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연습하며 산다고
수도 없이 말했으나
사실은 연습도하기 전에
이별은 갑자기 찾아와서
나를 꼼짝못하게 하네
실컷 울지도 못하고
슬픔에 익숙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이별이 찾아와
나를 힘들게 하는
그것이 삶의 모습일까
‘만났다 헤어졌다
그것이 인생이야‘ - P271

임종전의 어머니가
시처럼 읊조리던 그 말을
되새기며 내가 나에게 일러준다
이별 연습 따로 한다고 애쓰지 마
그냥 오늘 하루
욕심 없이 겸손하게 살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이별 연습인 거라고

-이해인, <이별 연습> 중에서 - P272

나는 일생을
그냥
읽는 여자로
단순한수녀로
살았습니다

끝없이 많은
책을 읽고
사랑을 읽고 - P279

날씨를 읽고
꿈을 읽으며
힘든 적도
조금 있었지만
더 많이 행복했습니다.

세상을 잘 읽고
사람을 잘 읽어
도에 이를 수 있는
지혜를 구하며
오늘도 길을 갑니다

나의 숙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기도입니다

-이해인, <읽는 여자> 전문(2016, 10) - P280

길 위에 구르는
돌멩이만돌멩이가 아니다
어제 내가 친구를 향해 던진 미운 말
성난 몸짓
가시 돋친 마음
모두 다 돌멩이가 된다

누구에게라도 함부로
돌멩이를 던지지 마라
돌멩이도 아프다
돌멩이도 나처럼 속으로 눈물 흘린다

- 강현호, <돌멩이도 아프다> 중에서 - P284

죽는 날까지 하늘을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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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의 큰 차이는 십이연기의 육처에서 빚어집니다. 동물도 눈 가지고 있고, 귀 가지고 있고, 코, 혀, 몸 다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의 눈이 동물보다 낫다고 할 수 없고, 귀도 코도, 혀도, 몸도 동물보다 사람이 낫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못 보는 걸 보는 짐승들도 있고, 우리가 냄새 못 맡는 걸 맡는 짐승들도 있고, 우리가 못 듣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짐승들이 많습니다.

다만 의에 와서 차이가 벌어집니다. 육처는 안.
이·비·설·신·의이고, 그 각각의 대상은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입니다. 이중에 ‘의‘의 대상이 법法입니다. ‘의‘의 대경은 법이므로, 의는 법을 아는능력입니다. 이 ‘의‘가 발달한 점에 있어서는 사람은 단 - P26

‘의‘의 대상은 법입니다. 인간은 ‘의‘와 ‘법‘ 둘의 관계가 대단히 발달된 존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안.이·비·설·신·의 육입 가운데 라는 요소가 법을보기에 걸맞게 또는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된 존재라고정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다름 아닌 의를 가지고 있는 특수 발전 단계의 존재입니다. - P27

옳고 그름, 이건 법의 영역입니다. 그 판단은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잘 하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은 갖추었는데 사사건건 옳게 하는지, 잘 못하는지가 문제입니다. 그게 인생사입니다. 갖추었는데 이를 얼마나 잘 살려 법을 바르게 판단하는 데 쓰느냐 그것이
‘사람살이‘라는 겁니다. - P29

그러면 어떤 것이 사람다움인가? 우리가 삼귀의를할 때, ‘귀의불 양하지요. ‘두 다리로 선 존재인 천신과 사람 중에서 가장 존귀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사람을 인간완성의 측면에서 부를 때 ‘양‘입니다. 대승불교나 후기불교에 오면 양족을 지혜와 자비라는 두 다리로 선 존재‘라고 철학적으로 해석합니다. 지혜라는 다리와 자비라는 다리, 그 두 다리로 굳건히 버티고 대지 위에선 존재, 이것이 사람다운 사람인 것입니다. - P31

불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만드는 길이지, 특정인이나 특정 종교 집단을 위한 교의가 아닙니다. 따라서 팔정도도, 부처님 법을 요행히 만난 사람들만이 건는 길이 아닙니다. 인간뿐 아니라 천신, 그리고 모든삼계 중생들이 다 걸어야 하는 길이 팔정도입니다. 팔정도가 유일하게 해탈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팔정도가 사람다움을 조건 짓습니다. - P32

