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괴산 숲속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책방이 나타납니다.
책방 좀 다녔다는 시인과 소설가, 그림책작가, 화가도 한 번 다녀오면 잊지 못하고 마음에 꿈처럼 간직하는, 책 좋아하는 사람의 판타지 같은 공간.
'숲속작은책방'
그곳에 없어서는 안 될 '나비'가 우리를 인도하였습니다.
아주 작은 아기들이 손에 쥐고 보는 그림책부터 책 읽기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은 신기한 책, 세상에 없는 책을 찾아 헤매는 덕후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책까지 숲속작은책방이 정성껏 골라 놓은 명품서가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냐옹. - page 18
숲속 책방지기의 책과 함께한 20년 이야기 속엔 숲속에서 만난 책벗들과 그의 삶을 바꾼 인생 책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때론 웃음 짓게 해 주었고 때론 슬픔을 위로할 수 있었던 이곳.
책방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백창화 북 칼럼니스트 괴산 숲속의 작은책방'
오래된 우편엽서를 손에 쥐고 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르지만 괴산 좁은 시골에서 책방 하나 못 찾겠나 싶어 음성에서 괴산까지 첫새벽에 출발하는 차를 타고 오셨던 어르신.
당시 <농민신문>에 '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이라는 책 소개 칼럼에서 소개한 글을 보고 책을 사러 오셨지만...
아아, 이때 나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어 버리고 싶었다. 왜 책방에 이 책이 없는 거냐고, 왜!
작은 책방은 '당신이 찾는 바로 그 책만 없는 곳'이라지만 이건 최악이 아닌가. 음성에서부터 첫차를 타고 와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없으니 터미널에서 택시까지 타고 수소문 끝에, 심지어 다시 그 택시를 타고 나가기 위해 바깥에는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마당인데 찾는 그 책이 책방엔 지금 없다. - page 31 ~ 32
음성에서 괴산까지 먼 길을, 또 괴산 터미널에서 책방까지 왕복 택시비 2만 원을 넘게 쓰면서 책을 찾아 읽고자 하셨던 어르신의 열정.
너무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그 이면의 씁쓸함이란...
농촌 지역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이 원하는 책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런 도농 간, 세대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군 단위, 면 단위 농촌 지역에 서점 설립을 권장하고 그나마 우리처럼 문을 열고 있는 서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정책 지원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 등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점 지원책이나 조례 제정 등의 활동이 이곳 괴산 오지에까지 이르는 데는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다. - page 34
그리고 저에게 와닿았던 이야기.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책을 골라 주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집을 사서 책장 가득히 채워보지만 아이는 관심 밖이고 그럼에도 꾸준히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를 사주며 나름의 위안을 삼고 있었던 저에게...
어른들은 어린이책에서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다른 걸 좀 더 원한다. 그래서 주위의 평에 많이 기댄다. 전문가 평에 기대고, 옆집 엄마의 추천에 기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기댄다. 그러다보니 출간된 지 십수 년이 지난 그림책이 여전히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경향이 높다. 어린이책을 공부하거나 추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독서모임이 많이 생기면서 점차 다양한 선택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개성이나 취향에 따른 선택보다는 대다수의 추천과 검증이 더 중요한 시장이다.
독서란 시대를 읽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시대 그림의 흐름과 취향과 어린이들의 정서를 반영한 새로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 그런데 옛 책이 있으면 나의 향수와 추억에 기대어 자꾸 그 책들을 추천하게 된다. 서가가 2000년대, 2010년대, 내가 그림책을 처음 만나고 감동했던 그 시절에 자꾸만 머물러 있으려 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 책들을 서가에 두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많이 팔린 이 책들은, 그러니 도서관에 가서 꼭 찾아 읽어 보시라 권하고 지금 새로 나오는 책들을 응원해 달라 이야기한다. 새 출판사에서 발굴하는 새로운 흐름의 책, 새 작가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이야기, 과거보다는 미래가 보이는 이런 책을 읽으며 작가도 독자도 함께 성장하는 그림책 세상을 꿈꾼다. - page 216 ~ 217
한 사람의 꿈이 다른 누군가의 꿈으로, 나의 삶이 어느 낯선 타인의 삶으로, 이렇게 돌고 돌아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책방 이야기.
<심야 이동도서관>의 저자가 맺음말에서 던진 질문으로부터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생각에도 잠겨봅니다.
도서관은 사후 세계이고, 한 사람이 읽은 모든 글이 보관된 낡은 캠핑카는 천국이다. 이 천국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몇 시간씩, 몇 주씩, 평생토록 책을 읽으며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후의 완연한 햇살 아래 아늑한 의자에 앉아 아끼는 책을 영원히 읽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권예리 옮김, <심야 이동도서관>, 이숲
그래서 책으로 가득한 이 집에서 지금 나는 행복한가. 나의 책 읽는 오늘은 그 어떤 날들보다 더 좋았던 날로 기록될 수 있을까. 천 일 동안 천 권의 책 이름을 부를 수 있었던 나는 이제 살아남았음에 축복의 잔을 들어야 하는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책은 다른 누군가의 천 권이 될 수 있을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비와 공주, 책방 고양이 두 마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심야 산책을 하며 이 천 권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게 외우고 또 외워 본다. - page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