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나 액체, 기체에 관한 연구는 물리학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알갱이 입자들에 관한 연구는 물리학자들의 관심을 끌지못했다. 최근 들어 알갱이가 고체와 액체에서는 볼 수 없는 풍부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알갱이 역학granular dynamics 이 물리학 분야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산사태나 지진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들도 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으며, 땅콩 회사와 제약회사를 비롯해 분말을 다루는 기업들의 연구비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물리학자들은 알갱이 역학을 통해 산사태가 일어나는 이유와 브라질 땅콩이 맨 위로 올라오는 까닭에 대해 어떤 해답을 찾은 걸까? 그들은 과연 모래알갱이와 땅콩들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 P220

1993년 저명한 물리학 저널 <피직스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는 모래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모래 알갱이의크기와 모래시계 목neck의 직경이 적당한 비율을 이루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저자인 샤오-룬 워 교수는 이 논문에서 모래시계의 목을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의 기압이 1만분의 1이라도차이가 나면 모래가 일정하게 떨어지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똑똑 떨어진다는 것icking effect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유럽의 농촌에는곡물이나 사료를 저장하는 ‘사일로 silo‘라는 원통형 창고가 있다.  - P224

이처럼 적당한 소음이 있을때 미약한 원신호가 더 잘들리는 현상을 ‘소음 공명‘이라고 부른다. 전달하려는 신호가 주변의 소음과 공명을 일으켜 증폭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붙었다. - P246

1981년 이탈리아의 기상학자 로베르토 벤치Roberto Benzi와 그의 동료들은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제안했다.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유입되는 에너지에 의해 지구의기온은 쉴 새 없이 변화한다. 벤치 박사는 10만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지구 궤도의 흔들림으로 인한 대기 온도의 변화가 이러한 대기 온도의 요동에 의해 더욱 증폭되면서 지구가 갑작스러운 빙하 상태로빠질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이것이 소음 공명현상을 처음도입한 계기다. - P249

특히 소음 공명의 의학적 응용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간의 신경세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역치 값이 올라가 잘 발화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이나 발의 움직임, 방향, 속도 등을 지각하는 뉴런들의 수용체가 역치값이 올라감에 따라둔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할 경우 걷기가 힘들어지고몸의 균형 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 물리학자들과 의사들은 이런 증세로 고생하는 환자의 신경세포에 약간의 소음을 주입함으로써 미약한신호에도 세포가 반응해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을연구하고 있다. - P254

뇌파는 1929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한스 베르거Hans Berger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후 현대 정신의학에서 중요한 생체 신호로 연구되어왔다. 신경생리학자들은 사람의 뇌 상태가 달라지면 뇌파의 파형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발견했다. 특히 1960년대 파워 스펙트럼 분석법power spectrum analysis이 도입되면서 뇌파의 파형에 관한연구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 P259

그 후 10년 동안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이 논문은 이론물리학자들에 의해 재발견되어 새롭게 각광받게 된다. 물리학자들은 설령 간단한 물리학 법칙이라 하더라도 비선형 항이 포함되어 있으면 초기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그 값이 완전히 엉뚱해질 수 있으며, 그 운동 궤적이 굉장히 복잡하고 무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카오스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 P260

그런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볼프 징거Wolf Singer 박사와 그의동료들은 이 문제에대해 감마파(40헤르츠 정도의 뇌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에 따르면 서로 연관된 세포들은같은 주파수와 위상으로 ‘동시에‘ 펄스를 발산한다는 것이다. 이때 발산하는 펄스의 주파수가 40헤르츠 부근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40헤르츠의 감마파가 서로 다른 영역의 세포들-같은 사물에 의해 홍분한에 대한 정보를 한데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우리가 감마파에 담긴 정보를 정확히 읽을 수만 있다면 뇌파를 통해뇌의 사고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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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죽음과 복음서들이 쓰인 시점 사이에 긴 공백이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그 복음서들이 과연 역사의 믿을 만한 길잡이인지를 의심할 한 가지 이유를 제공한다. 또 하나의이유는 복음서들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예수를 따라다닌12명의 제자가 있었다는 데는 모든 복음서가 일치하지만, 그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 P44

