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좋은 책을 읽은 사람에게도 그 향기가 스며들어 옆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한다.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 모두 이 향기에 취하는 특권을 누려야 하리라. 아무리 바빠도 책을 읽는 기쁨을 꾸준히 키워나가야만 우리는 속이꽉 찬 사람이 될 수 있다. 언제나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삶이 풍요로울 수 있음에 감사하자. 책에서 받은 감동으로 울 수 있는 마음이 있음을 고마워하자. 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느 한 구절로 내 삶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질 수 있음을 늘 새롭게 기대하며 살자. 《꽃삽》 안에 들어 있는 이 내용의 일부를 별지에 적고색연필로 장식해 책방 주인에게 건네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 P198
바다 어머니 흰모래밭에 엎디어 모래처럼 부드러운 침묵 속에 그리움을 참고 참아 진주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밤낮으로 파도에 밀려온 아픔의 세월 속에 이만큼 비워내고 이만큼 단단해진 제 모습을 자랑스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P204
아직 못다 이룬 꿈들 못다한 말들 때문에 슬퍼하거나 애태우지 않으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 가슴속에 고요한 섬 하나 들여놓고 조금씩 기쁨의 별을 키우라고 먼 데서도 일러주시는 푸른 어머니
비어서 더욱 출렁이는 마음에 자꾸 고여오는 넓고 깊은 사랑을 저는 어떻게 감당할까요?
이 세상 하얀모래밭에 그 사랑을 두고두고 쏟아낼 수밖에 없는 저의 이름은 ‘작은 기쁨‘ 조가비 하늘과 바다로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흰구름‘ 조가비입니다
-이해인, <어느 조가비의 노래> 전문 - P205
열여섯 살에 처음으로 환희의 눈물 속에 내가 만났던 바다
짜디짠 소금물로 나의 부패를 막고 내가 잠든 밤에도 파도로 밀려와 작고 좁은 내 영혼의 그릇을 어머니로 채워주던 바다
침묵으로 출렁이는 그 속깊은 말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기도를 오늘도 다시 듣네 - P208
낮게 누워서도 높은하늘 가득 담아 하늘의 편지를 읽어주며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게 영원을 약속하는 푸른사제, 푸른시인을 나는 죽어서도 잊을 수 없네
- 이해인, <다시 바다에서> 전문 - P209
잔치국수를 먹다보면 외로운 이웃을 불러 모아 큰 잔치를 하고 싶네 우정의 길이를 더 길게 늘려서 넉넉한 미소로 국수를 삶아 대접하고 싶네
쫄깃쫄깃 탄력 있는 기쁨과 희망으로 이웃을 반기며 국수의 순결한 길이만큼 오래오래 복을 빌어주고 싶네
- 이해인, <잔치국수> 전문 - P213
오늘도 새소리에 잠을 깨면서, 선물로 다가온 나의 첫 시간을감사하였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회를 더욱 잘살리도록 노력해야지‘ 하고 다짐하였다. 해야 할 일을 적당히 미루고 싶거나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적엔 나 자신에게 충고한다. ‘한 번 간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정신을 차리고 최선을 다하세요. 성실하고 겸손하게!‘ 불쑥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친절과 사랑을 다하기 어려울 적에스스로 이렇게 주문한다. ‘이 만남이 이 분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으니형식적이거나 기계적으로 대하지 말고 마음엔 따뜻한 사랑을 담고, 얼굴엔 환한 웃음을 보이세요.‘ - P217
어제는 먹구름 비바람
오늘은 흰구름 밝은 햇빛
바삭바삭한 햇빛을 먹고 마셔서 근심 한 톨 없어진 내 마음의 하늘이 다시 열리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네
이해인, <햇빛 일기> 전문 - P231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뛰면서 되는일도 아니고 군중의 소란 한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고 번다한일도 아니고 바쁜 일들 틈바구니에서 생기는 일도 결코 아닙니다. 고독, 정적 한가로움이 있고서야 탄생도 있는 법입니다. 때로는 섬광 짓듯 생각이나 걸작이 피어나는 것도, 이미 오래고 한가로운 잉태기가 그에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 P237
말보다 깊은 침묵으로 이해의 눈길을 준 당신이 가까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높아지고 이웃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깊어진 기쁨! 이 기쁨은 당신이 나에게 오랜 세월 가르쳐서 선물한 초록빛 기쁨입니다 참을성, 넉넉함, 따뜻함으로 긴 세월 기다릴 줄 아는 엄마 같고 애인 같은 당신 고맙습니다 나도 당신을 닮아 품이 넓은 사랑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세요. 꼭!
-이해인, <느티나무 연가> 전문 - P244
새해엔 좀 더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때로 다른 이가 하는 말이 비위에 거슬리거나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내색하지 않고끝까지 정성껏 잘 듣는 인내심을 키우겠습니다. 새해엔 좀 더 잘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기중심적이지않은 배려의 말, 때에 맞는 말로 주위를 환하게 밝힐 수 있는 지혜를 청하며 뒷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있겠습니다. - P261
엄마 계신 집에 잠시 들를 수 있다는 것이 꿈길에서도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엄마 계신 곳이 바로 집이라는 걸 다시 알고 어찌나 포근하던지요
이해인, <엄마를 꿈에 본 날〉 중에서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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