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 Prime -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
롤프 브레드니히 지음, 문은실 옮김, 이관용 그림 / 보누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PRIME』은 읽다보면 처음엔 읽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웃고 마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위트가 아닌 뭔가 지적이면서도 학구적인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위트가 아닌 것이.... 한 마디로 위트지만 지적으로 사람을 웃게 만든다.
처음엔 이제 내 나이가 우스개소리에 낄낄거리고 웃을 나이가 아니지...하는 웃기는 편협된 생각으로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대했는데 읽다보니 시사신문에 올려진 카툰그림처럼 세상의 비합리적인 것들을 비꼬는 듯한 조롱섞인 내용이긴 한데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은 공감가는 위트로 가벼이 넘길 책은 아니구나 라고 나름 판단하게 되었다.
어쩄든 330p에 걸쳐 기록된 짤막짤막한 내용은 페이지 페이지마다 당황스럽고 웃기기도 해 제목에서 은근히 기대했던 즐거움을 선사받아 가볍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넘기긴 또다른 철학이 어디에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이 책은 나를 쥐었다 폈다를 반복적으로 '약올렸던?'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이 책의 저자가 누군지 찾아보니 역시... 독일인.
가끔 독일의 문학이든가 인문계열서 등을 기회가 닿아 읽어보면 지루하게 전개되다가 갑자기 예기치 못한 곳에서 불쑥 당황스럽게 하는 무언가가 툭 튀어나와 한참을 반복적으로 생각해야 하든지 또는 자료를 찾아보든지... 아무튼 이것저것 생각을 골똘히 해야 했던 경험이 있어 독일 작가가 쓴 책은 좀 더 긴장을 하고 읽어야지 라고 마음먹고 읽어 보게 된다.
문화인류학자인 독일의 석학 롤프 브레드니히가 한국 독자를 위해 집필했다는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PRIME』은 책 표지에도 '대한민국 1%를 위한 상식사전'이라고 적혀 있어 이 책은 전작인 『위트 상식사전』과 『위트 상식사전 Special』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그 지지의 힘을 얻어 다시 저자가 한국인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담아 내놓은 작품이라고 한다.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PRIME』은 노동과 비즈니스에 관하여, 예술과 철학에 관하여, 가정과 교육에 관하여,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관하여,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관하여, 스포츠에 관하여, 민족에 관하여, 전쟁에 관하여, 신앙에 관하여, 광기와 어리석음에 관하여 등으로 크게 10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첫 장인 '업무능력평가의 사전적 의미'에서부터 기가막힌 의미의 표현으로 감탄하며 읽어갔다. 아마도 전에 나왔던 『위트 상식사전』과 『위트 상식사전 Special』을 먼저 읽어보았더라면 덜 당황스러웠을테고 처음부터 감탄하며 읽진 않았을텐데라는 생각과 이제껏 가끔 인터넷에 올라온 글로 접했던 위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어쩌면 이것이 책으로 엮인 텍스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싸구려? 웃기는 글이 아니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유럽과 미국, 태평양을 둘러싼 나라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문화를 포괄하는 위트들을 엮은 위트사전이라 할 수 있다.
본문 중에 '키스의 철학적 정의'가 실려있는데 아주 재미있다. 잠깐 소개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주의 키스: 이론적인 고찰에서만 뽑아낸 기술을 사용하는 키스로, 경험적인 데이터는 조금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키스를 하는 사람은 경험적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어쨌거나 느끼지 못한다.
소크라테스주의 키스: 플라토닉 키스와 실제로는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적 테크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권위있게 들린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가장 엄격한 종류의 플라토닉 키스와 비교했을 때, 소크라테스주의 키스는 좀 더 넓은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피타고라스주의 키스: 누군가가 개발한 새롭고 근사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키스이지만, 그 테크닉은 다른 사람들도 알고 따라할까 봐 사용하지 못한다.
공공의 키스: 한번 경험하면 결코 잊지 못하며, 특히 입술보다 인체의 다른 부분에 했을 때 잊지 못할 테크닉이라고 말하게 되는 키스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다보면 정치적인 책과는 거리가 멀지만 세계의 흐름을,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쥐었다 폈다하며 조롱도 하며 씹기도 하며 같이 공감하며 읽게 되는 요즘처럼 머리아픈 현실에 잠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휴식같은 촌철살인의 위트가 넘치는 매력적인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편협함이란 결국 자격지심 혹은 콤플렉스와 같은 인간의 악마적인 나약함에 기인한다. 편협함은 콤플렉스의 대상과 절대 양립하려 들지 않는다. 결국 어느 한쪽을 소멸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쟁은 콤플렉스가 못 견딜만큼 극에 달했을 때 발생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콤플렉스는 항상 '처음부터 다시'를 강조한다. 콤플렉스라는 창피한 본성을 숨기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을 깨끗이 밀어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2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