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미로
엠마 캠벨 웹스터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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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의 미로』는 제인오스틴의 또 다른 고전소설인줄 알고 택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과는 상관없는 제인오스틴의 소설 속에서 독자는 소설 속의 여행을 한다고 할까?

여행하면서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닥쳐온 상황에 나는 하나하나씩 테스트를 받는 듯한 기분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가고 싶지 않은 길을 나도 모르게 상황에 끌려가는 듯이 가기도 하는 확실히 무언가를 잡고 가는 것이 아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정말 형식이 독특한 『제인오스틴의 미로』는 예상을 뒤엎는 이상한 체험을 하는 그런 책이라 처음엔 당황스러워진다.

이 책을 펼쳐드는 순간부터 난 ‘엘리자베스 베넷’이 된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혼을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녀는 독특한 매력은 없지만 얼굴은 그런대로 봐 줄만하고 재능도 그냥 남들 하는 만큼 웬만하고 재치 있고 두뇌회전은 빠르다.

가족구성원은 같이 사는 부모님들은 평범하여 때때로 자신들의 삶의 고집에 간혹 잘못된 판단도 내리긴 하지만 속마음은 착한 분들이고 제인, 메리, 키티, 리디아 등 다른 네 자매와 같이 살고 있다.

그렇게 평온하게 살던 그녀는 그 마을에 많은 재산을 가진 한 남자가 부근의 저택을 임대하여 이사를 오는 것으로 시작으로 평온하던 그들의 삶이 소소한 어떤 사건이 만들어지고 그 사건들 속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고 무례한 춤 상대와도 마주쳐야 했다.

타고난 재치와 분별력 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현명한 결혼에 이르기 위해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쳤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혼을 잘할 수 있도록 점수를 높여 인맥과 재능 점수도 높이고 각종 테스트와 질문에 답변을 잘 해야 한다.

『제인오스틴의 미로』는 「보통 책과는 달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서는 안 되고 갖가지 사건이 펼쳐지며 매 갈림길마다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에 따라 다른 길을 걷게 되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선택을 할 때도 신중하기를」라고 당부하는 ‘임무수행지침’이라는 머리글에서 읽기전의 지침을 말해 주고 있다.

또한 선택에 따라 길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다섯 가지 범주(재능, 두뇌, 자신감, 인맥, 행운)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는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기도 한다.

『제인오스틴의 미로』를 읽으면서 수많은 감정의 고리 속의 미로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젠 남녀 간의 감정 고리 연결에 싫증이 나있는 나에겐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드는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좀 짜증이 난다고 할까?

어쩌면 내 선택의 우둔함이라 할까 석연치 않은 결과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 나도 모르게 욕심이 앞서 현실의 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몰입하여 우왕좌왕하며 생각의 갈림길에서 수없이 허덕임에 대한 작가에 대한 강한 불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색다른 체험이기도 하다. 『제인오스틴의 미로』처럼 이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하고 각자의 결론이 나지만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라는 호기심을 또한 일부 채워주고 그 길로도 가게 하는 설정의 재미에 우리네 인생도 이렇게 내가 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선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지면 어떤 기분일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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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
차기현 지음 / 이너북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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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회사 건물은 E-LAND 사옥과 작은 도로를 하나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보고 있다.
어찌보면 그들과 동거 동락은 아니어도 점심밥도 출퇴근도 같이 하여 친근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E-LAND는 약간의 과장을 포함하여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늘 무언가가 진행되는 듯한 분주함이 그들에겐 느껴진다.

