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역사를 만나다 - 역사에 정도를 묻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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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정도(政道)를 묻다


이 책은 사마천 연구에 천착해온 김영수 한국사마천학회장이 2015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신동아>에 14차례 연재했던 역사칼럼을 다시 손을 보고, “정치와 정치가의 언어-유머와 언격”을 더한 15편의 글이 실려있다. 그는 10년 상황이나 지금이나 놀랄만큼 한치의 다름도 없다고, 정치는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조금 빠를 수 있고, 늦을수도 있지만, 반드시 받게된다고 말한다. 강태공이 했다는 말을 더듬어보자 "백성을 힘들게 하는 통치자는 누가 되었건 벌을 받아야 한다"고, 


2024.7.2. 한 정당이 그 전날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나온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한심한 작태와 후안무치한 언행을 보고 ‘지록위마’를 사자성어를 빌려 논평했는데 이를 계기로 이 책을 펴낼 마음을 먹었다고 적고 있다. 


지은이는 역사공부는 ‘역사의 법정’에 서는 행위라고 생각하면서 이 책의 제목을<정치, 역사를 만나다>로 달고, “역사에 정도를 묻는다”는 부제를 달았다. 정도(政道)란 정치의 방침을 뜻한다. 역사는 인간활동의 총화다. 정치는 인간활동의 집약이다. 집약된 활동이 모여 총화가 되고, 총화가 곧 역사다. 그릇된 정치의 집약은 총화가 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 정치의 정(政)은 바를 정正+ 칠복?, 쳐서 바로잡는다는 게 정치인데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우치(愚癡)할 뿐이다. 


여기에 실린 15편의 역사칼럼은 10년 전의 상황을 아울러 짐작해 볼 수 있어, 기대치 않게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정도(政道)를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재상의 현대적 의미”를 비롯하여 “비리, 부패척결의 전제조건”, 왜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여불위의 야먕-야망의 질적 차이는 안목의 차이에서”, “동양정치사에서 권력의 견제장치”, 권력자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면 언제, 어떻게 탈이 날지도 모르는 잠재적 위험과 불안요소다. 중국의 십상시의 난으로 유명한 역사적 교훈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록위마의 정치”, “아부의 기술(타락한 정치판의 ABC)”, “생존의 수단, 불패의 전략으로서 외교(외교의A~Z까지)”, “항장무검, 의재패공”, “민심을 얻는자 공천을 얻는다?-위로 붙을 것인가, 아래로 내려갈 것인가” “역사는 그 자체로 뒤끝이다.” “사실소세-역사가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 “혼용과 무도의 정치- 나라 망치기로는 혼군 하나면 충분하다.” “소통의 정치는 나라를 안정시키고 인재를 부른다-위 아래가 막히는 나라가 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와 정치가의 언어”


내용의 흐름은 인재와 권력, 법의 적용, 공평무사, 지록위마, 아부, 외교, 팩트, 민심과 공천, 사실소세, 혼군정치, 소통의 정치가 열쇳말이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실린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 하나 결말을 적어둔다. 물론 결말은 늘 불행으로 끝난다. 


첫 번째 글은 재상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인재 등용에 관한 것이다. 촉의 제갈량이나, 당태종의 ‘위징’, 관포지교의 ‘관중’을 떠올린다. 가슴에 배 한척이 들어가고도 남는 재상은 이제 볼 수 없는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제2인자, 재상론의 현재적 의의를 논한다. 기실 우리 정부의 체제나 직제가 우습기는 하다. 대통령제이면서도 국무총리를 두고 있으니, 마치 제왕적 대통령에 영의정 국무총리, 부통령정도의 업무일까, 그것도 아닌 듯하고. 


부패나 아부, 권력집중과 견제없는 권력행사는 시한폭탄, 어디로 튈지 모를 불규칙성, 전 정권이나 현 정권의 진보냐 보수냐는 성향을 떠나서, 권력을 둘러싼 끊이없는 작용과 반작용의 역사다. 복지부동이 시작되면, 레임덕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하듯이 말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성나면 뒤엎어버리기도 한다. 촛불정국이 바로 그런 것이다. 힘이 주어졌을 때, 부패사슬과 시스템을 향해 가차없이 칼날을 휘두르면 개혁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국가폭력이다. 같은 행위이지만 역사적 평가는 달라진다. 민심은 잠복한 채 상황을 날카롭게 주시하면서 누구에게 벌을 내릴 것인가 판단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은 늘 세겨두어야 한다. 


