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연구하시는 김상섭님, 고대중국수행문화 살피는 정우진님 이 요근래 내 독서의 최애 저자 2명이지만, 그외에도 몇몇 애정하는 저자들이 있다. 작고하신 피터 드러커, 칼 융 도 있지만, 국학 역구하시는 구중회 님이 그 중 강력한 한 명이다. 구중회 의 출판된 책들을 대부분  봤지만, 논증을 만들어가는 그의 책쓰는 스타일은 뚜렷하게 완결된 주장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는 아닌거 같다. 마치 분석심리학 개념의 '그림자'처럼 기존 국학의 그림자진 부분을 파고들어, 기존 전통에 대한 개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캐치하는데는 능하지만, 그 캐치한 부분으로 어떤 충분한 서사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재독 삼독을 하는 재미를 만든다. 저자가 충분한 완성개념을 제시하지 않으니까, 그 과정을 독자가 같이 음미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사실 이러한 논증 형태는 전문 영역글쓰기에서는 드물지 않은 형태로, 문제제기 자체가 큰 의미일 수 있는 논증에 해당한다. 그래도 읽음을 하는 일반독자에게는 '솔루션'영역을 상상하고 어떤 통합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맛이 있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힘을 빼기도 하고 그런다.

이번에 본 책은 <경책문화와 역사>다.
















직관적으로 무당이 개입하는 '굿'은 익숙하고 큰 설명없이 다가오는 면면들이 많다. 이에 비하여 '독경', '앉은 굿', '설위설경' 으로 불리는 경을 읽어 위세를 떨치는 행위들은 쉽지 않다. 한편으로 우리 전통 행위 보다는 불교나 도교에서 경을 읽어 도력을 펼치는, 

경을 읽어 위력을 떨치는 행위는 여러 매체에서 생각보다 많이 접했지만, 그 행위가 굿과 대등한 무교의 '독경'과 밀접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옥추경 에 관한 책을 볼 때만 하더라도, 굿하는 무당에 비하여 어떤 신력이 따르지 못하거나 무당을 돕다가 생겨난 일 이 아닐까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는 아무래도 불교 중심의 기술이고, 그외 어렸을 때 본 전설의 고향에서 경을 반복해서 읽어 도력이 급상승하는 모습, 스님들이 경을 읽어 귀신을 제압하는 광경이 있었다.

이 모든 행위가 '독경'이라는 문화로 조선시대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넓은 독경이라는 관점으로 볼때, 관련된 독경 행위는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초기 까지 기록에 계속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각 시대의 큰 흐름인 무교, 불교, 유교 의 모습들이, 오늘날 생각하는 종교행위의 영역과 당시 일상으로 자리잡은 종교모습과는 생각하는 기준,범주가 많이 다른거 같다.

의료영역


백년전 백오십년전 생긴 큰 변화로, 오늘날 '전통'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갑자기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들이 있다: 사주, 독경이 빠진 무가전통,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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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유투브 <고대문명연구소>에 들어갔더니, 흥미로운 영상이 있어서, 얼른 재밌게 시청했다. 중국 선진시대 관련 책들을 보다보면, 간간히 접하게 되는 에드워드 쇼네시 의 영상이 있었다. 흥미롭게도 주제도 건괘 원형리정 해석에 관한 것이었다.

그동안 김상섭의 주역 연구들을 접해서, 원형리정 을 작성된 의도로 해석하면, '크게 제사지내면 길한 점이다' 정도로 해석되는 것은 알고 있던 차에, 또다른 해석이 가능할까? 혹은 뭔가 다른 관점에서 오는 새로운 접근인가?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영상을 시청했다.

당연히 영어로 진행할 줄 알았지만, 반전은 성조를 편하게 쓰는 중국어로 진행하시고, 갑골문 전공하신 분이 거의 동시 통역해주시는 거였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금방 적응되고, 적응되니 좋았다. 

자신이 시카고대학 재직당시 박사받으시던 한국분에게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놓쳐서, 한국어로 얘기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시작해서, 원형리정 에 대한 과거 해석들을 차분히 예시한다.

최초 영어번역자인 James Legge, 주희의 해석, Richard Wilhelm 번역, 고형의 신역학적 해석 등을 열거한다.

