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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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이제 그의 완벽한 팬이 되었나보다. 우연찮게 그의 책이 보여서 냅다 집어들고 집에 와서, 먼저 읽고 있던 다른 책을 후다닥 보고 나서,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시간도둑의 책을 또하나 읽었다. 아니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빠져들어서 읽어버렸다.


약간의 실망이 느껴진다.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던 내게, 이번에 그가 보여준 책 속의 상황과 지역을 넒나듬에 약간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가면서 약간 상투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이 책의 재미를 깎아내릴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아쉬움을 만회하겠다고 내가 당장 소설을 쓰겠다는 말도 아니고


지금 라디오에서 나오는 lost in your eyes같은 느낌이 살지 못한다는거다. 사실 내게 이런 감정을 주는건 아주 힘든 일이다. 그런데 더글라스 씨는 내가 아주 쉬운 독자인가보다.


다른 때처럼 이번에도 영화와 같은 소설로 나아간다. 행복과 위기의 베틀질 속에서 여전히 주인공은 별탈없이 역경을 잘 헤쳐나간다. 해피 엔딩이라고 말할 정도일지는 모르겠다.

아쉬움 속에 다음 번에는 멋진 작품이 나오기를 격하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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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 고종석의 언어학 강의
고종석 지음 / 로고폴리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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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종석이라는 분은, 내 관심 분야인 우리말에 대해 자기만의 보는 눈과 위치를 터잡고 있는 사람이다. 기자로서 그의 칼럼을 보면 정치에 대한 입장이 우리 글에 대한 입장과 조금 어긋나보이기도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다.

한동안 절필을 선언하셔서 이 분의 책이 언제 나오나 싶었는데, 강의활동은 절필 기간에도 하셨나보다. 그가 대중에게 했던 4번의 강의를 모아서 나온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기자로, 언어학자로, 한때의 법학도로 두루두루 알고 있는, 미국의 문화와 영어에 쏠리지 않고 프랑스어나 라틴어, 그리고 옛날 우리말과 한자, 일본어와 예전 일본의 글쓰기 작품 등 여기 저기 넘나드는 그의 박식함, 읽다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재치스러운 글짓기 솜씨에 아주 짧은 시간동안 책을 다 읽게 되었다.

고종석의 책을 읽으며, 민족과 국가라는 애매하고도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이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말은 과연 어떻게 규정지어야 하고, 우리가 쓰는 이 말을 과연 우리 민족만의 특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근대 유럽에서 형성되어 꽃피고 있는 서양 문명과, 그에 대한 전수자인 일본 문명이 우리의 말과 얼을 뒤덥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우리를 별개의 민족으로, 우리 말을 별개의 말로 나눠서 지키고 그러면서도 서양의 말과 적절하게 잘 섞여야 하고, 슬기롭게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빨아들여야 하는 이 어려운 숙제가,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숙제가 맞을까? 우리에겐 이렇게 가만히 뒤돌아볼 새도 별로 없다. 빠름이라는 이름 속에 우리의 모든 것이 이름붙여지면서, 뒤돌아보기는 커녕 무섭게 봇물 넘치게 들어오는 새로운 뜻과 말, 기술에 그 의미를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더 밀고 나간 뜻과 말과 기술이 우리를 몰아세운다. 하나 하나 따라가다보면 허덕이고, 허덕이다보면 거리는 더 벌어지고, 이러면서 무언가를 먼저 치고 나가기는 더 힘들어지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 하지만 당장 어떤 다른 대안으로 이렇게 하자고 말하지도 못하는, 그냥 책상에 앉아서 답답함을 글로 토로하는 노인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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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고 부르는 책을 마주보면서 느끼는 나쁜 버릇은그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비교를 하는 것이다그러니까과거 우리 조상보다는 현재의 우리가 더 고민이 많고더 어렵고사회를 보는 눈은 좀더 떠 있다는 등등으로 은연중에 우리가 좀더 낫다는 그런 뜻이 숨겨져 있다나 스스로도 종종 그런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자발적 복종이라는 책은 1500년대 활동한 라 보에티라는 작가가 쓴 책이다책의 내용이 많지도 않고 9개의 소주제로 모여있어서 읽기 편하다. ‘읽기 편하다는건 앞서 말한 가벼운 분량과 짧은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게 쉽다는 말이지그 내용이 아주 간단하지 않다고전을 읽는 건우리 자신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나는 나와 우리를 보는 거울의 하나로 고전을 본다그러다보니,고전 책 하나 하나를 내가 처해진 상황을 투영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도 저자의 생각이 요즘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정치사회 등 우리 삶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 사람이라는 무리가 언제부터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의 사회 형태를 갖추었는지 모르지만그 사회의 발걸음이 한발짝 앞서서 나가는건마치 거대한 맘모스가 뱃속에 곧나올 새끼를 잉태한 채 힘들게 겨우 한걸음 나가는 모습처럼 힘겨워 보인다그리고 때로는 그 한발을 내디뎓다가 두세발짝 뒷걸음 치는 등 숱한 실수와 문제를 꽁꽁 싸매고 나가는 듯 싶다그런 어려운 한걸음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하는 사회 운영 체제를 만들어서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민주주의는 그 이상에 비해서 유지하고 나아간다는게 참으로 어렵다왕이나 신이 다스리는 옛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고 때로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또한 민주주의라는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독재를 행하는 모습은 전세계에서 아직도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이 점에서부터 보에티의 책을 시작한다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그렇게 많은 마을과 도시그렇게 많은 국가와 민족들이 독재자의 전제 정치를 참고 견디는 일이 항상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독재자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부여한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인민들이 그를 참고 견디는 만큼,독재다는 그들에게 동일한 정도의 해악을 저지른다….그렇지만 놀라운 것은 인민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대수로지 않게 여기는 태도이다실제로 인민들은 폭적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이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이러한 태도는 정말로 기이하지 않는가수백만의 사람들은 비참한 노예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어떤 막강한 권력에 의해서 강요당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자유를 꿈꾸고 손에 잡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를 그저 열망하기만 하였으며 단순히 그러한 의지만 품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왔다실제로 언젠가는 반드시 자유를 쟁취해야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자유라고 말한다 [많은 선 가운데는 단 하나의 고결한 선이 있다그것은 자유이다자발적 복종은 모든 것을 망치며자유만이 유일하게 선을 정당화시킨다그리고 그러지 못한 그때 사람들에게 외친다. [인민들이여너희는 불쌍하다왜냐하면 너희는 자신의 불행에 관심 없다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너희는 참으로 어리석다왜냐하면 스스로 찾아야 할 행복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너희의 가장 귀중한 것과 아름다운 것을 강탈당하고수확물을 도둑 맞으며거주지를 빼앗기고상속 받은 가구들을 빼앗겨 질질 끌고 가게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도모든 것을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구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로 마무리한다. [배우자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배우자위를 향하여 응시하자우리의 명예를우리의 사랑을우리의 선을 위하여우리의 행동을 깨닫고우리의 오류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게 하는 신의 사랑과 영광을 위하여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해서나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즉 신은 저 아래의 전제 군주와 그 패거리들에게 어떤 특별한 형벌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왜냐하면 신은 다음의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즉 선량한 자와 신의 은총을 받는 자라면 누구든지 폭정을 가장 저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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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되는 소설의 중간편을 소감문으로 정리하기가 때로는 좀 애매할 때가 있다. 소설 내용을 정리하고픈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바가 아닌바, 내 스스로 소화한 그 시대의 내용을 정리하고자 하지만, 책의 내용은 되도록 덜 밝힌다는게 책을 쓰는 만큼이나 쉽지 않아 보인다.

