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네치아와 시인들 - 사랑의 이야기
클라우스 틸레 도르만 지음, 정서웅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해상도시이자 물의 도시, 베니스.
베네치아는 아드리아 해 북쪽에 살고 있던 베네치아 선조들이 이민족들의 침범을 피해 석호였던 그 곳에 이주하여 건설한 도시이다. 운하란 선박을 통과시키기 위해 육지를 파서 만든 수로인데 베네치아는 섬과 섬 사이 간석지에 물이 흐르는 깊은 곳은 남기고 개펄에 말뚝을 빼곡히 박고 석재를 다져 넣고 지반을 다져 건설한 물 위에 바로 서있는 듯한 건축물로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은 베네치아가 되었다.
『베네치아와 시인들 사랑의 이야기』는 베네치아를 괴테, 바이런, 조르주 상드, 헤밍웨이 등 29명의 서양문학사 거장들이 베네치아에서 보냈던 행적을 기술한 이야기를 르포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텔레-도르만 저자는 ‘사랑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상드와 뮈세, 바이런,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여러 작가의 사랑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소개했다. 여행이 주는 설레임과 추억, 사랑이 어린 추억 깊은 곳이라 베네치아를 떠남에 아쉬워 했을까? 3개월간 머물다 떠난 에즈라 파운드의 시가 결별의 안타까움을 말해준다.
사랑하는 여인과 작별하는 느낌도
지금 너를 떠날 때와 같지 않으리라.
그렇다. 너의 운하들 모두가 외친다. 내 곁에 머물러라!
반짝거리는 웃음이 매혹적으로 피어오른다.
오, 내가 석 달 동안 사귀었던 동화의 나라
꿈의 베네치아여……!
이렇듯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게 만든 명소 중의 명소이다.
베네치아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오래된 물이끼 내음과 고요한 아름다움, 노을, 천천히 걸었던 산책로 등 두고두고 그리움의 시간을 가슴에 안고 살고자 한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아닌 베네치아를 관찰자 입장에서 그들의 섬세한 부분까지 주시하고 관찰했던 베네치아를 사랑했음이 역력히 드러났던 시인 괴테! 내가 추구하는 여행에 관한 생각과 행동이 비슷하고 따라하고픈 마음에 소개하고자 한다.
“새벽 세시에 나는 칼스바트를 몰래 빠져나왔다. 그러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나를 보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여기에서 지체할 수 없었다. 여행가방 하나와 오소리 가죽 배낭을 꾸려, 완전히 홀로 우편마차에 몸을 실었다…….”
막 서른일곱 살이 되었을 때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처음으로 베네치아로 갔다.
그는 희망했다. “석호들과 바다와 결혼한 여왕을 아름다운 대낮에 보기를.”
역시 시인의 표현은 남다르다.
귀족의 수여까지 받고 명예를 쌓고 지식을 갖춘 잘나가던 괴테는 왜 일행의 생일축하까지 멀리한 채 한밤중에 달음질쳐 베네치아로 왔을까?
“내가 그토록 한숨 지으며 그리워하던 고독을 이제야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군중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보다 더한 고독을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 베네치아에 나를 아는 사람이 하나쯤 있을지 모른다. 그와도 곧 맞닥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학문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갈증이 괴테를 베네치아로 밀어 넣어 버린 것이다.
괴테는 베네치아에 머물고 있던 짧은 기간 동안에도 용의주도하게 베네치아의 도시와 석호들을 정확한 영상을 그려냈다. 운하를 지나는 크고 작은 배들이 각각 무엇을 실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그것을 싣고 내리는지까지 정확하게 확인했고 여인들의 지나치는 모습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뛰어난 관찰력의 소유자였다.
‘……나는 거주지의 막다른 구석까지 찾아가 주민들의 행동, 삶의 방식, 관습과 본성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각 구역마다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이다. 시간을 두고 그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하고 들여다 볼 수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할까)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에 대해 쓴 괴테는 일기의 종결부에서 “나는 여기서 살고 싶지 않다.” “내가 바쁘게 보냈던 다른 어떤 곳에서도 그랬듯이.” 라고 기록한다. 그리고 베네치아를 떠나면서 “나는 그동안 많은 것을 얻었고, 풍성하고 진기하고 비할 데 없는 영상을 마음속에 계속 지닐 것이다”라고.
옛부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동서양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로 번영해 왔고 15세기 초에 약 2백 개의 인쇄소가 있었을 정도로 인쇄술이 번창했던 베네치아. 그러나 1000년간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공화국 체제를 지켜오며 번창한 ‘아드리아해의 여왕’이라 불리우며 해상왕국으로 화려한 영광을 누리던 베네치아는 18세기 말 나폴레옹에게 점령되고 이어 오스트리아의 통치를 받으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한다.
비록 “황금시대는 갔지만 아름다움은 아직 여기에 머물러 있다”는 바이런의 말처럼 베네치아의 아름다움과 그 신화적 아우라를 작가는 『베네치아와 시인들 사랑의 이야기』에서 6세기라는 장구한 세월을 29명의 작가와 함께 베네치아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