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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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기적을 본 적이, 아니 읽은 적이 있습니다.

폐허의 땅에 끊임없이 나무를 심은 한 노인이 만들어낸 기적이 그려진 『나무를 심은 사람』.

40여 년 동안 나무를 심은 결과 황폐했던 땅이 아름다운 거대한 숲으로 뒤덮이며 메말랐던 땅에 물이 다시 흐르고 새들이 돌라와 지저귀며 사람들도 하나둘 찾아오며 다시 살아 숨 쉬는 땅이 되었던 이 소설.

최근 들어 또 한 번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번에 읽게 된 이 책도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나무에 대한 사랑 하나로 40년 이상 나무를 연구해온 과학자 '마거릿 D. 로우먼'.

그녀가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롭고 복잡한 대륙, 숲우듬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지구 건강이 숲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숲우듬지는 산소를 생산하고, 담수를 여과하고, 햇빛을 당분으로 전환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며, 무엇보다 이곳에는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 도서관이 자리한다. 전기 배전망이나 정수장과 달리 지구 건강을 지키는 이 복잡한 삼림 기계를 유지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세금이나 자금이 소요되지 않는다. 다만 이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간의 파괴 행위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 page 16

앞으로 해결해야 하라 과제는 부족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곤충 창궐이나 도시 우듬지 같은 개념과 전체적인 맥락을 명확하게 인식해 생태계 보전에 책임 의식을 느끼도록 동기 부여하는 일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인간의 건강과 경제에 연결하는 일은 하나의 중요한 디딤돌이다. - page 309

세상에서 숲이 사라진다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야 했습니다.

한 사람이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숲은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며,

지구에 발 딛고 사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 도서관이 자리하는 곳이다

우리가 마시는 숨은 이곳에서 온다.

세상에서 숲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한 과학자가 숲 가장 높은 곳에서 이 질문에 답한다.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어린 시절부터 '자연'이 친구였고 '자연'을 좋아했던 아이.

자연에서 식물을 발견하고, 만지고, 냄새 맡고, 식별하는 등 오감을 발달시키며 만끽했던 즐거움은 그녀가 대학교에 다니고,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하고, 그녀와 같은 길을 걷는 소수의 여성에게 조언하는 과정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배운 2가지 소중한 교훈.

첫째는 '한 사람의 힘'이라는 교훈으로, 나는 대개 혼자서 자연을 관찰해 지역 야생화는 물론 새알에 관해서도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었으며, 그 시절 내디딘 걸음마가 현장 생물학 전문가가 되는 길로 이어졌다.

둘째는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가라'라는 교훈으로, 처음에 뒤뜰에서 자연을 배우고 나중에 지구 생태계로 시야를 넓힌 덕택에 나는 한층 더 유능한 현장 생물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 page 43

생물학, 생태학, 식물학을 전공하며 시행착오 끝에 숲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나무 가장 높은 지점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대로 향하게 됩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삼림학자는 나무의 95퍼센트를 그냥 지나쳤고, 누구도 나무 꼭대기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1978년 젊은 식물학자가 호주에 도착해 열대림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일하면서 쓴맛을 몇 차례 보고 난 뒤 숲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최초로 나무 상층부 숲우듬지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 식물학자가 바로 '마거릿 D. 로우먼'이었습니다.

나무 꼭대기 탐사가 시작된 지 몇 년이 지나자, 지구 생물 중 절반은 이전에 과학자들이 추정한 것처럼 지표면이 아니라 우리 머리 위 최소 30미터 높은 지점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나무 수관 상층부에 서식하는 생물종 대부분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6만 종이 넘는 나무 곳곳에서 거의 모든 생물은 독특한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점이 지난 60여 년 동안 아마존 우림의 황폐화는 변곡점을 지나 급격히 진행되었으며 화재와 가뭄, 도로 건설과 개간으로 전 세계의 파편화된 숲이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구가 지속되기 위해선 반드시 숲이 건강해야 함을, 나무 꼭대기가 사라지기 전 나무에 대한 관심과 나아가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함을 저자는 나무탐험가로 40년 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무엇보다 '여성'이기에 남성 중심인 과학계에서 소수자로서 겪은 폭력과 차별이 안타까웠습니다.

나는 평등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여성이었지만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퇴근을 허락받기 두려웠고, 교수 회의에서 커피를 타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감히 거절하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빨래하고, 저녁 차리고, 아들 숙제를 돕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믿었지만 많은 남성 동료는 죄책감 없이 늦게까지 일하고, 술집에서 동창들과 어울려 인맥을 쌓고, 승진을 목적으로 골프를 쳤다. 나와 여성 동료들이 현장 생물학 분야를 선도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예상에서 벗어나는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유리 천장에 부딪혀 멍 들었고, 그래서 나는 멍이 든다는 걸 예상하고 더욱 부당한 일도 참게 되었다. 동료들이 상기시켜주었듯 '멍'이라는 말은 너무 순화한 단어이며 실제로는 '베일 상처'였다. 과학계 여성들이 결국 '유리 우듬지'를 산산조각 낸 결과는 혁신적이었지만 우리는 그 개진 유리 조각에 베여 피를 흘렸고 여성은 그런 고통을 가볍게 여기도록 훈련받았다.- page 225 ~ 226

그럼에도 나무 우듬지가 회복력이 강했듯이 그녀 역시도 꿋꿋이 살아남았고 어느새 나무처럼 우뚝 선 그녀의 모습은 여성 과학자라는 숲을 만들었고 지금의 여성 과학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연의 위대함을, 그리고 그 소중함을.

알면 이젠 실천을 해야 할 때였습니다.

나부터!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 아닌 '내 일'이라 불러야했습니다.

p.s. 이 책을 읽고 나니 호프 자런의 『랩 걸』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왠지 연장선에 있는 것 같기에 책 읽기를 이어가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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