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맛
정하늘 지음 / 크루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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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맛” 오색(五色) 아니라 오색(伍色)


공무원의 맛은 쓴맛, 단맛, 매운맛 등의 오색이 아니라 공무원이란 직업의 색깔을 말한다. 이 책<공무원의 맛>은 시대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한다. 물론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었던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처럼 된다고. 박봉이지만, 6급까지는 자동승진에 가늘고 길게 살면, 좋지 않겠냐는 인식을 가진 한때의 공무원집단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젊은 공무원(8~9급)이 의원면직 이른바 스스로 원해서 그만둔다는 말인데. 이런 사람이 23년 한 해 1만 6천 명을 넘어섰다. 인사혁신처는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고, 


공무원은 철밥통,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건재, 진짜 그럴까?


IMF 원조를 받아야 할 만큼 승승장구 대한민국호가 침몰한 97년, 회생 조건으로 신자유주의 질서를 받아들여야 했고, 기업들은 다운사이징, 크기를 줄여서 필요 최소한으로 그러다 보니, 사오정(45세 정년)이 한국 사회의 트렌드가 될 정도였고, 이때 88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정규와 비정규, 들어보지도 못한 말이 일상용어 대열에 들어서기도 했다. 철밥통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한때 노량진 일대는 장사진을 이루고, 비정규는 더 세분돼, 계약직, 기간제, 중기, 무기 등 노동계약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코로나를 거치면서 택배와 배달 라이더들이, 음주단속이 심해지면 대리기사가,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독립사업자인지 노동자인지, 위장사업자인지 모호해지고, 한 바퀴 돈 셈인지, 공무원 인기시들, 업무는 과중하고, 인력은 달리고, 처우는 상대적으로 점점 나빠지고, 지난해 김포시청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다 자살하고….


이렇게 보면 공무원 세계는 이미 복구 불능의 3D업종의 상징인 듯 보인다. 연차가 있는 공무원들의 공통된 표현 ‘요즘 젊은 공무원들은 말이야“ 여기서 공무원만 빼면, 장년 세대가 청년세대를 두고 하는 말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내심이 부족해, 이기적이야’라고, 이는 그런다 치자, 세대가 다른 만큼 환경이든 사고체계든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아무튼, 이 책이 세상이 나올 무렵 분위기는 공무원 기본급 인상, 교사급여 인상 등 임금투쟁 분위기 속이다. 괜히 걱정, 기우일지 몰라도, 아, 옛날이여, 그때가 좋았던 거를 털어놓는 정하늘의 이 책<공무원의 맛>은 불난 데 기름 끼얹는 형국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공무원 세계란 이런 거라는 직업 세계의 가이드 북이다. 


이 책은 이제는 더 못 해 먹겠다. 미래 희망이 없다는 공무원, 공직사회, 그 세계에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하지만, 선택은 당신의 몫이라는 말을 건넨다. 구성은 다섯 꼭지다. 첫 꼭지 ‘이 맛에 공무원 한다’고 에서는 공무원 처우를 말하는데, 쏠쏠한 수당, 공무원휴직제도, 정년보장과 우상향 연봉, 국내 최고의 육아휴직 제도 등을 들고 있다. 두 번째 꼭지는 그렇더라도 공무원은 ‘어떨 때, 극한직업’이라고, 배치순환제, 힘든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어떨 때는 지옥 같다고, 코로나 19 재난기 속 공무원 세계의 일상을, 본디 공무원은 전문가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기에, 모든 업무를 해야 한다고 아마 이것이 요즘 청년 공무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이유로 드는 게 아닌가 싶다. 세 번째 꼭지는 공무원 마인드 세팅에서는 실적 만들기 미션 등 이런 일도 공무원이 하나 싶을 정도의 일까지도, 네 번째 꼭지 ‘어딘가 개운치 않네?’ 아무도 못 쓰는 자기계발 휴직 등, 다섯째 꼭지 ‘푸근해지는 마음’ 각양각색 점심 풍경, 조직과 공동체, 그 어디쯤, 