복음서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따른 또 다른 문제는 <구약>의 예언을 실현하려는 집착이다. 특히 <마태오의복음서>가 그렇다. 마태오가 단지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사건을 지어내 자신의 복음서에 적어 넣는 일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지 않은가. 가장 눈에 띄는 예는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 처녀였다는 전설을 지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 전설은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불어났다. 마태오는 어떻게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그의 약혼녀 마리아가 다른 남성이 아닌 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라고 요셉을 안심시키는지 이야기한다(루가가 하는 이야기는 다른데, 천사가 마리아에게 직접 나타난다).어쨌든 마태오는 조금의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독자들에게 뻔뻔하게 말한다. - P45

마태오와 루가가 예수를 베들레헴에서 태어나게 한 것도 예언을 실현하겠다는 결심 때문이다. <구약>에 등장하는또 한 명의 예언자 미가는 유대인의 메시아가 ‘다윗의 도시‘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요한의 복음서>는충분히 합리적이게도, 예수가 그의 부모가 살았던 나자렛에서태어났다고 추정한다. 요한은 예수가 실제로 메시아라면 어떻게 나자렛에서 태어날 수 있는지 놀라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르코는 예수의 출생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하지만 마태오와 루가는 둘 다 미가의 예언을 실현하고 싶었고, 둘 다 예수의 출생지를 나자렛에서 베들레헴으로 옮길 방법을 허둥지둥 찾았다. 불행히도 그들은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 P47

<도마의 유년기 복음서>에 묘사된 놀라운 기적들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수는 진흙으로 참새를 빚지도, 자신과 부딪친 소년을 죽이지도, 소년의 부모를 눈멀게 하지도, 목공소에서 각목을 늘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물 위를 걷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등 정경의 복음서들에 나오는 똑같이황당한 기적을 믿을까? 만일 <도마의 유년기 복음서>가 정경에 들어갔다면 사람들은 참새 기적이나 각목을 늘이는 기적도믿었을까? 아니라면, 이유가 뭘까? 382년 로마에 모인 주교들과 신학자들 덕분에 운 좋게 정경에 포함된네복음서는 뭐가그렇게 특별한가? 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가? - P56

이미 말했듯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역사학자는 예수가 실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다. ‘예수‘는 여호수아 Joshua 또는 Yeshua 라는 히브리어 이름의 라틴어 어형이다. 이것은 흔한 이름이었고, 떠돌아다니는설교자도 흔했다. 그러므로 여호수아라는 설교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람이 많았을 가능성도 있다. 믿을 수 없는 대목은 그들 중 누군가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또는 진흙으로 참새를 빚고), 물 위를 걷고(또는 각목을 늘이고), 처녀로부터 잉태되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그런 걸믿고 싶다면 지금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증거를 찾는 게좋을 것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말했듯 "비범한 주장에는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 세이건은 아마 유명한 프랑스 수학자라플라스에게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라플라스는 이렇게말했다. "비범한 주장에 필요한 증거의 무게는 그 주장의 이상함에 비례해야 한다." - P57

아브라함은 유대 민족의 시조이고, 오늘날 세계 3대 일신교 신앙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창시자였다.하지만 그는 실제로 존재했을까? 아킬레스와 헤라클레스의경우처럼, 그리고 로빈후드와 아서왕의 경우처럼 진실은 알수 없고, 그가 실존했다고 생각할 확실한 이유는 전혀 없다. - P69

<성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권의 책 <전도서>와<아가>는 역사인 척하지 않는다. <구약>의 다른 책들, 예컨대<창세기> <출애굽기> <열왕기> <역대기>는 역사인 척한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5경이라고 부른다(그리스도인은 펜타튜크Pentateuch, 유대인은 토라Torah라고 부른다). 모세가 그 책들을 썼다고 전해지지만, 진지한 학자라면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로빈후드와 그를 따르는 무법자 무리 또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모세5경에도 어떤 모호한 진실의 조각들이 묻혀 있을지모르지만, 거기에 실제 역사라 부를 만한 것은 전혀 없다. - P71

민족 전체가 노예로 살았던 것이나 몇 세대 뒤 대규모 이주를 한 것은 큰 사건이었다. 여러분은 그 정도로 큰 사건이라면 고고학 기록과 이집트 역사 기록에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가지 사건 모두 증거가전혀 없다. 유대인이 이집트에 포로로 잡혔다는 증거는 전혀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높지만, 그럼에도 그전설은 유대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 <성경>에서 신이나 모세를 언급할 때, 그들의 이름 앞에는 흔히 "너희를 이집트에서이끌어낸 또는 이에 상당하는 수식어가 붙는다. - P72

