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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정석 - 교육·인구·노동·연금·조세·정부개혁의 성공 공식
전주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월
평점 :
한국 사회의 개혁에 관한 생각
지은이 전주성은 주로 재정정책에 힘을 쏟는 경제학자다. 그는 한국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교육이면 교육, 경제면 경제, 정치, 문화, 인구, 노동, 조세 모두가 이른바 만신창이 상태이니,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 할지, 난감 그 자체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고, 조석개변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정책들, 대중영합주의도 이 정도는 아닐 듯싶은데, 국민연금, 사회보험이지만 일반 국민이 느끼는 건 온도 차가 있다. 국민연금 납부금은 덜 내고 연금은 많이 받고 싶고 이게 보편적 심리요 기대다. 국민연금으로 내는 내 돈이 6천여 명이 넘는 이른바 공사급 직원의 월급으로 빠져나가고, 연기금 운용이라고 해서 삼성물산에 퍼부은 돈, 그 손실액은 8년 누적 약 2천 5백억이면, 게다가 국민연금자원이 고갈되면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준다는 구절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국민연금은 회피하고 싶고, 연금은 받고 싶은 이상한 심리가 사회에 퍼지는 게 아닌가,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왜 실패했는가를 따져야!
지은이는 한국의 고도성장 원인을 인적자원의 축적과 효율적 배분으로 봤다. 이른바 성공의 공식인 셈인데, 이게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사교육 중심의 교육시스템은 지식혁명 시대로 변화하는 속도와 내용을 따라오지 못하고, 이념대립이 일상화된 경직된 노동시장은 효율적 배분을 어렵게 해, 인적자본의 양과 생산성이 동시하락, 성장잠재력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복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력은 선진국수준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사회안전망 탓에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선진국 중 일등이다. 와스트 넘버 원,
개혁은 기존 제도의 구조적 틀을 바꾸는 것이기에 관행적 사고나 수단으로는 대응이 곤란하다. 경제적 합리성도 필요하지만, 정치적 수용성도 따져봐야 한다. 어려운 문제인 만큼 쉬운 정답은 없다는 말이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 6가지 개혁
첫째, 연금개혁, 세대 간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저출산 초고령사회, 인구구성과 분포는 현재까지는 50대군이 크지만, 밑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진다.젊은이 네 사람이 노인 한 사람을 먹여 살리는 구조에서 점차로 젊은이들의 부담이 무거워진다. 연금 문제는 경제적 논리에 터 잡아 연금 재정의 안정성에만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지은이는 세대 간 이타주의에 바탕을 둔 200조 원가량의 ‘세대통합기금’ 조성과 그 재원 대안을 제시한다.
둘째, 교육, 공교육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실에서 상대평가를 없애고, 수능은 자격시험으로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기라고 한다.
셋째, 인구문제는 결혼 및 출산문화를 바꿀 구조적 제도 변화를 모색하는 이원화 정책을 제시한다. 노인 기준을 나이를 높이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방법, 물론 이민도 고려대상이다.
넷째, 노동 개혁은 적을 오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부당한 지대 즉, 경쟁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상이윤보다 높은 초과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사실은 적이다. 대기업이 고수익을 내는 게 정경유착인지 기술혁신인지를 구분해야 하며, 노동계급 안에서 정규와 비정규, 같은 일을 하고도 고용형태에 따라 그 노동의 대가가 달라진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 지적한다. 노동조합의 귀족화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이들 역시 지대 집단이 아닌 중간 계층, 일반 노동자의 대표성을 높이는 거버넌스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글쎄다, 이런 현상은 신자유주의 질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이다. 노동계급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각자도생의 구도를 누가 만들었는가를 따져봐야 할 일이 아닌가싶다.
다섯째, 재정, 개혁을 밀고 나가는 데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조세개혁, 정부의 불신이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조세부담률을 높일 것인가, 아마도 모든 개혁 중 가장 난제일 것이다.
마지막 정부 개혁, 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 1,000억 원의 공금의 행방이 묘연했던 사건과 철근을 다 빼먹고 지은 순살 아파트 부패 현장까지, 한국의 부패순위는 수리남, 탄자니아 수준이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할지,
개혁의 성공 조건과 핵심 동력, 가장 근원적인 모순부터 해결해야!
6대 분야의 개혁은 먼저 돈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세금을 거둬들여야 하는데, 재벌 봐주기식의 분위기에서 개미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인다는 인식이 팽배한다. 개혁은 이미 형성된 이른바 기득권을 건드리게 되는데, 기득권이란 애초부터 가진 천부인권같이 인식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것을 빼앗긴 기분이 들 것이다. 연금 더 내고 덜 받는데 누가 찬성할까? 지은이는 이러한 정치경제의 역학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시론적으로 재정과 시장의 힘을 제시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면 유인체계가 필요한데, 패거리 정치문화에 오염된 편협한 정부 구성, 규제 장막 뒤에 숨어있는 무기력한 관료집단이 아니라 실력에 포용력을 갖춘 정부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물론 지은이가 6대 분야 개혁의 시론이며, 이를 위해서는 재정과 시장의 힘이 필요하다는 견해에는 수긍한다.
결국 대한민국호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동력을 어디에서 얻어야 할까, 지은이 개혁론의 핵심은 정부다, 실력과 포용력을 갖춘 국민이 믿을 만한 정부다. “나를 믿고 따르라” 버전인 셈이다. 이상하게도 박정희의 새마을운동과 국토개발계획이 자꾸 떠오른다. 나를 믿고 따르라.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성장하는 길이다. 그렇게 성장 제일주의의 후유증은 몇 세대에 걸쳐 남는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국방비 감축과 미일한의 군사동맹으로 한반도의 남북대치 상황으로 몰아가는 지정학 리스크가 훨씬 더 커 보인다. 한반도의 모순은 신자유주의의 여파로 노동계급 간의 분열과 각자도생이 아니라, 거시적으로는 정전상황이다. 일촉즉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외국에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관광도 투자도 모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지은이는 국내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좀 더 거시적 안목으로 본다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의 군비축소, 경제협력관계 개선 등이 훨씬 시너지 효과가 높을 수 있다. 승자독식, 제로섬의 문화 속에서 교육 제도 개선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함과 같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