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점글이 담긴 역경부분과 철학적인 해석이 담긴 역전부분으로 구성된다. 역전부분은 10익이라고 부르는 계사전 상하, 설괘전, 단전 상하, 상전 상하, 문언전, 서괘전, 잡괘전 을 가르킨다. 이들 부분은 전국시대부터 진한에 걸쳐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이들 글들은 독자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들 글에 나오는 소재와 내용들은 이미 주초에 역경이 형성된 후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에 계속된 점치기와 점풀이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된 것들을, 역전이라는 형태로 정리되고 연구된 것이다.

이들 내용은 춘추시대 주역점풀이에 관한 주역연구서에서 확실히 볼 수 있다.















춘추시대 주역점풀이 중에 <좌전>과 <국어>에 살아남은 내용이 상세히 고찰되어 있다. 이처럼 역경, 춘추시대점풀이, 역전 에 이르는 과정 중에 역전 10익이 자리잡기 바로 얼마전까지 그 자리를 경쟁하던 다른 역전내용들도 발견되었다. 발굴된 주역 출토 문헌은 대부분 역경 내용만 담겨있는데, 마황퇴 백서에는 계사전 상하를 포함한 역전 내용들이 많이 발굴되었다.
















그 중 <목화> 편과 <소력> 편은 10익에는 담겨져 있지 않은 내용으로 그동안 잊혀졌던 내용이다. 김상섭 번역의 백서주역으로 <목화>, <소력>을 처음 봤을 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춘추점서역> 과 유튜브에서 '고대문명연구소' 정기포럼 중 <목화>편을 다룬 이승율의 강의를 한 번 듣고서는 그 문헌의 시대적 맥락이 보이면서, 그래도 좀 흥미로워 보였다.

춘추시대 주역의 점풀이에는 특별히 유가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철학적이라 할만큼 복잡한 내용보다는, 단순히 윤리적으로 좋은 행동을 하길 권하는 정도다.

그러다가 점차 고도한 윤리성으로 발전한다. 이 발전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계사전에 실린 것처럼, 점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하늘과 땅, 인간을 재현하는 점법에서 기인한 우주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다. 다른 하나는 점책에 나온 문구를 해석하고 그 문구에 다다르기 위한 인간의 도리를 구성하는 탐구다.

이승율의 강의에서는 유가의 두 얼굴이 '종도'와 '종군'이라고 전제하고, 선진시대 공자, 맹자, 순자 등이 '종도'를 추구하고, 진한시기에 전제정치를 지지하는 '종군'의 얼굴을 띠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백서주역의 <목화>편은 그 두 태도 '종도'와 '종군'이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라고 얘기했다. 그외 중국, 우리나라, 일본의 유가적 양상이 중국은 혼재, 우리나라는 종도, 일본은 종군 이 주도하는 경향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얘기들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와닿는 것이 있었다. 그래도 <목화>편의 혼재양상은 이같은 종도와 종군의 혼재이기도 하지만, 점책 해석의 두 방향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우주구성에서 종도의 얘기가 나오고, 윤리탐구에서 종군의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이 종도와 종군의 범주는 중국 청나라와 조선 사이의 도서, 출판 문화 차이를 낳기도 하는 거 같다. 메인은 출판의 중심은 청나라고 고증학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었고, 조선은 출판의 변방이고 그 학술이슈와 조금은 동떨어진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화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청나라는 종군에 가깝고, 조선은 종도에 가까워 다른 방향성을 갖는 거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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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연구도 무척 많은 방향과 연구방법이 있겠지만, 너무나 그럴듯 해보이는 기존의 상식이나 이해를 넘는 새로운 이해를 찾으면, 새롭게 재밌는 옛날 얘기를 찾은 듯 기쁘다.

예전시대 어느 시기건 널려있는 빈틈들을 그래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민속 연구들을 가끔씩 보는데 쏠쏠한 재미가 있다. 


조선시대 유학만큼 본격적이었던 고려시대 불교는 의외로 그 면모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거 같다. 그 중에서도 불교의례 연구는 더더욱 그런거 같다. 이전에 재밌게 봤던 신라불교에 관한 신종원의 책이나 밀교영향을 연구한 책에 이어, 본격적으로 고려 불교에 관한 것이라 연속성이나 일관성이 느껴져서 더 읽을만했다.

고려불교의례에는 신라시대에 이어 지속된 것도 있고, 인도불교의 영향,그리고 중국불교의 영향, 인도나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름만 같고 실제 내용은 큰 변화가 있었던 의례들도 많다. 
















의례연구이니만큼, 진한 속살을 느끼기에는 약했지만, 그동안 이름만 듣고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명칭, 유래, 원불전 등등 세세하고 짚고 확인해주는 검토작업은 인상깊었다. 고려시대 모든 불교의례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불교의례가 왕실의례에 가깝다는 내용도 획기적이었다. 의례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은 수가 왕족과 일부 귀족, 고위관료에 한정되는 것이 우리 상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이런 왕실의례가 호국불교나, 통불교 같은 접근으로는 거의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신간을 내신지 좀 되는 구중회 님의 민속연구도 재밌는 얘기가 많다. 무당 중 접신하는 이들 말고도 책을 낭독하며 활동했던 이들에 대한 얘기, 오늘날 풍수지리와 차이나는 조선시대 풍수지리, 무녕왕릉 속속들이 탐구 등 생각지도 못한 역사의 조각조각들을 하나씩 연구대상으로 삼아 제시한다. 
