왕 네부카드네자르가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많은 유대인을 수도 바빌론으로 잡아갔다(이 사건을 ‘바빌론 유수‘라고 부른다―옮긴이). 그로부터 약 60년 후 바빌로니아도 페르시아제국의 키루스 대왕에게 정복당했다. 키루스는 유대인이 고향으로 돌아갈수 있도록 허락했고, 그들 중 일부는 그렇게 했다. 바빌론 유수 동안, 또는 그즈음에 대부분의 <구약>이 쓰였다. 그러므로만일 여러분이 모세나 다윗, 노아나 아담의 이야기가 해당 사건을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해 쓰인 것이라고 믿는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구약>에 있는 역사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대부분 훨씬 더 나중, 그러니까 저자들이 기술하는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수세기 뒤인 기원전 600~500년에 쓰였다. - P75

그러면 <창세기> 첫 부분에 나오는 신화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노아의 홍수이야기는? 노아 이야기는 바빌로니아 신화인 우트나피시팀전설에서 직접 유래했다. <창세기>가 바빌론 유수 때 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 이야기는 《길가메시서사시>에 나오는데, 전설상의 수메르 왕 길가메시가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아 나선 여행길에서 우트나피시팀으로부터 직접들은 대홍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빌로니아인은 수메르인처럼 다신론자였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바빌로니아 버전에 따르면 신들은 대홍수를 일으켜서 모든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신들 중 한 명인 물의 신 에아(수메르의 신 엔키)가 우트나피시팀에게 거대한 배를 만들라고 알려준다. 나머지 이야기는 노아 버전과 거의 같다. 방주의 자세한 모양과 치수를 꼼꼼하게 명시한 것, 모든 종류의 동물이 배에 오르는 것, 비둘기 · 제비 · 까마귀를 밖으로 내보내 물이 빠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방주가 산꼭대기에 멈추는 것 등등.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또 다른 홍수 신화에서는 노아 역할을아트라하시스라는 인물이 맡는데, 신들이 인간을 물에 빠뜨려죽이려 한 이유는 인간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이야기마다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 P76

아담과 이브 이야기, 노아와 방주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 교양 있는 신학자들 가운데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78

에덴동산 이야기는 유대인의 창조 신화이다. 세계 각지의 수천 가지 창조 신화 중 유대인의 창조 신화가 그리스도교 성서인 《성경》에 포함된 것은 단순히 두 가지 역사적 우연 때문이다. 예수가 유대인이었다는 것과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는 것이다. 노아 이야기와 달리 아담과 이브신화는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비롯된 것 같지는 않다. 재미있게도 그것은 중앙아프리카 숲속에 사는 키 작은 사람들인 피그미족의 창조 신화와 비슷하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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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함께 묶어 흔히 ‘아브라함‘ 종교라고 부르는데, 세 종교 모두 신화상의 족장 아브라함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유대인의 시조로도 추앙받는다. - P16

정통 가톨릭교회(동방정교회)와 서방의 로마가톨릭교회가 일찍이 갈라진 것은 주로 다음 질문을 둘러싼 논쟁 때문이었다. 성령이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나오는가나온다는 게 뭘 의미하든),
아니면 단지 아버지에게서만 나오는가? 신학자들은 실제로이런 종류의 문제를 궁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다음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있다. 로마가톨릭교도에게 마리아는 실질적으로 여신이다. 그들은 마리아가 여신임을 부인하면서도 여전히 마리아에게 기도한다. 그들은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고 믿는다. 그게 무슨 뜻일까? 가톨릭교도는 우리 모두가 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아기는 죄를 짓기에는 너무 어린데도 말이다. 어쨌든 가톨릭교도는 예수처럼) 마리아는 예외였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모든사람은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죄를 물려받는다. 사실 아담은실존하지 않았으므로 죄를 지을 수도 없지만 가톨릭 신학자들은 그런 사소한 사실에 굴할 사람들이 아니다.  - P18