요약하면 ‘를 가지고 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구분되는 ‘사람‘, 그 사람이 법을 구체적으로실현시키는 길이 팔정도입니다. 불교의 법체계는 팔정도를 걷는 존재로서 사람의 의미를 각별히 인정하고부각시키는 체계입니다. 불교란 다름 아니라 팔정도체계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 P36

사람은 법을 아는 능력인 의가 어떤 생물이나 존재보다 잘 갖추어진 존재입니다. 사람 특유의 능력인챙기기를 등한히 하고 행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면, 그것은 사람으로서 비극이고 패배입니다. 사람으로 살면서 사람 완성의 길을 모른다면 마치 학교를 다니지만 졸업할 가능성이 없는 학생과 같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를 잘 해내고 마침내졸업함으로써 모든 교육과정을 스스로 구현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합니다. - P40

이 우주에 숱한 별과 은하들이 돌고 또 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며,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까. 사람 없이 우주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람만이의를 가진 존재여서 우주의 가치를알 수 있는데, 사람이 없다면 우주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있을 수가 없지요. 사람은 의가 있고 그렇때문에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우주는 사람이있어야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 때문에 우주가의미를 찾아서 사람에게 접근해 사람을 감싸고, 사람주변을 돌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의 중심이 사람‘입니다. - P43

잊지 말고 바른 마음챙김(正念 sammasati) 하십시오! 당당하게 ‘내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를 잊지 말고바르게 마음을 챙기십시오. 모처럼 사람 몸 받았으니고귀한 존재가 되겠다고 원을 세우십시오. 원을 세우고 마음껏 높은 꿈을 키우십시오. 누가, 무엇이 막습니까? 왜 원대하고 고매한 꿈을, 더없이 높은 이상을 추구하지 못합니까. - P46

해탈하려면 해탈할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육도윤회만일삼는 일반 존재와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의입니다. 의를 발동하여 법 Dhamma을 알고 법을실현하기 위해 팔정도를 걸으면 비로소 인간은 고해를돌고 도는 윤회까지 졸업해 마치게 될 유망한 학생. 즉 ‘사람‘ 됩니다. 부처님은 사람을 그처럼 위대한 존이재로 선언하신 겁니다. 그리고 법이라는 씨앗을 우리에게 남겨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 자신에게 의지하라! 법에 의지하라!‘ 부처님 최후의 유입니다. 해탈 · 열반하려면 바깥 세계에 의지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나 남과의 관계에 의지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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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반짝거림과 여성의 생리 주기.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 현상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각각의 개체들이주기적인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어느 순간 같은 박자로 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반드시 존재했으리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반딧불이의 반짝거림이나 여성의 생리 주기는 일정한 주기를 가진 운동이며, 다른 반딧불이가 발생하는 빛 신호나 여성들의 겨드랑이 분비물은 이들의 주기 운동을 연결하는 매개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주기적인 운동을 하는 개체를 물리학자들은 진동자oscillator라고 부른다. 그리고 매개체에 의해 연결된진동자들 coupled oscillators 이동시에 같은 박자로 운동하는 현상을 동기화synchronization 라고 한다. - P284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박수 세례에는 열광적인 박수와 동기화된 박수가 대체로 6~7회 정도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것이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순식간에 다른 모드의 박수로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물리학자는 이것을 상전이 현상이라고 부른다. - P292

사회현상 곳곳에서 프랙털 패턴이 발견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자연과 마찬가지로 카오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유한한공간을 무한한 궤적으로 채워나가는 프랙털 패턴은 주기를 반복하는일 없이 복잡하게 운동하는 카오스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견되는패턴이다. 그리고 파워 스펙트럼의 모양이 1/4 구조를 가지는 것은프랙털 패턴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다. 바흐의 음악에서, 여의도 증권거래소의 주가 곡선에서, 브라질 땅콩이 담긴 아이들 간식에서, 잭슨 폴록의 그림 <Blue Poles>에서, 우리의 몸이 만들고 있는 심장 박동과 뇌파의 파형에서, 심지어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의 도수 분포 모양에서 1/f 패턴을 발견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카오스시스템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된다. 이것은 사회 현상 역시 자연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 P297