내가 본대로 몇 가지 소개하자면 그 건물 로비에 거래하는 은행 출납기기가 있어 가끔 들르곤 했었는데 갈 때마다 로비에는 다음 철을 위한 하청업체가 작업한 의류 디자인된 샘플을 가지고 이랜드 직원들과 이것저것 따져보며 회의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직원 채용이 있는 날이면 여지없이 그 회사 앞에는 늘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전철 역 앞이 어수선하고 직원 채용이 있고 난 후인지 아니면 가끔 신입사원들의 직원 훈련을 하기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이른 아침부터 회사 앞에 2열로 나란히 마주 선 후 몇 분 간격으로 ‘안녕하십니까. ....’입니다(뒷 문구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몇 시간동안 계속 반복 복창을 하며 허리를 반드시 90도로 꺽어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도 종종 들린다. 남녀 구분 없이.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슨 명절날이 다가온다든가 계절이 바뀌는 철이면 그 곳은 더욱 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각종 세일 행사 때문이다. 속옷부터 여성, 남성 옷들로. 물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변 건물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으로 내가 근무하는 회사 직원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가끔 구입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빨간 띠를 두른 직원들의 데모하는 장면도 목격하곤 한다.

이렇듯 이랜드는 바람 잘 날 없다.

이랜드 계열회사 또한 참 많다. 패션, 유통, 건설레저 등 이랜드 개발(부동산개발 건설), 브렌따노, 헌트, 후아유, 티니위니, 아나카프리, 데코, Enc, 96ny, A6, 푸마 라이선스 사업, 홈에버, 설악밸리, 제주 마리나 등 주요 관광지 및 도시에 5개의 하일라 콘도 운영, 뉴코아 아울렛, 엔씨백화점, 킴스클럽마트, 2001아울렛, 이랜드 월드, 이엘인터내셔널, 이랜드시스템즈, 리드, 프란시아, 리드온 등 무수히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랜드.

 

이랜드 그룹을 일군 박성수 회장은 500만원으로 이화여대 앞 두 평짜리 보세 옷가게로 출발해 27년 만에 연매출 8조원, 재계 순위 26위(2007년 말 기준)의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일궜다. 이 책을 읽으며 이랜드 사이트에 처음 들어가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는데 작은 왕국을 둘러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랜드의 윤리경영과 지식경영, 복지재단 운영의 사회공헌 활동 등...이랜드의 기업이념을 홈피 가득 꾸며놓고 그들은 마케팅전략을 구사한다.

적극적인 그들의 기업참여 행위는 동료 기업인이나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도대체 저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고도 하는데....

규모에 비해 재계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기업’으로 통한다는 이랜드는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싸움, 홈에버 노조문제 등 문제도 많고 탈도 많은 이랜드.. 외환위기 때에도 회생불가 판정을 받고 나서도 다시 또 회생한 회사.

저자는 이랜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보는 게 가장 빠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입사할 수는 없는 일. 『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는 이랜드에 관한 창업에서부터 인수합병계의 ’기린아’가 되기까지 그들만의 원가 절감 비법,상권 분석 노하우,마케팅 기술,지식경영 인프라 등을 과거와 현재의 사례를 토대로 분석했다.

‘남 중심적 사고’로 남과는 다르게 이랜드의 ‘캔 두 스피릿’정신으로 ‘재능보다 성실’한 인재들을,  ‘돈보다 일 중심’으로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지고 ‘절약’과 ‘정돈’, ‘청결’, ‘위생’을 중시하고 팀원들의 뛰어난 ‘팀워크’로 성공할 수 있게끔 ‘월드비전’을 갖춘 이랜드 그룹.

그들의 성공요인은 그런 기업이념에 기반한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회사라는 것을 배제한다면 또한 그 원인을 막연히만 알고 정확히 알 수 없는 나로서는 고객감동과 남다른 창조경영, 땀과 열정 그런 것들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들의 기업이념처럼 순수한 기업경영을 한다는 소식을 다시 들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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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형 자기설명서
쟈메쟈메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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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개성이 있다. 그래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모두 조금씩 다 다르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개성이라는 부분과 타인이 나를 보았을 때 느끼는 개성이 조금씩 다르다.