2편은 아직 시이저가 나오기 전, 그 부모님 대의 이야기다. 한 책에 거의 2~3년 정도의 내용으로 풀어간다는게, 그것도 BC100년의 이야기라서 글쓴 이가 이야기를 이렇게 세밀하게 풀어나간다는게 놀랍다.


로마의 건국 이후 전쟁은 줄곧 있었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전쟁은 시이저가 태어나서 이름을 날리는데 매우 연결고리가 큰 내용일 것이다. 2권의 두 주인공은 이제 정말 큰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툭튀어 나오는 어떤 부족과 전쟁 이야기는 몽골의 유럽침공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 상황을 보면, 당시 전쟁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짝 그림이 떠오른다. 이건 내가 지금껏 갖고 있던 궁금증과 큰 관련이 있기도 하다. 옛날에는 정말 어떻게 전투를 했는지 말이다. 전쟁사 이야기 등을 보면서 얼핏 그런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전쟁과 분명히 많이 달랐을텐데, 이 부분은 전쟁을 포함한 역사 서술 방식에 대해 매우 아쉬운 점이다.


3편을 빨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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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우주 - 세기의 책벌레들이 펼치는 책과 책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대화
움베르토 에코.장필리프 드 토낙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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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예술과 같이 특정한 분야의 이름 말고 근현대 유럽 사람 중에서 한국 사람의 귀에 익숙한 사람의 하나가 에꼬일 것이다.아마 그의 어떤 소설, 그리고 그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얻게 된 많은 관심이 지금까지도 쭉 이어오지 않았나 싶다.


이 책(책의 우주: n'esperez pas debarrasser des livres은 책벌레나 책중독?이란 말로는 뭔가 부족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책종교에 빠진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책이 죽기는 커녕 앞으로도 계속 갈꺼다, 오히려 IT발전으로 짧아진 명줄이 얼마나 갈지 알 수도 없는 저장장치보다 훨씬 더 오래 갈 것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두 사람이 죽고 나서 갖고 있던 소중한 책을 어떻게 처리할지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신기술은 이전의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고, 감히 자신을 거부하는 모든 일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문맹으로 만들어 버릴듯한 기세를 보여줍니다…우리는 세계화 덕분에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방식으로 생각하리라 확신했었죠. 하지만 실제 결과는 모든 점에서 정반대입니다. 세계화는 공통의 경험의 파편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잘 몰랐던 그리스 고대, 현대 이전 인도, 스페인의 침략을 받고 망해가는 중이던 아메리카 원주민, (들으면 거의 모든게 항상 새로운) 아랍, 몽골의 침략을 받을 당시 유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철저히 몰랐음'에서 비롯된 새로운 호기심이 돋아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소중한'이라는 말포장이 당연히 따라붙는 옛날 책은 정말 그 당시의 문화나 책의 정수,고갱이였을까?란 물음에 대해서 많은 공감이 갔다. 반대로, 이름만 알려졌거나 그 이름마져도 알려지지 않고 사라진 책 중에서 오늘날 많은 의미를 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또 우리가 그 실체를 모르는 위대한 저자들이 얼마나 많은 걸까요?...우리는 앞에서 말한 <유령>개념을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가장 위대한 작가는 우리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미지의 작가일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일은, 지나간 과거, 무지와 광기,야만의 몸짓이라고 말하는 우리에게, 한번도 읽지 않고 잊혀지는 수많은 오늘날의 책에 대해서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역시 역사는 반복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100년전, 1000년전보다 더 발전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어떤 근거로?

많은 주제와 소잿거리,영감 등 곱씹어볼많한 거리가 아주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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