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열심히 읽었던 김재권을 포함한 여러 심리철학 책들; 초기불교, 인도불교사, 중국불교사, 불교논리; 현상학 책들 일부; 신경분야의 코흐의 책들과 이 분야 끝판왕 이나스의 <꿈꾸는 기계의 진화> ; 그리고 고대 중국 사상(노자, 장자, 논어, 회남자, 손자병법)이, 자아 혹은 의식을 바라보는 서양전통, 인도전통, 중국전통인 거 같다. 

이들 모두 자아나 의식을  다루는 정말 다른 방향과 방식들의 책이었만, 웬지 동전의 앞뒤 같은 긴밀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계속 각 방면 책들을 모아 읽어 보게 되었다. 너무 다루는 소재나 가고자 하는 길이 달라, 이들 모두를 건사해 그 '다름'의 가치를 제대로 챙기고 전달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그 '색다름'을 전면에 내세워 이들이어떻게 다르고 무엇을 다뤘는지를 소통시키는 책을 발견했다. <몸의 인지과학>이다. '인지과학'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입장을 분별하고 구분해준다.















그리고 특히 불교를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서양인들의 불교에 대한 기술은 자신들이 원하는 부분만 취해 가볍고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흡족했다. 


이들 저자들이 고대중국사상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적당한 정리와 신선한 시선을 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걸게 했다. 


자아 혹은 의식을 보는 시선 중에 이들을 얕게 여기고 '신경'을 중심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이들은 자아를 부산물 정도로 다루고, 의식과 관련된 여러 중요한 현상들을 깊이 다루지 않고 소홀히 넘기는 듯 보인다(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신경 중심 논리도 약해지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멋진 책이 있는데, 로돌포 이나스의 <꿈꾸는 기계의 진화>는 신경중심시선의 끝판왕이다. 자아에 관련된 부분이 적지 않기는 하지만 이 책도 역시 신경중심으로 기술을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 논리전개와 증거제시가 너무 대단해서 자아와 관련된 부분이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다.
















인지과학이나 심리철학 말고도, 의식 자체를 신선한 실험과 해석으로 숨겨진 속성들을 드러내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던 <the ego tunnel>이 있다. 의식의 속성을 어떤 조건이면 의식을구현하거나 재현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깊이있는 접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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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섭의 주역점법연구에는 그 동안 잊혀졌던, 춘추전국시대 점법을 복원한 과정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역점법은 괘를 얻는 법에 한정되어 있었고, 고대에는 괘를 변화시키는 법까지 포함해서 온전한 점법이라는 점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증거를 풍부히 제시하며 설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 괘의 여섯 효 각각을 구한 결과로 (당연히) 음효(--) 혹은 양효(ㅡ) 가 나오는데, 이들 각각은 노음, 소음; 노양, 소양 으로 그 강도가 구분된다. 여기서 숫자 6, 7, 8, 9를 이용해 노음6, 소양7, 소음8, 노양9 를 대응시키는데, 나는, 이 대응이 무척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숫자들의 대응 양상들도 무척 궁금해졌다. 주역에서는 1부터 10까지 숫자를 사용하고 있어, 나머지 숫자들(1,2,3,4,5,10)이 정말 궁금했다.

<회남자>에는 도교 우주관을 설명한 부분이 제법 있지만 숫자들을 중심으로 기술한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궁금증은 계속 진행되었다.

서양에서도 숫자에 관한 상징적 해석이나 신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접했던 수비학 책은, 설명이나 해석이라기 보다, 여러 정보를 단순히 모아 놓은 경우가 많아서 깊은 이해를 얻기는 어려웠다.

분석심리학분야는 무의식의 해석을 다양한 소재를 통해 추구하는데, 거기에 숫자도 있다. 제목만 봐서는 전혀 숫자를 다룰 것 같지 않은 < 융 심리학적 그림해석> 이라는 책 속에 숫자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무척 즐겁게 읽었다. '그림' 속에 미술재료, 미술형식, 색채 외에도 숫자가 포함된 것이다. 주역 숫자의 상징에도 많은 이해를 주었다. 
















1은 분화되기전(음양으로) 모습, 2는 땅, 3은 하늘, 10은 (어렴풋이) 음양의 조화로 생성된 만물 정도의 해석인 거 같다. 4와 5는 적당한 해석을 주기가, 아직, 어려웠다. 그리고 6, 7, 8, 9 에 할당된 4가지 양상도 왜 그런 할당을 이들 숫자에 줬을까는 좀더 생각해볼 문제인거 같다. 

tvn '금요일금요일밤에' 과학수업과 미술수업을 즐겁게 보고 있는데, 김상욱 교수의 지동설 관한 수업에서 동양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뱀 위에 거북이, 그위에 코끼리, 그위에 세계라는 설정을 너무 단순하게 넘기는 점이 좀 안타까웠다. 이 우주관이 그대로 위 주역숫자에 대응될 수 있다. 뱀이 음양이전의 원초적 형태인 1이고, 거북은 배와 등껍질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각각 네모와 원 형태로, 땅(2)과 하늘(3)을 가리킨다. 네 마리의 코끼리는, 아마도, 6, 7, 8, 9에 해당되는 음양의 네가지 상태에 대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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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 머신러닝 뒤배경에는 통계학이 있다. 다른 뒤편에는 컴퓨터사이언스(코딩)가 있다. 맨처음은 딥러닝의 신기한 알고리즘과 최신성과가 엄청난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았지만, 점차 코딩부분의 신선함은 일상이 되기 시작했고, 또 점차 통계적인 해석과 이해가 필요하고 거기서 깊이를 갖춰야 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통계학 영역은 나름의 난관이 있는데, 그 영역에서 해석과 필요한 기법들이 직관적으로 쉬 이해되지 않을때가 많은 점이다. 왜 해야 되는가도 어렵고, 어떻게 해야 되는가도 어려워서, 능숙한 통계학자의 왜 어떻게 하는 판단이 쉽게 얻어지기 어려운 점이 그렇다.

