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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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이별 노래는 이용당한 거야. 공작새 깃털 같은 거지. 이별 노래를 멋지게 부름으로써 새로운 사랑을 갈구한다고 해야 하나." - P90

로맨스는 시대의 발명품. 모든 사랑이 애절한 건 아니지만, 함께 공유할 애절한 사랑의 기억이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모양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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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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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소망이 아니라 실제로 도래할 미래를 보여주는 거였어. 2030년이 가까워지면서 예언 대신 실제로 이루어진 것들이 너를 구성했어. 소망과의 간극, 현실과 기대의 격차를 보여주는 상징이었지. 그래서 이제는 네가 2030년 그 자체가 된 거야." - P81

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끊임없이 요동치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덧씌워 보는 것과 실제로 만다는 것은 달랐다. 나는 괴물이 되었다가 평범한 아이가 되었다. 이끄는 자가 되었다가 밀려나는 자가 되었다. 소망의 표면 아래 진짜 미래의 모습이 채워졌다. 나는 그 간극을 감당할 수 없던 거였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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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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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팔려나간 책들의 내용이 영원히 미지로 남으리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슬펐다. 행성어를 아는 사람은 이제 은하계 전역에 수백 명밖에 남지 않은데다, 행성어를 모어로 쓰는 이곳 주민들은 이런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점에는 관심이 없으니, 이 책의 독자들은 언젠가 멸종하고 말 것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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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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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볼 수 없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우주는 우리가 결코 인지하지 못하는 악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 그것들은 우리의 감각영역 밖에 있을 뿐 언제나 그곳에 실재하고 있어. 이제 이 기계의 글자들을 봐. 이 글자들을 새겨 넣기 전까지 우리는 그것을 읽지 못해. 그러나 우리는 전환된 빛을 보고, 전환된 소리를 듣고, 전환된 감각을 느끼면서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정말로 듣고 본다고 생각하지. 만약 세상에 이미 그렇게 많은 전환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인간의 지극히 좁은 감각영역을 위해 작동한다면, 왜 어떤 종류의 전환만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질까?" - P56

"우리의 현실은 정말로 같을까? 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진실의 대화일까?" - P57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에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에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 P57

"지금 이곳에는 서로 다른 현실의 결이 있고, 그것은 당신과 나 각자의 것이군요. 그리고 이제 이 이상한 기계를 거쳐 또 하나의 현실의 결이 생겨났군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기계를 통해서 모두 각자의 현실의 결을 보겠군요. 그렇기에 이 기계는, 단지 수많은 현실의 결 중 하나일뿐이겠군요. 그러니 이 기계가 유난히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도 이 기계가 마음에 들어요."
데이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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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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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사실 쌍둥이도 형제도 아니란다. 동일한 존재의 다른 세계에 있는 판본이지." - P50

"나는 이쪽 세계에서 멜론을 팔고, 저 녀석은 그쪽 세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어느 세계에 있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고,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지. 그리고 우리는 이 거리에서 종종 마주친단다. 또 다른 나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자주 마주치는 건 우리 둘이었지. 세상의 틈새로 가끔 끼어드는 불가의한 우연 같은 일이지." - P51

"하지만 이제는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나는 이렇게 매일 아침 수레를 끌고 시장에 나오는 일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일도 좋아하거든. 집에도 오래된 바이올린이 하나 있단다. 가끔은 내가 상인이 되는 대신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면 어떨까 상상하곤 했지."
"글쎄, 나도 형편없는 연주자가 되는 대신 물건을 팔았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싶었지."
그렇게 말하고 두 남자는 똑같은 목소리로 키득거렸다. 그들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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