무녕왕릉이 백제시대 왕의 무덤이니만큼 왕의 장례에 관한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연구한 성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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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참전에 열심히 읽었던 김재권의 책들을 다시 읽는 중이다. 


예전에 처음봤을 때는, 물리주의, 수반, 논리학적인 표현 등등 신선하고 신통한 재밌는 개념들을 재밌게 보기도 했고, 아무래도 논리학적인 표현으로 계속 진행되면 꼼꼼하게 못 쫓아가서 멍해지기도 하며 알아지면 알아지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읽었다.

처음보는 논리가 세세하게 어떻게 펼쳐지고 어떤 의미의 어떤 방향으로 논증을 쌓는지 살피느라 실제로 김재권의 심리철학이 얼마나 유효하고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음미하지 못한거 같다.


요새 읽는 <물리주의>, <김재권과 물리주의> 에는 그 해석과 설명들이 충분히 담겨 있다.
















<물리주의>에서는 '거의 충분한 물리주의'에 대한 애정어린 복기로 시작하고, 뒤를 이어 김재권의 물리주의를 흘겨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이 백미고, 찐이다. 김재권의 물리주의의 한계를 쉽게 지적하고 자신이 옹호하는 심적인 대상을 변호하는 논증들을 하나씩 각개격파하는 모습은 적지 않은 희열도 준다. 그런 와중에 심리철학을 둘러싼 여러 소동과 변천을 곳곳에 소개해서, 약간 옛날 이야기 듣는 기분도 있다.


어쨌든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생각해보게 되는 신체(물질)와 의식(심적인 대상) 간의 관계는, 자신이 깊이 생각해본 부분 말고는 너무 단순히 덮고 넘어가기 쉬워 그만큼 타협이 횡횡하고, 전문가들인 철학자들이나 신경학자들의 심리철학에도 그런 경향을 다소 볼 수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이 심리철학이 다루는 내용들을 가리키는 언어도, 일상용어와 혼재되어 그 가리키는 바가 얼마나 되는 건지 희미해지는 이유도 있다.


여러 입장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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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1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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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작가의 ‘빙탕후루‘나 ‘신과 함께‘처럼 민속에 관한 내용을 어느 정도 녹여낸 작품을 기대했지만, 거의 그런 내용은 희박하다. 배경만 따와서 볼만한 순정만화 로 만들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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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인 정신세계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중국인 정신세계에 비하면 그 왜곡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의 대표격이 인도 라는 걸 생각하면, 항간에 도는 인도에 대한 상식들이 어떨지 느낌은 온다.

그동안 모아온 인도에 관한 책들은, 크게 인도불교, 인도철학개론서, 인도논리학개론서, 인도역사, 인도신화개론서 등이다. 힌두교에 관한 책, 가빈 플러드 <힌두교, 사상에서 실천까지>도 있었다. 보통 한권으로 된 종교개론서에서는 보기 힘들만큼 알찼고, 많은 내용을 실어 그 정보의 양과 질로 모두 흡족스러웠다.
















이런 방향의 연구는 몇몇 괜찮은 불교연구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초기불교나 부파불교, 대승불교 의 성립과 발전을 다룬 멋진 불교연구서들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설득당할 만한 내용을 전달한다.

그렇지만, 이들 연구서들로는 고대 인도인의 정신세계를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직까지 정확히 정리되지 않아서,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가르킬 수는 없지만, 이광수의 책에 그 의문들의 해소할 실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에 따르면 종교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종교학'이라는 관점이다. 이는 종교에는 변하지 않는 종교만의 순수 영역이 있다고보는 각 종교의 고유성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다. 은연중에 기독교 전통과 통하는 관점으로, 위 개빈 플러드의 책이나 다른 불교 연구서 들도 고유한 종교 현상이라는 시선을 중심으로 놓고 논증을 쌓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종교사 연구'라는 관점이다. 이는 특정 종교 현상은 특정 시대 역사의 산물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한다. 단순히 종교가 탄생한 시대배경을 기술한다기보다는 종교의 많은 부분을 역사의 진행으로 설명하려는 시선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순수한 기독교, 힌두교, 불교 가 있었고 탄생했다기 보다는 역사적 흐름이 이들을 불렀고, 역사적 진행이 이들이 성장케 했다는 얘기다.

막상 이광수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 종교사연구 관점으로 본, 잘 정돈된 베다이전, 베다시대, 서사시 시대에 대한 개관에 기쁘게 독서를 시작하게 된다. 다른 개관서에서는 순서나 전모를 명확히 알기 어렵던 것들이 깔끔하게 나와있다.

그러나 곧 독서가 진행되면서 이 종교사연구 관점에 일관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외로 역사의 산물로 보는 종교라는 관점이 낯선 영역이고, 그 기술방식이 생각보다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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