소통부재는 망국의 지름길


위아래가 통하지 않으면 병통이 생긴다. 장기에 폐색이 일어나 썩어들어가게 되어 마침내는 목숨을 잃게 된다. 현재 여,야당을 싸잡이 패거리 정치로 몰아붙이는 양비론은 별의미가 없다. 정당의 간신 정간(政奸), 검찰의 간신(檢奸), 역사를 기록하는 언론조차 부패하여 아부하고 권력자에 빌붙은 이른바 언간(言奸)까지 권력을 견제해야 할 기구마저도 한 통속이 되니, 혼군(昏君)의 나라상태를 어찌 벗어날꼬, 


최근에 말말말, 말의 잔치를 보면서


정치와 정치가의 언어는 이른바 언격은 곧 품격이요. 인격이라는 지은이 평가, 문사철의 인문학 공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미래 비전을 얻을 수 없다. 언어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서 옛 사람들은 무척 신경을 썼다. 말로 한 약속의 중요성 ‘한 번 의 약속이 백금이나 천금보다 더 중요하다’고, 


무조건 명령이라고 따라서는 안 된다. 안영의 지혜, ‘안자어록’


권력자의 통치가 제대로 시행될 때는 그 명령을 따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명령의 옳고 그름을 가려 실행했던 안영, 그는 통치자의 그릇된 행동이나 명령을 절묘한 충고로 멈추거나 고치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좋다. 정치가는 인문학적 소양이 없이는 품격있는 유머도 쓰지 못한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차원 높은 유머감각을 갖춘다면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말은 화술이 아니다. 한나라 때 학자 양웅은<법언>과<문신>편에서 “말은 마음의 소리요.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소리(말)와 그림을 보면 군자와 소인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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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1.5도 이야기
강명구 외 지음 / 성안당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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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녹색 미래는 가능할까?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EU는 하나로, 세계 195개국이 참여 196개 당사자가 맺은 협약, 이 협약의 핵심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이하 상승”이 목표다. 이를 2050년 지구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2040년 전에 1.5도 상승이 예상된다고 한다.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최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화두로 등장한 것이 “규제”와 “디지털”이다. 


이 책<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1.5도 이야기>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즉,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절약, 공급망의 효율적 관리, 제품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과정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디지털과 환경이란 다리를 통해 미래로 연결된다. 


여기에 실린 내용은 5부 14장이다. 8명의 저자가 엮은 것으로 이들은 연구와 현장 그리고 실천과 실행을 하는 기구나 조직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이론서라기보다는 지금 현장에서 펼치는 노력과 제도 기술, 시스템 등을 한데 묶어 낸 것이다. 우선 1부는 환경규제의 시대, 환경문제를 보는 다양한 견해, 글로벌 환경역사(박나래, 조희래)를 통해서 환경문제를 확인하는 데 있다. 2부 환경문제, 디지털과 표준으로 극복하자는(김형욱, 최영미) 제안은 그린 위싱, 원인은 부정확한 방법론에 있음을 지적하고 디지털 특정과 관리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3부 데이터로 연결된 세계: 공급망과 환경 규제(이승배) 글로벌 환경규제의 의미와 공급망의 이해 등, 4부는 미래를 위한 디지털 기술을 (강명구), 함께 만드는 녹색 미래(김준우, 심상윤)에서는 지구 온도 낮추기 노력과 탄소배출권에 관한 이해를,  지은이들은 녹색 미래를 위한 디지털에 방점을 찍는다. 어디까지나, 환경규제와 디지털이 중심이어서 환경을 둘러싼 정치역학관계나 남북문제, 즉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생기는 이해대립과 갈등, 탄소배출권 시장이 형성되려면 그 전제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점 등에서 다소 논의가 미약하다. 


