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 지혜에 관한 작은 책,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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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


요즘, 나를 찾자는 주제의 인문학 서적이 넘쳐난다. 자기 계발을 비롯하여 심리학, 행동과학, 경영학에서조차, 개인과 사회의 갈등과 불안에 눈길을 돌리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낸다. 이른바 자유인으로서 나,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내 삶의 주인공인 나를 대신에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지 않는가, 이런 인식 속에서 에픽테토스의 이 작은 지혜의 책 속 가르침은 한 줄기의 빛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삶 속에 “자유”라는 보편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내 삶의 주인공으로 서라고 가르친다. 노자든, 소크라테스든….


이 책에 실린 지혜의 이야기의 주인공 에픽테토스는 고대 그리스 스토아철학자로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니코폴리스에서 학교를 열고 철학을 가르쳤다. 이 책<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은 그의 가르침을 제자 아리아노스가 정리해 엮은 핸드북이자 칼이란 의미로서 앵케이리디온이름이 붙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에픽테토스 가르침의 정수 53편을 담은 지혜에 관한 작은 책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읽고 또 읽어 제 것으로 만들라는 삶의 지침이기도 하다. 이런 가르침은 후일 로마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핸드북이 되기도, 내 “삶의 주도권”은 우리 생각과 달리 놀랍게도 늘 내가 쥐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음의 평정을 늘 나를 떠나 어디론가 달아나려 한다. 


에픽테토스는 그의 출생 배경과 신체적 약점이 자기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명확하게 말한다. 금수저이건 흙수저이건 절름발이건 외부에서 나를 규정하는 환경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나일 뿐이라고, 여기에 휘둘리면 나는 내 삶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게 된다고, 이 책에 실린 53편의 삶의 지혜 가르침 속에서도 중심된 가르침 “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은 각자도생의 시대인 오늘,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말씀이다.


지혜의 숲속을 거닐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분란에 개입하지 말라. 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사람(이른바 난사람), 어떤 업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든 사람)을 볼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움츠러들지 말고, 그저 행복한 사람이로군 하고 여겨라, 행복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처지에 달린 것이니 이를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하거나 비교하며 남을 시기할 필요는 없다. 이른 바 된 사람, 사람이 된 사람은 오로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남들이 나를 존경, 칭송할수록 이를 경계해야 한다. 존경이든 칭송이든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걷게 하는 통행증이라 생각하라. 어느 하나에 집중, 편향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말이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기도 질투의 대상도 되지 않도록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원망도 바람도 갖지 말고 오로지 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살피라는 말이다. 


우리는 늘 경계선에 서 있다. 자칫 판단을 그르치면 통제할 수 없는 분란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에

픽테토스는 우리에게 장군, 권력자가 되기보다는 자유인을 갈망하라고 한다. 자유인은 되는 길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관심을 거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든 크든 늘 유혹을 당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무엇을 바라볼지는 나 자신의 자세일 뿐이니, 무언가에 집착하는 순간, 내 삶의 주도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는 노예인 내가 존재할 뿐이다. 


배움에 따라서, 삶의 관조


“배움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불행으로 타인을 비난한다. 배움이 부족한 사람은 불행의 원인으로 자신을 지목한다. 배움이 충만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35쪽)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대상 자체가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불안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관점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가치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다. 에픽테토스는 갈등과 억압, 슬픔을 마주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시비를 따지기보다는 나 자신과 자신의 관점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내 앞을 지나갈 때, 다시 오지 않을 듯, 허겁지겁 집어내려 하지 마라. 어차피 되돌아올 테니….


배움이란 학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중자애의 태도이자 내 삶의 주인공이 곧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죽음을 공포로 여기는 것은 내가 무섭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고, 죽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고미숙<현자들의 죽음>(EBS BOOK,2023)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태도, 장자에게 죽음은 삶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다. 아내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몰래 웃는다는 시쳇말이 있듯, 당대에도 그랬을까, 장자는 생각은 전혀 다르다. 아내의 죽음은 슬프다. 하지만 인간, 그리고 삶이란 본디 생명도 형체도 기(氣)도 없었던 것이 저절로 혼합되어 기로, 형제로, 생명으로 됐다가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다. 


에픽테토스의 죽음에 관한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이성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오는지, 에픽테토스는 이럴 때는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원망도 하지 말고, 오로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만 생각하라고 한다. 이런 생각이 자유인이 되는 길을 여는 열쇠이며 내 인생, 내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길이다. 


이 작은 책 속에 실린 가르침 53편은 동양 고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지혜와도 놀랍게도 비슷하다. 읽고 또 읽는 동안에 떠오르는 노자나 부처의 말씀, 조선 성현의 말씀과도 겹친다. 이것이 지혜에 관한 보편적 이해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갈등의 불안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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