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도시외교 30년 - 지방정부 역할을 묻다
이민규 지음 / 서울연구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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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외교 30년을 톺아본다


1992.8.24. 한중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양국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와의 구별이 필요하지만, 강학상 “지방정부”를 관행적으로 사용함) 사이의 공식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다. 이 해에 전남 목포시와 장쑤성 롄윈강시(연운항시)의 자매결연을 비롯한 도시 외교가 시작된다. 전 세계의 도시 외교 발전 추세는 다자주의, 지역협력, 다중 거버넌스, 시장 외교 등, 제각각의 실정에 맞는 내용으로 접근해가는 모습이다. 


이 책은 서울연구원 이민규 연구위원(베이징대 외교학, 정치학 박사)이 한중교류 30년간의 부침을 정리하고, 중국이라는 특수성과 도시 외교라는 보편성, 이 양축을 중심으로 한국 지방정부의 역할을 제시하고, 미래 양국의 지방정부 교류와 협력을 비롯하여 활발한 도시 외교를 위한 제언을 했다. 지은이는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지방외교:국제교류 현황”을 분석, 논의를 전개해나가는데, 17개 광역(세종 포함)의 대중국 교류와 협력 추진현황을 바탕으로 국정을 담당했던 정권의 성격에 따라 대중 관계의 부침이 보이기도 하지만, 지방정부의 대중 도시 외교는 크게 변화됨이 없이 일정한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실제, 지방정부의 공공외교 범주, 중앙정부 혹은 국가 수준의 외교와 같은 내용을 채워낼 수는 없지만, 지방정부이기에 한·중 양국관계 경색 국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교류와 협력을 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 30년 양국관계를 들여다본 지은이의 견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중, 중미, 일중, 중일 관계


지은이와 다수 학자 참여하여 엮은 책 <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오름, 2024)에서 “서울의 도시 외교와 공공외교”(9장) 라는 제목으로 도시 외교, 서울과 베이징의 관계, 한중 외교, 서울 베이징통합위원회 등의 모델을 다루었다. 이 책은 한국의 대(對)중국 도시 외교와 세계 도시 외교 발전 추세에 맞는 발전을 하도록 방향을 설정, 협력과 갈등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중 양국 관계가 ‘협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와 중국의 그것은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은 큰 이슈가 있던 어쨌든 호감도는 늘 70% 수준 이상이지만, 중국에 관해서는 이슈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반중 정서, 실제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반중 정서가 부침의 폭이 크다. 2002년 66%에서 2021년 22%까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중 국내 정치 사정과 중국의 대미 관련 정책 변화에 따라 긴장 속에서 절치부심하는 한국, 한때는 “안미경중” 혹은 “미안중경” 미국과는 안보를, 중국과는 경제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외교방침이었던 것이,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안미경미” 즉 안보도 경제도 미국 중심으로라는 방향으로 흐르는 듯하다(삼성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등), 대통령의 대중 강경 발언은 결국에는 미, 일, 한이라는 군사동맹으로 귀착되면서 중국과 새로운 긴장 관계에, 이 와중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대중 무역흑자를 거두는 실리외교를 펼치고, 한국은 엉거주춤한 태도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중앙정부와는 달리 양국의 지방정부 사이에는 교류와 협력의 접점이 보일 수도 있다. 즉 중국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도시 외교라는 보편성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가 과제라는 말이다. 


지방정부 역할론 부응하는 다섯 가지 제안


한중 외교 30년을 되돌아보며, 지방정부의 대중국 도시 외교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5가지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는 공동 문제 해결 목적의 “다자외교로 전환” 관계 구축에서 문제 해결 중심으로 방향 전환과 대중국 도시 외교의 효율성 높이기, 


둘째, 어젠다 중심의 도시 외교, 도시 외교 6대 어젠다(평화구축, 경제, 환경, 보건의료, 인권, 문화)를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다자외교 강화다 이들의 추진 방향과 외교 유형을 따라 분류(책164쪽), 예를 들어 북한과 한반도 그리고 국제관계를 둘러싼 논의인 육자회담은 평화구축이 기본이다. 추진 방향은 교류 모색이며, 외교 유형으로는 다자 공공외교다. 도시 사이 국제기구 활동 중심을 통한 동북아 평화 분위기 만들기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도시 연합 구축 등의 그 예다. 열린 가능성을 한껏 활용하면서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과 자칫 한중 양국관계의 경색 국면에서도 지방정부의 공공외교라는 다른 장에서의 전략적 접근은 실리외교, 도시 외교의 효율화와도 이어진다. 


