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현재다
안원근 지음 / 문이당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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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현재다


안원근의 장편소설<광주는 현재다>은 시골 중학교 교사였던 서상록과 하상미라는 젊은 연인이 80.5.26. 신군부의 광주학살현장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스러졌다. 암울한 역사는 1909년 중국과 러시아의 조차지 하얼빈역 광장에 울려 퍼진 총소리, 안중근 의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략의 선봉장 이토히로부미의 가슴에 총알 박았다. 의거였다. 그로부터 70년 후, 1979.10.26. 김재규는 당시 대통령 박정희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이렇게 시작된 소설, 애틋하면서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사랑의 확인만을 줄 곳 해댔던 젊은 남녀교사는 죽음을 계기로 이 땅의 독재는 사라졌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80.5.17. 예비검속의 이루어지고, 18일 내린 비상계엄은 같은 달 27일까지, 이들 젊은 남녀가 마지막 도청사수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도청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 대한민국 국군이 쏜 총탄에 죽었다. 


소설은 전라남도 고흥군 대서면에 있는 중학교의 교무실의 한가로운 일상잡담과 함께, 사람 사는 게 그러하듯, 처녀와 총각, 처총선생들도 나이 지긋한 교사들도, 요즘처럼 드러내놓고 사랑 고백을 할 수 없었던 시절, 기혼의 남선생이 미혼의 여선생과 바람이 나기도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저런 자잘한 사건으로 학교는 늘 부산스러운 모습, 이런 일상 속에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고, 잠시 잠깐 찾아온 “서울의 봄”, 미국의 동의 아래 그런 것인지, 묵인 속에서 그런 것인지, 밝혀진 진실은 일부일 뿐, 아무튼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등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다.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쿠데타 반대 세력을 제거하지만,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군부독재 물러가라는 시위는 그치지 않는다. 


광주,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정치인 “김대중”을 내란음모와 기도, 그리고 대학생을 그 부화뇌동자로 몰아간다. 손봐줘야 할 곳은 김대중의 정치 거점이던 호남 특히 전남지역이었다. 이 소설은 당대 쿠데타군을 국민은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조상균이란 일본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의 아들 조성균의 입을 통해 혁명을 말한다. 피를 봐야 하는 것이라고, 광주로 집결하는 공수부대원들, 총 끝에 착검하고, 곤봉으로 시위대를 향해 돌진,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은 무조건 두들겨 패서 실신하면 트럭에 싣고 어디론 가로. 이런 광주를 향해 서상록과 하상미는 완행버스에 몸을 싣는다. 광주로 향한다는 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평온한 남도의 계절이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고 포근한 날씨다. 피먹구름을 흩뿌리는 그날이 오기까지, 무등산 자락으로 벚꽃이 피어있고, 금남로, 충장로에는 대학시위대의 분위기와 달리 여유롭다. 


소설 제목에 눈길이 머문다. <광주는 현재다>그렇다. 44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세월이 흘러 15년 후에는 국가기념일이 됐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1995.12.21.에 만들어졌다. 여전히 5?18민중항쟁을 “사태”라 부르고, 북의 공작원이 내려와 군중을 선동했다고, 북에서 내려보낸 “김철수”가 시위대 사진 속에 있다는 지만원의 망발도, 마치 8.15광복을 맞이한 후, 숨죽이고 살던 친일파들이 다시 활보하면서 목에 힘주며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을 쫓아다니며, 감시하는 일상, 일본 제국주의 하수인들이 장악한 정권, 그래서 지금도 진행 중인 광주란 표현이 들어맞는다. 


현 정권의 대(對)일본 정책 또한 같은 맥락처럼 여겨질 정도이니, 작년 연말로 활동이 끝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 80.5.18. 당시 발포 경위와 책임소재, 광주교도소 인근에 암매장했다는 계엄군의 증언, 북한 특수군의 광주 일원 침투 주장, 계엄군의 성폭력 사건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이, 불명이라고, 증거가 없다고. 광주시민단체는 2000여 쪽에 이르는 최종보고서(안)를 본 적도 없는데, 시민들의 의견을 달라고, 이런 의미에서 광주는 현재이고,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국가폭력의 실체진실 규명은 늘 증거 없음 불명, 입증 불능이다. 세월호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광주는 현재다. 


소설은 논픽션의 보고문과 픽션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수필처럼 다가오기도 하면서, 당위의 주장을 펼치는 듯한 경직된 표현도 없지 않지만, 80년 5월 그날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외국기사가 찍은 영상을 방영해주어도 믿지 않았던 국민,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고 80년 5월의 참상을 알게 됐다고... 5?18은 광주를 넘어 전남을 넘어, 타이완을 건너, 홍콩을 거쳐 미얀마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시위대. 광주는 이런 의미에서 현재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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