세상의 모든 경계에선 꽃이 핀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자연과학은 인문·사회과학과 만나서 새로운 학문으로 거듭 태어나고, 사회과학적 주제에 자연과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접근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주제를 전 사회적 범위로 확장해야 하며,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손에 테크놀로지의 연장을 쥐어주어야 한다. 그들의 진지한 협업과 사려 깊은 융합 연구가 ‘우리 사회는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에 대해 멋진 답을 제공해줄 것이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 P313

네트워크 과학은 인터넷이 ‘공평하고 민주적‘이라는 통념과 달리,소수의 사이트가 링크를 독점하는 ‘부익부빈익빈 시스템‘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에 대해 노스이스턴대학 물리학과 앨버트-라슬로바라바시 교수는 "네트워크가 끊임없이 성장하며, 새로 생긴 점들은이미링크가 많이 돼 있는 기존 점들에 링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선점 효과preferential attachment인데, 이것은많은 네트워크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즉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동적인 시스템‘인 실제 네트워크들이 가질 수밖에없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 P315

롱테일법칙의 근간은 현대 사회가 히트 상품이나 주력 상품에 집중하는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에 눈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롱테일 법칙은 소수의 히트 상품, 영향력 있는 소수를 넘어, 80퍼센트의 다양한 다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과 그 다양성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80:20 법칙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 P330

금융산업의 수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척한 퀀트들은 금융계에서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른바 ‘금융 혁신‘, ‘증권혁명‘을 통해 전대미문의 호황을 누린 금융의 최근대사에서 그들은가장 핵심적인 인재들이었다. 불과 2007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미국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세상은 퀀트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겁 없는 물리학자들이 빚을 상품화하고 위험자산을 증권화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금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꼼꼼히 따지고 월스트리트에서 다시 무엇을 할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 P332

우리 뇌에는 시교차상핵이라는 생체시계가 있어 자고 깨는 리듬을만든다. 빛에 의해 영향 받고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이 뇌 영역은제대로 깨우지 않으면서 소리로 ‘대뇌피질‘만 깨우는 자명종은 사람의 일주기 리듬을 망가뜨리고 하루 종일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이다(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자명종은 ‘자명등‘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리듬이 망가지면 판단도 흐려지고 업무 실수도 잦아진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판단 실수의 많은 경우가 의사와 간호사들의 일주기 리듬이 망가졌기 때문이며, 인도의 보팔 화학공장 사고, 옛 소련의체르노빌과 미국 스리마일섬의 원자력 발전소 대형 사고는 모두 밤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 일주기 리듬을 거슬렀던 직원들의 판단 착으로 벌어진 것이었다. 이렇듯 ‘깨어 있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생체시계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 P334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예술이 가진 창조성의 근원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것을 ‘은유‘ (메타포metaphor)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맑은 호수다‘처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눈동자와 호수를 등식으로 연결하는 능력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상관없는 두 개념을 이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바로 그 의미를 알아챈다. 처음 등식으로 연결하는 건 어렵지만, 연결된등식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다. ‘A는 B이다‘에서 훌륭한은유일수록 A와 B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 P350

다시 말해 고전적인 경제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완전히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비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아톰으로 이루어진 ‘물질‘은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고, 원본의희소성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확대 재생산하는 데 그만큼의비용과 시간, 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트로 구성된 ‘데이터‘는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차이가 없으며, 적은 추가 비용으로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며, 데이터가 모였을 때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현명한 기업이라면 아톰 세계의 공장을 고스란히 디지털화해서 온라인상에도 가상의 공장을 만들 것이다. 즉 디지털 트윈digitalwin을 만들어 공장의 전체 공정 과정을 온라인상에 그대로 옮겨놓는다면, 인공지능을 이용해 저비용 고효율로 제품과 공정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매장에서 팔려 고객의 손에 들어가더라도,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해서 업데이트를 제공하거나, 고객의 사용 패턴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 P358