셋째 지속 가능한 협력모델 구축지향, 단기적이고 의전적인 외교는 인제 그만, 넷째 상당히 미묘하고도 모호하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속에서 한·중·일 삼자 외교는 확대,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다층 거버넌스 구축과 온, 오프라인 결합 교류의 체계화, 이른바 다층, 다각도, 다양한 만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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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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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넌 하늘을 나는 방법을 알고 있어


김혜정 작가의 장편소설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은 옴니버스식이랄까, 귀가 부자유스러워 들리지 않은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 도입부, 놀랍게도 진동, 파장으로 오감 발달이랄까, 소리를 본다. 진동을 느낀다. 이 대목은 공전의 히트하고 일본 NHK에서 방영했던 오래된 TV 드라마<대장금>의 장금이 궁궐에서 쫓겨나 채전(채소밭)에서 일할 때, 온갖 약초를 입에 넣고 맛을 보다가 그만 혀의 감각을 잃게 된 후, 궁궐로 돌아와 멀리 동해에서 진상된 고래고기 50가지 맛이 있다는 데, 맛을 모르는 장금은 이때 음식을 그린다. 요리를 상상으로 해낸다. 귀가 들리지 않아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소설의 후반에 다시 만나는 대목


이 소설은 음악을 주제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래된 레코드 가게 사장, 그리고 드리머를 꿈꾸는 늦둥이 여고생, 오래된 음반을 찾는 이들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비밀의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레코드 가게 사장의 관찰자 시점과 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각 나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음악이란 뭘까, 이 소설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몸이 자유롭지 못한 작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과 딱 그 눈높이에서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예단과 편견, 그리고 배려라는 듯, 소외시켜버리는 장면까지 모두 녹아있다. 2001년에 나온, “굿바이 제리”를 찾는 두 여성, 헤비메탈, 레코드 가게 사장은 “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귀가 들리지 않은 여성처럼 귀를 틀어막고 헤비메탈을 들었다. 들린다.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가게 주인은 이제껏, 두 귀를 막고 온몸으로 헤비메탈을 종종 들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다은이의 이야기, 늦둥이 벌써 70을 바라보는 소설가 아버지와 손녀뻘 같은 막내딸, 드럼을 친다고 나선다. 문예 인생의 고달픔을 안 아버지는 딸에게 다른 길을 찾으라 한다. 고생길이 훤히 보이기에, 하지만 딸이 하고 싶은 건 바로 드럼 치는 것이다. “드리머” 세상에서 이들을 뭐라 평하든, 삶이 어떻든, 제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서 사는 게 바로 자유인이자 행복한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1950년 중후반, 유대인 출신의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이란 책을 내놓았다. 요즘 날의 정규, 비정규직의 계급적 구분이 없던 시절에, 그는 힘든 고통,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먹기 또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 의무 때문에 하는 노동, 이 고달픈 노동에서 벗어나,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결국 노년의 아버지는 드리머의 꿈을 꾸는 어린 딸에게 그의 길을 가라고 앞날의 어려움은 자유인이 치러야 할 대가인 것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의 딸의 행복을 위해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은 귀가 아닌 온몸으로 듣는다. 우리의 얕은 지식이 왜곡된 상식이 나와 내 주변, 세상 모든 것을 제멋대로 예단하고 또 재단하면서 살아온 것이라고, 세상을 보고 있다는 착각, 어쩌면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여전히 뜨이지 않은 채로,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또다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는 모두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듯이 말이다. 몰입도가 좋다. 꽤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풍경이 그려지고 또 이어지는 듯한 게…. 길게 드리워진 소설의 그림자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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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전문변호사 사용법 - 건설, 건축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전문가 사용법 시리즈 7
박세원 지음 / 라온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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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당한다. 알면 당당하다


