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십만 명에 이르는 아기들이 마약 중독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아기들 중 일부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출생하고, 또 상당히 많은 아기가 학대나 방임으로 고통 받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부가 있는 자선단체 프로젝트 프리벤션(Project Prevention)의 설립자, 바버라 해리스(Barbara Harris)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시장기반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약 중독 여성이 불임시술을 받거나 장기간 피임하면 현금 300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리스가 1997년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3천명 이상의 여성이 해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P71

2010년 해리스는 인센티브 제도를 영국에 도입했지만 《텔레그래프》가 이를 ‘섬뜩한 계획‘이라고 부를 만큼 영국 언론과 영국의학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해리스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을 케냐까지 확대 실시해서, 에이즈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이는 여성이 장기 피임의 한 형태인 자궁 내피임장치를 삽입하면 4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 P72

시장 거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협정으로 양쪽 모두 이익을 얻고 사회적 효용은 증가한다. 마약 중독자는 생식능력 포기에 따른 교환으로300달러를 얻는다. 이 300달러로 해리스와 프로젝트프리벤션은 마약중독자가 더 이상 마약에 중독된 아기를 낳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장받는다. 일반적인 시장논리대로라면 이때 성립하는 교환은 경제적으로효율적이다. 최대 가격을 자발적으로 지급해서 재화(마약 중독자의 생식능력에 관한 통제권)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람(해리스)에게 재화를 분배하기 때문이다. - P73

부정한판결을 내리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은 판사는 자기 소유가 아닌 대상을판다. 판결은 판사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불임시술을 받겠다고 동의한 여성은 자신에게 속한 것, 즉 자신의 생식능력을 판다. 돈을 제쳐놓고 생각하면 여성이 불임시술을 받거나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택해도 아무 잘못이 없다. 하지만 판사는 설사 뇌물을받지 않더라도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면 잘못이다. 따라서 여성에게 개인적인 이유로 생식능력을 포기할 권리가 있다면, 대가를 받고 포기할권리 또한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P76

최근 수십 년 동안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까지 시장과 시장 지향적 사고가 확대되고 있다. 비경제적 재화에 가격을 매기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해리스가 마약 중독 여성에게불임시술의 대가로 300달러를 제안한 것도 바로 이러한 예다. - P77

이러한 개념이 옳다면 무엇이든 가격을 매길 수 있다. 가격은 자동차나 토스터, 또는 삼겹살처럼 명확할 수 있다. 또는 섹스·결혼·자녀 ·교육 · 범죄행위 · 인종차별 · 정치참여 · 환경보호 심지어 인간생명처럼 암시적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모든 재화의 조건을 결정한다.
이러한 견해를 나타내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은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게리 베커(Gary Becker)의 『인간행동의 경제학적 접근(The Economic Approach to Human Behavior)』(1976)에 나온다. 베커는경제학이 "물적 재화의 분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구식 개념을 거부한다. 그는 경제학에 관한 전통적 견해가 유지되는 이유는 "특정 종류의 인간행동이 경제학이라는 딱딱한 계산법의 지배를 받는 현상을꺼리기 때문이다."라고 추측했다. 베커는 우리에게서 그러한 저항을 제거할 방법을 찾는다. - P78

베커는 환자와 심리치료사, 사업가와 정치가, 교사와 학생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 경제적 원칙에 지배받는다는 사실을 실제로 이해하고있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만 우리가 스스로의 행동의 원천을 종종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접근법은 사람들이 자기행동에 대한 이유를 극대화하거나 말로 표현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서술하려는 노력을 본인이 반드시 의식한다고는 전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처한 온갖 상황에 내재된 가격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예리한 안목을 지녔다면, 아무리 물질적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모든 인간행동을 비용과 이익에 따른 합리적 계산법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다."
베커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결혼과 이혼을 경제학적으로분석했다. - P79

일부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학생보다는 교사가 대상이다. 교원노조가성과급 제안을 경계하고 있지만, 지도 학생의 학력 성취에 따라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는 유권자, 정치가, 일부 교육 개혁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2005년부터 덴버, 뉴욕시,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주 길포드 카운티, 휴스턴 소재의 교육구들에서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2006년 미국 의회는 학력 수준이 낮은 학교에 재직하는 교사들에게성과급을 주기 위해 ‘교사 인센티브 기금(Teacher Incentive Fund)‘을 제정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렸다. - P84