공무원 세계, 직업으로서 공무원, 간부후보인 5급 사무관 아래 이른바 논 커리어 공무원 9급으로 입직하여 7급으로 10여 년 동안의 일상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자고 쓴 글이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그림의 떡 “자기개발휴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근무, 3가지 사유 중 하나면 신청 가능, 첫째, 직무 관련 연구과제 또는 자기개발을 위한 연구과제 수행, 둘째는 국내외 교육기관 등에서 교육과정을 수강하는 경우(학위취득 목적은 제외), 셋째 자격증 취득 등을 개인 주도 학습을 하는 경우 등인데 6개월에서 1년, 무급휴직 그리고 휴직 사용 후 10년간 근무해야 다시 쓸 수 있다고, 법은 멀고 현실은 가까워, 결론은 지자체에 따라 되고 안되고, 현실은 지자체 행정현장의 결원문제, 늘 사람 부족이라고 아우성치는데 이런 휴직제도가 있으면 어려운 일이 떨어지면 다 도망갈 것이라는 동료들의 생각. 이것이 현실이다.


칼퇴근, 나인 투 식스 공무원 얼마나 있을까?


철밥통인 만큼, 가늘고 길게, 칼퇴 물론 어느 직업 세계나 그런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공무원 세계 역시 그러하다. 민간기업은 능력이 있으면 높아지는 연봉, 올라가는 직급이나 직위가 있겠지만, 공무원 세계는 그게 없다. 뭐 이렇게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중심은 아니다. 

공무원 세계에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고, 공무원노동조합에서 국민의 공복이기 전에 직업으로서 공무원이다.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길거리 현수막, 당연하다. 다만, 다른 직종이 어쩌고 저쩌고 형평에 맞게라는 말보다 공무원의 박봉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기대하려면 그만큼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 들쑥날쑥 어떤 사안은 민간기업의 생존 마인드로 대처해야 한다고 하다가 또 어떤 사안은 공무원 마인드로. 즉 적당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살맛나는 일도 


이 책은 밥 잘 사주는 통장님, 점심때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센스쟁이 주민자치위원님은 우리의 점심값을 조용히 계산하고 나가셨다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행동 자체는 보기 나름 이런 데다 김영란법을 적용할 것인가, 따뜻한 소통인가, 어렵다. 지은이는 훈훈한 자생단체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악의적인 의도(대가성, 발목잡기 위한 계획된 관계 형성 의도)를 깔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흑과 백”, 이분법으로 공무원 세계를 재단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인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인인가? 정체성에 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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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구 - 지구의 다양한 생태환경과 탄소중립
김기태 지음 / 희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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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름은 본디 “초록이” 였다


이 책<초록지구> 지은이 김기대 선생의 머리말에서 인상 깊은 대목 “인간의 모든 물질문명은 자연 질서를 무질서로 만들고 있다.” 마치 탄소제로 세계를 위해, 마치 탈화석연료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벌목하고 태양광 시설을 하면 전기는 생산하지만 자연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산소 부족이나 탄산가스 과잉은 바로 기후의 변화로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의 역행을 가져온다는 말이다. 


올여름은 기록경신의 계절인 듯, 열대야에, 불볕더위에 기상 관측 이후 몇 번째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기상 불안정은 국지 호우(이른바, 유격대의 게릴라처럼 이산 저산으로 돌아다니면 순식간에 엄청난 물을 퍼붓고 다닌다) 로 예전 형태의 물난리 이상의 피해를 준다. 이 또한 자연질서 파괴로 일어난 후유증이니.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기습적인 물난리”처럼, 광범위한 지역을 물에 잠기게 하는 태풍 홍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한정된 범위의 지역 하늘에 엄청나게 순식간에 퍼부어 대는 물줄기, 이런 형태의 비에는 배수로나 홍수대책안에는 상정되지 않을듯하다. 기상이변, 이상 기후, 이것이 기후 위기의 얼굴이다. 


