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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제임스 M. 블로트 지음, 박광식 옮김 / 푸른숲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유럽 중심적 세계사 서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명쾌하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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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는 유럽중심주의가 서구의 지식인들에게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일반에게 얼마나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것인지를 여덟 명의 역사학자를 날카로운 문제제기와 논의를 한 책으로 저자의 '서구의 대두'를 유럽 내적인 요인이나 유럽인의 특질을 통해 설명하려는 논의에 지나칠 정도로 강한 거부감을 지니면서 그것의 근본적인 요인을 오직 유럽 외부에서 찾으려 하는 점에서 집요하게 논의한 책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유럽 중심주의 이론인 4가지를 들자면
종교: 유럽인들은(기독교인들) 진정한 신을 섬기며 이 신은 유럽인들이 전면에 서도록 내내 이들을 인도하고 있다.
인종: 백인들은 유전적으로 다른 인종의 인간 집단들보다 우월한 특성을 갖고 있다.
환경: 유럽의 자연환경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우량하다.
문화: 유럽인들은 아주 오래전에 비길 데 없이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문화를 창조해냈다.
이 네 원리를 갖고 유럽이 다른 모든 지역들보다 더 풍요로워지고 더 강력해졌던 이유를 설명하려고 지금까지 여러가지 조합들이 만들어졌고 19세기 초만 해도 종교적 설명이 확실히 우세했었고 역사학자들 또한 인종, 환경, 문화도 결국 신의 도구라는 식으로 끌어다 대는 일도 거리끼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인종주의가 다시 버림을 받게 되었고 유럽 중심적 역사는 환경과 문화가 우월했기 때문에 기세 좋게 일어나 세계를 정복했노라는 설명을 듣고 있는데 저자는 이 모든 주장들이 사실과 다르고 거짓 역사이며 틀린 지리학이라고 단언하며 그들이 말하고 있는 우월성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어 유럽의 발흥은 이런 유럽 중심적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부정하고 그 논지에 대해 논할 것을 말하며 이 책의 서두를 시작하고 있다.
세계사를 유럽 중심의 시각으로 해석한 여덟 학자들의 자작들을 차례로 검토하는 연구로서 이 책의 저자 제임스 M. 블로트는 막스 베버에서 시작해 린 화이트, 마이클 만, 재레드 다이아몬드, 화이트 2세, 로버트 브레너, 에릭 L. 존스, 마이클 만, 존 A. 홀, 데이비드 랜디스 등 종교 사회학, 기술결정론, 유로 마르크스주의, 환경결정론 등 좌우를 막론한 다양한 관점에 서 있는 인물들인 저명한 역사학자 여덟 명의 역사가가 내면화하고 있는(맬서스주의, 동양적 전제주의, 유럽의 '합리성' 같은) 유럽중심주의를 이 책을 통해 분석하고 비판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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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두 세 권으로 나누어 발표할 계획인 '식민주의자들의 세계 이해' 연구에서 두 번째에 해당된다.
첫번째 책인 『식민주의자들의 세계 이해: 지리적 확산주의와 유럽 중심적 역사 서술』에서는 유럽 중심적 확산주의의 핵심 주장과 변천사를 소개하고 유럽인들의 지적 능력이나 문화,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믿음들을 분석했으며 유럽의 발흥을 유럽중심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개략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번째 책인『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에서는 현재 서구 교양층의 지적 자산을 구성해온 대가들의 주저를 중심으로 그들의 억지 논리와 오류를 대놓고 비판했다. 블로트의 ‘논쟁의 대가’다운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이 책은 유럽 중심주의 비판의 주요 쟁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어, 유럽 중심주의가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강화되어온 ‘그릇된 확산의 경로’를 한눈에 파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블로트는 이 책이 출간된 직후 사망하여 이 연구의 완결편이 되었을 제3권은 안타깝게도 출간되지 못했다. 세번째 책에서 다룰 예정이었던 내용은 중세 말에서 19세기까지 비유럽중심적역사 해석을 내 놓아 유럽 중심의 역사를 비판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이론적 문제 몇가지를 살펴보아 유럽 중심적 마르크스주의, 유럽 환경결정론, 맬서스주의에 대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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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요지는 유럽만이 오랫동안 진보의 과정을 거쳐 왔고, 따라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다른 나라로 전파되어 발전했다는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사 관점에 날카롭게 비판을 가한 책으로 우리들의 딱히 다른 생각은 갖지 않았고 그것이 당연했던 것으로 생각해야 했던 유럽중심적인 세계사 관점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인지 얼마나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있었는지 가감 없이 폭로한 책인 것이다.
어떤 경우 사람들은 진리의 탐구에 대해서 정작 그 진리의 핵심은 바라보지 않고 단지 현상만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인간 본연 자체의 약함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군중심리외 여타 다른 심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뭉쳐 나타난 결과인 것 같다.) 그 진리의 핵심의 정체는 세력이 미약하여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비로서 그것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를 읽고나서 나 또한 처음엔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냉혹한 비판과 공격적인 저자의 논리정연한 내용에 반감된 생각으로 이 책의 내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이제껏 내가 무의식적으로까지 뿌리박혀 있었던 생각들의 부정을 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에겐 다각적인 사고방식이 철저하게 부족했고 무수한 다양성의 존재를 알려하지 않았던 게으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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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렵게 읽었던 『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는 책에 나왔듯이 학술서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읽힐만큼 쉬운 책 또한 아니다. 읽다보면 "무슨 말이야?"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 또한 세계사에 대해 역사학에 대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역사책을 던져버렸음을 여지없이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구성을 출판사에서 조금만 더 읽기 쉽게 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게 한 책이기도 했다. 물론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닌 것은 알지만 말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 책으로 지인들끼리 의견을 토론하는 좋은 소재거리를 제공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내가 몰랐던 것, 내가 캐취하지 못했던 것을 짚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담론형식으로 책의 뒷 부분에 책의 내용에 대해서 토론형식으로 구성하여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있게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책도 있듯이 말이다.
지식탐구가 특정인만 향유하는 콧대높은 학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전엔 열린마음으로 마음을 정리한 후에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에 대해 약간의 사전지식도 필요하고 요즘처럼 골치아픈 이 시대에 따끔한 매초리같은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진실을 알고자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면 분명히 얻을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문이란 것이 고작 기존의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 학문은 계몽이요 깨달음이며, 비유럽 세계에 대한 지식의 축적은 분명히 유럽의 우월성을 전제하지 않고서도 유럽의 승리를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 역사상의 구축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라는 본문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