이런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를 ‘범신론자‘라고 부른다. 범신론자가 무엇을 믿는지는 다소 모호하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 "나의 신은 모든 것입니다." "나의 신은 자연입니다." "나의 신은 우주입니다." "나의 신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것의 깊은 신비입니다." 위대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 마지막 의미로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가 말한 신은 아브라함의 신이 하듯ㅡ여러분의 기도를 듣고 여러분의 속마음을 읽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하는 (또는 벌주는 신과는 매우 다르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일을 하는 인격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 P23

사람들이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말할 때 그것이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신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요정이나 픽시, 엘프나도깨비, 레프러콘이나 분홍 유니콘은 없다는 것을 우리가 증명할 수 없듯이 그리고 산타클로스나 부활절 토끼 또는 이 tooth의 요정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듯이 말이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지만 누구도 그것을 반증할 수 없는 수십억 가지 것들이 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실감 나는 비유를 들어 그점을 지적했다. - P24

"이미 성서가 신을 믿을 이유가 되는지 의심하기 시작했을지도모른다. 세계에는 수많은 신앙이 존재한다. 여러분이 읽으며자란 성서가 진실인지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만일 다른 모든것이 틀렸다면, 어째서 여러분의 성서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대체로 그리스도교의<성경>을 읽으며 자랐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장은 <성경>에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누가 그것을 썼고,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거기에 적힌 말이 사실이라고 믿을까? - P26

<구약>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아킬레스나 헬레네에 관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믿을 이유가 없는 것처럼 <구약>의 이야기도 믿을 이유가 없다. 호메로스의이야기가 그리스 전설인 것과 마찬가지로, 아브라함과 요셉의이야기는 히브리 전설이다.  - P32

복음서들이 증거일까? 복음서들이 《신약》 첫 부분에 실려 있어서 여러분은 그 책들이 가장 먼저 쓰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신약>에서 가장 오래된 책들은 끝부분에 있다. 바로 바울로의 서신들이다. 유감스럽게도 바울로는 예수의 인생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많은 내용이 예수의 종교적 의미, 특히 그의 죽음과 부활이 갖는 종교적 의미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역사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한건 거의 없다.  - P32

바울로의 서신들에 예수에 관한 사실이 없다는 점은 역사학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예수를 섬기길 바랐던 바울로가 예수가 실제로 한 말이나 한 일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역사학자들을 애태우는 또 한 가지 점은 복음서 말고 역사책에는 예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 P33

그리스도인은 예수가메시아라고 가르쳤다(그리스도‘는 메시아의 그리스어 번역이다).
하지만 독실한 유대교도에게 예수는 전혀 군사 지도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것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누가 너를 때리면 다른 뺨도 내밀라"는 그의 평화 메시지는 우리가 군인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 시대의 로마 압제자에 대항해 유대인을 지휘하기는커녕 예수는 순순히 그들의 손에 처형당했다.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은 요세푸스 같은 독실한유대교도에게 미친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만일 요세푸스가 어떻게든 자신이 배운 것을 거슬러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 인물인 예수를 메시아라고 확신했다면 아마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그저 "그는 메시아였다"라고 한마디 툭 던지고 말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문장은 그리스도인이 나중에 날조한 것처럼들린다.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확실히 그렇게 믿고 있다. - P34

‘누가복음서들을 썼을까? 그리고 언제 썼을까? 많은 사람이 <마태오의 복음서>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세금 징수원 마태오가 썼다고 잘못 알고 있다. 그리고 <요한의 복음서>는 열두 제자 중 또 한 명으로 ‘예수가 사랑한 제자로 알려지게된 요한이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르코의 복음서>는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의 젊은 벗 마르코가 썼으며, <루가의 복음서>는 바울로의 친구인 의사 루가가 썼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아무도 이 복음서들을 실제로 누가 썼는지 짐작조차 못 한다.
우리는 네 복음서 가운데 어느 것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훗날 그리스도인들이 각 복음서 윗부분에 편의상 이름을 끼워 넣었을 뿐이다. 틀림없이 A, B, C, D 같은 무미건조하고 중립적인 라벨을 붙이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을 것이다. 오늘날 어떤 진지한 학자도 복음서들이 목격자에의해 쓰였다고 생각하지 않고, 학자들은 네 복음서 중 가장 오래된 <마르코의 복음서>조차 예수가 죽은 지 약 35~40년 후에 쓰였다는 데 동의한다. <루가의 복음서>와 <마태오의 복음서>는 그 이야기의 대부분을 <마르코의 복음서>에서 가져왔고, 일부는 ‘Q‘라고 알려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리스 문서에서 가져왔다.  - P36