한 경제학자가 주로 저소득층 학생으로 구성된 텍사스 소재 학교에서 실행하는 AP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밀착 조사했을 때, 이 프로그램은 돈을 많이 지급할수록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가격효과‘가 아니라 다른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킨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AP시험에서 합격 과목마다 100달러를 지급하는 학교도 있고, 500달러를 지급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돈을 더욱 많이지급한 학교에서의 결과가 더 나을 것은 없었다. 이 연구논문의 저자인키라보 잭슨(Kirabo Jackson)은 AP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과 교사들이 "단지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만 행동하지 않았다."라고 표현했다." - P86

보건 분야에서도 현금 인센티브 제도가 유행하고 있다. 더욱 많은 의사, 보험회사, 고용주들이 사람들에게 약을 복용하거나 금연하거나 체중을 감량하는 등 건강을 유지하도록 돈을 지급한다. 질병이나 생명을위협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충분한 동기가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환자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은 처방받은 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상태가 악화하면 연간 수십 억 달러의추가 의료비가 들어간다. 따라서 의사들과 보험회사는 환자가 약을 복용하도록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 P87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건강을 유지하도록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행위는 단순히 비용과 이익의 문제다. 이때 실제적으로 던질 수있는 유일한 질문은 과연 인센티브 제도가 효과가 있는가다. 만약 돈이사람들로 하여금 약을 복용하거나 금연하거나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시작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따라서 나중에 비싼 치료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면, 왜 반대를 하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건강에 좋은 행동을 증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현금 인센티브 제도는 격렬한 도덕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공정성과 관련한 반박이고, 다른 하나는 뇌물과 관련한반박이다. 공정성에 관한 반박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주장이 서로 다르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과체중인 사람은 스스로 체중을 감량해야 하며, 체중 감량에 따른 보상으로 납세자가 낸 세금을 지급하는 것은 나태한 행동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 P89

"건강에 좋은 행동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 인센티브제도가 뇌물이라는 반박은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다. 언론은 보통 건강 인센티브를 뇌물로 지칭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불임시술의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뇌물의 실체가 분명했다. 여성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적 목적, 즉 마약에 중독된 아기가 태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생식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현금을 받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여성들은 스스로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돈을 받는다. - P90

건강 증진을 위한 뇌물은 우리를 속여서 어쨌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하도록 만든다. 뇌물은 잘못된 이유로 올바른 일을 하도록 우리를 꼬드긴다. 때로는 우리가 속아 넘어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혼자의힘으로 담배를 끊거나 체중을 감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뇌물에 조종당하는 상황은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뇌물을 받는 것이습관으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 P91

좋은 성적을 거두면 현금을 주는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들에게 돈을주면 어떨까? 그렇게 하는 목적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거나 독서에 힘쓰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돈을 주는 행위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인센티브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가르친다. 아이들 중에는 배우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데 동기부여가 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돈을 추가적 인센티브로 사용하면 어떨까? - P93

오늘날 넘쳐나는 인센티브 제도는 그 수준을 넘는다. 물질적추구와 거리가 먼 활동에도 분명하고 실질적인 가격을 매김으로써 베커의 그림자 가격을 그림자 밖으로 끌어내 실제 가격으로 만든다. 인센티브 제도는 모든 인간관계가 궁극적으로 시장관계라는 베커의 주장을 현실화하고 있다. - P94

의한 지도자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우리가 함께 저항하는 방법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교육과 병원 진료 등을 무료로 받습니다. 그러니 교통수단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비록 이러한 ‘부정행위자‘들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부정행위에 따른 벌금을 교통체계에 저항하기위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월 정기보험료로 바꾸어놓았다. - P103

벌금과 요금을 구별하는 문제는 온실가스와 탄소배출량의 감축 방법을 둘러싼 논쟁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와 탄소배출의 제한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에게 벌금을 부과해야 할까? 아니면오염권 거래제도를 도입해야 할까? 두 번째 접근법에 따르면 실제로오염배출은 쓰레기 투기와 달라서 사업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니면 대기에 과도한 오염물질을 뿜어대는 기업에도덕적 오명을 씌워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관해 대답을 찾으려면 비용과 이익을 계산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가 환경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 P108

