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에는 더이상 무엇인가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단지 접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물리적 시장이 사이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리적 시장은 방문해서 물건은 구입하지만 사이버 시장은 접속해서 서비스를 체험하는 것이다.
물리적 시장에서의 판매자와 구매자의 만남은 일회적이고 단골이 아닌 이상 흔적이 거의 남지 않지만 사이버 시장으로의 접속은 흔적이 남는다.
접속 일시와 구매상품 등등. 더구나 접속을 위해서는 공급자가 내건 조건에 맞는 개인 정보를 반드시 제공하여야 한다.
메일로, 핸드폰 메시지로 또는 우편으로 끊임없이 각종 상품에 대한 정보가 날아든다.
핸드폰은 정기적으로 특정 은행이나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인터넷서점 메인화면에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내가 최근 구매한 분야 책들을 소개한다.
나는 기업들에 완전 노출되어 있다.
요즘 '밴드'가 유행이다.
나도 몇개의 밴드에 가입 중이고, 그 중 몇개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2개의 직장 모임과 1개의 취미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 중이고 참여 계획 중인 종교단체 모임도 1개 있다.
요즘 세상은 끼리끼리 모여야 사는 세상이다.
모이지 않으면 도태된다.
특히 사이버상 모임은 접속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
물론 오프라인 모임도 초대받지 못하면 참여할 수 없다.
접속하지 못하는 자는 정보도 문화도 공유할 수 없고 정보화의 시대에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접속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는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조직사회의 생존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주위 모두가 어딘가 접속하기 위해서, 접속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한 그런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리즘이 강조되는 현 시대에 눈에 보이는 제국은 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제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막강한 대기업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제국들이다.
그들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와 삶을 지배한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는 혹은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모든 것을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이 상품이다.
문어발씩 기업을 운영하는 대기업의 기저귀와 분유를 먹고 자라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임종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상조회를 통해 안식을 맞는다.
지난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였다. 우리는 아무런 의문 없이 화이트데이니까 여자친구가 나에게 당연히 사탕을 사줘줄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화이트데이에 왜 건강에 좋지 않다고 평소 사먹지 않던 사탕을 평소의 몇 배의 돈을 지불하고 사야 하는가?
결국 세상은 이윤추구를 위한 상업적 욕망에 변질되었다.
교육, 정치, 인간관계, 문화 등등 모든 요소에 상업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광고, 스마트폰, 게임 등등 하루종일 접하게 되는 순간순간 스쳐가는 아니면 깊숙히 참여하게 되는 모든 것들의 이면에는 돈이 함께 한다. 하루도 몇번씩 돈을 위해 접속을 하고 결제를 한다. 모든 관계가 상업적인 목적이 내재하고 있다.
사이버상 누군가와 끊임 없이 잡담을 나눈다. 네크워크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공허하다. 남는 것이 없다. 진실한 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진실한 관계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을 접촉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산을 알기 위해서는 사이버상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진정 그 산을 알려면 그 산에 가서 그 산에 올라가봐야 한다.
쇠고기는 사이버상 사진으로 알수 있지만 진정한 쇠고기는 먹어봐야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쇠고기를 사이버상으로만 보려고 한다. 쇠고기를 먹어보지 않고 쇠고기를 안다고 한다.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있었다. 우리의 삶이 사이버로 이동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대세이다.
1993년 실버스타 스텔론과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영화 '데몰리션맨'이 개봉하였다.
내용 중에 여주인공 산드라 블록이 과거에서 미래로 온 스텔론에게 '섹스'를 하자고 제의한다.
... 그런데 미래는 신체적 접촉이 법으로 금지된 상태, 따라서 그 섹스라는 것이 '사이버상 섹스' 였고 피부가 접촉했던 과거에서 온 스텔론에게 이것은 '진정한 섹스'가 아니었다.
영화 말미에 스텔론은 키스를 시작으로 '진정한 섹스'를 산드라 블록에게 가르치기 시작한다.
균형이 필요한 시대이다. 물질적인 공간인가 사이버상의 공간인가가 양자 택일이 아니라 양자 균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