김상섭의 주역해석은 고형의 신역학적 해석을 토대로 한 것이라 둘이 해석이 유사하다. 

열거한 이들의 해석법은, 크게 원형리정 네글자를, 한글자씩 해석하거나, 두글자씩 해석하거나, 통으로 해석하거나 인데, 다들 나름 진지하고 재밌다.

그러면서 자신의 해석을 열기 시작하는데, 고형의 신역학적 해석에 대해서 다시 새로움을 보태기 시작했다.

형 자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 알라딘에서 한문 쓰는 법을 몰라서, 간단히 요약하면,  형 자는 '형'으로 혹은 '향'으로 쓸 수 있다고 하면, 고형의 해석은 '향'의 용법만으로 해석한 것이라 문제를 제기한다.

'향'의 용법은 이미 친숙한 '제사지내다'의 의미고, '형'의 용법은 '귀신이 지낸 제사를 향유하다, 흠향하다'의 의미로, 새롭게 원형리정 을 해석하면 '귀신이 크게 흠향하셨으니, 점이 좋을 것이다' 가 된다.

이렇게 점칠 때 귀신이 개입한다는 내용을 어느 책에서, 상대 갑골문 해석을 다룬 곳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주역의 역경 연구도 재밌어서, 서주시대나 상나라 시대때 육효로 된 점을 다룬, 김상섭의 책에서 번역을 계획하고 있다는 <고고역>도 빨리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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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쉐친 의 책들은 현장성과 흥미롭고 깊이있는 탐구와 창의성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들이 많았다. 















<중국 청동기의 신비>, 마치 복식사처럼, 청동기사 도록이라 할만큼, 우리에게 상식적인 청동기의 이미지에 추가해야할 다양한 청동기 구별과 분별을 정리해 보여준다.

<잃어버린 고리>, 우리에게 전해져 보존된 고문헌들의 가치를, 발굴을 통해 밝히고, 우리에게 잊혀진 고리 까지 언급하며, 과거문헌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만들어준다.

<고문자학첫걸음>, 고문자학을 처음 접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의도로 작성했지만, 마치 현역학자들의 요약노트 처럼, 가치있게 정리된 기본서다.

세권 모두 독자를 잘 설정하고, 독자에게 친절한 안내와 함께 예상치 못한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래서 리쉐친의 다른 책들이 보고 싶어졌고, 얼른 번역되었으면 바라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고시대를 걸어 나오며>는 조금은 달라 보였다..














'의고시대'에 관한 저자의 관심과 관점을, 강연하는 구어체로 잘 열고 있지만, 이 서두를 지나고 나면 흥미로운 글들이 그리 보이지 않는다. 주역연구에 관한 글이 하나 눈에 띄었지만, 이미 김상섭의 여러 주역연구책에서 접한 내용을, 짧게 소개만 해서 아쉬웠다.

그외는 진지한 고고학 책에 실릴, 높은 전문성으로 시야가 한정된 짧은 논문같은 글들이 많다. 그러니까 위 3권에 비해, 저자가 설정한 독자층이 훨씬 전문가들로 제한된 인상이다. 그리고 리쉐친의 반짝반짝 빛나는 깊고 창의적인 해석보다는, '신고'에 초점을 맞춘 약간 중화민족주의에 기운 해석들이 보인다.


옥기, 도철, 옛날 창, 인신공양, 의례용 용기인 뇌와 화, 파촉, 중화민족 시조신화와 중원이외 지역에 신화전파 등은, 나로서는 정보의 나열정도로만 들리고,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괵국, 춘추시대 금기와 옥기 얘기도 그정도였다.


이러면서 내가 가진 고대중국에 관한 배경지식이 대부분 문헌에 한정되었다는 것을 진짜 알게 되었다. 제자백가, 갑골문조금, 역경, 선진시대 역사서 몇 권이 전부기 때문에 이 범위를 벗어나면, 내게는 전문가의 영역이 되고 그 연구들의 흥미로움이 빛이 바래지는 거 같다.

