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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1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버지니아 울프는 우울함이 깊어지면서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정하고 따뜻한 봄날 물이 불어난 강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자유의 의지로 선택한 존엄한 죽음의 길, 적어도 정신이 맑았을 때.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그렇게 죽음을 택했다. 아니 영원한 자유를 찾아 떠난 것이다. 우리는 책에 담긴 문장을 읽으면서 그의 삶과 죽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엮은이 박예진은 울프의 13개 작품 속에서 영혼의 울림을 주는 문장을 퍼 올려 깊고 톺아보면서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생애를 아우를 수 있는 문장의 아름다움은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물에 솟는 시원한 물을 퍼 올리듯 그렇게 엮었다. 그는 울프의 글이 때로는 난해하게 읽히기도, 또 문장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울프는 자신만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소설을 쓴 모더니즘 작가로 그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을 그저 글로 옮겨낸 것이어서라고, 울프의 삶을 통달하는 인문학적 해석을 더 하여, 새롭게 문장의 기억으로 문학을 소유하기를….
13개 작품에 담긴 문장의 기억을 4부로 엮었다. 1부에 실린 세 작품은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 개선하기 위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았다, 2부의 세 작품은 불완전한 기억을 일상의 조각들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의식의 흐름에 몰입하다”, 3부의 세 작품에서는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넘어, 울프 자신의 정체성을, “초월적 존재를 사랑하게 되다”, 그리고 4부의 세 작품에서는 전통적 서사를 넘어 실험적 글쓰기를,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에 담았다. “세상의 편견을 넘어, 의식의 흐름에 몰입”을 보려한다.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
“남성은 정복과 지배를 사명으로 삼습니다. 이때 인류의 나머지 절반인 여성이 자신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은, 그들이 권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 되죠”(27쪽)[자기만의 방]
“ 여성들이 수백만 년 동안 방 안에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제 벽에 여성들의 창조력이 모두 스며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 안의 벽돌과 시멘트가 여성들의 창조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계에 다다를 정도이므로, 이제 여성들은 펜과 붓을 사업과 정치에 써야 할 것입니다.”(28쪽)
이 두 문장 속에 버지니아 울프의 인류애가 녹아있다. 시몬느 드 보부와르의 <제2의 성>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여성이 되는 것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그는 나에게 여자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했는가라며 실존주의 철학 관점에서 여성의 상황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당대의 여성의 지위는 그들의 창의성은 펜과 붓에 한정됐던 시대, 울프는 여성들을 향해 펜과 붓 대신에 사업과 정치에 쓰라고 말한다. 경제적 정치적 진출을 하라, 시대의 편견을 넘어서라고,
“우리는 모두 어둠 속에 있어요. 우리는 알아내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한 사람의 의견보다 더 터무니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합니다.”(62쪽) [출항]
우리 눈에 보이는 것, 곧 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계기이자 동기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동굴 벽에 비친 세상은 실제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안다고 착각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의식의 흐름에 몰입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을 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거울처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모호함과 유리 같은 광택이 보입니다.”(73쪽)[벽에 난 자국]
거울처럼 바라보는 서로의 눈에는 모호함과 유리 같은 광택이라는 무관심과 감정의 결여가 보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표식은 인식 가능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으로 보이며, 만약 그 벽의 줄기를 손가락으로 따라 내려간다면 어느 지점에서는 작은 흙더미를 올라탔다가 내려갈 것처럼 보입니다.”
세상에 대한 관찰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한 순간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간다.
울프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다
엮은이 손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 울프의 문장, 그저 작품 속에서 숨겨진 문장이었다면 그렇게 그렇게 흐름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엮은이는 울프의 작품을 섬세하게 구분 지어가면서 그의 작품세계 변화를 따라간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항의,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흐름, 인문학적 해석, 사람의 무늬, 울프의 무늬를 도드라지게 한 이 책은 아주 귀중한 문장의 기억이자 문학의 소유, 그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인다고나 할까,
사람은 저마다의 무늬를 갖는다. 그 무늬를 어떻게 그려냈는지를 통찰하는 것, 인문학적 해석도 흥미진진한 작업일 것이다. 읽는 이들이 그리는 울프의 무늬는 어떤 색깔일까,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이 이런 계기를 가져다주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