환경규제와 디지털


새로운 환경규제의 틀과 그 기준과 이를 유지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가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왜 환경규제가 필요한지, 정치권에서는 왜 환경규제를 피해 나가려는지, 탈성장주의가 아니라 성장제일주의, 성과주의, 제로섬과 승자독식 지배구도를 통해 기업이윤확보와 특히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말 그대로 약육강식, 우선 먹고 보자는 생각이다. “지구 온난화는 음모”라고 부르짖는 트럼프는 산업을 지키기 위해 환경을 버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하기도, 그는 석탄산업을 지지하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외친다. 바이든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직설적인 표현을 쓰지 않을 뿐, 세계의 각국에 러브콜을 보낸다. 미국에 깨끗한 공장을 지으라고, 결국 인센티브건 뭐건 본질에서 정치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희석한다는 차원에서는 트럼프건 바이든이건 모두 같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런 상징적인 정치의 환경규제 무력화 논리, 그 밑바탕에 성장제일주의가 있음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공급이 문제 되자 독일은 반핵 반원전의 정책을 유보 내지는 후퇴를 선언,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독일, 이들에게 우선 되는 것은 “자국 우선주의” 배가 불러야 예의가 나오듯, 제아무리 국제표준과 탄소배출을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변한다. 가장 기본은 “생태주의, 탈성장주의”에 관한 확고한 태도다. 더디 가더라도 함께해야 한다. 경제선진국이 후진국에 떠넘기는 것들도 없이 말이다. 


지속 가능한 탄소배출권 시장


지속 가능한 탄소배출권 시장의 구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감소하기 위하여 전 지구적 노력의 핵심이다. 이런 시장은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적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 방안은 첫째,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 배출 상한선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탄소배출권의 가격 책정은 감축 노력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도록 유도하는 시장 기반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셋째 지역과 국가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연계, 국제적인 탄소 가격을 형성하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탄소배출 규제는 기계적 평등, 형평이 적용되기에 실제 저성장의 선진국은 탄소배출이 많은 분야는 밖으로 밀어내고 청정기술을 가진 친환경 기반의 기업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꼼수를 부릴 수 있다. 실제 미국의 바이든처럼 탄소배출을 저감 기술 등을 채용한 제조 시설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 반대편에 혹은 대척점에 서 있는 신생국, 개발도상국 이른바 후진국의 경제발전에 수반되는 탄소배출을 규제를 고스란히 안게 되니 개발 자체의 속도가 더디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핵심은 지속 가능한 탄소배출 시장 형성이 아니라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구조 자체를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조삼모사론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와 뭐가 다른지 모를 지경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 구조를 공고하게 할 뿐이다. 


한 국가 내의 탄소배출시설과 양 등을 각 국가별로 공정하게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 이상의 탄소배출을 하는 국가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고, 그 패널티를 가지고 개발도상국 등 신생국의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되는 게 아닐까싶다. 기계적 형평이나 평등이 아닌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등으로 환경대책을


다양한 환경정책들이 나왔지만, 제대로 효과를 본 것은 아직 없다. 국제표준과 기준을 마련하여 대응하자고 하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닌듯싶다. 표준을 만드는 문제는 조정과 합의인데, 이는 외교적일 뿐, 실제 가능한가다. 


여기에 실린 다양한 정보와 관점 등을 모두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환경규제는 최소한 세계 모든 국가가 지켜야 할 기준이며, 지키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안 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소배출은 이제껏 낮추고 내리고 했던 것을 한순간에 포탄과 미사일 한 두 발로 원점으로 되돌려놓았음을 보지 않았는가, 전쟁 억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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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과 솔직한 고백 서사원 영미 소설 1
패트리샤 박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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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


알레한드라, 알렉산드라의 스페인어 발음, 우리말로 굳이 말하자면 영희, 순희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주 배경을 가진 부모, 한국에서 아르헨티나로 또 미국으로, 한국의 여느 부모들처럼 자식 하나 잘 되기를 바라며 뒷바라지를 위해 분골쇄신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괜찮은 직장 잡고, 좋은 사람 만나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사는 그런 삶을, 적어도 너희들에게만큼은이란 단서가 붙는다. 여하튼 이런 무서운 고정 관념은 제 몸 하나 희생해서 아이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으니 이를 뭐라고 해야할까. 