지은이는 현재 해동 자연생태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프랑스에서 해양생물학을 공부하고, 세계를 무대로 해양 생태 조사 등을 하였다 미국, 중국의 대학 교환교수와 아르헨티나, 모리타니, 타이완 등지의 국가 자문으로 일했다. 


이 책은 지구별 초록이의 다양한 생태 환경을 8장으로 구성했다. 전반의 3장은 지구환경을 들여다보는데 1~2장에서는 생명의 탄생과 지구생태계의 변천 요인을 살핀다. 담수, 기수, 고산과 사막 생태계를 들여다 본다. 아무리 척박한 사막이라도 고산준령 어느 골짜기 틈에도 생명이 깃들어있다고. 그리고 3장에서는 왜 탄소중립인가를 논한다. 


단순명쾌한 촌철살인 "사람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생물다양성의 존중을, 또 그렇게 인식해보라고, 오만불손의 극치를 달리는 "인류세"의 인간들을 향한 경고이다. 남극과 북극, 지구온난화 현상과 기후 변화로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본다. 후반 5장은 각 대륙의 생태계를, 4~8장에 걸쳐, 아시아 중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자연을, 북미의 로키산맥과 옐로스톤의 자연을, 중남미의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페루의 자연을, 그리고 유럽으로 들어와서는 스칸디나비아반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영국과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프랑스와 그리스의 자연을, 마지막 장에서는 아프리카의 자연 생태계를 다룬다. 지은이가 임상(현장에 직접 가서 본)경험과 어우러져, 


탄소중립, 자동차의 기어를 중립에 놓는 것과 마찬가지


기어가 물려있으면, 언제든 앞으로든 뒤로든 갈 수 있듯이, 탄소중립도 자동차의 기어 중립상태 앞뒤 어느 쪽으로도 에너지가 쏠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산업발달로 과다하게 배출된 탄산가스는 대기 중에 쌓이고 있다. 현재는 앞으로 가는 자동차(성장주의)의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형상이다. 즉, 성장지향은 잠시 주변 상황을 살피기 위해 정지된 상태일 뿐이라서 언제든 실수든 자의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앞으로 나간다. 중립으로 옮겨놓기 위해서는 더 이상 성장주의를 유지할 의도가 없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탈성장” 주장이 나오고 생태주의 자본주의론과 생태 복지론까지 제기된다. 왜 탄소중립인가, 기후 이상이나 기상이변, 산에 나무를 심자, 녹화사업을 하자는 말은 구태의연이 아니라 여전히 늘 유효하다. 광합성이 과도해지면 탄산가스양이 부족해지고 상대적으로 산소량이 많아지면 여기서 생기는 부작용이 바로 산불이다. 숲속에 산소량이 너무 많아 자연발화가 일어나는 것이니, 산불은 탄산가스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니 자연 질서라는 게 참으로 미묘하다. 한쪽에 치우침 없이, 중립 유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북극과 남극의 기후 변화, 북극의 빙하가 녹아 얼음물이 큰 강을 이루고 이 강물이 멕시코 만류의 흐름을 막아 물 흐르는 속도를 더디게 한다. 바다의 상층을 덮은 얼음물이 유럽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유럽대륙이 겨울 심한 한파에 휩싸이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이 책은 지구의 다양한 생태환경을 소개하면서도 기상이변 발생 원인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지구촌, 초록이의 곳곳,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든 일어나는 이상 기후, 지구가 아프다. 열이 난다. 체온을 낮춰주어야 하듯, 모든 엔진을 중립에 놓아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자는 게 지은이의 제안이다. 