이럴 때는 '양'으로 승부로 볼 수 밖에 없다. 그와중에 나에게 맞는 양서를 만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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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중국 상나라 세계관과 주나라 세계관의 차이는 무척 흥미로운 주제다. 아무래도 후대에 주류문화가 된 주나라 세계관은 그이후 r그대로 수용되어 고대중국사상의 토대가 되었지만, 실제로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이런 의문을 처음으로 뚜렷이 본 책은 사라 알란의 <거북의 비밀>이다. 이 책에서 주류가 된 주나라 세계관에 가려지고 감춰진 상나라 세계관 내용을 캐내어 책내내 탐색결과를 우리에게 내어준다. 

<거북의 비밀>의 주인공이 '상나라'라면, 주나라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이 '주역'이다. 주역은 유가와 도가같은 사상 혹은 철학화된 측면이 있고, 그리고 책이 작성된 서주초기의 정신세계를 담은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주역을 고증학적으로 연구한 책들이 흥미를 끈다. 김상섭님의 주역연구가 그렇다. 주역 속 역경글을 가지고 해석한 역전 내용보다는, 역경글 자체를 다루고, 잊혀졌던 원래 점법을 복원한 연구가 인상적이었다.

















계사부분에 나오는 점치는 방법을 남아있는 좌전, 국어 등에 점례의 모든 말들이 통하도록 연구한 것이다. 그렇지만 고증학적인 연구와 고대중국인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다루는 소재는 비슷하지만, 연구방향은 차이가 있는 거 같다. 내가 관심가는 것은 점법에 나온 1부터 10까지 숫자에 대응하는 것들이다. 6,7,8,9 가 음효와 양효를 표현하는 네 단계(소음, 노양, 노음, 소양)를 표현하는 것에서 다른 숫자들의 역할이 무척 궁금하다.

프랑스아 줄리앙 <전략>에서 주장한 서양의 전통인 개념적 모델과 대비되는, 고대중국사상의 특징인 실재의 변화를 어떻게 잘 담아내는지 음미하는 것이 흥미진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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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에 가치관 차이에 대한 훌륭한 책들을 적지않게 만날 수 있었다. 동서양 심리를 신선하고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보여준 니스벳 <생각의 지도>도 있었고, 서양의 근대에 대응하는 동양의 것을 찾으려는 것이나, 오늘날 경제적 격차같은 것들이, 직접적으로 인종차나 문화차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있었다. 
















그리고 서양인의 자의식, 자아 같은 것의 형성을 풍부한 이해와 문헌조사 등으로 설득력있는 논리를 통해 밝혀준 책들도 큰 즐거움이었다.

고대중국인들의 정신세계를 직접 다룬 책들은 흔치 않고, 제자백가나 (결은 좀 다르지만) 삼국지 같은 것들이 얼마만큼 현지인의 정신세계와 관련이 있는지 말이 되게 설명한 글들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서구인들의 정신세계에 직접 대응하는 어떤 것들을 찾으려는 시도들인데, 언어 번역의 틀과는 전혀 다르게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틀을 제시해야 하는데, 미덥지않은 시도들이 많이 있었던 거 같다. 

어쨌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조금씩 동서양 가치관 차이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관점에서 상나라 이전 신석기청동기 시대, 상(은)나라 정신세계와 주나라, 춘추전국 시대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책들은 귀하면서 무엇인가 깊이있는 울림을 주었다. 장자에 나오는 붕새나 세발까마귀(삼족오)가 어디서 유래하는지 속시원한 주장과 설득력있는 예시로 빛나는 <중국의 신들>이 그렇고, 상나라 세계관을 설명할 수 있는데까지 잘 도달한 <거북의 비밀>도 그렇다. 이런 배경하에서 주역은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자백가라는 철학적 방향으로 전개된 영역과 서주초기에 작성되어 고대 중국인의 주된 정신세계를 반영한 영역이라는 두 측면을 갖는 주역 중 후자가 매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거북의 비밀>의 저자, 사라 알란도 그렇지만 서양인의 중국연구는 과감한 주장으로 탄식을 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과감함을 넘어서, 그 과감함자체를 연구하고 멋있는 글로 써온 프랑스아 줄리앙이 정말 좋았다. 유독 즐겁게 읽힌 몇몇 책들이 있었고, 짧지만 정말 좋았던 <전략> 을 최근에 접했다.

















이전의 책들이 왜 어떻게 중국의 사상은 다른가를 중국사상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전략>은 서양인의 철학과 중국의 사상의 간극을 충분히 양쪽을 할애하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훨씬더 입체적이고 이해가 확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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