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스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2
이진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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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크고 작은 게 어디 있어? 아픈 건 똑같아

 

이 책은 방향 없는 폭력 앞에 무방비로 놓인 청소년, 청소녀들, 이진, 주원규, 김의경, 김설아, 정명섭 등 다섯 작가의 시선으로 전하는 위태로운 학교 이야기이다. 재미나는 주제로 이야기를 엮었다. 학교 내 폭력, 집단따돌림, 학교는 지옥이다. 그러나 그 원인은 학교 내에만 있지 않고, 개개인의 청소년, 청소녀들의 인성과 품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는 승자독식의 사회다.

 

약자에 대한 배려의 도덕, 윤리적 가치를 말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배경과 권력이 청소년, 청소녀와의 배경이 아닌 그 자체로 변환된다. 학교 교육에 대한 신랄한 비판보다는 왜 이들은 이런 행동을 할까 하는 개개인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이 책은 이런 것들이 결코 피해자가 못나서, 가해자가 잔악해서 도가 아니라 왜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됐나 하는 우리 사회의 자기 성찰을 촉구한다….

 

책 속 여행을 하는 동안, 나의 기억은 학창시절도 되돌아갔다. 교복 시대, 배꼽 바지, 바지 밑단 말아 올리기(00 합섬이라는 상표가 보이도록, 그래서 나는 너희와는 달라, 라는 드러내기), 교복 윗단추 하나 풀어 제치고 다니는 전형적인 그룹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들을 불량써클애들이라 불렀다.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착실한 친구가 화장실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시골에서 유학 온 같은 반 아이들 자취방으로 몰려다니며, 빌붙어 지내고, 오전 2교시 휴식 시간, 체육 시간에 반 맨 앞줄에 앉은 체구가 작은 친구들의 도시락을 멋대로 까먹고 하던 모습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는 일진이라는 이름으로…. 요새는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언론매체를 통해서 전해지는 청소년, 청소녀들의 상상할 수 없는 행동들, 친구를 데려다 모델에 가둬놓고 물고문하고, 지적 장애인을 데려다 일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결국에는 때려죽이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첫 이야기, 이진 작가의 “옥상 아래 그 언니” 10여 년 전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옥상에서 투신?, 그 영혼은 유령이 돼 옥상 창고 안을 떠돌고 있는 듯, 주인공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그 이유가 뭘까? 트위터에 올린 글이 화근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따돌리는 애들을 피해 얼떨결에 옥상까지 올라와 창고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서 한참 선배인 그 언니(유령)를 만난다. 지금이 2000년이라 생각하는 언니, 2021년으로 타임슬립했나? 언니와 주인공인 나 모두 지금까지 유령 취급을 받았다. 서로를 알아주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이가 됐다.

 

너만은 너를 지켜. 그 애들이 끊임없이 네 존재를 지워 버리려 들어도 너는 너를 포기하지마. 누군가 네말을 들어줄 때가 올 거야. 그때까지만 기다려. 너를 놓지 말고

(중략)

세상에 나를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곁에 있어 주고 내말을 들어 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내가 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 너를 통해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어.” (40)

 

 

 

 

집단따돌림은 왜 일어나는 걸까?, 지은이는 따돌림당하는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가장 큰 감정은 외로움이라 했다. 가해자 자신도 외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먼저 나서서 남을 괴롭힌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짖어대는 개는 실은 두려움이 큰 것처럼, 학교의 일진들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당하지 않으려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주원규 작가의 “매우 도덕적인 캠프”는 블랙 코미디다. 학교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한 아이들, 이들이 모인 곳이 매우 도덕적인 캠프다. 1주일 만에 멘탈이 갑이 된다. 부모 손에 끌려 캠프에 들어온 아이들, 교관들이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이 기대하거나 그럴 거라고 짐작했던 해병대의 강인한 체력 훈련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훌쩍 6일이 지났고, 출소를 앞둔 날 밤에 강당으로 모이게 한 그것밖에 없다. 그들 앞에 놓인 A4용지, 거기에 자신들이 당한 이야기를 쓰게 했다. 매우 도덕적인 캠프는, 이들에게 뭘 가르쳐주겠다는 것인가?,

 

 

먼저 너희가 실드치고 난리블루스를 쳐 줘야 학교에선 학폭위도 열리고, 가진 거 뭣도 없는 애들은 쫄아 붙으면서 학교생활이 편해진단 말이야. 선생들도 관심 놓지 말고 너희를 제대로 경호할 수 있도록 정신 무장시키고, 알겠어? (78)

 

 

앞으로 너희가 돈 벌 곳은 이 땅이니까 그렇지 그래야 서민코스프레하며 대충 어울리는 척하며 계속 살아 낼 수 있는 거잖아. 네 엄마한테 물어봐라. 내 말이 맞나 틀리나.