지구촌 한구석에서 생긴 이상 징후는 그곳만의 일이 아니라 나비효과처럼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올여름 이상 기후를 경험하면서 “기후 위기”가 내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내민다. 책꽂이 어느 한쪽에 모셔져 있던 기후 위기 관련 책들이 와르르하면서 내 앞으로 무너져 쓰러진다. 꼭, 맛을 봐야 된장인 줄 알겠느냐며. 이 책은 청소년환경교양도서로서도 훌륭하다. 이러저러하니 기후 위기에 경계와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의 훈계조나 행동강령이나 지침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다운 곳들이 지금은 얼마나 황폐해지고 고통받는지를 생각 보자고 조용히 속삭인다. “기후 위기”시대 이 책은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행동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팁을 주고 있다. "초록지구"여행을 해보자고... 초록이와 함께.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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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현재다
안원근 지음 / 문이당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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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현재다


안원근의 장편소설<광주는 현재다>은 시골 중학교 교사였던 서상록과 하상미라는 젊은 연인이 80.5.26. 신군부의 광주학살현장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스러졌다. 암울한 역사는 1909년 중국과 러시아의 조차지 하얼빈역 광장에 울려 퍼진 총소리, 안중근 의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략의 선봉장 이토히로부미의 가슴에 총알 박았다. 의거였다. 그로부터 70년 후, 1979.10.26. 김재규는 당시 대통령 박정희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이렇게 시작된 소설, 애틋하면서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사랑의 확인만을 줄 곳 해댔던 젊은 남녀교사는 죽음을 계기로 이 땅의 독재는 사라졌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80.5.17. 예비검속의 이루어지고, 18일 내린 비상계엄은 같은 달 27일까지, 이들 젊은 남녀가 마지막 도청사수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도청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 대한민국 국군이 쏜 총탄에 죽었다. 


소설은 전라남도 고흥군 대서면에 있는 중학교의 교무실의 한가로운 일상잡담과 함께, 사람 사는 게 그러하듯, 처녀와 총각, 처총선생들도 나이 지긋한 교사들도, 요즘처럼 드러내놓고 사랑 고백을 할 수 없었던 시절, 기혼의 남선생이 미혼의 여선생과 바람이 나기도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저런 자잘한 사건으로 학교는 늘 부산스러운 모습, 이런 일상 속에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고, 잠시 잠깐 찾아온 “서울의 봄”, 미국의 동의 아래 그런 것인지, 묵인 속에서 그런 것인지, 밝혀진 진실은 일부일 뿐, 아무튼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등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다.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쿠데타 반대 세력을 제거하지만,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군부독재 물러가라는 시위는 그치지 않는다. 


광주,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정치인 “김대중”을 내란음모와 기도, 그리고 대학생을 그 부화뇌동자로 몰아간다. 손봐줘야 할 곳은 김대중의 정치 거점이던 호남 특히 전남지역이었다. 이 소설은 당대 쿠데타군을 국민은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조상균이란 일본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의 아들 조성균의 입을 통해 혁명을 말한다. 피를 봐야 하는 것이라고, 광주로 집결하는 공수부대원들, 총 끝에 착검하고, 곤봉으로 시위대를 향해 돌진,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은 무조건 두들겨 패서 실신하면 트럭에 싣고 어디론 가로. 이런 광주를 향해 서상록과 하상미는 완행버스에 몸을 싣는다. 광주로 향한다는 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평온한 남도의 계절이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고 포근한 날씨다. 피먹구름을 흩뿌리는 그날이 오기까지, 무등산 자락으로 벚꽃이 피어있고, 금남로, 충장로에는 대학시위대의 분위기와 달리 여유롭다. 


