 호깃 양고기”에 얽힌 사연, 소설은 먹을거리를 둘러싼 작가의 실수나 잘못,범죄 등에 관한 솔직한 고백이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기억, 향수와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에 바로 꽂혔던 만큼, 저마다 음식에 관한 추억이 있을 것이기에,
작품해설을 한 이승하는 우리나라의 일류작가군 중 성장소설을 쓴 박완서, 김주영, 김원일, 이동하, 송기원 등 다섯 작가가 높낮이를 잴 수 없는 위치에 작가 백시종이 있다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