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 고용 없는 경제성장시대에 '집'이란 무엇인가?
경신원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8월
평점 :
우리 시대의 생존과 욕망, 집의 연대기
이 책은 75세 임대사업자가 된 엄마의 이야기,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큰딸 이야기, 세대 간에 걸친 사는 곳과 사는 그것에 관한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다소 철학적인 물음, 지은이가 묻고 스스로(수다쟁이) 답하는 대화, 아파트와 강남에 대한 약간 진지한 수다가 실려있다.
이 책의 문제 제기는 집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 집을 통해 거주의 가치와 자산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려는 꿈을 너무도 일찍부터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집 없는 젊은 세대의 이중 고통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라는 진지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지은이는 10여 년간의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주거는 ‘사는 곳’으로 편안하게 쉬는 장소로서 가치만을 생각하다, 귀국하고, 결혼해서도 사는 곳으로 생각했던 집이, 한국에서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뼈아프게, 친정엄마, 나름대로 집으로 재테크를 해 온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 집은 사는 곳이지만, 사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을…. 그때 엄마의 말을 듣고 아파트를 샀더라면, 아니 샀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큰딸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주거 사회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집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라는 지은이와 또 다른 나의 대화 내용은 이 시대의 집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엄마 이야기는 1970년대 이른바 복부인, 빨간 바지 부대(사회의 유력인사들 부인네들, 전두환 부인 이순자 등)가 휩쓸고 다니던 집, 재테크의 역사를 강북, 강남, 과천, 대치동으로,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집에 관한 생각, 고용 없는 경제성장 시대에 ‘집’이란 무엇인가,
똘똘한 집 한 채만 있으면 노후보장 가능?, 개미처럼 일해서 수십 년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현실, 왜 집은 꼭 사야만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나 역시도 오랜 외국 생활로 한국만의 특수성을 전혀 몰랐다. 2년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나가야 하고, 집세 올려달라는 집주인, 아무튼 뭔가 불편하고, 불안하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내 집” 내 집 한다는 걸….
프랑스의 사회주택,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과 불평등의 해답을 프랑스의 예에서 찾는 최만아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효형출판, 2020)은 한국 사회를 향한 낯뜨거운 성찰을 유도한다. 우리의 도시와 주택, 부동산 제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과연 우리는 주거 권리를 우선시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왔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사회주택, 영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주택 재고의 30%를 차지할 정도였으나, 처음에는 중간층, 저소득층 혹은 무소득 층이 함께 사는 주거공간이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간층이 빠져나가고, 저소득층, 무소득 층만 남게 됐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낙인(스티그마)효과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검토된 것이 사회주택으로 전환이다.
사회주택은 공공과 민간임대의 중간 형태로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뿐만 아니라 지역 거주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도 공공과 민간임대가 혼합된 형태의 쇼셜믹스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또한, 수입액에 따른 공공임대주택(전형적인 저소득, 무소득 층)과 구분돼 수입과 관계없이 입주 가능한 중산층형 및 고령자용 등이 존재한다), 결국 이들 국가 공공주택정책은 저소득층의 사회적 고립, 경제적 고립을 막기 위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투자로서 주택, 뭘 의미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지은이가 지적하듯, 생활공간 외에 재산적 가치가 있지만, 재산적 가치에 중심을 투면, 낡은 주택의 가치가 왜 상승하는가, 즉,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서 말이다. 지금 서울 강남,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집을 사는 건 이제 당연한 일, 똘똘한 집 한 채 그게 아무 데나 있어서는 안 된다. 있어야 할 곳이 강남이다. 분당, 과천, 신도시, 그래도 역시 강남이다. 왜냐고, 교육은 물로 문화, 의료의 크러스트는 어딘가? 바로 강남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건 지리적 유리성이고, 왜 주택에 투자하는 건가?, 열심히 몇십 년을 일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사회에서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면, 꽤 이윤이 좋으므로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제아무리 좋은 주택이라도 감가상각이 된다는 점, 재산적 가치보다는 주거공간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30년 융자(이른바 주택담보 대출)를 받아 매월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취향에 따라 새 주택,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 다닐 것인가, 양자 간에는 비용 차이는 별로 없다. 핵심은 30년 융자를 끼고 산 집은 시간이 가면 주택거래가는 건축 연도에 따른 감가상각이 돼 중고주택으로서 거래된다. 즉, 살 때 2억 원이었다면 대략 내구연수(재건축 시기) 40년을 잡더라도 10년이 지나면 단순계산으로 ?25% 그럼 얼마일까(물론 실제 거래가는 ?35~40%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5천만 원이 깎여, 1억5천만 원 실제로는 그 이하에 매매되는 것이다. 그리고 융자금의 원리금 상환금액(거의 이자가 붙지 않는다고 봐도 될 정도로 최저리다)이나, 새 주택을 임차하는 월세 비용(전세개념은 없다. 보증금도 월세의 3~6개월분 정도다)이 그리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주택 소유가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 책에서는 왜 뼈 빠지게 일해 열심히 모아도 집을 살 수 없을까, 일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집만 잘 사고팔아도 놀고먹을 수 있는데, 열심히 일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까, 중고주택이 돈을 벌어다 주는 투자수단이라니….
지은이는 강남 불패론을 수긍한다. 이게 현실이니까,
왜 강남인가?, 학구, 교통, 의료, 쇼핑 등 교육과 문화콘텐츠가 골고루 갖춰진 곳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3%가 사는 강남이 왜 부러움의 대상인가,
대한민국의 천박한 자본주의 현상과 모습이 바로 강남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3장에 실려있다. 지은이의 생각은 뭔가, 이미 위에서 밝혔지만, 강남이란 허구에서 벗어나, 노동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가 합리화되면 횡재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삶에서 필요한 실력과 운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성취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일할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고,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공평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물신숭배의 끝판?, 사람의 가치는 그가 사는 집과 동네?,
아파트란 어떤 의미인가?
똘똘한 집 한채가 아니다. 단절과 분산의 상징, 효과다. 담 하나 너머 누가 사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몇인지 공유되는 공동체는 해체되고 새로운 아파트공동체(?),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아파트 공간은 이미 격리와 폐쇄의 상징이다. 집단 공동주택이기는 하지만, 큰 건물 덩어리에 모여 살고 있다. 닭장 같기도 하다. 여기에 문화가 존재하는가?, 문 하나사이로 전혀 다른 세계, 나와 너를 구분 짓고, 위층 아래층 살지만, 왕래보다는 갈등이, 결국에는 층간소음으로 서로를 죽이는 이런 주거환경과 문화를 정상적인 삶이라 할 수 있는가?,
아파트는 말 그대로 편리의 극단을 추구, 아니 그렇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수도권의 일극화, 극단적 집중, 주택문제는 단순히 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투자, 투기, 재산증식의 수단이기에 문제가 된다.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부른다. 전국 방방곡곡 중소도시에 주거형태의 70%에 이르는 아파트….이제 주거문화와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