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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간만에 책 제목이 이~~렇게 긴 건 처음봤습니다.
하지만 더 눈길이 갔던 것은
바로바로~!!!!
만 권의 기억
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우와~!'
감탄을 하면서 무심코 잡았던 이 책은 가볍게 읽혔지만 긴 여운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솔직히 책 제목만으로도 저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지인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한다면?"
이보다 더 어려운 질문은 없을 듯 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그래도 주변 지인들보다는 한 두권 더 읽는 저라도 선뜻 누군가에게 책을 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본문을 마주하기 전.
과연 어떤 책을 추천해줄지가 궁금하였습니다.
'소설'이라기엔 너무 개인적인것 같았고 '에세이'라기엔 조금은 두리뭉실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은 <일본 에세이>에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
하면서 읽었습니다.
역시나 이야기의 첫 문장은 이러했습니다.
2013년 1월의 어느 밤.
요코하마 변두리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홀로 새벽 2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책을 읽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장 갈아입을 옷과 소지품만 챙겨서 집을 나온 지 일주일 째 되는 밤이다. - page 8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기 싫었던 그녀는 남편과 둘이 살던 아파트를 나오게 됩니다.
휴일에도 남편과 보내던 그녀.
'좁은 인생......' - page 10
[X]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삼십 분 동안 대화를 나눠본다'는 콘셉트로 이루어진 만남 사이트를 알게 됩니다.
그렇게 그녀도 직감하게 됩니다.
'정말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만날 수 있는 걸까?' - page 12
그리곤 순간 떠오른 생각.
"특이하 책방의 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만 권이 넘는 막대한 기억 데이터 안에서 지금 당신에게 딱 맞는 책을 한 권 추천해드립니다." - page 13
이로써 그녀만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별의별 사람들이 접근하였습니다.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사람.
방법도 가지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만남의 횟수도 증가하게 되고, 좋은 사람들이 하나 둘 그녀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치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것 마냥 그렇게 그녀의 주변이 변하는 모습에, 그녀가 변하는 모습에 어느 순간 응원을 하게 되고 공감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누군가에게 책을 권한다는 점이 저에겐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습니다.
나에게 좋지만 그에게 그 감정이 아니면 어떨지 고민에 고민 끝에 결정도 못하고마는 경우가 허다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에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 권'의 데이터에서 어울리는 '책'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이 책 속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을 위해서 진지하게 책을 소개해주고 있는데!'같이 불합리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하자. 책은 나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면 그걸로 족하다. 딱히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에게 수행의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 감사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 page 153 ~ 154
결국 책을 선택하는 것 마저 '나'로인한 행위이기에 다른 이에게 강요할 필요도, 불평할 필요도 없음을 명심해야할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하는 바는 이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돕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타인에게 관여할 수 없다.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빨리 기운을 찾으시길 바라요"라거나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면 스스로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잘 모르는 사람과 마음을 교환할 수 있다. 책에 관한 상담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녀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일도 없다. 슬픔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녀의 등을 조용히 밀어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책이라는 존재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서점 일도. - page 248 ~249
이 에세이를 통해서도 '내'가 '책'을 읽어야할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척이나 개인적이었지만, 다른 책들에 대한 추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상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건네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나의 주제로 서로 토론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이의 고민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책'을 '같이' 찾아봄으로써. 그리고 그 책을 통해 서로가 깊어질 인연의 끈을 상상해보면 '책'이라는 매체는 우리 곁에 머물게 함이 옳다고 생각들었습니다,
조만간 지인들의 생일이 몰려오게 되는데......
아직도 선물을 결정하지 못한 저에게 넌지시 건네는 질문.
"당신의 기억 속에서 어떤 책을 추천할가?"
참으로 그 해답을 찾긴 어렵지만 그래도 주인공처럼 차근차근, 용기내어 발을 내밀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