 

매우 도덕적인 캠프는 이런 곳이다.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학교를 손에 넣는 거지, 선생들을 고용하는 거야. 보디가드로….

 

꽤 재밌다. 작가는 보이는 폭력에서 피하고 보기 위해 청소년 전체가 겪는 더 깊은 폭력, 서로를 감시하고 자신을 탓하고 타인과 어른이 정해 놓은 규칙에 맞추려고 애쓰는 행동이 자존감을 더 심하게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세 번째 이야기는 김의경의 ‘나비’다. 정신지체아 ‘나비’를 꼬드겨, 성 착취의 도구로 내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을 놀이 비용을 쓰는 청소녀들, 점점 수위가 높이진 이들, 마침내 나비는 임신하고, 이런 사실이 나비 가족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들은 나비를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 나비 배를 때려 하혈하게 만든다. 평범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악마가 돼가는지, 개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말은 아니다. 지은이 말처럼 폭력이 무서운 이유는 어느 순간 둔감해지고 익숙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나비를 학대했던 청소녀들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다. 길을 잃고 헤맨 것은 모두다.

 

 

네 번째 이야기는 김설아의 ‘뱀희’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흡혈하고, 영화 모이처럼 뱀이 등장한다. 다문화가정 출신 범희, 마리아 고등학교 일진 전교 1등의 재우와 이사장 딸인 인나, 이 둘을 학교에서는 재나라 한다. 재나는 누구든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 학교 선생도 어쩌지 못한다. 재나는 범희, 아니 뱀희를 건드렸다. 재우는 담뱃불로 범희의 다리와 얼굴을 지진다.

 

결국, 재나는 뱀희에게 죽는다. 마치,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권선징악의 흔적은 마지막에 나타난다. 재나에게 범희가 곤욕을 치르던 장면을 목격했던, 유진, 1년 뒤 학교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담장 위에 올라선 순간, 뱀희가 나타나, 유진의 손을 잡아 담장 안으로 끌어당겨 내렸다. 나, 뱀희야 기억나지? 라는 엔딩, 너 죽어서는 안 돼, 살아야 해라는 메시지일까?

 

 

다섯째 이야기는 정명성의 ‘즐거운 나의 학교’다. 주인공 안상태, 다른 학교에서 교실에 폭탄을 옮겼을 뿐인데 범인으로 몰렸다 자칭 탐정 준혁아저씨 도움으로 진범이 밝혀졌지만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따돌림과 손가락을 피해 이 학교로 전학한다. 빵빵한 부모를 배경으로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일진그룹을 조정하던 제1인자 대니 최가 피습을 당해, 혼수상태다.

 

누가 그랬을까, 누구? 습격한 이를 찾는 과정에서 2인자는 안상태에게 범인을 찾아오라고 협박한다. 이 사건은 그 누구도 아니다. 단지 그 골목길에 대니 최가 서 있던 위쪽 집에서 떨어진 벽돌이 범인이었다. 대니 최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아들이 공격을 당했는데 학교가 범인 찾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그런데 기사 댓글에 대니 최한테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들의 증언이 터져나온다. 한 둘이 아니라서 난리다. 청원도 한 것 같은데...

 