우리 건설 시장, 세계적으로 튀르키예의 대지진 때 무너지지 않고 멀쩡하게 아주 당당하게 보란 듯 서 있는 건물, 한쪽에서는 완전히 폭삭 주저앉아 수많은 인명피해를, 건축, 건설, 선분양 후 건축이란 후진적인 주택건설 방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 아파트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대물 숭배의 사고까지 겹쳐, 한국의 건설 시장은 연일 조용할 날이 없다. 주택조합장 구속, 시공사가 주택조합원들에게 추가 건설비 요구, 아무튼 세상에 계약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서류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 작은 규모의 주택이야 개인이 지을 수 있다. 누구에게 맡겨서 건축할 수도, 아무튼 탈도 많고 문제도 많은 건축,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물어봐야 하듯, 이제 건설, 건축은 이를 전문분야로 삼아 일하는 이른바 건설전문변호사에게 물어봐야, 물어보는 게 아니라, 감기 예방처럼, 건축과 건설을 생각할 때, 우선 먼저 전문변호사와 상담하라는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이 책은 전문가사용법 시리즈 7이다. 건설 분쟁은 일반인에게는 막막하다. 그렇다. 어렵고도 심란한 일이다. 자, 전문변호사는 언제, 어떻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미리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담았는데, 4장과 부록: 건설공사 중 분쟁의 지뢰밭은 어느 지점인가? 꽤 자극적인 내용인데 사례 1~4까지 싣고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부록부터 먼저 읽어도 좋다. 1장에서는 왜 건설전문변호사가 필요한지, 최근 분쟁의 경향과 변호사의 필요성을, 2장 건설 소송의 구조, 3장 변호사 사용법, 4장 제일 중요한 건설 전문변호사 찾는 법이 실려있다. 건설세계의 변호사는 어떤 자질이 요구될까, 지은이는 "전문성"과 "진정성"을 꼽는다. 


변호사가 전문성과 없다면 아예 자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고, 진정성은 내심의 의사라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은이는 의사소통 능력의 중요성을 들고 있다. 내가 좀 아는 변호사라고, 친구라고, 친척이라고 믿고 맡기지 말라,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통이 모호해지고 끊고 맺음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른바 의사소통에서 동상이몽을 꾸게 만들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에, 우선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만나서 진정성 여부를 나름의 감으로 판단하라, 이때 의사소통이 얼마나 정확, 적확하게 오고가는지를 점검해보면 될 듯하다. 


건설공사는 살 어음 판이라는 전제에서 움직여라


건설공사에는 늘 클레임이 내장됐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하지만 미리 잠재적 위험성을 제거한다면 시간과 경비 그리고 내 머리와 마음이 아프지 않고 끝낼 수 있다. 건설 관련 재판, 법원 재판부는 중립적인 심판이지 보호자가 아니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약자를 돌보고 아픔을 이해해준 게 판사가 할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증거, 또 증거, 어떤 게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없을 때, 변호사에게 물어야 한다. 적극적인 변호사, 수임료를 생각하지 말라 결국,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이른바 가성비 좋은 변호사는 싸움을 잘하는 변호사다. 그래서 변호사는 수임료보다 승소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위임 여부를 결정할 때의 기준으로 삼으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 정도,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위험한 것은 왠지 모르게 쉽사리 잊힌다. 늘 당하고 나서, 아, 조심할걸, 먼저 챙길 것,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불행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기대감은 접어두자. 오죽했으면 집을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건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법적 리스크는 어떤 게 있나, 토지매입, 설계, 시공, 준공정산 우선 이렇게 4단계마다 숨어있는 지뢰밭이 있다. 부동산등기가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확인 또 확인, 토지를 샀는데, 웬걸 남의 땅이네. 라는 물건과 달리 토지는 여러 법령에 따라 용도가 정해져 있고,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땅인데. 등기부만 보면 이런 사정은 알 수 없다. 설계단계, 시공단계, 설계가 애초 잘못됐다거나 시공하면서 부실(잠재적 위험성이 큰 하자)을 숨겨두고, 어물쩍 넘어가거나, 준공정산을 하면서 애초 계약대금보다 더 청구하는 일도 자잿값이 올랐다. 그 전에 건축주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안 받았다, 자재가 설계 혹은 계약서 기재와 다르다 따위도 흔히 듣고 보는 일이다. 


중간에 건설업자가 부도를 내고 선급금을 가지고 잠적, 건설 중단, 지뢰밭은 사방팔방 널리고 널렸다. 이런 건설분쟁의 해결 방법(소송절차 안내) 등까지 법률 문외한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 건설 소송에서 감정인은 판사라는 점을 꼭 기억해두자. 


