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의 핵심인 공(空)의 본질적 요지가 바로 이와 같다. 법이반드시 있다고 주장하면 상견(見)에 떨어지고 없다고 주장하면 단견(斷見)에 떨어진다. 이 두 견해에 떨어지는 것을 부처님은 사견이라 하였다. 아늑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사람은 상견에도떨어지지 않고, 단견에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82
무아에는 인무아(無我)와 법무아(法無我)가 있다. 인무아는 ‘나‘를 구성하는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곧 아공(我空)을 말하고, 법무아란 ‘나‘를 중심으로 하는 주변의 객관상들의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곧 법공(法空)을 말한다. 이것은 유루(有漏)의 복덕이 아닌 무루(無漏)의 복덕을 밝혀서 법신을 얻는 것이 무루의 인과(因果)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 ‘나‘가 없는 무아의 이치를 통달하면 복덕에 탐착하지 않으므로 무루의 복덕을 성취하게 되지만, 복덕에 탐착하면 유루가 되어 무루의 법신을 얻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게된다. 결국 부처님의 위(位)가 복덕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복덕에 집착하지 않는 무루의 수행에서는 복덕을 받는다는 생각없이 복덕을 성취하게 한다. - P186
盡日尋春不見春 (진일심춘불견춘) 날이 다하도록 봄을 찾아도 봄을보지 못하고
芒鞋遍隴頭雲(망혜편답롱두운) 짚신이 닳도록 이랑머리 구름만밟고 다녔네
歸來笑撚梅花臭 (귀래소년매화후) 허탕치고 돌아와 매화꽃 피었기에 향기를 맡았더니
春在枝頭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봄은 흠뻑 가지 위에 있었네. - P188
「열반경」에서 불신상주설‘ (佛身常住)을 말하면서, 달에 비유하여 달이 뜨고 지는 것을 이 세상에서 보면 오고 가는 것이라 볼 수있으나, 달 자체에서 보면 달은 항상 있는 것이어서 이 세상에서 졌다는 것은 저 세상에서 뜬 것‘이라고 설한 <월유품>喩品)의 이야기가 있다. 이는 부처님의 몸이 열반에 들어도 화신의 자취가 사라지는 것일 뿐 법신은 생멸거래가 끊어져 오고 감이 없이 항상 머물고 있음을 말한다. - P190
髮白心非白 (발백심비백) 머리는 희어져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古人曾漏泄(고인증누설) 옛 사람들이 일찍이 누설하더니
今聞一聲鷄 (금문일성계) 이제사 닭 우는 소리 한 번 듣고
丈夫能事畢 (장부능사필) 장부가 할 일 능히 마쳤네. - P191
모든 현상의 차별은 모양으로 보는 관점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모양을 떠난 공(空)의 이치에서 보면 텅 비어 아무런 차별상이 없다. 차별을 떠난 이실상의 세계는 전일적(全的)인 것으로 차별계에서 부르던 명상(相)을 벗어난다. - P194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낚시 줄 길게 아래로 드리우니
一波芪動萬波隨(일파재동만파수) 파도 물결 움직여 만파가 일었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불식)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찬데 고기가 물지 않아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누나 - P199
인연에 의하여 나타난 현상은 인연이 흩어지면 없어지는 것이므로, 모든 존재는 공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 공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비어 있다는 사실은 모든 인연 발생의가능성을 다 가지고 있는 뜻이다. 빈 터에 집을 지을 수 있고, 빈자리에 앉을 수 있으며, 빈 그릇에 음식을 담을 수 있다. - P204
깨달음의 비유는 곧잘 꿈을 통해서 설명된다. 꿈속에서의 몽경은있는 것이지만 깨고 난 뒤에는 없는 것이다. 인연이 닿아 일어난 현상이 동경이라면, 몽경은 실제로 있지 않으므로 몽경이 실경(實境)이 아닌 줄 알라는 것이 금강경」의 무상법문(無相法門)의 요지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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