이렇게 5개의 단편소설을 봤다. 학폭, 청소년 청소녀의 상상 초월 범죄행각, 음습한 일진의 괴롭힘, 정녕 학교는 즐거운 곳이 아닌가, 마이너스 스쿨이라 적도 음습한 학교라고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들이 향하는 곳은 학폭과 학교 내 집단따돌림에 대한 사회고발도 아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진정 학교는 뭘 가르쳐야 하는 걸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 무겁고 음습한 학교를 밝고 즐거운 학교로 만들 수는 없는 걸까를 묻고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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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성유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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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지은이 성유미 선생은 정신분석가다. 3년 전에 내놓은 그의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는 “관계”를 들여다봤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인간관계가 참 어렵네 어려워, 나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그 친구는 단지 나를 그저 그런 사람으로 본 모양이야.” “내가 어떻게 해줬는데, 그 보답이 이거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보통사람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가 있다. 전혀 없다면 성인 수준의 평정심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상처 또한 사람마다 그 느끼는 정도와 깊이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이란 부제를 달고 지은이가 그간 임상현장에서 만난 환자(조금 표현이 그렇지만 우선은 이렇게 쓴다)들의 사례를 정리하여 쉽게 쓴 글이다. 그렇지만, 책 내용은 아주 가볍지만 않다. 감정노동자, 전업주부, 퇴직 후에 몰려오는 자아상실감, 공허감, 대인에 불신과 공포, 자신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증상에 대해 다룬다. 직장 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말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감정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의 ‘감정 터부’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우리 사회의 외상은 상처다. 치료하면 낫는다. 그러나, 정신 혹은 마음의 문제는 달리 본다. 정신건강과에 다녀 왔다고 하면, 우선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직장에서는 대인 관계의 문제, 리더십 등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중요한 판단을 하는 자리에는 배치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실제 다른 이유를 들어 차별한다. 이는 기업의 처지에서 보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정신과 마음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 데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순간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탓할 수는 없지 않나, 가정에서는 어떠한가, 우울, 조울, 심란해서 정신과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고 왔다면, 대체로 환자 취급을 한다. 안정 운운하면서 배려하려는 행동들이 당사자에게는 또 다른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위에 적은 내용은 우리가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위의 내용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나를 중심으로 보자,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내가 심신 모두 건강한 상태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꼼꼼하게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안전배려의무다(업무몰입, 과도한 업무량, 스트레스, 소진 등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그렇지 못하여 내가 심신에 이상이 생긴다면 산업재해보상과는 별도로 채무불이행이 된다.) 내가 뭔지 모를 불안을 느끼고, 집에서도 평정심을 잃은 징후(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겠지만)를 보이면 가족들이 불안에 하며, 뭔가 배려 혹은 무시 등의 대응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두가 정신건강에서 비롯된 오해들이 아닐까 싶다.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정신과 정신건강과라는 표현보다는 “멘탈헬스”라는 외래어를 주로 쓴다. 받아들이는 어감이 다른 모양이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 책이 바로 아니라는 표현을 왜 해야 하는지, 아니라는 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명시적, 암묵적으로 모두 금지하고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가벼운 사람, 신중하지 못하고 자기 관리가 안 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평가의 근거로 삼는다. 참으로 무서운 곳이다.

 

이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4부로 구성됐고, 감정에 대한 이해와 속성, 감정 마주하기, 행복한 삶을 위한 감정 다루기를 각각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부별로 읽어도 좋고, 보고 싶은 곳만을 봐도 된다. 부분이되 전체라는 구도여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읽어도 좋다.

 

1부에서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하고 또 책을 통해 알고 있는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라고 한다. 지은이는 감정적인 사람에겐 정작 자기감정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감정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태라는 말이다. 심리학책을 한 수레를 읽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에 대한 처방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과유불급 상태요. 돼지 발에 진주다. 또, 지은이는 감정 난독증이 만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기감정을 무시하면 아무리 성공해도 공허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부는 엄마 배속에서부터 평생 함께하는 파트너가 “감정”이다. 좋고, 싫고, 기쁘고, 슬프고 하는 오감 말이다. 감정과 느낌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담고 있다.

 

3부는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읽을 수 있는가 하는 “감정”의 속성 등 감정이란 것에 대해 톺아보기를 통해 감정 마주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4부는 재미있는 삶, 행복한 인생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내 마음 읽기는 행복이며, 관심 끌기와 관계 맺기 방법을 싣고 있다.

 

실린 내용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2부 감정 공부하기 002 “모성이란 무엇일까?” , 3부 감정 공부하기 008 “감정 표현의 생생한 언어들”을 살펴보련다.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의 부제를 보고 어른 이야기에 왜 아이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른이 돼서 감정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엄마 뱃속에서 이미 감정은 생겨난다. 프로이트를 들먹일 필요는 없겠지만, 아이가 태어나 구순기, 항문기 등을 과정에서 감정을 느낀다. 어렸을 때의 좋지 않은 기억은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감정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모성과 함께 어떻게 보면 성장하는 것이다.