이를테면 내 자신이 나를 놓고 볼 때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타인들이 봤을 땐 '이상함'이라고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 지식, 인성 등 수많은 요소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한 사람 인간이라는 존재를 놓고 볼 때 그 사람을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과 상대방을 자꾸 비교하며 차이점과 비슷한 점을 분석하고 비교하여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 자기도 모르게 구분하고 어느새 자신만의 틀에 그 것을 묶어 놓으려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일종의 불안심리에서 나온 것이기도 한데 일본의 한 방송작가가 그것을 우연히 혈액형 심리로 분석하여 책으로 낸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어떤 데이터로 정리된 것에 하나하나 맞춰가며 맞나 안맞나를 따져 가며 그것을 비교분석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인간은 비로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껴 상대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에서 나타나는 불안감을 조금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혈액형 심리에 너무 의존하고 그것에 꼭 자신의 혈액형과 비교하여 O, X 로 구분하여 맞춰가며 너무 끌려가는 것은 문제이지만 타인들과 관계의 유연함을 원함에 그것을 활용하고 참고 정도로만 하는 것은 관계의 친밀도를 좋게 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므로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이 책은 AB혈액형의 보편적인 데이터를 행동, 심리, 타인과의 관계, 일, 공부, 연애, 트러블, 기억, 일상 등 여러가지 각도에서 바라본 AB혈액형의 특징을 소개하였다.

AB혈액형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은 좀 별다르다.

엉뚱하고 특이하고 괴벽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그들의 남다른 별남에 고운 시선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조금 관계적인 면에서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다 무너뜨리고 어울렁 더울렁 스스럼없이 어울리지도 못하는 것이 A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이 내용이 특별히 도드라지게 틀린 것은 없다. 하지만 사람은 각자 살아온 환경과 여러가지 다른 면들이 많으니 '그런가보다'라고 편안히 받아들이고 참고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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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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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까지 분하다.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죽는다는 것이 제일 분하다.”

이 글귀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악물고 피 터지는 입술 사이에 각혈하듯 토해낸 절규의 유서.

이 유서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유서로 인해 사랑하던 애인에게 피해가 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외롭게 홀로 죽었던 박금례의 유서이다.

너무 사랑하면 상대에 대한 원망 또한 더 커져 타인이 들었을 때 귀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통렬하게 뱉어낸 상대에 대한 원망섞인 욕설이 더 신랄하고 듣기 거북한 법이다. 그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대에 대한 원망은 더 커지니까...

그 마음을 변심한 사람이 어찌알까?




하지만 박금례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중했던 남자 정홍교 그 비겁한 남자는 1934년 3월 3일 이별의 마지막 날 밤, 때늦은 봄눈이 내리는 토요일 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박금례가 어색한 침묵을 깨며 떠난다는 말과 함께 부탁한 10원을 마련해 달라는 말에 “흥. 그거였군.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이왕이면 더 달라 그러지. 당신 가치가 고작 10원밖에 안 되오?”라는 냉정한 말과 함께 “이걸 어쩌나. 이 몸은 이제 겨우 실업자 신세를 면한 처지라 10원조차 마련해줄 수 없으니.”라며 한 때 절절히 사랑했던 애인 박금례의 얼굴을 빨갛게 수치심에 물들게 하곤 울컥 솟아오르는 분노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하다가 결국 종로방향으로 몸을 틀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치듯 달리는 연인에게 마지막 종지부를 만정이 다 달아나게 찍는다. “잘 가오. 톈진에 가거들랑 좋은 사람 만나고.”라고.

“하긴, 떠나는 마당에 험한 꼴이라도 봐야 미련이 안 남지.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몰라.”

그녀는 결국 떠난다던 말을 거짓으로 돌린 채 양잿물을 먹고 자살하고 만다.

바보같이 “미스터 정... 미스터 정...” 이라고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순수함을 거의 잃어가고 있는 요즘엔 삼류소설 소재거리에도 거론되지 않을 만큼 완전 구시대적 사랑이야기.

그래서인지 실제 일어났던 사건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박금례의 처절한 죽음과 유언에 남긴 말이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진다.

 

『경성자살클럽』!