바로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늘 알레하-야라고 나를 부르던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엄마와 단 둘이 사는 고등학생 알레한드라 김, 도시락은 흔한 샌드위치 빵에 가공식품을 싸가, 제대로 펼쳐놓지도 못한 채... 학교 수업에 들어가면 담당 선생님들은 알레한드라라는 발음을 못 해, 앨리 존 드러, 알렉산드라, 아레 하아아아아한 두라, 뭐 누구 잘못이겠는가, 미국이라는 나라는 인종의 용광로요 샐러드 볼인걸, 어디에서 그 재료가 들어왔던 섞이면 그만인 것을,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소설 속 알레한드라는 뉴커머가정이다. 뭐 굳이 표현하자면 다문화가정(글쎄 다문화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밖에서 들어온 외부자란 뜻이 강하다. 일종의 계급성을 부여한 듯한)


퀘이커 오츠, 가을 학기 첫 수업의 에피소드 


고등학교 4학년 졸업 학년이다. 선택과목 글쓰기 수업의 강사로 온 소설가 존 조너선을 통해서 미국의 문화예술창작 등 아무튼 소설가라는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출석을 부른다. 잘 나가다가 알레 한들이라는 건너뛰면서 하는 말 “다문화로 접근하면 대학 가는 데는 문제 없겠네.”라고 완전한 인격모독에 인권침해다. 인권 감수성이 제로인 그가 가르치는 수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알레한드라는 제인, 안잘리, 지영 같은 평범한 적어도 그에게 어울리는 그런 이름을 갖고 싶었는데 말이다. 절친 로럴, 존 조너선 부루스의 인권 감수성 제로를 질타하면서 그를 학교에서 쫓아내기로 하고 서명을 받는데. 그 이유가 알레한드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가고자 했던 대학에 들어가려는 스펙쌓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주된 기둥 중 하나다. 존 조너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문제가 될 말을 한다. 아마도 작가는 존 조너선이란 백인이고 소설가를 통해, 미국 중산층, 아니 전형적으로 미국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보이지 않는 계급상층에서 아랫것들을 대하듯 하는 태도를 그대로 반영,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아주 의도적으로 말이다. 


해피데이 세탁소의 윤아 고모와 사촌 오빠 


고모의 아들 마이클은 사촌오빠고 동성애자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아빠의 누나다. 해피데이라는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아이들 교육에 열심이다. 사람들은 세탁소 주인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관심 없다. 대체로 중국인으로 지레짐작하고 말을 건네지만, 아무튼 이 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한국계 미국인 미셸 미정 김이 쓴 책<우리는 모두 불평등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쌤앤파커스, 2024)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보면 알레한드라 김의 이야기 배경이 되는 치열한 사회밑바탕과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 


미셜 미정 김은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라는 개념의 사용도 맥락 없이 아무 데다 쓰면 안 된다고 말한다. 딱 들어맞는다. 작가 패트리샤 박이 공유하는 이해와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오빠 마이클은 그가 다니는 업계 상위를 달리는 증권회사다. 그 안에서 그는 어떤 취급을 받는지 마치 대기업 다닌다고 대단하고 추켜세워주지만 정작 당사자는 힘들어하는 것처럼, 마이클은 회사의 경우를 빗대어 알레한드라에게 그냥 넘어가라고 한다. 이미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했기에. 용감하게 교장에게 문제제기하고 강사를 쫓아내던 나를 다른 수업으로 옮겨주든 하라고 그 순간 대학에 필요한 성적은 어떻게 되겠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알레한드라를 설득하는 마이클, 


이것이 뉴커머들의 이야기다. 존 조너선에게는 배제하는 언어를 쓰지 말라고, ”그건 좀 게이 같아“ ”남자답게 굴어“ ”너 계집애냐“, ”불법 이민자“ ”게토“등 미묘하게 차별의 뉘앙스를 담은 언어도 있다. 미묘하다. “너 어디 출신이냐“,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문턱을 낮추고 싶지는 않다“ 포용적인 언어를 쓰라고, 미국 사회에서 주변화된 사람들이 불리기 원하는 대로 인정하고 지칭하며 그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표현들이, 마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현혹할 필요도 없을 만큼 말이다. 


“누가 말하는지가 중요” 이 대목은 “왜 이 언어를 쓰는지, 역사적 배경,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장애 차별, 트랜스 혐오, 동성애 혐오 등 다양한 형태의 억압이 여전히 만연하며 주변화된(혹은 대상화된)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그 억압이 느껴지는 가운데 주변화된 이들이 되찾으려 하는 억압적 용어가 그들을 억압하는 시스템에서 계속해서 이득을 얻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될 경우, 해당 언어의 애초 목적인 폭력이 또다시 더해지고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 내가 이 용어를 사용하면 누구에게 이로운지, 또 누구에게 해로운지 등을 말이다. 생각하면서 말을 하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결국 꿈많은 여고생 알레한드라의 성장이야기다. 주변부 사람으로 소수인종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미 밑바닥을 친 자존감을 이제 겨우 한 단계씩 회복하고 있지만, 그 과정의 순간마다 가면을 써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거기에 맞춰가기 위해 표정을 감춰야 했으니….


