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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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조를 처음 본 건 '소규모아카시아밴드' 공연에서였다. 10년도 더 전 계명대학교 근처 작은 라이브 클럽이었던 것 같다.(대부분의 기억이 그렇듯 정확한 해와 공연장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당시 대중음악의 미래는 인디신에 달려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 박준흠의 글에 격하게 공감하며 같은 사명감 하나로 많은 인디 음악을 들을 때였고, 그 중 소규모아카시아밴드(민홍, 송은지)는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들 중 하나였다.

 

 흡사 지문과도 같은 민홍의 기타 톤과 리듬은 눅눅한 반지하의 자취방에서 새우깡에 소주 한 잔 하며 듣는 친구들의 고민 같았고, 한 때 사랑했던 너무나 친숙하지만 지금은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옛 연인 같은 송은지의 목소리를 참 좋아했다. 그러던 중 대구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별 망설임 없이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요조를 처음 봤다. 쟤는 누구지 하고 호기심 반 우려 반인 마음으로 공연을 보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작은 소녀의 목소리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음악과 썩 잘 어울렸다. 그렇게 즐거운 라이브를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 멤버들이 옆 테이블에 앉아 맥주로 목을 축이며 담소를 나누는 걸 보았다. 그러면서 담배를 한 대씩 피우는데 우와 너무 멋있는 거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유치하고 멍청한 생각인데 당시엔 그랬다. 요조와 다른 멤버들이 주위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담배를 시원하게 피우는데 아, 왠지 뭐랄까? 예술가다운 고뇌가 느껴진달까? ㅋㅋㅋㅋ

 

 그래서 요조의 앨범을 샀다. 1집은 전곡을 민홍이 만들었는데 역시나 그의 기타는 좋았고 요조의 음색은 나쁘지 않았다. 당시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기 시작한 홍대여신이라는 타이틀이 없더라도 충분히 매력 있었다. 후에 앨범을 몇 장 더 샀고 잘 듣다가 삶의 중력에 눌려 한참을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요조가 책을 썼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아무튼, 떡볶이>를 포함해 몇 권을 읽었다. 그리고 뒤에 책방을 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또 어느 순간엔 장강명 작가와 팟캐스트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참 재주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글은 솔직해서 좋다. 이만교 작가가 늘 강조하듯 실질적 정직의 자세로 일상을 꾹꾹 눌러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가령 본인은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라든지,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을 보고 공포를 느낀다든지,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주변 인물을 OO 씨라고 부른다든지 말이다. 가끔 에세이에서 보이는 감정 과잉이 없는 것도 좋다. 앞으로 또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책을 내고 무슨 재미있는 일을 벌일까 기대된다.

 


요조 1집 중 <낮잠>






소규모아카시아밴드 1집 중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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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0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조 좋아해요.과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느낌. 노래도 그렇고, 이야기 할 때도 그렇고....괜찮더라고요 ^^
저기...이비에스...방송이름이 머였지? 기억이 안나네요. 한국에 있을 때 방청하러 몇번 간적 있는데, 아~좋은 시절 ㅋㅋ

noomy 2021-06-06 18:15   좋아요 0 | URL
EBS 스페이스 공감 말씀하시는 거죠? 우와 정말 재미있었겠어요~

han22598 2021-06-07 23:52   좋아요 0 | URL
맞아요!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 소극장의 공연 느낌...좋았어요. 방청 경쟁률이 높지 않았는지, 몇번 당첨되서 갔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