그 문헌과 고고학 사이에서 문헌에 가까운 얘기들이, 리쉐친 의 글들에서 내게는 빛나 보였던 거였다. 그래도 흥미로웠던 몇몇 지점들은 있었다: 서주시기 복골과 상대 복골의 복사를 비교해 놓은 글은 눈에 잘 들어왔고, 문헌기록으로 남지 않은 서주중기 청동기 얘기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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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에셔, 바흐>를 쓴 호프스태더의 신간 <사고의 본질>은, 그 제목과 내용이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어떤 유형의 사고, 즉 유추를 다양한 예시로 분석하고 있다. '사고의 본질'이라는 제목은 어떤 심리철학이나 인지심리학 을 연상시키며, '사고'자체를 충실하게 분석할 것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본 책은 유추에 한정된 내용이다. 

유추는 어떤 특정한 심리현상이기보다는, 기본 사고, 심리현상부터 고차원의 사고까지 두루 적용되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유추처럼 순진한 이용에서부터 수학자나 과학자의 유추처럼 복잡한 영역에까지 이른다.
















'유추' 를 독자에게 설명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저자들은 많은 영역을 건들고 상세한 예를 든다. 저자들의 글쓰기는, 전통적인 글쓰기에서 도입부에 현장감있는 예나 상황을 들고 분위기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논증으로 들어가는 것과 정반대다. 오히려 현장감과 현실감을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여러 영역에서 유추를 재현하는데 공을 들인다.

단어의 영역에서는, 단어와 범주의 차이를 통해서 개념을  

구와 절의 영역에서는, 

그렇다면 지성이란 무엇인가


두 영역 모두에서 사고와 언어의 간극을 메꾸는 절묘한 방법들을, 생생한 예시를 통해 생생한 사고과정을 재현하고 설명한다.


수학자들

아인슈타인으로 대표되는 과학자들



정우진의 <감응의 철학>에서 '감응'을 음양오행이나 주역괘효 같은 패턴을 이용해서 담는 것도 색다른 유추 라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취상, 신토불이 ...' 감응을 잡아내는 여러 방식들이 


그렇지만, 유추를 이렇게 잡아내는 저자들의 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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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를 춘지 5년이 넘어가고 있다. 대회출전이나 강습 같은 진지한 목적이 없이, 그래서 춤느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 느린, 그래서 초반의 어려움을 꽤 겪다가, 이제는 어느정도 극복한 채 밀롱가를 다니고 있다.

탱고음악에 대해서는, 춤출때 필요한, 박자가 다른 3분류인 탱고,발스, 밀롱가 를 분간하는 것과, 탱고 속에서 리드미컬한 다리엔소, 비아지; 멜로딕한 디 살리; 우아한 뿌글리에세 등, 즉 빠른 음악, 중간 음악, 느린 음악 정도 만 구분하고 있었다.

한번씩 탱고 음악 소개하는 강습이나 세미나도 들어 보지만, 위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서너개 악단과 가수 들을 더 들은 정도다.

점차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뮤지컬리티 수업도 흥미롭게 들어가는 중이어서, 뭔가 시야를 넓힐 때가 된거 같다. 그러니까 1935년-45년 사이의 황금시대 도 좀더 충실히 알고 싶고, 그 전시대도 궁금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싶은게 아니라, 음악감상과 같이 병행해야 더 의미가 있다.

마침 접근할 만한 책이 번역되어 구입해 읽었다.
















악단 소개도 흡족하고, 악단이 등장하는 사회적, 문화적, 음악적 맥락을 간략하지만, 매우 설득력있게 정리해준다. 내가 원하는 황금시대 빅4, 그 전후, 군소 악단 들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악단의 음악적 특징도 잘 짚어준다. 어떤 연주자가 왜 대표성을 띠는지, 어떤 가수가 어떤 역할 했는지도 재밌게 얘기해준다.

악단마다 추천 곡들 선정은, 춤곡으로서 선정보다는, 각 악단의 스펙트럼을 넓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소개었다. 춤곡으로서 감상은, 발매 리스트가 따로 정리되어 있고, 추천되어 있지 않은 곡들 중 밀롱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곡들은 거의 모두 유투브에 올라있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댄스곡의 깊이를 찬찬히 음미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댄스곡들도 깊이가 있다는 것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앉아 갈 때 책 읽으면서 탱고곡유투브 감상은 정말 괜찮고 할만하다.



올해는 내게는 뮤지컬리티의 해가 될거다. 아마도 내년에도 그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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