소설 제목에 눈길이 머문다. <광주는 현재다>그렇다. 44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세월이 흘러 15년 후에는 국가기념일이 됐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1995.12.21.에 만들어졌다. 여전히 5?18민중항쟁을 “사태”라 부르고, 북의 공작원이 내려와 군중을 선동했다고, 북에서 내려보낸 “김철수”가 시위대 사진 속에 있다는 지만원의 망발도, 마치 8.15광복을 맞이한 후, 숨죽이고 살던 친일파들이 다시 활보하면서 목에 힘주며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을 쫓아다니며, 감시하는 일상, 일본 제국주의 하수인들이 장악한 정권, 그래서 지금도 진행 중인 광주란 표현이 들어맞는다. 


현 정권의 대(對)일본 정책 또한 같은 맥락처럼 여겨질 정도이니, 작년 연말로 활동이 끝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 80.5.18. 당시 발포 경위와 책임소재, 광주교도소 인근에 암매장했다는 계엄군의 증언, 북한 특수군의 광주 일원 침투 주장, 계엄군의 성폭력 사건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이, 불명이라고, 증거가 없다고. 광주시민단체는 2000여 쪽에 이르는 최종보고서(안)를 본 적도 없는데, 시민들의 의견을 달라고, 이런 의미에서 광주는 현재이고,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국가폭력의 실체진실 규명은 늘 증거 없음 불명, 입증 불능이다. 세월호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광주는 현재다. 


소설은 논픽션의 보고문과 픽션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수필처럼 다가오기도 하면서, 당위의 주장을 펼치는 듯한 경직된 표현도 없지 않지만, 80년 5월 그날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외국기사가 찍은 영상을 방영해주어도 믿지 않았던 국민,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고 80년 5월의 참상을 알게 됐다고... 5?18은 광주를 넘어 전남을 넘어, 타이완을 건너, 홍콩을 거쳐 미얀마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시위대. 광주는 이런 의미에서 현재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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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나라 역대 황제 평전 - 유목 민족이 이룩한 세계 최강 제국 100년도 못 버티고 사라지다 역대 황제 평전 시리즈
    강정만 지음 / 주류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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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나라 역대 황제 평전


    유목 민족이 이룩한 세계 최강 제국 “칭기즈 칸” 원 태조에서 혜종까지 12대 97년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원나라판 왕조실록이다. 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그리스, 로마제국 소아시아, 페르시아, 러시아, 아랍 세계의 부침은 동에서 서로 향하는 말발굽이 일으킨 먼지 속에서 스러져 가고 또다시 일어서는, 페스트를 옮겨온 것이 누구냐, 훈족의 침입으로 헝가리라는 나라 이름이 생겨나기도 했다는데, 3세대 동안 동, 서를 뒤흔든 “예케 몽골 울루스: 몽골 제국”의 칸과 대칸(카안), 말 위에서 태어난 말 위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동력이 뛰어난 군사들, 


    예부터 천고마비, 즉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라는 말의 앞뒤 맥락을 살펴야 한다. 농경민족에는 가을을 추수의 수확 계절이고, 유목 민족들에는 말이 살쪄, 기동력이 생기는 시기라는 말이다. 한겨울 유목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먹을거리가 필요하다. 이래서 천고마비의 계절이 되면 북방에서 구름 먼지를 일으키며, 메뚜기떼처럼 식량을 싹쓸이 해간다. 그저 날씨 좋고 바람 시원한 그런 가을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은이 강정만 선생은 한·중 국민이 상호이해를 통해 우리의 처지가 순망치한임을.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역사는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황제 중심의 중국 역사를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한, 당, 송, 청 그리고 원 순으로 <중국 역대 황제평전> 시리즈를 엮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황제평전, 황제의 업적인 활동에 관한 평가를 담은 전기면서도 글쓴이만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인물을 평가하고 인물의 삶을 재구성한다. 객관성과 주관성의 혼종, 이른바 하이브리드 문학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 평전에 소개된 인물 12명을 장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아무래도 길이가 긴 순으로 하자면 원 태조 칭기즈 칸과 원세조 쿠빌라이 칸이며, 나머지는 20~30쪽에 그친다. 재위 기간이 짧아 서도였겠지만, 인물 평가와 삶, 그리고 연대기에 실린 만큼의 사회변혁이나 혼란 등 특기할 만한 내용이 적어서도 알 수 있겠다. 