그렇다면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가 일치하는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것인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이 바로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이다. 사물에서 모니터링하는 모든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이 시스템은 우리를 둘러싼 아톰 세계의 모든 사물들에 적용될 것이다. 최근 사물인터넷 센서의 가격이현저히 떨어져 어디에나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그것을 통해 얻은 데이터들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은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가 일치하는 초연결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 P359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제성장이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난을 탈출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 이 말해주듯, 물질적 풍요로움이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GDP(국내총생산)가 낮을 때에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감도 늘어나지만, 어느 정도 생활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경제 성장이 국민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한국은 비슷한 수준의 GDP를 가진 나라들 중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다. 국민행복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이루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직장인들은 사회적 자아로만 생활하다가 일과 삶의 균형을 잃어버렸다. 건강도, 가족관계도, 지인들과의 따뜻한 우정도, 왜 사는지에 대한 건강한 질문도 책상 위에 쌓인 일 더미 속에 묻혀버렸다. 그래서 직장이라는 우산에서 나오면,
혼자서 세상이라는 모진 폭풍우를 이겨내기가 어렵다. 그런 능력을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P370

경제가 성장한다 해도 그 과정이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한다면결국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 타인에 대한혐오와 분노가 커지며 신뢰 같은 사회적 자산이 망가진다. 결국 경제성장도 어떤 방식인지가 중요하며, 그 판단 기준과 최종 목표는 국민행복이어야 한다. 국민이 행복한 방식으로 경제도 성장하고 정책들도 집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경제 성장보다 국민 행복이 우선‘이라는 이 자명한 명제를 간과해왔던 것일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마케팅 책임자 존 헤이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을 과대평가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 성장은GDP라는 수치로 표시 가능하며, 측정 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한 목표가 된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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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인간을 ‘색 · 수 · 상·행 · 식의 오온五蘊‘이라고 보시고 그 오온에 대해서 탐·진·즉 오취온이라고 하셨습니다. 오취온은 색취온色取蘊,수취온을 말합니다. 여기서 ‘취‘라는 말은 ‘집착‘이고, ‘온은 ‘덩어리‘, 즉 ‘취온‘은 ‘집착 덩어리‘라는 뜻입니다. - P13

수취온은 느낌에 대한 집착의 덩어리입니다.
아프고, 편하고, 좋고, 나쁘고, 행복하고, 불행하고 하는 느낌들에 대한 집착 덩어리이지요. 다음이 상취온입니다. 우리는 사물을 바깥에 실존하는 것으로인식합니다. 그렇게 인식하게 만드는 도구가 개념들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개념들을 가지고 사물을 인식하는 특정한 방식인데, 그런인식행위에 대한 집착이 상취온입니다. - P14

그다음이 식취입니다. 식은 ‘알 식이지요.
우리의 삶은 보통 이것 저것의 차이를 인식하는 작용입니다. ‘이것은 그릇이다.‘라고 알 때 그릇 자체를안다기보다는 다른 사물들과의 차이로, 그 특수성으로서 안다는 것입니다. 즉 유와 무, 시간과 공간, 즐거움과 괴로움 같은 차이들을 기준으로 해서 알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데 대한 집착, 그것이 바로 식취온입니다. - P16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부처님은 오취온의 문제,
즉 고苦를 해결하기 위한 길로서 제정도를 설하셨습니다. 사성제의 제일 첫머리에 고성제苦聖를 말씀하십니다. 고성제는 다시 말하면 ‘오취온은 고다‘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집착의 덩어리이면서 고의 존재로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끝나지 않고, ‘왜 인간이 고의 존재로 살게 되느냐? 하는 문제로 넘어가는데, 그것이 집성제集聖諦입니다. 부처님은 집성제를 십이연기의 순행으로 설하셨습니다. - P18