그리스도교의 공식 경전으로 합의된 책들인 정경이최종적으로 정해진 것은 바울로가 죽고 나서 몇백 년 후였다.
오늘날 (개신교) 그리스도인이 읽는 <성경》은 《신약> 27권과<구약>> 39권으로 이뤄진 표준 정경이다(로마가톨릭교도와 그리스정교회 신자들은 ‘외경‘이라 부르는 책들을 추가한다).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의 복음서가 정경에 포함된유일한 복음서이지만, 앞으로 살펴볼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예수의 다른 복음서가 많이 쓰였다. 정경은 로마공의회라 불리는 교회 지도자들의 회의에서 주로 정해졌다. 이때는 서기382년으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종에 이어 로마제국에서그리스도교가 공식 인정을 받은 후 분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였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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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11월에
한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

한점 흰구름 하늘에 실려 가듯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해 흘러가게 하소서

죽은 이를 땅에 묻고 와서도
노래할 수 있는 계절
차가운 두손으로
촛불을 켜게 하소서 - P154

해 저문 가을들녘에
말없이 누워 있는 볏단처럼
죽어서야 다시 사는
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

- 이해인, <순례자의 기도> 중에서 - P155

내가 살아 있기에
새롭게 만나는 시간의 얼굴
오늘도 나와 함께 일어나
초록빛 새옷을 입고
활짝 웃고 있네요
하루를 시작하며
세수하는 나의 얼굴 위에도
아침 인사를 나누는
식구들의 목소리에도
길을 나서는
나의 신발 위에도
시간은 가만히 앉아 - P157

어서 사랑하라고 나를 재촉하네요
살아서 나를 따라오는 시간들이
이렇게 가슴 뛰는 선물임을 몰랐네요

- 이해인, <시간의 선물> 전문 - P158

시간은 날마다 지혜를 쏟아내는 이야기책
그러나 책장을 넘겨야만 읽을 수 있지
살아있는 동안 읽을게 너무 많아 나는 행복하다
살아갈수록 시간에겐 고마운 게 무척 많다………… - P160

신앙의 여정에서도 좀 더 특별한 것을 체험하고 싶고, 인간관계 안에서도 좀 더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고, 문학의 길에서도 좀더 멋지고 특별하고 싶은 욕심과 허영심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나를 괴롭힐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평범하지 않고서는 특별한 것도 있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이 때로는 지루한 사막처럼 여겨지기도 할 테지만, 나를 시간속에 길들이고 성숙하게 하는 것은 바로 평범함을 견디고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평범한 길에서 멀리 있어 눈물 흘린 날들도 많았지만 평범함의 행복을 다시살고 또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한날들입니다. 한결같은 마음, 평소와 같은 마음이 낳아 주는 수수하고도 순수한 평상심시도의 주인공이 되도록 제가 사랑하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P163

너는 네 말만하고
나는 내 말만하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대화를 시작해도
소통이 안되는 벽을 느낄 때

꼭 나누고 싶어서
어떤 감동적인 이야길
옆 사람에게 전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 P164

나는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데
가장 가까운 이들이
그것도 못 참느냐는 눈길로
나를 무심히 바라볼 때

내가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며
화해의 악수를 청해도
지금은 아니라면서
악수를 거절할 때

누군가 나를 험담한 말이
돌고돌아서
나에게 도착했을 때

나는
어쩔수없이 외롭다
쓸쓸하고 쓸쓸해서
하늘만 본다

- 이해인, <내가 외로울 땐> 전문 - P165

바람에 실려
푸르게 날아오는
소나무의 향기 같은 것

꼭꼭 씹어서 먹고 나면
더욱 감칠맛 나는
잣의 향기 같은 것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고
사랑할 때의
평화로움 같은 것 - P169

누가 나에게
싫은 말을 해도
내색않고
잘 참아냈을 때의
잔잔한미소 같은 것

날마다 새롭게
내가 만들어 먹는
기쁨과자 기쁨 초콜릿
기쁨 음료수

그래서 나는 평생
배고프지 않다

- 이해인, <기쁨의 맛> 전문 - P170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수 있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 P179

