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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눈물과 슬픔의 꽃으로
나, 시인은 나의 노래를 짓는다.
죽은 자들의 왕국에
너덜너덜 찢기고 산산이 부서진 채
누워 있는 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주인과 지배자가 되기 위해
이 땅에 왔다.
너덜너덜 찢긴 깃털처럼
산산이 부서진 보석처럼
그들은 먼지 속에 누워 있다.
-16세기 아스텍 시선집 <멕시코의 노래>에서 발췌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은 저명한 문화사학자인 스티븐 버트먼 박사의 Doorways through Time: The Romance of Archaeology를 김석희 선생이 옮긴 책이다. 이 책은 ‘고고학의 모험담’으로 학문으로서의 고고학 탐험이 아니라 ‘낭만’과 ‘모험’으로서의 고고학, 고고학적 발견과 발굴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일반인들이 읽기 쉽게 풀어 쓴 재밌는 책이다.
연대기적으로 시간 여행을 하며 이야기로 풀어낸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은 선사시대의 그림들 알타미라, 라스코 동굴벽화를 시작으로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트로이의 성벽으로, 사해 기슭의 황야에서 폼페이의 매춘굴로,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황량한 이스터 섬의 벼랑으로, 인더스 계곡의 폐허에서 안데스 산맥의 동굴 속으로, 사라진 아틀란티스 섬으로 우리들을 책과 함께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무엇보다 눈에 먼저 띄는 건 책 앞쪽에 실린 화려한 그림이 실린 화보 32쪽이다. 좀 빡빡한 감은 있지만 26가지의 본문 이야기들에 대한 토대가 된 그림들로 많은 이미지들을 한정된 페이지에 수록하고 설명을 곁들여 하자니 그렇게 편집된 것이라 생각하니 그림들을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 보게 된다. 고대 유물들이지만 그 시대에 그런 화려함과 다양한 문양들, 역동적이며 꿈틀거리는 듯한 스케치의 강렬한 터치와 질감의 그림들은 지금 봐도 손색이 없을 만치 독창적이고 순수하며 부자연스러움이 전혀 없는 이런 그림들이 나올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정말 고대 유물의 가치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런 깊은 맛에서 우러나오는 듯하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예기치 않은 수확을 얻은 듯한 책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이 책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은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고대 유물들의 탐험을 강렬한 액션을 통한 시공을 초월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착각은 들지 않지만 좀더 학구적이고 구체적인 고고학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지식의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이 들어 한동안 이 책에서 빠져나오기 싫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유난스럽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오래된 과거 속으로 미세한 먼지를 풀풀 날리며 진한 내음의 고대유적지에서나 맡을 수 있는 먼지와 쿰쿰한 습기찬 냄새가 살짝 베어있는 빡빡한 텍스트에 흑백사진의 어울어짐 마치 그곳에 함께 있고 함께 고대 유적을 탐험하지만 그 시대의 문화도 엿보게 되고 그 시대의 눈물과 기쁨, 회한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때론 시도 읽혀지는 한 편의 에세이 같고 때론 여행서같은 다소 철학적인 내용도 들어있는 책의 내용들은 제법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이 읽을수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고고학을 회고적인 학문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이 그러하다. 하지만 고고학은 미래의 학문이기도 하다. 고고학자가 손에 들고 있는 두개골은 다른 사람의 과거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미래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서술되어 있는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은 글들이 쏠쏠하게 기록되어 있어 적어보고자 한다.
'파괴가 있으면 창조도 존재하고, 소멸하는 삶이 있으면 새로 태어나는 삶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으며......"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유한성 안에 있고,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덧없음에 있다는 사실을 그는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덧없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도 역시 유골들이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그것들은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증언하면서, 그토록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라고 우리에게 명령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은 이 거대한 모험에 참여한 사람이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 다른 사람들도 시간과 영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전에 우리보다 먼저,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머뭇거리면서 통과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