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 9개 테마로 읽는 인류 문명의 역사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9개 테마로 읽는 인류문명의 역사 -



시대구분이 없는 역사교과서, 여성사, 종교사, 문화사, 물질사 등 주제로 엮어 설명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 다원화와 다문화 시대와 관련된 여러 주제 중 신화, 종교와 정치, 전쟁과 역사, 이슬람 세계, 일본의 정체성, 여성사, 실패한 이상주의자들 그리고 대도시 이렇게 해서 9가지를 살펴본다. 물론 주제별로 각각의 장에 담았다. 신화는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어도,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종교와 정치 여기서는 그리스, 불교와 아소카, 기독교와 콘스탄티누스(국교화), 종교개혁, 과학이라는 신과 근대정치를 본다. 조금 특징적인 것은 이슬람과 일본 그리고 여성을 보는 게 흥미롭다. 씨줄과 날줄로 엮인 게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했기에 장별 상관성은 없다. 하지만, 주제별로 무게가 다르다. 다들 무거운 것들이어서 어느 것이 더 무거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일까 싶다.



주제선정의 흥미로움



왜 이런 주제들을 선정했을까, 목차를 훑어보면서, 상관관계, 즉 현대 사회와의 접점을 생각해봤다. 주제와 그 내용, 작은 에피소드들은 흥미롭다. 내 취향에 맞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힐러리는 왜 대통령이 되지 못했겠냐는 대목에 눈길이 갔다. 여전히 마녀사냥이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그런가, 하지만, 영국에서는 대처, 철의 여인이 집권하지 않았던가, 아하, 수상이기에 그게 가능했을 수도, 힐러리의 승리 기운과 실패의 현실 간의 괴리를 지은이는 여성의 정치적 진출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296쪽). 글쎄다. 오히려, 미국 사회가 여성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줄 준비가 됐다 안됐다는 논의 보다는 여전히 미국 사회의 성차별, 마녀론=남들보다 튀는 여성들은 절대 가만두지 마라. 상원의원, 장관은 좋다. 하지만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는 이름을 건국의 아버지와 어머니로는 바꿀 수 없지 않겠는가 하는 남성주의와 가부장 체제가 강고함을 확인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탈코운동 브래지어를 벗어던지자라는 대목을 여성사 안에 담은 것도 좋은시도다. 최근 경단녀들 목소리, 마녀 등,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탈코운동이 아닌 탈남성중심주의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책으로 여행, 역시 신화가 압권이다.



신화는 현실로 스타워즈 등 서양의 스토리 콘텐츠가 대부분 그리스 신화와 성경에서 왔다면 여러분은 믿을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절반은 그렇다고 답을 할 것이다.


중국의 여와 씨의 이야기, 진실로 고대 사회에서 여장군이 가능했을까? 또 실제로 전투를 지휘했을까?, 전투도 전투 나름이고, 여자, 지금의 여성과는 다른 지위, 일족의 장 역할을 맡지 않았을까 싶다. 언제부터 남자 중심의 세계가 됐을까? 하는 것도 재미있는 물음이겠다.


특히 눈길이 간 곳은 티베트 신화, 관음보살이 티베트인을 낳았다는 대목이다. 히말라야 북쪽에 있는 고원지대로 인구수가 적은 이곳에서 관음보살이 원숭이로 변해 바위의 정령과 결합, 거기서 아이를 여섯 낳았으니 그 자손들이 티베트인이라는 것인데, 그런 연유 때문인지 달라이라마라는 특별한 종교지도자가 있다. 중국의 점령으로 그 영향력 아래 있는 이곳은 불교의 4개 교파가 있고 주요 종파는 관음보살의 현신인 달라이라마로 그의 추종 세력과 1959년 국외로 나와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미타불의 현신이 판첸라마를 받드는 세력이 있다. 현재 이들은 중국과 타협을 하면서 티베트에서 종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아무튼 티베트는 서양에 각별한 곳이다. 라마교의 내세론은 기독교철학과 어울린다. 윤회론이 아닌가? 아무튼, 현실이 아닌 내세 다른 생에 대한 관념이 있다는 점이다.


원숭이로 변한 관음보살, 이 보살은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불교의 보살. 산스크리트로 아발로키테슈바라(Avalokite?vara)이며, 중국에서 뜻으로 옮겨 광세음(光世音)·관세음(觀世音)·관자재(觀自在)·관세자재(觀世自在)·관세음자재(觀世音自在)등으로 불린다. 그럼, 손오공 이야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관점에서 상상해보자. 삼장법사와 손오공 이야기는 실은 불교의 마음공부인 계율(저팔계), 선정(사오정), 지혜(손오공)를 3학이라고 한다. 삼장법사(신심)의 덕과 법사가 타고 다니는 말(정진)을 합쳐 5가지의 힘, 오력이라 한다.



책으로의 여행 선동의 정치



이 책을 읽을 때, 지은이가 들어가면서, 정치와 역사를 논하는 대목에서 선동 정치를 언급했다.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지만, 군중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전면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지만, 느리게 천천히 하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질풍노도처럼 거세게 밀려온다. 세상 온갖 것을 다 뒤집어 엎어버릴 만큼,


선동 정치의 역사에서 선동이 왜 민중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지라는 의문에 단순 명쾌하게 답하는 건 사실 어렵다. 특히,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서 의도적으로 조작, 확산 유출하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군중에 영향을 미치는가?

중국대륙 역사적 변환기마다 등장하는 종교, 징크스인가? 황건적의 난을 평정하면서 정립된 삼국시대, 태평천국의 난, 그리고 현재 22년째 중국공산당에게 억압받아온 파룬궁, G2의 중국 파룬궁으로 혼란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절대권력도 없는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본다.

태양왕 루리 16세와 결혼한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소시오패스라는 것,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왕비, 글쎄다. 그 역학 구조를 단순화 한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여기서는 “거짓 선동의 양면성”에 방점을 찍어두자.


군중심리(구스타브 르 봉,W미디어, 2008)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군중행동(에버릿 딘 마틴, 까만양, 2012) 역시 이런 맥락이다. 군중이란 무엇인가?, 귀스타브 르 봉은 책에서 어느 권력자보다도 큰 위력을 지닌 '군중'이라는 존재와 그들을 선동하는 수단과 기술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다. 그는 모든 사회적 격변의 주체가 되었던 군중이야말로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군중과 권력(엘리아 카네티, 바다, 2010)에서는 군중의 다양한 형태 분석과 역학을 규명, 이를 바탕으로 이런 군중이 어떻게 권력에 길들고 복종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군중은 천태만상이 극장이나 경기장의 정체된 군중, 종교적 군중으로 대표되는 느린 군중 등 다양하다. 심지어 죽은 자, 악마, 천사와 같은 보이지 않는 군중, 미래의 후손이나 정자로까지 끝없이 확대된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또 거꾸로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나치 영화<올림피아>(1938), <의지의 승리>(1934) 은 각각 베를린 올림픽과 뉘른베르크 나치 전당대회를 촬영, 편집한 것으로 전체주의 영상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선전장관 괴벨스의 말이 생각난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 이 말이 지금도 한국 정치판에서 그대로 통용되고 있어, 참으로 탁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도를 자주 접했으면 한다. 상대적이든, 절대적이든 말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