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트랜지스터와 피임약은 비슷한 점이 별로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둘 다 인간의 평범한 일상과 관련된 발명으로 한 번에 한 사람씩, 이를 사회로 들여와 사용했고, 지속적인 대규모 작업에서 비롯된 거창한 발명품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사회를 변화시킨 이유는 아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또는 누가 사용할지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에도 다시 벌어지고 있어 하루에도 백만 번씩 새로운 사회적 도구가 누군가에 의해서 시험되고 있다.(p315)
그것은 모잠비크에서 휴대폰을, 상하이에서 중국판 위키피디아를 사용하고 있는 등 세계 각지의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인데 앞으로도 10년 안이면 세상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 휴대폰 최고의 그룹 형성 네트워크인 인터넷과의 상호운영성이 활용 가능한 사회적 도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능이 갖춰져 가고 있다는 것인데 아마 이제껏 환경의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 더 많은 그룹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외국에서 한국을 높이 평가하는 항목들이 있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 항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100%에 가까운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무선망이 그것인데 외국에선 그것으로 인해 한국에 엄청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데 그런데 정작 한국인은 “그게 뭐?”라는 반응이다.
또한 세계 미래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아시아의 부의 이동이다. 아시아가 그 자체로 월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성장하는 부호에서 한국이 주목받는 나라가 될 것으로 한국이 트랜드적으로 주목할 만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행과 트랜드는 다르다. 유행은 풍습이나 관습에 대하여 일정 기간 상당수의 사람들이 어떤 행동양식을 자유로이 선택, 채용, 폐기함으로써 생기는 광범위한 사회적 동조행동현상이며 트랜드는 경제변동 중에서 장기간에 걸친 성장, 정체, 후퇴 등 변동경향을 나타내는 움직임을 뜻한다.(네이버 백과사전)
하긴 우린 인터넷의 다양한 활용으로 통상 얼리어답터가 13.5%정도인데 한국은 40% 정도가 얼리어답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우리는 이미 인터넷활용으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휴대폰, 인터넷 등의 사용자들의 습성과 빠르게 변해가는 혁신적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라는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그것들의 커다란 움직임은 그야말로 ‘군중들의 쏠림과 끌림, 들끓림 현상이 그 어떤 것보다 확연히 드러나니 말이다.
촛불행진 등에서 UCC활약과 핸드폰 폰카의 보이지 않는 맹활약으로 조용히 앉아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도 하나 둘 모여 촛불행진에 가담했고 특히 중년층에서 점점 나이가 10대 20대로 내려가는 단체행동은 단순한 인터넷 검색이 아닌 다양한 소프트웨어 활용으로 인한 인터넷 사용과 휴대폰 또한 고기능의 멀티형의 테크닉 발달로 인한 결과인 것 같아 웹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달라스의 한 쇼핑몰 안에 있는 극장에서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식코'(의료보험에 얽힌 충격적 진실을 말한 미국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마이클 무어가 미국 민간 의료 보험 조직인 건강관리기구(HMO)의 부조리적 폐해의 충격적인 이면을 폭로하며 열악하고도 무책임한 제도에의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지상 최대 낙원이라 선전되는 미국 사회의 의료시스템을 캐나다, 프랑스, 영국, 쿠바 등의 국가의 의료보장제도와 비교하며 완벽하게 포장된 미국 사회의 허와 실을 마이클 무어 감독 특유의 도발적 직설화법으로 벗겨낸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식코'를 본 관객 전체가 여자 화장실 앞에 모여 즉석 회의를 열었다. 처음 벌어진 일로 10~12명의 낯선 사람들을 주축으로 즉석 회의를 열었는데 어떤 한 흑인 신사가 "우리가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뭔가 바꿔야 합니다."라고 소리쳤고, 잠시 후 그들은 서로 너도나도 메일 주소를 주고 받아 적더니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해 보자고 약속했다. 물론 그 때는 그들이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는 듯 했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몰에서 상영한 영화때문에 우연히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메일 주소까지 주고받았다. 그들은 집 주소나 전화번호 교환과 달리 메일 주소를 주고받음으로써 로비에서 얻은 집단적 영감을 나중까지 이어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1501년 베네치아 인쇄업자 알도 마누치오는 베르길리우스 작품의 번역본을 발행하며 말 안장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책을 만들었다. 그것은 책의 크기와 비용이 줄었음에 '작은'혁명이었지만, 8절판은 문자를 보급하는 데 무엇보다 더 큰 도움이 됐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마누치오는 가격을 내리고 더 휴대하기 간편하게 만들어, 책을 더 갖고 싶게 만들었고, 더 많은 부수가 제작되고, 인쇄와 관련해 더 많은 실험을 하였다. 그는 인쇄기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의 통찰력은 정확했다. 그는 인쇄기의 영향력을 통탄하거나 당장의 유용함에 한없이 감탄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직접 인쇄기 개선 작업에 나서 활자혁명이라는 대사건을 더 확장한 작은 혁명인이었던 것이다.
그 점에서 마누치오가 전해 주는 교훈은 '현재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미래의 주인이 된다'는 사실인 것이다.
이제까지의 사회는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신출내기인 젊은이들에 비해 유리한 입장일 때가 많았다. 그것은 경험부족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러나 혁명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그 반대의 실수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유는 평생 한 번 있을 법한 진정한 변화가 찾아와도 단순한 유행쯤으로 치부하고 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젊은이들은 마누치오처럼 사회적 도구를 더 잘 이용해, 기존의 틀을 깨고 그 능력들을 확장하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유용한 정보를 더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쓸모없는 정보를 더 적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기성세대도 이제껏 알았던 기존의 엄청나게 많은 상식들에서 벗어나야 만 한다.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의 사회적 도구들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로 접어들어 살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 도구는 공유하고 협력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고 있으며, 연구 중인 생물학자부터 성난 비행기 승객까지 모두가 그 사회적 도구를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복잡다양성은 세상에는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고 최적화만 가능한 영원한 사회적 딜레마들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어 사회적 딜레마를 새롭게 야기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조직들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발달하고 사회 구조가 더 유연해지면서 더 튼튼해진 것처럼, 새롭게 파생되는 갈등도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을 모으고 일은 어렵고, 기존 그룹을 해체하기는 쉬웠지만 이제는 잠복성 그룹을 불러 모으는 일이 간단해졌고, 일단 모인 그룹은 사회적 무관심 앞에서도 더 직접적인 사회 반대 앞에서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또한 결속력 또한 강해졌다. 이것들은 사회적 메커니즘 또한 변화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새로 생긴 자유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 생긴 자유, 그것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p204)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 또는 우리를 이용할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마다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그룹만들기가 쉬워지면 좋은 그룹과 나쁜 그룹 모두 형성되는게 쉽기 때문이다. 사회는 이로 인해 그룹의 형성을 통제하던 쪽에서 방향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하나의 소용돌이와 또 하나의 소용돌이의 합침의 강력한 변화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신뢰해 그룹으로 일을 성취해 낼 때가 많은 게 사실로 '미래의 그림자'(액슬로드)는 상대가 내일 보답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늘 어느 정도의 위험이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읽다가도 많은 생각의 반복으로 다시 앞으로 피드백해야 했던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었다. 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앞으로의 변화들에 그만큼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소재와 아이디어, 많은 동료들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쓰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책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만큼 책을 읽는 독자 또한 많은 생각과 변화를 생각해야 하는 다소 진중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중요한건 우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를 또 하나의 화두를 둔 저자의 말처럼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글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은 목적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중심을 잃지 않고 몸을 똑바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