기다리는 행복

온 생애를 두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입니다. 겨울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언어를 익혀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밀물이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나의친구여, 당신이 잃어버린 나를 만나러 더이상 먼 곳을 헤매지 마십시오. 내가 길들인 기다림의 일상 속에 머무는 나, 때로는눈물 흘리며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오랜 나날 상처받고도 죽지 않는 기다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소임입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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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고객의 쇼핑 패턴은 언제부터 연구되기 시작했을까? 이른바쇼핑의 과학science of shopping이라 불리는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인바이로셀Envirosell의 최고경영자인파코 언더힐Paco Underhill이다. 1979년부터 행동심리학적인 관점에서고객의 쇼핑 패턴을 조사하고 도시 건축 설계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1989년 인바이로셀을 설립하고 백화점, 은행, 의류점, 레스토랑 등의매장 설계 및 판매에 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날드, 스타벅스, 앱, 에스티로더, 씨티은행등이 그의 자문을 받아왔다고 한다. - P168

파코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쇼핑의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도시인류학자 윌리엄 화이트William Whyte(1914~2000)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윌리엄 화이트는 공원이나 빌딩 플라자(대광장혹은 건물 내 쇼핑몰)와 같은 도시 내 공공장소를 설계할 때 시민들의이용 패턴이나 필요를 고려해야 한다고 믿었다. 컬럼비아대학에 다니던 시절 파코는 윌리엄 화이트의 연구 업적에 관한 강의를 듣고 싶은 감명을 받았다. ‘공공장소 프로젝트project for public spaces‘를 주도했던 윌리엄 화이트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과 그렇지 못한 공원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뉴욕에 있는 공원에 카메라를 설치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했다. 윌리엄 화이트가 얻은 결론은 사람들은조경이 근사하거나 설계가 멋진 공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나 잔디밭이 많은 공원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공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편히 쉴 공간이 필요해서 ‘이기때문이다. - P170

그렇다면 파코 언더힐의 ‘쇼핑의 과학‘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쇼핑의 과학이 ‘고객을 위한 과학‘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기업이 고객의 쇼핑 패턴에 맞게 매장을 설계하고 상품을 진열한다면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을 효과적으로 찾고 구매할 수있을 것이다. 뉴욕 T. G. I. 프라이데이스를 찾는 미국 고객의 소비 패턴과 서울 T. G. I. 프라이데이스를 찾는 한국 고객의 소비 패턴은 다를 것이다.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각국 혹은 각 지방 고객의 특성을고려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쇼핑의 과학‘은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실상 파코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좋은 판매 전략을 세우고 매장 설계와 진열에 이를 응용하자는 것이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매 전략이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 P171

이렇듯 고객을 위한 설계와 이윤을 위한 설계가 정면으로 대치할때 가게 주인은 반드시 이윤을 택하게 마련이다.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파코 언더힐의 ‘쇼핑의 과학‘이 윌리엄 화이트의 공공장소설계 원칙과 다른 점이다.

손님이 왕이라고? 손님은 주머니에서 돈이 지불되기 전까지만 왕이다. 백화점의 복잡한 미로에서 잠시 정신을 잃는 사이, 오늘도 수십만 명의 왕들은 그곳에서 돈을 잃는다. - P173

우리가 주류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레옹 발라 이후 체계가 잡힌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말한다. 신고전주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경제 주체는 완전한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항상 최선의 선택을하고 자신의 효용이나 이윤을 최적화한다. 경제학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한계 효용이 체감하는 효용 함수(수학적으로말하자면 2계 도함수의 기울기가 항상 음인 함수)와 한계 비용이 체증하는비용 함수 (2계 도함수의 기울기가 항상 양인 함수를 만들어 최적화 문제를 푼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개별 주체의 공급 곡선과 수요 곡선을 수평합하면 시장에서의 공급 곡선과 수요 곡선이 얻어진다. 이 두 곡선이만나는 점에서 가격과 판매량이 결정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기본 아이디어다. 더 나아가면 모든 주체가 합리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모든 시장은 동시에 균형을 이룬다는 일반균형이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합리적인 소비자일까? 세상에 누가 미분을 해서 자신의 소비를 결정하는가? 어느 기업이 자신의 비용 함수를 계산해서 이윤을 최대화하는가? 이 질문은 물리학자들이 주류 경제학에 도전장을 던지기 전부터 경제학계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 P179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른바 ‘복잡계 경제학‘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패러다임은 경제를
‘안정된 평형 상태에 놓인 시스템‘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환율이나금리, 물가, 주가지수 등 다양한 경제지표들에 나타난 복잡하고 불규칙한 등락의 원인을 간단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수확 체감의 법칙이나 음의 되먹임negativefeedback에 의한 평형, 환원주의적 분석만으로는 결코 설명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물리학자들은 ‘수확 체증의 법칙‘과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으로인한 시장의 비평형성, 그리고 불안정성을 인정한다. 그들은 초기의작은 차이가 나중에 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만큼 시장은 불안정하며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 고착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모든 경제 주체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각자 개성과 특성을 가진존재들로 인식한다. - P181