이 책을 평하는 건 꽤 어렵다. 생활 속 건축과 건설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핵심 내용 중 상식적인 부분과 법률적인 내용을 아우르고 있어, 건축, 건설을 위해 알아야 할 기초지식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실생활에 꽤 유용한 내용이니, 유념해두자고 강조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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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모른다 - 에리히 프롬에게 배우는 사랑의 심리학
스즈키 쇼 지음, 이지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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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에게 배우는 “사랑의 심리학”


<자유로부터의 도피> 실존을 다룬 에리히 프롬의 1941년도 저작, 그는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다. 신프로이트 학파로 분류되는 그는 프랑크프르트 학파에 프로이트 개념을 도입 자유에 관한 연구에 천착했다. 그는 독일에서 파시즘이 횡행할 때 사회경제적 조건과 이데올로기 사이에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이 3자의 역학에 의해 사회나 문화 변동을 분석하는 방법론을 제기했다. 이 책은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을 제대로 읽기 위한 준비를 위한 것이랄까, 우리가, 아니, 사회일반에서 말하고, 또 의미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다. 자기 중심적 사고는 사람을 척박하게 만든다. 사랑의 경험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즉,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배워야 할 감정은 “사랑”이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의 방법론이 아니다. 사랑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아니다. 에리히 프롬이 시대를 통해 읽어내는 거시적 사랑의 견해다.


이 책은 정신분석학자인 일본의 스즈키 쇼가 에리히 프롬 심리학의 비밀 “사랑은 기술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의 기술>사랑은 사랑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여전히 보통 사람들에게 어려운 그 무엇이다. 지은이는 <사랑의 기술>을 읽지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으라고 권한다. 사랑에 서툰, 아니 사랑의 기술에 서툰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책 구성은 6장이며, 1장은 사랑도 기술이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을 배워야한다. 꽤 의미가 깊은 명제들이다. 2장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을 말한다. 사랑은 무너진 곳에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크기와 범위가 있다고 말한다. 3장 사랑에 담긴 힘, 사랑은 능동적이며, 사랑을 줄 때 사랑이 꽃핀다. 사랑에도 필요한 요건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4장,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자중자애), 사랑이란 곧 의지다. 5장. 사랑이 필요한 시간, 6장 사랑을 위한 조건 등의 순서도 엮여있다. 


1956 출간된 <사랑의 기술>


프롬이 이 책을 쓸 때의 미국 상황은 자본주의 사상이 팽배해져 인간은 경제를 움직이는 단순한 부속품, 하나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았다. 장기판의 말처럼... 이런 미국의 상황은 1950년에 나온 데이비드 리스먼의 책<고독한 군중>속에 현대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소외를 고스란히 담고있다. 이런 맥락에서 프롬의 <자유로의 도피>도 이해되는 것이다. 


사랑은 남녀간의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사랑에 대한 어떤 이론이든 인간의 실존론에서 출발해야 한다. 동물과 달리 사람은 동물의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에서 벗어난 자연초월 존재라는 점에서, 질투나 야망과 탐욕은 격정이지만, 사랑은 행동이며 인간의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곧 사랑은 활동과 참여라서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프롬은 말한다. 현대인은 자기 자신, 동료, 자연으로부터 소외돼 상품으로 변하고, 현재의 시장 조건에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로 자신의 목숨을 건다. 인간관계는 근본적으로 소외된 자동 기계 같은 관계로, 각자는 군중과 함께 있으려하지만(인간의 무리본능), 모든 사람은 고독하며, 분리상태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필연적으로 생기는 불확실성, 불안, 죄책감에 잡아 먹힌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자중자애)와 타인을 향한 사랑 사이에 '분업'은 없다. 남의 사랑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조건이 될 뿐이다. 프롬은 바로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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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 지혜에 관한 작은 책,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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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


요즘, 나를 찾자는 주제의 인문학 서적이 넘쳐난다. 자기 계발을 비롯하여 심리학, 행동과학, 경영학에서조차, 개인과 사회의 갈등과 불안에 눈길을 돌리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낸다. 이른바 자유인으로서 나,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내 삶의 주인공인 나를 대신에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지 않는가, 이런 인식 속에서 에픽테토스의 이 작은 지혜의 책 속 가르침은 한 줄기의 빛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삶 속에 “자유”라는 보편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내 삶의 주인공으로 서라고 가르친다. 노자든, 소크라테스든….