    지은이는 위세 당당했던 몽골 제국이 100년 여년 되지 못해 쪼그라들고, 또다시 사막 너머로 쫓겨가는 신세가 된 이유를 몇 가지 들고 있는데, 놀랍게도, 군신 간의 예의, 붕우유신, 장유유서와 효친 사상 등 아랍 쪽에서 보였던 형사취수 등도 섞여 있는 이를테면 인간집단이 집단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질서는 유가나 종교(불교, 이슬람, 기독교, 경교 등)를 신봉하지 않더라도 당연지사처럼 여겼던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1225년 칭기즈 칸은 네 아들에게 몽골 제국 영토를 분할 통치하게 하는데, 장남은 가장 먼 곳(킵차크) 둘째 차가타이, 우구데이, 일, 이렇게 4대 뭉케 조에는 동쪽으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서쪽으로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몽골 제국이었다. 광대한 영토 확장이 가능했던 이유를 지은이는 적절한 시기, 수시 이동이라는 생활방식 때문에 얻어진 정확한 판단력과 결단 이른바 동물적 감각이 뛰어난 때문이라고 봤다. 거기에 쿠릴타이를 통해서 결정된 사항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원칙, 신용원칙, 능력에 따른 대우, 실용주의, 천신 신앙 탱그리교(글쎄다 이것을 종교라고까지 해야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여섯 가지의 특징, 혹은 장점 때문이라고 본다. 


    몽골의 세상 뒤섞이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동양의 것이 서양으로 아라비아숫자와 과학(아랍 문명) 이 이보다 한참 뒤처져 있던 중국의 눈을 뜨게 한 것처럼,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 2016)의 중세 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헌팅턴은 세계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가 무엇인가에 천착했지만, 13~14세기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의 역사가 세계질서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말이다. 


    청나라는 한족으로, 중국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뿌리를 잃어버린 듯한데, 몽골은 왜 그러지 않았을까? 


    야성이 순치되어 이성으로 변화된 것이라면, 뭐 다원의 진화론을 들먹일 필요도 없겠지만, 이른바 수성의 원리가 작동된 게 아닐지 싶다. 농경민족, 즉 정착 생활의 첫째는 질서유지 필요한 법률이고, 왕도정치라는 이론 즉 공맹의 사상과의 융합이다. 여기서는 칭기즈 칸과 2대 황제였던 우구데이 그리고 5대 세조 쿠빌라이 때 꽤 두드러져 보인다. 여기에 등장하는 야율초재라는 인물, 원서 즉 중국에서 지은 사서에만 등장하고 이슬람 쪽 역사에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칭기즈 칸과 우구데이를 황제로서 다듬었던 정치가가 전략가였다. 그리고 쿠빌라이는 이러한 흐름을 익히 알고 있었는지, 유학자와 승려를 초청하여 이들로부터 세상 경영을 배우는데.


    역사가 E.H카의 말처럼 흥망성쇠,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생성과 성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잠재된 모순들이 싹을 틔우며 힘을 모아, 발전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망의 기운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한다. 즉 공성과 수성의 어려움을 어떻게 잘 정리해 나갈 것인가, 지도자가 지녀야 할 품성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 또한 필요하다. 참모진을 어떻게 꾸릴 것이며, 어떤 태도로 백성을 국민을 대해야 할 것인지, 모든 게 갖춰지지 않으면, 시간문제다. 흥에서 망으로 가는 그 과정은 반드시 일어나지만, 그곳에 숨겨진 잠재적 위험을 어떻게 제거해 나가면서 흥의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가. 역사는 늘 그렇듯, 흥하고 망하고 또 일어나서 성장하고 또 모순이 쌓이고, 마치 정반합의 그것처럼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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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 역사의 대척점에 선 형제, 부여융과 부여풍
    이도학 지음 / 주류성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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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