난 이 책을 읽으며 조선 근대의 자살사건을 짧은 단편의 글로 실제 일어났던 사건 중심으로 쓰여진 경성시대의 신파조이야기를 자살이야기를 담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난 묘하게도 이 책을 읽기 전 한참을 고심하고 머리에 쥐날만큼 힘들게 읽었던 책에서 비로소 해방된 듯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물론 이 책을 기획한 저자와 출판사, 사건 주인공들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복잡하고 뭔가 형이상학적인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를 좌불안석 행여 놓칠까봐 총알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흐름의 마지막 끝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스트레스가 이 책으로 옷고름 스르르 풀리듯(결혼도 안한 처자가 무슨 막말인지 모르겠으나) 온몸의 긴장이 편안하게 풀리는 느낌으로 다가온 책인 것이다.

그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뜨겁고 처절한 사랑이, 그들의 삶을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그들은 자신의 삶에, 자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뜨거운 욕망과 갈망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컸을 것이라고 느껴지는... 본문 글에서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것일까? 아니면 좀 전에 읽었던 것은 현실 속의 나의 삶과 계속적인 연장선이기 때문이고 『경성자살클럽』에 나온 사건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 이야기로 이제는 나와는 상관없는 격동의 변화가 컸던 조선의 근대사 시대에 시대의 상황적 혼란과 변화 속에서 벌어진 것들이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어도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 그저 타고난 시대적 불운으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방관자적 입장이기 때문일까. 그들의 자살은 오히려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마지막 종착지로 선택한 안타까운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의 사랑만큼 삶만큼 열정적이고 순수하지 않은 가슴이 뜨겁지 않은 밍밍한 내 삶의 방식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다.

말로는 온갖 근사한 말로 내 삶을 치장하면서 말이다.




어쨌든 『경성자살클럽』은 10편의 자살들은 근대 조선의 암울하고 억눌렸던 시대에 좀처럼 흔치 않았을 것 같은 삼각연애 살인사건, 청상과부 신여성 자살사건, 윤심덕, 김우진 현해탄 정사 미스터리, 박금례 순정애사, 평양 명기 강명화 정사사건, 고학생 집단 따돌림 자살사건, 유전입학 무전낙제, 입시 지옥의 자살사건, 폭탄 투척 사건 등 가정문제, 애정문제, 심지어 동성애, 집단 따돌림 즉 요즘 말하는 속칭 왕따로 인한 자살까지 총 망라된 파격적인 실화들 로 엮여진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도 모두 실존인물들이요, 기록된 사연들 또한 실화이다. 책장 사이사이에 보여 지는 기사화된 신문이미지들은 이 책에 나온 사건들이 결코 허구가 아닌 실제사건임을 재삼 증명하고 있다. 신문에 레이아웃 된 그림과 사진 그 시대의 문체들로 디자인된 신문 기사들은 신여성을 대표하는 단발의 permanent 한 머리와 그래픽 적으로 선과 문양을 넣어 명조 계 폰트들과 잘 어울려 전엔 무심코 봤던 이미지가 새삼 다시 신선하게 다가온다. 당시엔 일종의 가십거리 스캔들 기사였을텐데 마치 오래전 나왔던 ‘선데이 서울’(간혹 어릴 때 엄마 따라 미장원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흘끔흘끔 훔쳐봤었는데 지금도 나올까 새삼 궁금해진다)처럼 흥미롭다.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살았던 그 시대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한계점으로 겉으론 개방과 변화의 물결이 흘렀지만 불행하게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의 부속물에 불과할 뿐.

 

어찌보면 시대적으로 불운한 희생양 같기도 한 그들의 자살사건.


‘그래도 자살은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아름다운 자살은 없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근대 조선에는 자살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고 한다. 신문 사회면에 자살 소식이 실리지 않은 날이 드물었을 만큼 많았다니 그만큼 사연도, 사건의 유형도 다양했으리라.

저자는 철철 넘쳐나는 많고 많은 자료들로 자료부족으로 인한 고통은 적었지만 도무지 글이 풀리지 않아 착잡한 가슴을 다스리기 어려웠다는데, 피를 말리며 몇 주씩 씨름해서 자살한 영혼의 애절한 사연 하나하나를 완성하며 몸 저리고 아파하며 썼다는 『경성자살클럽』.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장난으로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말자는, 착하게 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살아서라도 시련을 헤쳐 나갈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절대 자살은 안 된다.

