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보다가 뭔가 의심이 났다든지그러면 그것을 화두로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화두라는 것은 반드시 스승에게 배워서 해야지 맘대로 책을 보고한다든지 뭘 보고 생각한다든지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맘대로 하다가 잘 안 되는 때가 오면 병이 나는 수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큰 병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째는, 화두는 스승에게서 배워서 해야지 맘대로 선택하면 안 됩니다. - P57

흰 토끼가 몸을 비켜 옛 길을 가니
눈 푸른 매가 언뜻 보고 토끼를 낚아 가네.
뒤쫓아 온 사냥개는 이것을 모르고
공연히 나무만 안고 빙빙 도는도다. - P59

오색비단 구름 위에 신선이 나타나서
손에 든 빨간 부채로 얼굴을 가리었다.
누구나 빨리 신선의 얼굴을 볼 것이요
신선의 손에 든 부채는 보지 말아라. - P60

화두 이야기 하면 조주스님의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無)"고한 ‘무자(無)‘ 화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흔히 "무자(無字),없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면서 의심을 하는데 무자 화두할때는 그냥 "무자(無字), 없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지 말고, "조주스님이 없다[無]고 했는데 어째서 없다(無)고 했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화두의 근본 정신입니다. - P65

그런데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화두를 아주 조급하게 밀면좀 되는 것 같고 허술하게 밀면 안 되는 것 같고 하는 느낌이들 때가 있습니다. 성질 급한 사람은 마음이 조급해지고, 이러다 보면 나중에는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머리가 아픈 병도 생겨서 아무것도 안 되고 맙니다. 거문고 줄을 너무 조이면 팽팽해서 제 소리가 안 나는 법이고, 또 너무 풀면 느슨해서 소리가안 나는 법입니다. 그러니 너무 급하게도 하지 말고 너무 느리게도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조주가 어째서 없다고 했는가?" 하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 P67

어떤 이들은 소소영령(昭昭靈靈)한 영대 지성(靈臺智性)이라는 것이 있어서 보고 듣고 하며 5온의 몸속에서 주인 노릇을 한다는, 이런 견해를 가지고 선지식을 자처한다면크게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그대들에게 묻겠는데 만약소소영령함을 진짜 그대라고 인정한다면 깊이 잠든 때는어째서 그 소소영령함이 없는가? 깊이 잠들었을 때 그것이 없다면 도적을 자식으로 착각한 것과 같으니 이는 생사를 만들고 마는 망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사록> - P70

5가 7종의 정맥(正脈)으로 내려온 조사스님네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반드시 오매일여라는 경계를지나서 깨친 사람들이지 오매일여의 경계를 지나지 않고 깨쳤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것은 앞에서 현사스님이지적한 대로 참다운 선지식이라 하면 잠이 꽉 들어서도 한결같은 오매일여의 경계를 성취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그렇지 않으면 선지식 노릇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P83

대혜스님이 오매일여를 실제로 체득하고는 "자나 깨나 한결같다는 부처님 말씀이 진실이요, 거짓말이 아니다."고찬탄하였으며, "그 은혜는 분골쇄신해도 다 갚을 수 없다."고감격하였습니다.

수도하는 사람은 각자의 사견을 고집하지 말고 옛 부처와 옛조사의 말씀을 표준 삼아 구경무심지를 실제로 증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생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불조의 혜명을 영원히 단절할 것입니다. - P84

설암스님이 고봉스님에게 물었다.
"낮 동안 분주할 때에도 한결같으냐?"
"한결같습니다."
"꿈속에서도 한결같으냐?"
"한결같습니다."
"잠이 꽉 들었을 때는 주인공이 어느 곳에 있느냐?"
여기에서는 말로써 대답할 수 없으며 이치로도 펼 수가 없었다. 5년 후에 곧바로 의심덩어리를 두드려 부수니 이로부터 나라가 편안하고 나라가 조용하여서 한 생각도 함이없어 천하가 태평하였다. 『선요」 - P86

달마대사가 말하였다.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고 안으로 마음이 허덕이지 아니하여 마음을 장벽과 같이 해야 도에 들어갈 수 있느니라."
「전등록] - P88

공부가 이미 동정(動靜)에 간격이 없으며 오매에 항상 일여하여 접촉하여도 흩어지지 아니하고 넓고 아득하여도 없어지지 아니한다. 마치 개가 뜨거운 기름솔을 보는 것과 같아서 핥을래야 핥을 수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없는 것과 같은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당한가? <나옹록> - P95

태고스님은 공부를 하여 20여 년 만인 40여 세에 오매일여가되고 그 후 확철히 깨쳤습니다. 깨치고 보니 당시 고려의 큰스님네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인가(可해줄 스님도 없고, 자기 공부를 알 스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가 임제정맥을 바로 이어서 돌아왔습니다. 태고스님 같은 분은 우리나라에서 나신 스님이지만 깨치고 바로 알고 바로가르치신 분이라 하겠습니다. 그 스님은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점점 오매일여한 때에 이르렀어도 다만 화두하는 마음을여의지 않음이 중요하다. <태고록> - P97

동정일여는 얘기할 때 밥 먹을 때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분주하고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몸뚱이를 움직여도 그대로끊어짐 없이 일여한 경계가 있습니다. 동정일여도 여간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그것도 어려운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몽중일여라면 그건 참 어려운 것입니다. 오매일여가 되었나 안 되었나 스스로 생각해 보고 양심을 속이지 말아야 합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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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1-0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captain 2023-01-01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올해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