    이도학 선생이 자신의 쓴 논문 등을 정리한 이 책<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역사의 대척점에 선 형제, 부여융과 부여풍 형인 융은 친당파, 동생인 융은 친왜파로 고구려와 힘을 합해 신라에 대응해야하고, 이들의 부왕인 의자왕은 절대권력에 여성을 밝히는 몽매한 군주가 아니었음을, 정약용은 “삼한 가운데 백제가 가장 강했다”고 했다. 삼한 가운데 고구려를 제치고 백제의 국력이 앞섰음을 확실했던 모양이다.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이자 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어서 우리가 아는 “백제”는 660년 나, 당 연합군에게 패망했다, 이후로 흑치상지나 마지막 왕자가 삼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산속으로 들어갔다는 슬픈 “마의태자”의 전설만이 기억될 뿐이다.

    이 책은 부여융과 부여풍이 둘 중 누가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는지, 백제를 응원하기 위해 온 왜군이 백강 전투에서 패배(왜군파견은 그렇게 순조롭지 못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 또한 밝혀지지만)했는데, 도대체 그 백강과 왕성이라는 주류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꽤 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북망산에서 발견된 부여융의 묘지, 당대 상당한 지위에 있지 않고서야 들어갈 수 없는 곳, 친당파로서 백제 수복 운동을 진압한 공을, 당대 흑치상지 역시(부여 씨의 일족) 당의 장수로서 북망산에 묻혔다. 조선 시대 안정복은 부여풍이 복신의 추대로 의자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됐다가, 결국 663년 백강 전투에서 패하고, 주류성을 빼앗기자, 고구려로 달아나니 백제가 망했다고, 당은 부여융과 부여풍을 백제의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의자왕의 체포로 백제는 멸망했고 이후 왕은 가짜 왕이라고,

    백강과 주류성은 어디인가?

    지금도 여전히 백강(白江)과 왕성 주류성(周留城)이 어디였는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어떻게 백강과 주류성의 위치가 어디인 줄을 모를까, 꽤 궁금한 대목이다. 위치는 크게 금강 이남과 이북 설로 나뉘는데, 지은이는 현재 통설인 부안 위금암산성설을 검증, 삼족토기편이 출토된 이 산성은 수복 운동기에 새로 축조된 성으로 보면서, 369년 전라북도 지역의 마한을 평정한 후 백제 근초고왕이 왜장을 만났던 장소를 주류수기(州流須祇)라고 했다. 벽지산과 고사산에 올라 서명하였다. 후자의 고사산은 고부 두승산으로 비정(되고있고), 왜의 힘이 절실했던 백제인들은 양국의 서맹 장소였던 상징성이 큰 정읍의 두승산을 거점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험절한 정읍의 두승산성의 입지 조건은 주류성의 지형과도 들어맞는다고.

    이 책은 우리가 이해하는 한국사의 흐름, 즉 고대국가 삼한, 나당연합군, 당나라와 불화, 전쟁, 통일신라, 발해, 남북국시대 순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 삼국통일이 아닌 병합에서 미화되거나 특정 부분만을 강조, 고구려의 연개소문의 아들 삼 형제가 불화, 백제 의장왕의 실정 등의 요인이 신라와의 병합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물론 결과적으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지은이는 백제와 신라의 관계, 백제와 고구려의 관계, 나당연합군의 공격 이후, 실지 수복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백제의 마지막 왕 부여풍(풍장)과 당나라에 투항, 웅진도독을 했던 부여융에게 초점을 맞춰 이들을 둘러싼 역사적 전개를 좇는다. 이 책은 연구자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반복되는 곳도 참고문헌 소개도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는 백제를 모른다는 표현도 가능할 정도로. 남북문제와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고, 현재 미, 일, 한 군사동맹이 떠오르는 대목도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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