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연구도 무척 많은 방향과 연구방법이 있겠지만, 너무나 그럴듯 해보이는 기존의 상식이나 이해를 넘는 새로운 이해를 찾으면, 새롭게 재밌는 옛날 얘기를 찾은 듯 기쁘다.
예전시대 어느 시기건 널려있는 빈틈들을 그래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민속 연구들을 가끔씩 보는데 쏠쏠한 재미가 있다.
조선시대 유학만큼 본격적이었던 고려시대 불교는 의외로 그 면모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거 같다. 그 중에서도 불교의례 연구는 더더욱 그런거 같다. 이전에 재밌게 봤던 신라불교에 관한 신종원의 책이나 밀교영향을 연구한 책에 이어, 본격적으로 고려 불교에 관한 것이라 연속성이나 일관성이 느껴져서 더 읽을만했다.
고려불교의례에는 신라시대에 이어 지속된 것도 있고, 인도불교의 영향,그리고 중국불교의 영향, 인도나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름만 같고 실제 내용은 큰 변화가 있었던 의례들도 많다.
의례연구이니만큼, 진한 속살을 느끼기에는 약했지만, 그동안 이름만 듣고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명칭, 유래, 원불전 등등 세세하고 짚고 확인해주는 검토작업은 인상깊었다. 고려시대 모든 불교의례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불교의례가 왕실의례에 가깝다는 내용도 획기적이었다. 의례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은 수가 왕족과 일부 귀족, 고위관료에 한정되는 것이 우리 상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이런 왕실의례가 호국불교나, 통불교 같은 접근으로는 거의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신간을 내신지 좀 되는 구중회 님의 민속연구도 재밌는 얘기가 많다. 무당 중 접신하는 이들 말고도 책을 낭독하며 활동했던 이들에 대한 얘기, 오늘날 풍수지리와 차이나는 조선시대 풍수지리, 무녕왕릉 속속들이 탐구 등 생각지도 못한 역사의 조각조각들을 하나씩 연구대상으로 삼아 제시한다.
무녕왕릉이 백제시대 왕의 무덤이니만큼 왕의 장례에 관한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연구한 성과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