그렇다면 먼저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복잡계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수확 체증increasing returns의 법칙에 대해 알아보자. 주류 경제학은현실경제의 안정과 균형의 원인을 ‘수확 체감diminishing returns의 법칙‘
으로 설명한다. 수확 체감의 법칙이란 두 번째 먹은 사탕은 첫 번째
‘먹은 사탕보다 덜 달고, 비료를 두 배로 쓴다고 해도 수확은 두 배에미치지 못하며,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늘어나는 수익성은 투자량에못 미친다‘는 이론이다. 그렇게 되면 사탕에 싫증이 난 사람들은 초콜릿을 찾게 될 것이고, 농부는 비료를 적당한 양 이상은 사용하지 않을것이다. 수확 체감은 어떤 회사나 상품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 만큼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늘 다양하고 조화롭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두 번째 먹은 사탕이 더 달게 느껴지는 일은없을까? 그래서 한번 그 사탕을 맛본 사람들이 계속 그 사탕만 먹게되고 그것이 독점을 만드는 일은 전혀 일어날 수 없는 걸까? 스탠퍼드대학 경제학과의 브라이언 아서 Brian W. Arthur 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 P182

물리학자들이 주류경제학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이른바 데카르트적 환원주의의 관점에서 기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환원주의란 최소 구성 단위의 성질을 이해하면 전체 시스템의 성질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원주의자들에게 전체란 단순히 구성단위들의합에 불과하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모래알처럼 독립적인 개인의 경제 행위를 단순히합하면 한 사회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기술할 수 있다는 방법론에 입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제주체들은 서로 영향을주고받으며 행동한다. 경제 현상의 주체는 개인과 가정 혹은 국가로,이들은 상호작용하며 경쟁과 연합의 원리를 근간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 P186

주식시장에 관한 최초의 수학적 연구는 1900년에 프랑스 수학자 루이 바슐리에 Louis Bachelier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투기 이론Theory ofSpeculation>이라는 논문에서 주가의 움직임을 물리학에서 잘 알려진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운동이란 얕은 접시에 물을 담고 그 안에 꽃가루 입자를 떨어뜨렸을 때입자가 물분자들과 충돌하며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꽃가루 입자는 밀도나 농도 차이에 의해 확산되면서 물분자들과 충돌해 불규칙한 궤적을 만들게 되는데, 이 운동은 물리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랜덤워크 문제random walk problem 로 알려져 있다. 이때 우리는 꽃가루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고 다만 확률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바슐리에의 연구는 이제껏 비과학적인 주먹구구식 분석에 그치던주식시장의 움직임을 과학적 시각에서 관찰하고 분석한 최초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연구 이후 주가는 물론 이자율, 환율 등에 관한 금융시장 연구에 수학적 확률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 P193

물리학자들이 증권가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분야에서 물리학자들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금융 이론은 고도로 다양화되고 복잡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다. 금융 전문가들은 복잡계 과학과 카오스 이론, 컴퓨터 모델링과 확률 이론 등 물리학자들이 고안해낸 방법론에서 그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분석적인 사고에 능한 물리학자들이 경제학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작게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전략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의 금융 정책 수립, 국제 무역수지의 균형,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자들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점점 늘고 있다. - P196

랜덤 워크 이론에 따르면, 과거와 미래의 가격 변동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오늘의 가격은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카오스 분석은 이 이론이 사실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주가 변동에도 ‘숨겨진 질서나 규칙‘이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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