패트리샤 박이 이 소설에서 자신을 투사했던 알레한드라를 통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주변의 기대에 떠밀려서 정작 하고 싶은 것을 아쉬워하면서 포기하는 건 아닌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알렉한드라의 김의 솔직한 고백은 패트리샤 박의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넌 한국인 아니라는데, 미국인들은 미국인이 아니라고 앞에 뭐가 붙은 미국인... 이민자의 정체성 혼란 속에서 일어난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가면증후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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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 삶의 무기가 되는 멘탈, 심리의 열쇠
김원우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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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을 강하게, 누군가에게 내 삶을 내어주지 않는 법


잠시 7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일제로부터 해방됐다고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던 사람들, 미군은 한국 땅에 점령자로 온 것인가, 아니면 해방자로 온 것인가 하는 논쟁이. 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내 삶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내 인생과 삶을 통째로 누군가에게 내어주고 누군가에 의해 움직인다면, 나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나르시시스트에게 휘둘리고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는 당신은 행복하게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삶의 의미와 내게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따라 주도적인 자기 삶을 사는 것이 건강한 보통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게 몹시 어렵다. “위대한 보통사람들의시대”가 엄청난 말인 것처럼, 


강한 정신력, 심신 일체


정신력,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정신을 집중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마음이 어둡고 산란할 때는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하고 딱딱할 때엔 놓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두운 마음을 고칠지라도 흔들리는 마음이 다시 병들기 쉽다. 이른바 하나가 되기를 해야 한다. 


지은이는 멘탈(정신력)과 자존감을 통해 비관적인 삶에서 해방되자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은 4장 체재이며, 1장에서 4장에 걸쳐 누구나 “멘탈종결자”가 되는 시크릿을 다룬다. 1장에는 긍정심리학을 비롯하여, 자존감, 회복탄력성, 삶의 의미, 의식하기 등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식하는 삶을 통해 강한 멘탈을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자 열쇳말인 “해방자”, 이는 곧 나 자신을 말한다. 나를 구하는 것은 나라는 의미다. 2장에서는 선택과 목표, 행복, 방어기제, 완벽주의, 불확실함, 내면의 비판자 등을 싣고 있는데, “내면의 비판자”는 또 다른 표현의 해방자다. 3장에서는 스트레스, 불공평, 시선, 습관, 잠재의식 등, 강한 멘탈을 가지려면 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를, 4장. 알아차림, 변화, 배려, 역지사지 등이 역할과 기능을 설명한다. 여기에 실린 모든 심리학적 노력과 접근이 바로 주눅이 들어 있고 한없이 무기력해진 당신과 나를 자유롭게 해줄 “해방자”인 것이다.


내 정신 차리기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자존, 자기 존중), 이른바 관계, 나를 지키는 바운더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흔들림 없는 자신을 지키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이른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역지사지, 강하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도 포함된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챙겨야(알아차림), 변화를 거부하면 꼰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는 말이다. 


불공평함을 느껴야 멘탈이 강해진다 


공평함이 없다는 것을 알면 정신력이 강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돼, 장벽이 너무 높아, 내 능력에 한계야, 진짜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위대한 인물로 손꼽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한계 극복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심리가 바탕이 됐다. 어떻게 하면 강한 멘탈을 얻거나 유지할 수 있을까, 자, 비행기나 헬리콥터, 자동차 등 엔진으로 움직이는 이동 수단의 예를 보자. 최근 LCC 저가항공사의 기체 고장 등으로 승객들이 고통을 겪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하는데, 문제는 긴장감이다. 비행기건 헬리콥터 건 하늘을 날면서 엔진도 프로펠러도 피로가 누적된다. 헬리콥터는 한 번 운항하고 나면, 흔들림 때문에 나사가 헐거워지거나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매번 습관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바로 사고로 이어지듯, 


