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반짝거림과 여성의 생리 주기.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 현상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각각의 개체들이주기적인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어느 순간 같은 박자로 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반드시 존재했으리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반딧불이의 반짝거림이나 여성의 생리 주기는 일정한 주기를 가진 운동이며, 다른 반딧불이가 발생하는 빛 신호나 여성들의 겨드랑이 분비물은 이들의 주기 운동을 연결하는 매개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주기적인 운동을 하는 개체를 물리학자들은 진동자oscillator라고 부른다. 그리고 매개체에 의해 연결된진동자들 coupled oscillators 이동시에 같은 박자로 운동하는 현상을 동기화synchronization 라고 한다. - P284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박수 세례에는 열광적인 박수와 동기화된 박수가 대체로 6~7회 정도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것이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순식간에 다른 모드의 박수로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물리학자는 이것을 상전이 현상이라고 부른다. - P292
사회현상 곳곳에서 프랙털 패턴이 발견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자연과 마찬가지로 카오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유한한공간을 무한한 궤적으로 채워나가는 프랙털 패턴은 주기를 반복하는일 없이 복잡하게 운동하는 카오스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견되는패턴이다. 그리고 파워 스펙트럼의 모양이 1/4 구조를 가지는 것은프랙털 패턴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다. 바흐의 음악에서, 여의도 증권거래소의 주가 곡선에서, 브라질 땅콩이 담긴 아이들 간식에서, 잭슨 폴록의 그림 <Blue Poles>에서, 우리의 몸이 만들고 있는 심장 박동과 뇌파의 파형에서, 심지어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의 도수 분포 모양에서 1/f 패턴을 발견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카오스시스템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된다. 이것은 사회 현상 역시 자연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 P297
세상의 모든 경계에선 꽃이 핀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자연과학은 인문·사회과학과 만나서 새로운 학문으로 거듭 태어나고, 사회과학적 주제에 자연과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접근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주제를 전 사회적 범위로 확장해야 하며,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손에 테크놀로지의 연장을 쥐어주어야 한다. 그들의 진지한 협업과 사려 깊은 융합 연구가 ‘우리 사회는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에 대해 멋진 답을 제공해줄 것이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 P313
네트워크 과학은 인터넷이 ‘공평하고 민주적‘이라는 통념과 달리,소수의 사이트가 링크를 독점하는 ‘부익부빈익빈 시스템‘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에 대해 노스이스턴대학 물리학과 앨버트-라슬로바라바시 교수는 "네트워크가 끊임없이 성장하며, 새로 생긴 점들은이미링크가 많이 돼 있는 기존 점들에 링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선점 효과preferential attachment인데, 이것은많은 네트워크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즉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동적인 시스템‘인 실제 네트워크들이 가질 수밖에없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 P315
롱테일법칙의 근간은 현대 사회가 히트 상품이나 주력 상품에 집중하는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에 눈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롱테일 법칙은 소수의 히트 상품, 영향력 있는 소수를 넘어, 80퍼센트의 다양한 다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과 그 다양성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80:20 법칙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 P330
금융산업의 수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척한 퀀트들은 금융계에서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른바 ‘금융 혁신‘, ‘증권혁명‘을 통해 전대미문의 호황을 누린 금융의 최근대사에서 그들은가장 핵심적인 인재들이었다. 불과 2007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미국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세상은 퀀트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겁 없는 물리학자들이 빚을 상품화하고 위험자산을 증권화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금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꼼꼼히 따지고 월스트리트에서 다시 무엇을 할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 P332
우리 뇌에는 시교차상핵이라는 생체시계가 있어 자고 깨는 리듬을만든다. 빛에 의해 영향 받고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이 뇌 영역은제대로 깨우지 않으면서 소리로 ‘대뇌피질‘만 깨우는 자명종은 사람의 일주기 리듬을 망가뜨리고 하루 종일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이다(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자명종은 ‘자명등‘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리듬이 망가지면 판단도 흐려지고 업무 실수도 잦아진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판단 실수의 많은 경우가 의사와 간호사들의 일주기 리듬이 망가졌기 때문이며, 인도의 보팔 화학공장 사고, 옛 소련의체르노빌과 미국 스리마일섬의 원자력 발전소 대형 사고는 모두 밤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 일주기 리듬을 거슬렀던 직원들의 판단 착으로 벌어진 것이었다. 이렇듯 ‘깨어 있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생체시계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 P334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예술이 가진 창조성의 근원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것을 ‘은유‘ (메타포metaphor)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맑은 호수다‘처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눈동자와 호수를 등식으로 연결하는 능력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상관없는 두 개념을 이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바로 그 의미를 알아챈다. 처음 등식으로 연결하는 건 어렵지만, 연결된등식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다. ‘A는 B이다‘에서 훌륭한은유일수록 A와 B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 P350
다시 말해 고전적인 경제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완전히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비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아톰으로 이루어진 ‘물질‘은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고, 원본의희소성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확대 재생산하는 데 그만큼의비용과 시간, 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트로 구성된 ‘데이터‘는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차이가 없으며, 적은 추가 비용으로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며, 데이터가 모였을 때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현명한 기업이라면 아톰 세계의 공장을 고스란히 디지털화해서 온라인상에도 가상의 공장을 만들 것이다. 즉 디지털 트윈digitalwin을 만들어 공장의 전체 공정 과정을 온라인상에 그대로 옮겨놓는다면, 인공지능을 이용해 저비용 고효율로 제품과 공정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매장에서 팔려 고객의 손에 들어가더라도,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해서 업데이트를 제공하거나, 고객의 사용 패턴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 P358
그렇다면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가 일치하는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것인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이 바로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이다. 사물에서 모니터링하는 모든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이 시스템은 우리를 둘러싼 아톰 세계의 모든 사물들에 적용될 것이다. 최근 사물인터넷 센서의 가격이현저히 떨어져 어디에나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그것을 통해 얻은 데이터들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은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가 일치하는 초연결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 P359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제성장이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난을 탈출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 이 말해주듯, 물질적 풍요로움이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GDP(국내총생산)가 낮을 때에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감도 늘어나지만, 어느 정도 생활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경제 성장이 국민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한국은 비슷한 수준의 GDP를 가진 나라들 중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다. 국민행복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이루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직장인들은 사회적 자아로만 생활하다가 일과 삶의 균형을 잃어버렸다. 건강도, 가족관계도, 지인들과의 따뜻한 우정도, 왜 사는지에 대한 건강한 질문도 책상 위에 쌓인 일 더미 속에 묻혀버렸다. 그래서 직장이라는 우산에서 나오면, 혼자서 세상이라는 모진 폭풍우를 이겨내기가 어렵다. 그런 능력을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P370
경제가 성장한다 해도 그 과정이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한다면결국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 타인에 대한혐오와 분노가 커지며 신뢰 같은 사회적 자산이 망가진다. 결국 경제성장도 어떤 방식인지가 중요하며, 그 판단 기준과 최종 목표는 국민행복이어야 한다. 국민이 행복한 방식으로 경제도 성장하고 정책들도 집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경제 성장보다 국민 행복이 우선‘이라는 이 자명한 명제를 간과해왔던 것일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마케팅 책임자 존 헤이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을 과대평가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 성장은GDP라는 수치로 표시 가능하며, 측정 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한 목표가 된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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