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의 음식에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었던 '한식'에 대한 오류에서 시작하여 우리의 한식의 탄생과 본질, 맛,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까지를 이야기하면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리 '한식'의 우수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한식 인문학』, 권대영 작가, 헬스레터 출판, 2019)
그래서 한식에 대해 관심이 더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은 우리의 '음식' 중에서도 '꽃음식'을 이야기한다기에 더없이 관심이 갔습니다.
사실 꽃음식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이 진달래꽃으로 장식하는 '진달래화전'과 꽃차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우리의 꽃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지.
그 맛은 어떨지.
과연 무슨 꽃으로 '음식'을 탄생시킬지.
요리하는 조선 사대부
풍석 서유구
《조선셰프 서유구》시리즈 중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5
『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사실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우리의 산야에서 그리고 텃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 이렇게나 훌륭한 꽃음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꽃음식의 역사가 이리도 깊을 줄이야......
하지만 이 책에서 전하는 안타까움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인들이 꽃음식으로 계절의 흥취를 즐기고 덤으로 꽃의 효능을 얻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극성스럽고 작위적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꽃은 방송 매체에 나온 의료인들이 몸에 좋은 꽃으로 추천한 꽃이다. 꽃이 갑자기 신묘한 명약이나 노화방지 등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되어 꽃은 마구 꺾여진다. - page 5
자연과 더불어, 꽃과 더불어 즐기던 음식 문화가 단순히 '건강'을 위한 문화로의 해석은......
우리의 다양한 음식을 축소시키는 것이라 더없이 안타까웠습니다.
책 속에서는 20가지의 꽃이 등장하였습니다.
익히 음식으로도 활용되는 진달래꽃과 유채꽃, 치자꽃, 연꽃, 국화꽃을 비롯하여 저에게는 생소했던 부들(포황), 원추리꽃, 미나리꽃, 상추꽃 등 다양한 꽃들로 이루어진 음식은 그야말로 눈으로 한 번 즐기게 되고 코로 한 번 맡게 되며 비로소 입으로 오감을 만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곳곳에 터를 가리지 않고 자라는 '소나무'.
이 소나무의 꽃가루 '송화'.
송홧가루는 색상부터 범상치 않지만 귀한 식재로서도 가치가 있어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재료였습니다.

이 송홧가루로 만든 음식이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었습니다.
송홧가루만 있으면 누구나 송화다식을 만들 수 있다. 서유구 선생도 송홧가루를 얻는 데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생각에 선생과 공감대가 형성되낟. 음식문화야말로 세월을 건너뛰어 옛사람과 지금의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라는 생각이 든다. - page 91
음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그렇기에 우리의 '음식'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신기했던 꽃이 있었습니다.
'상추꽃'
상추는 너무나 잘 알고 많이 먹어보았지만 '상추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동안 우리는 상추꽃을 보지 못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있었습니다.
상추꽃은 '부룻동', '불동'이라고도 하는 상추 줄기를 포함하므로 부룻동과 상추꽃을 구태여 구분할 필요는 없다. 연노랑 저고리에 진녹색 치마를 입은 듯한 앙증맞은 상추꽃은 친숙한 상추에 비해서 너무도 낯설다. - page 249
특히나 상추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김장작물을 심기 위해 상추를 뽑아야해서 상추꽃을 볼 틈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음식도 '상추꽃대'를 이용해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특히나 '불뚝김치'.
이 맛이 그동안 먹어본 김치의 맛을 잊게 할 만큼 특별하고 훌륭하다고 하는데 꼭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꽃을 음식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더 엿보였던 것 같습니다.
마냥 화려할 것만 같았던 음식이 알고보면 너무나도 친숙한, 우리의 식탁에 빠질 수 없었던 김치와도 같은 형태였고, 밥과 어우러져 비빔밥이나 주먹밥으로도 나타났었습니다.
그래서 이 음식들이 우리의 조상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도 하였습니다.
꽃음식에 담긴 작은 것의 아름다움, 생명의 소중함, 선인들의 지혜와 낭만이 담겨있기에 보다 이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져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