십이연기에서 발생하는 것은 결국 고놈입니다. 고가수비고우뇌愁悲苦憂있을 뿐입니다. 생노병사맨 뒤의 ‘뇌upayasa 를 영어로는 절망이라고들 번역합니다. 요컨대 인간이 오취온인 한, 절망스러운 고가 있을 뿐이며 절망적인 고를 향해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 P19

불교의 인간관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것은 경과아비담마에서 명의 마지막 내용으로 거론되는 작마나시까아라입니다. 마나시까아라manasikara는 마나스manas와 아라kara가 합쳐진 용어인데, 마나스는마노mano, 즉 ‘의‘이고, 까아라는 ‘지음, 행위‘라는 뜻입니다. 보통 마나시아라는 영어로 ‘주의 attention‘라는 뜻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뜻으로만 한정하고 넘어가기에는 ‘마노‘라는 말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이 마노 때문입니다. 명색은 존재계, 즉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말하는데, 정신세계의제일 끝에 마노가 등장합니다. 한문으로 마나시까아라를 작‘라고 번역했는데 말 그대로 읽으면 ‘를만든다. 의를 쓴다. 의가 작용한다.‘ 등으로 이해되겠지요. 영어 번역인 ‘주의 한다‘는 말도 의를 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저는 작의라는 말은 ‘의를쓴다‘가 아니라 ‘의를 만들다‘라고 봅니다. - P21

이렇게 명색에서 등장한 마노는 다시 육처 에서 마지막처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주목해 볼 대목입니다. 육처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이지 않습니까. 부처님은 육처에서 의를 말씀하십니다.
육처를 설명하면서 ‘안·이·비·설 · 신‘ 다섯으로 묶어서 열거하시고는 ‘여섯 번째로 의가 있다‘라고 거듭 강조하십니다. 경을 보면 부처님이 시종 그렇게 강조하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로다!‘ 이렇게 의는 안이비설신의라는 전통적, 상식적 요소들과 나란히 육처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 앉습니다. - P22

부처님이 십이연기를 설하신 데는 이처럼 의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전제되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식이 어쩌고 행이 어쩌고 하는 소리 백날 하면 뭐합니까. 그런 건 동물도 다 있지요. 그런데 마노를육처에서 등장시킵니다. 왜? ‘인간은 안·이·비·설·신만 아니라 의가 있다. 이 말입니다. ‘의‘가 중심이된다는 점에서 인간이 동물과 구별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인간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십이연기가 그렇게 강조될 이유가 없습니다. 십이연기는 우리가 해탈열반으로 가는 열쇠입니다. 그 열쇠가 열쇠 구실을 하려면 인간의 해탈 · 열반 가능성이 포함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십이연기에는 순관, 역관, 순역관이 있고, 그것은 바로 사성제, 팔정도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 P23

인간이 일반적 진화 선상의 동식물과 다를수 있는 요소가 ‘의‘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의‘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뜻을 가진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뜻을 가진 존재, 향상하는 존재다!‘ 이것이 불교의 인간관입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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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좋은 책을 읽은 사람에게도 그 향기가 스며들어 옆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한다.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 모두 이 향기에 취하는 특권을 누려야 하리라. 아무리 바빠도 책을 읽는 기쁨을 꾸준히 키워나가야만 우리는 속이꽉 찬 사람이 될 수 있다. 언제나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삶이 풍요로울 수 있음에 감사하자. 책에서 받은 감동으로 울 수 있는 마음이 있음을 고마워하자. 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느 한 구절로 내 삶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질 수 있음을 늘 새롭게 기대하며 살자. 《꽃삽》 안에 들어 있는 이 내용의 일부를 별지에 적고색연필로 장식해 책방 주인에게 건네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 P198

바다 어머니
흰모래밭에 엎디어
모래처럼 부드러운 침묵 속에
그리움을 참고 참아
진주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밤낮으로 파도에 밀려온
아픔의 세월 속에
이만큼 비워내고
이만큼 단단해진 제 모습을
자랑스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P204

아직 못다 이룬 꿈들
못다한 말들 때문에
슬퍼하거나 애태우지 않으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
가슴속에 고요한 섬 하나 들여놓고
조금씩 기쁨의 별을 키우라고
먼 데서도 일러주시는 푸른 어머니

비어서 더욱 출렁이는 마음에
자꾸 고여오는 넓고 깊은 사랑을
저는 어떻게 감당할까요?

