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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김왕직 지음 / 동녘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서사적인것 보다는 서정적인 것이 좋았었다.
운율적인것 보다는 산문적인 것이 좋았었다.
구조적인것 보다는 자유로운 것이 좋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핑계였던것 같다.
역사를 모르니 스쳐가는 인물의 감정에 치우쳤던것 같고,
법칙을 모르니 어지럽게 펼쳐진 혼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구조를 모르니 자유로움이란 미명아래
그것이 마치 내 스타일인양 쓸데없는 허울로 치장한 가면이었던 듯 싶다.
두개를 다 경험해보고 이해해본 다음에야 독자의 스타일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한데
이건 마치 TV 조선의 뉴스만을 들여다 보다가 나는 보수야 라고 말하는 수준의
지식의 우물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한다.
이 전에는 진중권 교수님의 이미지 인문학이나, 미학오디세이, 서양 미술사로 부터 시작한 서양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내 인생에 말도안되는 사건인 미술관에 돈을 내고 관람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만들었고, 이는 서양 고전 문화에 대한 동경까지 이르게 되었었다.
한국 건축에 대한 관심은 오주석 선생님의 미술에서부터 - 그 전으로 치자면 '책은 도끼다' 의 저자 박웅현 - 출발했는데...
다가갈 수록 뿌리란게 무시할 수가 없는게, 한국인으로서 무의식적으로 상속된 유산이 DNA하나 하나에 침투된 듯, 너무 익숙하고 편안했던 것이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고, 중국에 사대하던 약소국으로서의 조선이 아닌 소중화사상을 가진 경천애민사상으로 전세계에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통치의 이념과 기틀로 삼았던 참 유교의 나라인 조선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와 함께,
국수주의와 전체주의적 애국심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애국심까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박물관에 가도 1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문화재 관람을 가도 정문과 대표적인 건물에서 구도나 따지면서 사진 한장 찍어 기록을 남겨 SNS에 올려 인증샷을 찍으려는 모습들도 점점 멀어져 간다.
잘게 쪼개어 보고 싶었다.
감성의 잣대에서 이성의 잣대로 넘어가면서 서정적인 감정들은 조금 무디어 질 수 있겠지만...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는 기초 위에 진정한 미와 멋을 느끼는 경지에 이른다면 더 멋지지 아니할 것인가!
책은 목재부터 한국 건축물들이 시공되어지는 순서에 의해 차곡 차곡 빈틈 없이 쓰여져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 건축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저자의 책이 단 한 글자의 누락없이 사진과 함께 통으로 실려 있다.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장가치를 매겨봤을때 탑 10 안에 들어갈만한 가치라고 생각되기에 괜찮다.
잘은 모르겠지만 목조건축을 직업적으로 꿈꾸는 분들에게 필수 소장자료일듯 싶고, 문화재 관람에 대한 식견을 넓히실 분들에게 강추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