사람 또한 늘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이른바 정비다. 정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긴장도가 낮아졌다는 것이고, 나 자신과 주변을 살펴볼 겨를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밖으로 드러나거나 진짜 원인에서 유래되어 파생적으로 일어난 문제만 해결하는 국소 처방만으로는 잠재적 발생 가능성을 그냥 두고 가는 것이기에, 진짜 원인(眞原)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원인 외부 환경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데서 발생한 것이라면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 실린 27가지의 마음가짐을 얻는 열쇠, 즉, “심리”를 깊숙이 들여다보자. 이 책이 심리 열쇠다. 문을 열고 지은이의 경험을 녹여낸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있다. 마치 지하철 타기 안내도처럼. 27가지 심리열쇠로 해방된 나를 위한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를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하자. 자기혐오도 자기에게만 관대한 것과 자기중심이란 말에서 벗어나는 데서 출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책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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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 놀라운 일상의 공식
구라모토 다카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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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법


이 책은 수학 포기자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턱이 낮다. 아주 낮은지는 모르겠지만, 미적분의 개념과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에 읽다 보면 어느덧 이해가 됐다고 생각할 만큼, 뭐 현실적으로 그런 단계로 갑작스러운 비상, 비약은 어렵지만, 적어도 어렵지 않네 뭐. 라는 수학에 관한 자신감이 붙는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란 말이 들어맞는 대목이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건,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각도에 따라, 미적분의 눈으로 본다면 같은 사물과 현상을 설명하는 내용도 수준도, 나아가 해석의 관점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구라모토 다카후미는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아주 실용적으로 미적분을 활용하는데, 독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미적분의 개념과 쓸모 등을 소개한다. 수포자도 일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미적분을 쓰고 있다. 단지 수험 수학, 협의 개념의 수학, 시험 보기 위한 수학에 질려버렸을 뿐이다. 





이 책은 7장으로 구성됐고, 1~4장까지 읽는 과정에서 개념을, 1~2장은 미적분으로 생기는 관점과 미적분이 무엇인지를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한다. 여기서 갑자기 수식이 등장하면 관성적으로 수포자들은 책을 덮어버릴지도 몰라서다. 3장에서는 왜 수식을 사용할까, 4장 수학의 세계의 미적분을, 5~6장에서는 미적분의 이해와 미분방정식으로 미래 예측하기를, 그리고 7장은 또 다른 미적분 이야기로 이공학도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미적분적 사고법


미적분의 구조를 이해하면, 어떤 사고가 형성되는가, 이른바 미적분적 사고법은 무엇인가, 미분은 변화에, 적분은 합에 주목한다. 단순한 합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게 되면, 변화과정을 볼 수 있어, 합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자동차는 거의 전자기기가 들어있다. 내비게이션이 어떤 원리로 지금 내 차가 주행 중인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하며, 속도를 측정하고, 적정한 거리 간격을 유지, 차선이탈방지 등에 미적분이 활용된다. 


어떤 현상이 나타나거나 기능을 접할 때 그 원리를 모르면 늘 신비롭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나면 또 다른 시각이 생기니…. 적분이란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넓이를 구하는 엄청난 곱셈이고, 미분은 기울기를 구하는 엄청난 나눗셈이다. 우리가 아는 사칙연산,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고, 이를 살짝 비틀거나 응용하면 바로 헤매는데, 바로 원리를 몰라서이다. 





왜 수식이 필요할까?


데이터만 들여다본다고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에서, 복잡한 문제도 입, 출력 데이터만 있으면 수식을 만들 수 있지만, 오차도 크고, 이 식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책에 실려있는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즉, 통계를 내는 방법과는 반대로 우두머리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수식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듣는 시뮬레이션(실제 조건을 재현하는 장치)은 미분방정식이 활용되어 미래예측을 한다. 


자동차의 안전 설계나 자율주행만 아니라 화학반응, 날씨, 사회현상, 경제 분야까지 시뮬레이터의 역할은 폭이 넓어지고 있다. 미분방정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기술의 발전은 연비가 좋고, 강력한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나 가볍고 튼튼한 건축 소재를 만드는 것처럼 가치가 있다. 




미적분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미적분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미적분의 세계의 문이 열린다. 미적분을 알면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것들에서 다양한 정보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기에 꽤 명석하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이나 일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 외에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돈, 수익률, 고객 수, 고객 단가, 지속률, 평균 시간 회전율, 가동률, 불량률 등, 숫자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게 된다. 좋든 싫든 미분과 적분을 하면서 지내는 셈이다. 


의식적으로 개념과 원리, 수식 등을 공부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게 달라지기에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기에 말이다. 어두운 길을 더듬더듬해서 가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가로등처럼, 눈 앞이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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