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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할 지도
김성주 사진.글 / 카멜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어쩌면'......
내 선택의 기로에서 스스로에게 되물을 때 쓰는 말, 어쩌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이, 그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더 이 말을 자주 사용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__할 지도』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각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나에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문득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떠올랐습니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이 책에서도 그렇게, 사는 이유를 찾아 소풍 중인 것은 아닌지......
<여행은 꿈이 될 수 있고, 꿈은 여행이 될 수 있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인생을 바꾸는 것은 큰 성공이나 변화가 아닌, 쉽고 작은 성취라는 말을 믿는다. 하지만 그 계기가 꼭 여행이 될 필요는 없다.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다가, 가죽 바느질을 하던 중 혹은 근사한 이성을 마주보다가도 인생은 바뀔 수 있다. 요즘 나는 나무 샌딩 작업을 할 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는 선배와 새로운 요리 레시피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 친구, 바쁜 생업에도 매달 밴드 공연을 이어 가며 꿈에 다가가는 후배에게 익숙한 문장으로 말하는 나를 발견한다.
"꿈을 이야기하는 당신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요." - page 53 ~ 54
마치 큰 성공이나 변화가 있어야 그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 했다는 착각.
오히려 소소하지만 작은 성취, 행복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을 바꾼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그 미숙함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에서의 이야기는 인상깊었습니다.
'서툴지 않은 여행이 있을까? 있다면 그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여행은 그 안에 미숙함이나 서투름 같은 풋내 가득한 의미들을 품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삐뚤삐뚤 적힌 꿈을 안고 날아오른 천등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이미 그들이 품은 소망의 절반쯤 이뤄진 듯 행복에 차 있었던 것처럼. 여행을 삶으로 바꿔도 등식은 변함없이 성립할 것이다. 나는 엄마가 되는 것도, 아이들을 키우며 겪는 일도 모두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는 엄마의 말을 통해 그것을 확인했다.
인생에 익숙한 이는 아무도 없다. 능숙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생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진다. 그동안 인생의 여러 '처음;들 앞에서 미숙함과 서투름을 실패의 다른 이름으로 여기며 어리숙하게 보일까 두려워했던 내게 스판에서의 짧은 오후는 긴 위로로 남았다. 어떤 형태든 모든 삶은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 page 175
완벽하지 않기에, 서툴기에 그 의미가 아름답다는 것.
내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미숙함'이 답이었나 봅니다.
저자의 이야기는 도시에게 묻고 여행을 통해, 사람들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갔습니다.
여행을 하며 '행복'을 묻던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여느 날과 같이 야라 강변에서 야경을 즐기던 나는 디그레이브 스트리트에서 만난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을 며칠째 곱씹는 중이었다. 그녀는 네 개의 계절을 누릴 수 있는 하루가 행복의 원천이라는 자신의 대답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천혜의 날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과 기회를 뜻한다고 했다. 그것들이 자신을 살아 있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행복의 비결로 하나를 덧붙였다. 다름 아닌 자신이 행복하다는 확신이었다. 그녀는 내 질문에 답하며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와 비슷한 말이었을까? - page 305 ~ 306
그렇다면 저 역시도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행복합니다.
저에게도 다양한 날씨도 자연의 주는 선물들을 만날 수 있고 하루하루 살아감에 감사하기에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책 제목의 빈칸에 어떤 말을 적어야할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오늘 하루도 나는 아름다운 이 세상을 여행했을지도
그래서
어쩌면 나는 진정 행복한 사람일지도
하루하루 이 빈칸을 채워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오늘 하루는 __할 지도
이 빈칸에 행복한 일들로만 가득하길 바라며, 어쩌면으로 불확실했던 행복이 확실해지길 바라며 마무리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