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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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철학이야기

 

지은이 김헌은 “인간다움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인문학자다. 그는 철학자라 하지 않고, 왜 인문학자라 불리기를 원했을까?, 첫머리부터 부딪히는 어려운 숙제다. 이 책의 제목<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뭔가 이상하다. 소크라테스의 이미지는 조금은 투박하게 생겼지만, 군인 출신이었어?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풀어보니 말이 된다. 소(so)는 몸이 성하다 뜻이고, 크라테스(kraes)는 튼튼하고 힘이 세다는 말이니, 이른바 ‘돌쇠’ 혹은 ‘돌석’이다. 우리 항일의병장 신돌석처럼, 그는 포티다이아 전투에 중무장 보병으로 참전하였는데, 혹한의 날씨에도 평상복차림으로 군영 밖으로 나가 활보했다고 한다. 맨발로 얼음 위를 걷는데, 양가죽에 담요로 몸을 감싸고 두꺼운 신발을 신은 사람들보다 더 빨리 오래 걸어 다녔다고 한다.

 

지은이가 소크라테스의 이름 풀이를 한 것은 우리가 ‘철학’ 혹은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창백한 얼굴에 우울한 표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함이다. 소크라테스는 용맹한 군인이었다. 군인의 이미지는 섬세함보다는 무디고 거침이 앞서기에, 최근 TV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주인공 강감찬 키가 작고 머리가 컸던 강감찬, 인간이란 무엇인지, 윤리와 도덕을 견지했던 신념은 당대의 다른 누구보다 컸고, 용감했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는 맨날 구박을 받는다. 남들처럼 살라고 잔소리를 듣는다.

 

소크라테스의 역시 그의 부인 크산티페(황금빛이 나는 암말)에게는 형편없는 남편이다. 시장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바구하는 그를 향해 구정물을 끼얹었으니, '악처'로 소문난 그녀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소크라테스는 인류 역사상 손꼽을 만한 백수였기에 남들은 수사학을 가르치고 돈을 벌었는데, 소크라테스는 돈도 받지 않고, 또 돈받고 말하는 이들을 경멸했으니, 그의 아내 눈에는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오지라퍼로 여겨졌을터. 아무튼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낸다. 고담준론이 아닌, 생활 속에서 사물과 현상을 보면서 본질을 꿰뚫는 소크라테스의 말솜씨 또한 재미있다.

 

이 책은 문학, 사학,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문·사·철은 인문학이며,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인문학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바로 OOO이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 데서 출발하는 하이데거의 철학방법을 소개한다. OOO는 무엇인가?, 붕어빵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응 붕어 모양을 한 빵이야라고 할 수도 있고, 붕어 모양 안에 앙을 넣어서 굽는 것을 말한다고, 즉 붕어빵은 무엇인가는 물음은 붕어빵의 본질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과 같은데, 본질과 정체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 과정에서 훌륭한 지식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 하이데거는 바로 이렇게 본질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라고 본 것이다.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또 인문학의 위기란 무엇일까?

 

문·사·철, 인문(人文)은 인간의 무늬를 뜻하는 것이며 이 땅에서 태어나 살다 죽어갈 인간들이 생존과 행복을 위해 새겨 넣은 흔적의 모든 것이다. 인간다움을 탐구하는 공부(스투다아 후마니타티스)가 인문학이다. 우리는 이제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이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다. 거꾸로 ‘나는 내 안에 무엇을 새겨 넣을 것인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그림을 보느냐에 따라 내 안에 새겨지는 것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오늘 만난 사람들에게 어떤 무늬를 남겼는가, 내 말은 상대를 미소 짓게 만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아름다운 인문으로 남았는가, 아니면 상대의 가슴을 아픈 상처로 얼룩지게 만든 저주와 욕설의 난도질이었는가?,

 

인문학의 세 분야, 문, 사, 철, 자연과학에 가까운 철학에서 인간의 내면을 향한 철학으로

 

문학은 기본적으로 사실에 충실하고 세상과 인간에 관한 진실을 지향하지만, 역사처럼 실증의 덕목에 묶으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 무엇을 했는가를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상상까지를 포함한다. 철학도 역사처럼 인간과 세상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만 무엇을 해야만 하고 그렇게 했을 때 인간과 세상은 어떤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단순한 논리 탐구를 넘어 문학에서처럼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철학은 윤리적이고 도덕적 당위성을 제안하는 가운데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대서 결실을 보려 한다. 그래서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었던 소크라테스를 철학의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삼으려 한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을 자연 즉 과학에 가까운 것으로 인간의 바깥에 있는 세상과 물건을 향한 것이었다면 소크라테스는 이런 지성을 인간 내면으로 돌렸다.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공동체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려면 어떤 덕이 필요한가, 소크라테스는 본격적인 인문학으로서의 철학을 하며 삶의 방식에 관한 진지한 탐구를 한 것이다.

 

철학, 철학자는 고담준론에 사색에 빠진 사람을 조각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처럼 현실이란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고 씩씩하게 전장을 누비고 다니는 건강하고 힘센 사람이다. 이런 철학자의 생각도 간단하다.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에서 출발한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과 이후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철학이란 인문학이란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고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지은이는 말하고 싶었던 게다. 개똥철학도 철학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고상 망측하게 한없이 형이상학이니 하학이니 하는 말장난에 휘둘리기보다는 소크라테스가 말한 지극히 간단하고 명료한 말만 기억해두면 누구든 철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물질과 세속의 삶에 집착하는 형태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물질적인 가치와 육체적인 욕망이 집착하며 이 세상에서의 삶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면서 영혼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한다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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