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파운틴! 정말 믿고 싶지 않다. 많고 많은 학교들의 그 많은교실들을 다 놔두고, 하필이면 왜 내 교실로 들어온단 말인가!
그녀는 타임머신이다. 그런 존재다. 엄마를 꼭 빼닮은 그녀 때문에 평생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모조리 소환되니까.
나는 아직도 신문에 난 우리의 약혼 공고를 기억한다. 피오나 버텔스만과 재커리 커밋,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행복한 커플의 사진, 그리고 완벽하게 정돈된눈썹.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 삶의 여정에 궂은 날 따윈 없을 것 같은 미소. 그때 우리는 얼마나 순수했던가. 얼마나 서로에게 눈이 멀고, 또 얼마나 바보 같았던가. - P49

불운은 연달아 온다. 오늘 아침이 그 두 번째였다. 하루하루 조*기은퇴를 24시간씩 앞당겨주는 낙으로 버티던 나의 마지막 해를더 이상 꽃길로 놔두지 않는 테디어스 박사와 언티처블스가 나의첫 번째 불운, 그리고 두 번째는 옆 교실에서 살아 숨쉬는, 그리고내가 잊고 살았던 버킷 필러를 다시 가르쳐주는, 피오나의 분신. - P50

"엄마한테 배웠어. 불량 차를 한 번 사신 이후로 정비 강좌를 들으셨거든..….‘
엠마가 낡은 콩코드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멈췄다. 뭔가를 알아챈 거다.
나는 남아 있는 자존심을 삼키며 엄마한테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소."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자기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뭐라고 할지빤하다. 엄마, 글쎄, 커밋 아저씨가 아직도 그 차를 가지고 있더라…. - P54

나는 따분할 때마다, 물론 매일 그렇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을TV나 영화 속 캐릭터들과 비교해본다. 예를들어, 내 여동생 로렌은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베놈 같다. 악독한 데다 침을 뱉으니까.
나만의 비공식 분류 시스템을 만든 후부터, 나는 누가 어떤 캐릭터와 닮았는지 집어내게 되었다. 우리 엄마만 모르면 된다. 엄마는<해리 포터>에 나오는 맥고나걸 교수 같다. 똑똑하고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지만, 엄마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바로 무섭게 변하니까. - P55

따분하고 시큰둥한 표정의 징징이가 떠오른다. 우리를 미워하는건 아니지만, 선생님은 우리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기를 바란다.
징징이처럼 클라리넷을 부는 취미도 없는 걸 보면, 징징이보다 성격이 더 나쁜 게 확실하다. 온종일 십자말풀이와 어마어마한 양의커피밖에 모르니까.
교사라고 불리기엔, 커밋 선생님은 가르치는 게 거의 없다. 늘문제지만 나눠준다. 누군가가 질문을 해야만 입을 연다. 질문하는사람은 주로 나다. - P57

커밋 선생님은 인터폰으로 반스톰이 응원식에 합류할 수 있게해달라고 요구했다. 행정실 직원을 세 명이나 거치고 교감선생님과도 실랑이를 벌이면서 말이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선생님의 저런 면을 본 적이 없으니까.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선생님이 아는지 모르는지를 놓고 돈내기나 하곤 했는데,
그런 우리를 위해 선생님이 대신 싸우고 있다니. - P59

오후 내내, 선생님은 비어 있는 반스톰의 자리를 자꾸 쳐다보며미소를 지었다. 저것도 처음 보는 모습인데, 마지막 교시에 학생들모두 응원식에 참석하러 강당으로 갈 때도, 선생님은 내내 미소를잃지 않았다. 우리 반 애들이 복도에서 요란스레 법석댔는데도 말이다. 알도는 사물함을 발로 마구 찼고, 라힘은 정수기를 차지하고는 애들한테 물을 뿌려댔다. - P60

나는 아직 특자반-3에 있다.
엄밀히 따지면, 나는 어느 곳에도 없는 셈이다. 학교에 정식으로등록하지 않았으니까. 새 학기 첫날, 천시는 장염에 걸린 거였다.
그래서 토했구나. 동네를 온통 토사물로 물들일 기세로, 결국 새엄마는 나를 등록시켜주러 학교에 나타나지 못했다. - P63

그럼에도, 내가 특자반-3에 홀딱 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 좋은 반은 아니다. 근처에도 못 간다. 하지만 재미있는 반이긴 하다. 나는 그동안 이런 반에 들어오는 애들은 그냥 멍청한 애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애들은 아니다. 물론 모두들 별난 부분이 있지만, 가르칠 수 없는 애들이라고? 다른학생들과 함께 두면 안 될 만큼 끔찍한 면이 있는 애는 아무도 없다. 음, 알도는 그런 애일지도 모른다. 사물함에 대고 엄청 성질을내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다. 알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알도눈동자는 초록색인데, 그렇게까지 심하게 화를 내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이 보인다. - P65

그렇게 선생님에 대해 파악했다고 생각했을 때, 선생님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났다. 이를테면 엠마 선생님의 어머니와의 비밀스러운 과거나, 응원식 때 반스톰을 미식축구부에 다시 합류시켜주려고 호랑이처럼 싸우던 모습 말이다. 반스톰은 골든 이글스로 완전히 복귀했다. 심지어 경기 때 라인 밖에 목발을 짚고 서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반스톰은 커밋 선생님께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다. - P66

아니지, 테디어스 박사가 망쳤지. 내 학생들을 믿은 것, 전국 최고 점수가 그 아이들의 진짜 실력이라고 믿은 건 물론 전적으로내 잘못이지만.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진짜 내 잘못은, 테디어스의 이미지를나쁘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교육감이 된 그 시절 테디어스 교장의 복수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제이크 테라노바는 무너지는 도미노의 시작일 뿐이었다. - P74

115호가 가까워지자, 엠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사들이 지치는건 나도 알지, 엄마. 그래도 이건 좀 다르다니까? 내가 그 선생님 바로 옆 반에서 가르치는데, 하루 종일 말 한마디를 안 해! 교사가 가르치질 않으니, 그 불쌍한 애들은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을 거야. 부끄러운 일이지...."
엠마는 한쪽 어깨로 휴대폰을 귀에 고정한 채 통화하면서 게시판에 금색 별들을 새로 붙이고 있었다. 누구와 통화하는지 알기때문에, 나는 엠마의 말에 더 상처를 받았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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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3-03-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아들이 어렸을 땐 Young Adult Books 도 진짜 많이 읽었는데
요샌 어떤 책들이 많이 읽히고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쭉 읽어보니 이 책, 꽤 재미있을 것 같아
Amazon 에서 찾아보니 <The Unteachables>는
Kindle Unlimited 로 그냥 읽을 수 있어서
저도 일단 download 받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