 

모성이란 무엇일까?

 

 

 

 

지은이의 정의에 따르면 모성이란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모성을 느끼지 못하면 공허한 채로 생을 마감한다. 모성은 무엇인가? 모성에 관한 정의는 아주 많다. 그만큼 모성에 대한 갈망이 크다, 전 우주적이라 할 수 있겠다. 페미니스트 아드리안 리치도 모성과 모성 경험을 논하고 있을 정도로 모성에 관한 접근과 그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나를 알아주는 엄마가 아니라 모성을 키워야 한다. 내가 나를 돌보는 것이다. 돌봄에서 핵심은 물리적인 것에 있지 않으며, “진짜 모성적 돌봄은 온전히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것이고 내 감정을 무조건 존중하고 수용한다는 뜻이다.”(66쪽) 즉 내 감정은 누가 뭐라 해도 “내 꺼야”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이해를 통해 지금의 외로움과 갈망, 허함을 풀 수 있는 열쇠인 진정한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다.

 

감정 표현의 생생한 언어들

아이들의 감정 표현은 풍부하게, 어른이 돼도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화가 난/ 심술이 난/ 불안한/ 미친/ 흥분한/ 우울한/ 쾌활한/두려운 등의 감정 단어들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에 익히는 것들이다. 이런 단어를 써서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도 하고, 질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마음이 판판해졌다고 하는 말은, 마음이 울퉁불퉁했다가 편평해졌다는 뜻이다. 또, 신체 감각으로 표현하는 감정 “쫄깃쫄깃하다” 아주 재밌을 때 쓰는 표현이다. 심장이 쫄깃쫄깃하다는 성인의 표현과도 연결되는데 스릴감, 흥분, 재미를 뜻한다. 아이가 신나게 뛰어놀면서 “심장이 뛰는 느낌이에요.”라는 표현을 했다면 이 역시 살아있음을, 생동감을,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몸을 제어하는 법을 익히고 자신감과 도전하는 마음, 용기를 키워 갈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 상태를 적어보라. 감정을 마주해보라

 

가시가 돋친/ 끈끈한/ 쫀쫀한/ 구겨진/ 출렁거리는/ 안개 낀 느낌/ 시원한/ 미끄러운/ 단단한/ 딱딱한/ 푹신한/ 찢기는/ 부드러운/ 마음이 좁아진/ 등 그 밖에 아는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자신의 현재 감정을 적어보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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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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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던진 말들이 비수가 되어, 칼날이 되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원래 그렇다는 모호함, 이 책은 우리에게 말의 엄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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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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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미국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돌아와 대학원을 다니며, 직장도 몇 차례 옮겨 다녔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며, 글도 쓴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쓰기 교실을 열어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왜 이 책을 썼을까, 그저 우리가 무심코 듣고 넘기는 그런 말들에 민감성?, 어렴풋이 이해될 듯하다. 나 역시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 돌아와, 왜 이리 문법에 맞지 않는 말들을 할까?, ~요체로 바뀌었네, 사실 듣고 말하기가 다소 버거운 적도 있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어를 쓰는 것처럼, 딱딱하다던가, 외국어 발음이 섞여 있기도 하다는 말들을 한동안 들었다.

 

 

자,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 책은 사회언어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언어와 사회적 요소를 각도를 달리해서 즉, 뒤집어 보기를 하기도 하고 톺아보기, 꺼내 보기 등,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어 아주 흥미롭다. 아마도 MZ세대가 아닌가 싶다. 이른바 “꼰대”라 불리는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이 보인다. 꼰대 세대들은 언어사용이 이중적이다(입 밖으로 내는 말과 본래 하고 싶은 말을 에둘러서 표현하는 고맥락), MZ세대들은 자기 생각을 바로 내뱉는 저맥락(말 속에 담겨있는 이중적 의미가 없다. 직설적이라 할까), 어쨌든 이 책에 실린 꼭지들, 내가 의문시했던 내용이 있어 반갑기도 했다.