이 세상 하얀모래밭에 그 사랑을
두고두고 쏟아낼 수밖에 없는
저의 이름은 ‘작은 기쁨‘ 조가비
하늘과 바다로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흰구름‘ 조가비입니다

-이해인, <어느 조가비의 노래> 전문 - P205

열여섯 살에 처음으로
환희의 눈물 속에
내가 만났던 바다

짜디짠 소금물로 나의 부패를 막고
내가 잠든 밤에도 파도로 밀려와
작고 좁은 내 영혼의 그릇을
어머니로 채워주던 바다

침묵으로 출렁이는 그 속깊은 말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기도를
오늘도 다시 듣네 - P208

낮게 누워서도
높은하늘 가득 담아
하늘의 편지를 읽어주며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게 영원을 약속하는
푸른사제, 푸른시인을
나는 죽어서도 잊을 수 없네

- 이해인, <다시 바다에서> 전문 - P209

잔치국수를 먹다보면
외로운 이웃을 불러 모아
큰 잔치를 하고 싶네
우정의 길이를 더 길게 늘려서
넉넉한 미소로 국수를 삶아
대접하고 싶네

쫄깃쫄깃 탄력 있는
기쁨과 희망으로
이웃을 반기며
국수의 순결한 길이만큼
오래오래 복을 빌어주고 싶네

- 이해인, <잔치국수> 전문 - P213

오늘도 새소리에 잠을 깨면서, 선물로 다가온 나의 첫 시간을감사하였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회를 더욱 잘살리도록 노력해야지‘ 하고 다짐하였다. 해야 할 일을 적당히 미루고 싶거나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적엔 나 자신에게 충고한다.
‘한 번 간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정신을 차리고 최선을 다하세요. 성실하고 겸손하게!‘
불쑥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친절과 사랑을 다하기 어려울 적에스스로 이렇게 주문한다.
‘이 만남이 이 분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으니형식적이거나 기계적으로 대하지 말고 마음엔 따뜻한 사랑을 담고, 얼굴엔 환한 웃음을 보이세요.‘ - P217

어제는
먹구름
비바람

오늘은
흰구름
밝은 햇빛

바삭바삭한 햇빛을
먹고 마셔서
근심 한 톨 없어진
내 마음의 하늘이
다시 열리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네

이해인, <햇빛 일기> 전문 - P231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뛰면서 되는일도 아니고 군중의 소란 한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고 번다한일도 아니고 바쁜 일들 틈바구니에서 생기는 일도 결코 아닙니다. 고독, 정적 한가로움이 있고서야 탄생도 있는 법입니다. 때로는 섬광 짓듯 생각이나 걸작이 피어나는 것도, 이미 오래고 한가로운 잉태기가 그에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 P237

말보다 깊은 침묵으로
이해의 눈길을 준
당신이 가까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높아지고
이웃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깊어진 기쁨!
이 기쁨은 당신이 나에게
오랜 세월 가르쳐서 선물한
초록빛 기쁨입니다
참을성, 넉넉함, 따뜻함으로
긴 세월 기다릴 줄 아는
엄마 같고 애인 같은 당신
고맙습니다
나도 당신을 닮아
품이 넓은 사랑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세요. 꼭!

-이해인, <느티나무 연가> 전문 - P244

새해엔 좀 더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때로 다른 이가 하는 말이 비위에 거슬리거나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내색하지 않고끝까지 정성껏 잘 듣는 인내심을 키우겠습니다.
새해엔 좀 더 잘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기중심적이지않은 배려의 말, 때에 맞는 말로 주위를 환하게 밝힐 수 있는 지혜를 청하며 뒷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있겠습니다. - P261

엄마 계신 집에
잠시 들를 수 있다는 것이
꿈길에서도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엄마 계신 곳이
바로 집이라는 걸
다시 알고
어찌나 포근하던지요

이해인, <엄마를 꿈에 본 날〉 중에서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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