일부 사람들은 산업에 높은 비용을 부과하는 요인은 무엇이든 싫어하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에 반대했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1980년대 들어 시장의 위세가 강해지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환경보호론자들은 지구를 구하기 위한 시장 기반 접근방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모든 공장에 부과하지 말고 오염배출에 가격을 매긴 후에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라고 주장했다. - P110

그렇게 시도해보기로 결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때 우리가 가담한뇌물 제공은 독서를 좋아해서 책을 읽는 높은 차원의 규범을 돈을 벌기위해 책을 읽는 낮은 차원의 규범으로 대체하는, 도덕적으로 타협된 관행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 P116

경제적 논리의 관점에서는 시장 중심 해결책이 분명 승리한 것처럼보인다. 거래 당사자들은 이익을 얻었고 손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때문이다. 목장 주인은 돈을 벌고, 사냥꾼은 위협적인 동물에게 몰래접근하여 총으로 쏠 기회를 잡았고,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은 멸종 직전의 낭떠러지에서 되살아났다. 그렇다면 누가 불평할 수 있겠는가? - P118

우리는 늘 그렇듯이 도덕적 논리가 없이는 시장논리도 불완전하다는사실을 알게 된다. 코뿔소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식을 둘러싼도덕적 의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코뿔소를 사냥하는 권리를 거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어떤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만한 의견이 분분한 문제다. 하지만 시장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교환되는 재화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논란에부딪힐 수 밖에 없다. - P119

경제학을 인센티브의 학문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장의 영향력을 일상생활까지 확대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생각은 경제학자를 행동주의자로 묘사한다. 1970년대에 게리 베커가 인간의 행동을설명하기 위해 도입했던 ‘그림자 가격‘은 실질적이지 않고 암시적이었다. 그림자 가격은 경제학자들이 상상하거나 가정하거나 추론하는 은유적인 가격이었다. 하지만 인센티브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제학자나 정책 입안자가 고안하고 만들어내고 세상에 부여한 제도다. 인센티브는 사람들이 체중을 감량하거나 더욱 열심히 일하거나 환경오염을자제하는 데 더욱 분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 P125

경제학이 도덕적·정치적 철학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몰가치적 과학이라는 개념에는 언제나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오늘날 경제학이 품은 교만한 야망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특히나 옹호하기 어렵다. 시장은 삶의비경제적 영역으로 팽창할수록 도덕적 문제와 더욱 얽히기 마련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생각해보자. 어째서 경제적 효율성을 신경 써야 할까? 아마도 선택의 합계로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기위해서일 것이다. 맨큐가 설명하듯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면 사회구성원 전체의 경제적 행복이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적효용을 극대화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 질문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공리주의 도덕적 철학의 견해에서 대답을 찾는다. - P128

따라서 시장논리가 물질 재화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에, 사람들의선호에 담긴 도덕적 가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적 효용을 맹목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거래 해야 한다. - P129

하지만 우리는 재정적 인센티브의 효과 여부를 예측하는 선을 넘어서서 도덕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 돈이 잠식하거나 밀어낼지 모르는 태도와 규범에 담긴 도덕적 중요성은 무엇일까? 비시장 규범과 기대의상실은 우리가 후회할 또는 최소한 후회해야 할 방식으로 활동의 성격을 바꿀까? 그렇다면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더라도 특정 활동에재정적 인센티브를 도입하지 말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해당 활동과 이를 정의하는 규범의 목적과 특징에 달려 있다. 심지어 어린이집도 이러한 점에서는 다르다. 상호 의무에 대해 공통으로 품고 있는 기대가 바뀔 때 발생하는 손해는 자녀를 돌보는 비용을 부모가 교사에게 지불하는 어린이집보다 매주 일정시간을 부모들이 자원해서 아이들을 돌보는 협력형 어린이집에서 더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가 도덕적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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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3-2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쳐주신 부분만 읽어 봤는데도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경제학이 주장하는 효율성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도덕성 사이에 있는 경계선을 잘 지키는게 중요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aptain 2023-03-21 09:04   좋아요 1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