 

윤심덕이 토월회의 화형 여배우로 있을 때 상대역이었던 이백수에게 종종 무심코 던진 이 한 마디가 처절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악마 같다. 나는 언젠가 한 놈은 죽이고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이는 놈은 아주 천진스럽고 죄 없는 지순한 남자다.......”

정말 ‘자살’이라는 유령이 배회하는 듯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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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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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트랜지스터와 피임약은 비슷한 점이 별로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둘 다 인간의 평범한 일상과 관련된 발명으로 한 번에 한 사람씩, 이를 사회로 들여와 사용했고, 지속적인 대규모 작업에서 비롯된 거창한 발명품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사회를 변화시킨 이유는 아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또는 누가 사용할지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에도 다시 벌어지고 있어 하루에도 백만 번씩 새로운 사회적 도구가 누군가에 의해서 시험되고 있다.(p315)

그것은 모잠비크에서 휴대폰을, 상하이에서 중국판 위키피디아를 사용하고 있는 등 세계 각지의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인데 앞으로도 10년 안이면 세상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 휴대폰 최고의 그룹 형성 네트워크인 인터넷과의 상호운영성이 활용 가능한 사회적 도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능이 갖춰져 가고 있다는 것인데 아마 이제껏 환경의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 더 많은 그룹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외국에서 한국을 높이 평가하는 항목들이 있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 항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100%에 가까운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무선망이 그것인데 외국에선 그것으로 인해 한국에 엄청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데 그런데 정작 한국인은 “그게 뭐?”라는 반응이다. 


또한 세계 미래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아시아의 부의 이동이다. 아시아가 그 자체로 월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성장하는 부호에서 한국이 주목받는 나라가 될 것으로 한국이 트랜드적으로 주목할 만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행과 트랜드는 다르다. 유행은 풍습이나 관습에 대하여 일정 기간 상당수의 사람들이 어떤 행동양식을 자유로이 선택, 채용, 폐기함으로써 생기는 광범위한 사회적 동조행동현상이며 트랜드는 경제변동 중에서 장기간에 걸친 성장, 정체, 후퇴 등 변동경향을 나타내는 움직임을 뜻한다.(네이버 백과사전)

하긴 우린 인터넷의 다양한 활용으로 통상 얼리어답터가 13.5%정도인데 한국은 40% 정도가 얼리어답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우리는 이미 인터넷활용으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휴대폰, 인터넷 등의 사용자들의 습성과 빠르게 변해가는 혁신적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라는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그것들의 커다란 움직임은 그야말로 ‘군중들의 쏠림과 끌림, 들끓림 현상이 그 어떤 것보다 확연히 드러나니 말이다.

