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로 시작하는 근대의 사상은 중세와는 결별한 듯한 인상을 준다. 중세와의 결별은 유럽을 관통한 어떤 정신적 통일을 받치는 토대가 허물어진 과정을 가르키고, 일반적으로 구교에 의한 일체감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근대는 그 시작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지만, 그중 중요한 하나는 당연히 구교전통에 대항하는 개신교 운동을 말한다.
근대는 이렇게 허물어진 토양에서 싹튼 시대고, 그 토양 중 중요한 부분은 기독교기때문에 역사같은 거시적 흐름에도 꼭 기독교세계를 살펴야하고, 그 못지않게 개개인의 내면을 바라볼 때에도 기독교의 창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철학과 사상도 그렇다.
따로 기독교 흐름만을 살펴보는 일은 지루하고 동기부여하기 힘들지만, 이렇게 개인의 내면이나 사상사 형성에 기여한 점을 보고 들여다보면 훨씬 도움이 된다. 경제변화보다 훨씬 더 사상이해에는 기독교 사상사를 충분히 헤아리는 것이 나은 거 같다.
오늘날 유럽은 게르만족과 노르만족, 슬라브족 유입을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으므로, 영국, 프랑스, 독일 에서 로마제국멸망 후 점차 어떻게 자리잡아 발전해왔는지 흐름을 잡으면 유럽과의 거리가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아무리 그리스로마문명이 유럽근본이라고는 해도 이들은 말그대로 고대문명이므로, 유럽탄생은 로마제국멸망부터 시작이다.
이렇게 잡은 방향이, 데카르트나 칸트 책을 읽는데 훨씬 생동감있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는 중이다. 보고 싶은 책들은 요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