 

지은이도 사회 초년생 시절,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위한 정형 구문을 익히면서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문제의식, 왜 우리는 날마다 쓰는 말들에 대해 무감각, 고정관념, 당연시에 대한 의문, 신조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에 대한 해석들이 꽤 흥미롭다. 이런 사고방식이 마음이 튼튼해지는 글쓰기 교실까지 열게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48개의 말을 5장으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먼저 1장은 생각할수록 참 눈치 없는 말 군에 담긴 11개의 말 중 나도 그랬어, 고집이 세다, 여유를 가져, 자리를 잡다, “원래 그렇다.” 가식적이다, 2장, 알고 보면 참 눈치 없는 말 군 안에 실린 11개 말 가운데 특이하다. 비싸다. 그냥, 3장 힘 빠지게 만드는 참 눈치 없는 말 군 9개 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사람 불편하게 한다. 등의 말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에 긍정 수준을 너머 적극 동의한다.

 

원래 그랬다 는 말은 경계해야 한다.

 

1장에서 눈에 띄는 말 “원래 그렇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반문한다. 원래라는 근거는 언제부터 이런 언행이 관습, 당연시됐지, 원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오랫동안 사회구성원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운데서 말이란 게 시민권을 얻는 거지, 아무 데나 “원래 그렇다”라는 모호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은이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원래 그렇다’라는 생각은….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삶의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주 건강하지 못한 의식이다. 자신이 만약 삶의 안정성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고, 주어진 환경 자체의 변화를 꾀하기보다 주어진 환경 속 요소를 잘 조합하여 행복을 추구하기로 했다면 그냥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가면 된다. 굳이 다른 사람한테 가타부타 ‘원래 그렇다’라고 하는 힘 빠지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중략) 원래 그렇다는 말 만큼 듣기 피곤한 말도 없으니까 말이다. (61쪽)


특이하다는 말은 나와 너의 구별이다.

 

누군가로부터 “특이하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 내가 그렇게 특이한가, 나는 보통인 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은이는 특이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끔 내뱉고 싶었던 말은 ‘제가 특이한 게 아니라 당신의 견문이 좁은 것은 아닐까요? 였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특이함’은 어찌 보면 그저 자신이 익숙하게 여기는 것들 이외의 ‘낯섦’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낯선 것을 봤을 때 자기 나름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특이하다는 말로 단정 지어 버리지 말고, 자기 세계를 확장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73쪽)

 

 

이런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이유는 무의식, 언어의 민감성 결여에서 비롯된다. 언어는 사회문화의 반영이다. 나는 옳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토를 달고, 이의를 제기해, 나야 나 식의 사고방식의 언어적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말들을 톺아보고, 사회적 맥락을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한다. 언어선택의 적절성과 우리 사회의 다양성,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사고법은 다양성과 혐오, 차별, 조금 더 나아가면 인권침해의 위험에 이를 것이다.

48개의 말, 많은지 적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듣는 이에게는 칼날이 되는 말도 들어있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희망을 주기도 하고, 절망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말”은 자신의 인격과 품성을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하다는 점. 새삼 말의 엄중함을 느낀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생각을 담은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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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쓸모 -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원재훈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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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 시인의 글쓰기시의 쓸모-

 

시는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이 책은 작가가 글을 쓰면서 이슬방울처럼 떨어진 그의 마음을 담은 책이다어찌 보면 작가의 창작 진액이다시를소설을 쓰면서 아껴두었던 말들을 가슴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모양이다이글의 형식은 뭘까시이기도 하고 산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소설 같기도 하다아마도 시어로 표현하기에는 그의 마음속 표현을 다 담아내기 어려웠던 걸까?

 

 

작가는 1988년 세계문학에 시 공룡시대’, 2012년 여름 작가 세계에 중편소설 망치로 등단했다시인이자 소설가다시인은 글을 압축절제된 시어로 표현해야 하고소설가는 이른바 로 풀어내는 어찌 보면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은데그는 이 책을 통해서 융합’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를 시도한 걸까?

 

이 책은 쉬이 읽히는 책은 분명 아니다켜켜이 쌓고 꾹꾹 눌러 담은 정성스러운 선물꾸러미처럼 매듭 하나하나 푸는 게 꽤 힘들다글 하나하나를 따로 엮어내지 이렇게 책으로 엮었담 이란 푸념이 나올 정도로 진중하다여기에 실린 4장 29개의 글한 세대를 훌쩍 넘은 창작활동 속에 쌓인 연륜과 공력이 남김없이 쏟아부은 듯깊은 울림으로 때로는 경쾌함으로 또 때로는 묵직함으로 전해져 온다공간마다 헤세의 그림이 들어있다시와 그림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인 듯 말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 마음 아프다마음을 찾는다한 번 보고 싶다고 말한다.