이 책에 실린 지혜의 이야기의 주인공 에픽테토스는 고대 그리스 스토아철학자로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니코폴리스에서 학교를 열고 철학을 가르쳤다. 이 책<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은 그의 가르침을 제자 아리아노스가 정리해 엮은 핸드북이자 칼이란 의미로서 앵케이리디온이름이 붙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에픽테토스 가르침의 정수 53편을 담은 지혜에 관한 작은 책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읽고 또 읽어 제 것으로 만들라는 삶의 지침이기도 하다. 이런 가르침은 후일 로마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핸드북이 되기도, 내 “삶의 주도권”은 우리 생각과 달리 놀랍게도 늘 내가 쥐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음의 평정을 늘 나를 떠나 어디론가 달아나려 한다. 


에픽테토스는 그의 출생 배경과 신체적 약점이 자기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명확하게 말한다. 금수저이건 흙수저이건 절름발이건 외부에서 나를 규정하는 환경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나일 뿐이라고, 여기에 휘둘리면 나는 내 삶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게 된다고, 이 책에 실린 53편의 삶의 지혜 가르침 속에서도 중심된 가르침 “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은 각자도생의 시대인 오늘,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말씀이다.


지혜의 숲속을 거닐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분란에 개입하지 말라. 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사람(이른바 난사람), 어떤 업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든 사람)을 볼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움츠러들지 말고, 그저 행복한 사람이로군 하고 여겨라, 행복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처지에 달린 것이니 이를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하거나 비교하며 남을 시기할 필요는 없다. 이른 바 된 사람, 사람이 된 사람은 오로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남들이 나를 존경, 칭송할수록 이를 경계해야 한다. 존경이든 칭송이든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걷게 하는 통행증이라 생각하라. 어느 하나에 집중, 편향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말이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기도 질투의 대상도 되지 않도록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원망도 바람도 갖지 말고 오로지 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살피라는 말이다. 


우리는 늘 경계선에 서 있다. 자칫 판단을 그르치면 통제할 수 없는 분란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에

픽테토스는 우리에게 장군, 권력자가 되기보다는 자유인을 갈망하라고 한다. 자유인은 되는 길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관심을 거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든 크든 늘 유혹을 당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무엇을 바라볼지는 나 자신의 자세일 뿐이니, 무언가에 집착하는 순간, 내 삶의 주도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는 노예인 내가 존재할 뿐이다. 


배움에 따라서, 삶의 관조


“배움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불행으로 타인을 비난한다. 배움이 부족한 사람은 불행의 원인으로 자신을 지목한다. 배움이 충만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35쪽)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대상 자체가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불안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관점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가치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다. 에픽테토스는 갈등과 억압, 슬픔을 마주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시비를 따지기보다는 나 자신과 자신의 관점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내 앞을 지나갈 때, 다시 오지 않을 듯, 허겁지겁 집어내려 하지 마라. 어차피 되돌아올 테니….


배움이란 학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중자애의 태도이자 내 삶의 주인공이 곧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죽음을 공포로 여기는 것은 내가 무섭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고, 죽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고미숙<현자들의 죽음>(EBS BOOK,2023)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태도, 장자에게 죽음은 삶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다. 아내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몰래 웃는다는 시쳇말이 있듯, 당대에도 그랬을까, 장자는 생각은 전혀 다르다. 아내의 죽음은 슬프다. 하지만 인간, 그리고 삶이란 본디 생명도 형체도 기(氣)도 없었던 것이 저절로 혼합되어 기로, 형제로, 생명으로 됐다가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다. 


에픽테토스의 죽음에 관한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이성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오는지, 에픽테토스는 이럴 때는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원망도 하지 말고, 오로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만 생각하라고 한다. 이런 생각이 자유인이 되는 길을 여는 열쇠이며 내 인생, 내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길이다. 


이 작은 책 속에 실린 가르침 53편은 동양 고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지혜와도 놀랍게도 비슷하다. 읽고 또 읽는 동안에 떠오르는 노자나 부처의 말씀, 조선 성현의 말씀과도 겹친다. 이것이 지혜에 관한 보편적 이해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갈등의 불안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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