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최지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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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지옥이란 사회현상

 

32살 청년의 전세지옥기, 항공기 조종사를 꿈꾸며 알토란 같이 한푼 두푼 모은 지은이 최지수가 사회 초년생으로 회사에 입사하여, 전셋집, 이른바 깡통전세를 어떻게 얻게 됐는지,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전셋집을 둘러싼 교묘한 사기 덫에 어떻게 걸려들었는가, 지은이가 썼던 일기를 바탕으로 엮은 이 책은 르포르타주다. 이 책은 1936년에 조지 오웰이 탄광지대에 들어가 살면서 쓴 <위건 부두로 가는 길>(한겨레출판사, 2023)을 연상하게 한다.

 

지은이는 왜 전셋집을 얻게 되었는가 하는 대목에서 겉만 번지르르한 회사의 사택, 기숙사의 위생환경이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밝힌다. 곳곳에 드러나는 직장 내 갑질, 개판인 회사 역시 그에게는 지옥이었다고, 그에는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니라, 이중 지옥이었던 셈이다. 한국 사회의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와 노동실태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인내심이 없어, 회사에 들어갔다가 그냥 그만두는데, 우리 때는 그런 게 없었다는 ~라테의 향수는 그저 추억의 한 장면일 뿐,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그렇지 않다.

 

전세 사기는 사회적 재난

 

지은이가 당한 전세 사기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선 “사회적 재난” 수준이다. 집 가지고 장난치는 수준을 넘어서 피해자의 영혼을 탈탈 털어가 버린다. 심신 피폐 지경으로 내몰린 사람들, 그들 가운데 자살을 한 사람도 있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린 사람들을 노리는 전세사기꾼들, 학습효과였을까, 삽시간에 지방 중소도시까지 퍼져 피해자가 속출한다. 여기, 저기, 빌라 왕 시대가 열린 것인가,

 

이 책은 온몸으로 꿈을 좇는 한 청년의 르포르타주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 식, 주는 기본이다. 먹고 입고, 쓰고, 놀고, 잠자기는 모두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활동이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 기숙사를 배정해준다기에 집값 절약이 됐다고 미래의 꿈에 한발 다가가기 위해 돈을 더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 그가 쓰는 방은 바퀴벌레 천국이었다. 집을 얻어 기숙사를 나올 결심까지 할 정도였으니, 지은이는 매월 30만 원씩 드는 월세라고 아낄 요량으로 1%대의 저리의 청년 버팀목 전세 자금을 대출받고 부모은행 찬스를 써서 전세금을 마련했는데…. 부동산 중개사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매월 들어가는 보험료 3만 원마저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덫에 걸려들었다. 거미줄에 제대로 걸려든 셈이다. 모든 유혹은 늘 당하는 사람에게는 달콤한 법이다.

 

내집마련에 집착하는 사회, 왜?

 

한국 사회만큼 “내 집”에 집착하는 곳도 드물지 않을까, 집은 생활공간이다. 장소라는 개념도 그렇지만,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이유는 바로 투자대상이 되기에 그렇다. 세상에 물이 줄줄 새고 벽에 금이 간 헌 집이 새집보다 더 비싸다는 건 블랙 코미디다. 집을 사거나 세를 들어 살거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면 되는 삶의 공간에 투자라는 개념이 더해지면, 이른바 영끌해 내 집사기 프로젝트에 관한 유혹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집은 휴식공간이 아닌 깔고 사는 재산이요. 투자이기에,

 

지은이는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 특별법이 그저 여론용임을 지적한다. 그는 지난날의 악몽의 씨앗이었던 전세금 5,800여만 원을 포기한다. 두 번 다시 전세를 얻지 않을 생각을 굳힌다. 값비싼 수업료를 물고 사회라는 세상을 공부한 것이다. 그는 항공기 조종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원양상선의 조리사로 취직하려고 연수원에 다닌다. 목돈을 모아 조종훈련을 받기 위해, 누군가에게는 5천만 정도, 난 수억이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돈의 금액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보금자리를 가지려고 악착같이 일하면서 전셋집을 전전하면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깨버린 것이었고, 이 돈을 찾기 위해 시청으로 법원으로 경찰서로 만사 제쳐두고 쫓아다녔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 과정에서 절망하여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의 이야기를 통해 전세 사기에 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뭘 챙겨보아야 하나, 조금은 씁쓸하지만, 10개 항목 중 1과 10은 전세 계약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전세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대목은 한 개인의 전셋집을 얻기 위해 쓰는 임대차계약서, 공인중개사, 집주인도, 등기부 등본도 모두 믿지 말고 의심의 눈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보라고 한다. 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법의 맹점도 맹점이지만, 공인된 부동산 중개인에 대한 제재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어느 전세 사기 대책을 다른 책보다 훌륭하다. 절절함이 묻어있고, 진한 아쉬움이 배어있기에…. 지난 2년간의 분투기를 보면서 32살의 지은이가 다시 일어서 꿈을 향해 뛰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가 항공기 조종사가 될 날을 기대하면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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