  수도승의 말처럼 그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이가 없다고들 하지만그래도……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저렇게 찾아다니다 보니 가끔은 보이지 않던 마음을 손에 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때론 그것이 시가 되기도 했습니다그때 그 마음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그는 이 책에 마음을 쏟아붓고에필로그에 이렇게 말한다. "시는 마음"이라고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 세상의 모든 노을을 위하여, 40년 전 작가의 사촌 여동생은 오빠 시가 뭐야시는 어떻게 쓰는 거야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나도 잘 몰라시는 신 같은 거야라는 그때의 아쉬움을 덜어버리는 작업이 이 책이라 했다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지만그 대답을 적은 것이라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 책그저 아 글이 이렇게 치밀하고도 아름답기조차글들이 살아서 그림처럼 내 앞에 나타나고노래처럼 귓가에 맴도는구나 하는 경이로운 느낌 그 자체다.

 

29 이야기 중 2 꼭지를우선 19번째 시의 마음에서

 

작가는 말하고 또 적는다.

세상은 내 마음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커다란 유리구슬입니다옥파비오 파스의 시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다양성입니다다양한 안목으로 다가서면 세상은 무한대로 펼쳐집니다유리구슬에 빛이 통과하면서 생기는 프리즘처럼 삶의 다양성을 즐기시길 바랍니다맹목적 행위나 믿음처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그것이 종교나 정치적으로 연결되면 폭력적인 아수라장이 됩니다맹목은 더럽고 위험한 것입니다주의하십시오그것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150)

 

 

마치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다산초당, 2017)의 한 대목을 읽는 듯하다다양성이란 똘레랑스다너와 나의 다름은 인정하면 된다성장배경과 문화가 다르면 사고방식과 가치관도 달라질 수 있다그것이 국외든 국내이든 말이다맹목적인 믿음과 행위가 그 무엇과 연결되면 집단광기로 돌변한다는 작가의 지적도 곱씹어야 할 말이다.

 

28. 용서하는 마음을 본다.


작가는 용서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선물이라 적고 있다조건 없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입으로 용서를 말하면몸과 마음은 그렇지 않은 수많은 일을 봐왔다김수민이 쓴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에이의취향, 2021)에서는 진정한 사과를 말한다몸과 마음을 다해왜 일이 그리됐고어떤 조처를 했고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의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실수를 하고 살지요죄를 짓기도 합니다사소한 일에서 범죄에 가까운 일 또는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지요그런데 문제는 내 잘못보다는 타인의 잘못이 먼저 각인된다는 겁니다내가 잘못한 일은 용서받으려고 하지만타인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용서보다는 복수를 생각합니다사람의 속성이 이러하니까 타인을 용서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21)

 
 

내 탓이요가 정답은 아닐지 모르지만내 탓으로 일이 그리된 건 아닌지수오지심(내 허물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나무라라)을 생각해 볼 일이다.

 

작가는 최근에 얼어붙은 임진강을 보면서이런 문장을 적었다.

얼어붙은 강물,

 

떨어져 비수처럼 꽂히는

날카로운 겨울 햇살

저 차갑고 단단한 침묵 밑에는

얼어붙을 수 없는 그대의 마음이 흐른다.

얼음낚시“ 중에서

책 (224쪽)

 

 

그는 용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보통 일상적인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했다그런 다음 용서하기 힘든 문제는 종교적 차원으로 접근한다마치 위대한 사람의 전유물처럼사법제도와 그리스 신화를 들어서 용서의 의미와 이해하고자 했다왜 용서란 어려운 거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누스바움의 분노와 용서를 소개한다.

작가는 용서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에서도 그의 경륜과 깊은 고민의 흔적들이 보인다.

우리 마음의 일용할 양식은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참으로 오랜만에 묵직하고도 경쾌함을 갖춘 양서를 접해 기쁘고 즐겁다.

이 책은 문학을 꿈꾸는 이우리 사회를 어떻게 봐야 옳게 보는 것인지 고민하는 이를 비롯하여 산문을 쓰고자 하는 이논술 공부를 하려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이 책을 곁에 두고 하루에 한 꼭지씩만 읽어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서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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