촛불행진 등에서 UCC활약과 핸드폰 폰카의 보이지 않는 맹활약으로 조용히 앉아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도 하나 둘 모여 촛불행진에 가담했고 특히 중년층에서 점점 나이가 10대 20대로 내려가는 단체행동은 단순한 인터넷 검색이 아닌 다양한 소프트웨어 활용으로 인한 인터넷 사용과 휴대폰 또한 고기능의 멀티형의 테크닉 발달로 인한 결과인 것 같아 웹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달라스의 한 쇼핑몰 안에 있는 극장에서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식코'(의료보험에 얽힌 충격적 진실을 말한 미국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마이클 무어가 미국 민간 의료 보험 조직인 건강관리기구(HMO)의 부조리적 폐해의 충격적인 이면을 폭로하며 열악하고도 무책임한 제도에의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지상 최대 낙원이라 선전되는 미국 사회의 의료시스템을 캐나다, 프랑스, 영국, 쿠바 등의 국가의 의료보장제도와 비교하며 완벽하게 포장된 미국 사회의 허와 실을 마이클 무어 감독 특유의 도발적 직설화법으로 벗겨낸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식코'를 본 관객 전체가 여자 화장실 앞에 모여 즉석 회의를 열었다. 처음 벌어진 일로 10~12명의 낯선 사람들을 주축으로 즉석 회의를 열었는데 어떤 한 흑인 신사가 "우리가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뭔가 바꿔야 합니다."라고 소리쳤고, 잠시 후 그들은 서로 너도나도 메일 주소를 주고 받아 적더니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해 보자고 약속했다. 물론 그 때는 그들이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는 듯 했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몰에서 상영한 영화때문에 우연히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메일 주소까지 주고받았다. 그들은 집 주소나 전화번호 교환과 달리 메일 주소를 주고받음으로써 로비에서 얻은 집단적 영감을 나중까지 이어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1501년 베네치아 인쇄업자 알도 마누치오는 베르길리우스 작품의 번역본을 발행하며 말 안장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책을 만들었다. 그것은 책의 크기와 비용이 줄었음에 '작은'혁명이었지만, 8절판은 문자를 보급하는 데 무엇보다 더 큰 도움이 됐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마누치오는 가격을 내리고 더 휴대하기 간편하게 만들어, 책을 더 갖고 싶게 만들었고, 더 많은 부수가 제작되고, 인쇄와 관련해 더 많은 실험을 하였다. 그는 인쇄기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의 통찰력은 정확했다. 그는 인쇄기의 영향력을 통탄하거나 당장의 유용함에 한없이 감탄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직접 인쇄기 개선 작업에 나서 활자혁명이라는 대사건을 더 확장한 작은 혁명인이었던 것이다.

그 점에서 마누치오가 전해 주는 교훈은 '현재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미래의 주인이 된다'는 사실인 것이다.

 

이제까지의 사회는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신출내기인 젊은이들에 비해 유리한 입장일 때가 많았다. 그것은 경험부족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러나 혁명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그 반대의 실수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유는 평생 한 번 있을 법한 진정한 변화가 찾아와도 단순한 유행쯤으로 치부하고 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젊은이들은 마누치오처럼 사회적 도구를 더 잘 이용해, 기존의 틀을 깨고 그 능력들을 확장하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유용한 정보를 더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쓸모없는 정보를 더 적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기성세대도 이제껏 알았던 기존의 엄청나게 많은 상식들에서 벗어나야 만 한다.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의 사회적 도구들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로 접어들어 살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 도구는 공유하고 협력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고 있으며, 연구 중인 생물학자부터 성난 비행기 승객까지 모두가 그 사회적 도구를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복잡다양성은 세상에는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고 최적화만 가능한 영원한 사회적 딜레마들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어 사회적 딜레마를 새롭게 야기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조직들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발달하고 사회 구조가 더 유연해지면서 더 튼튼해진 것처럼, 새롭게 파생되는 갈등도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을 모으고 일은 어렵고, 기존 그룹을 해체하기는 쉬웠지만 이제는 잠복성 그룹을 불러 모으는 일이 간단해졌고, 일단 모인 그룹은 사회적 무관심 앞에서도 더 직접적인 사회 반대 앞에서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또한 결속력 또한 강해졌다. 이것들은 사회적 메커니즘 또한 변화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새로 생긴 자유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 생긴 자유, 그것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p204)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 또는 우리를 이용할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마다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그룹만들기가 쉬워지면 좋은 그룹과 나쁜 그룹 모두 형성되는게 쉽기 때문이다. 사회는 이로 인해 그룹의 형성을 통제하던 쪽에서 방향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하나의 소용돌이와 또 하나의 소용돌이의 합침의 강력한 변화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신뢰해 그룹으로 일을 성취해 낼 때가 많은 게 사실로 '미래의 그림자'(액슬로드)는 상대가 내일 보답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늘 어느 정도의 위험이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읽다가도 많은 생각의 반복으로 다시 앞으로 피드백해야 했던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었다. 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앞으로의 변화들에 그만큼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소재와 아이디어, 많은 동료들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쓰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책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만큼 책을 읽는 독자 또한 많은 생각과 변화를 생각해야 하는 다소 진중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중요한건 우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를 또 하나의 화두를 둔 저자의 말처럼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글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은 목적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중심을 잃지 않고 몸을 똑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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