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인간을 ‘색 · 수 · 상·행 · 식의 오온五蘊‘이라고 보시고 그 오온에 대해서 탐·진·즉 오취온이라고 하셨습니다. 오취온은 색취온色取蘊,수취온을 말합니다. 여기서 ‘취‘라는 말은 ‘집착‘이고, ‘온은 ‘덩어리‘, 즉 ‘취온‘은 ‘집착 덩어리‘라는 뜻입니다. - P13
수취온은 느낌에 대한 집착의 덩어리입니다. 아프고, 편하고, 좋고, 나쁘고, 행복하고, 불행하고 하는 느낌들에 대한 집착 덩어리이지요. 다음이 상취온입니다. 우리는 사물을 바깥에 실존하는 것으로인식합니다. 그렇게 인식하게 만드는 도구가 개념들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개념들을 가지고 사물을 인식하는 특정한 방식인데, 그런인식행위에 대한 집착이 상취온입니다. - P14
그다음이 식취입니다. 식은 ‘알 식이지요. 우리의 삶은 보통 이것 저것의 차이를 인식하는 작용입니다. ‘이것은 그릇이다.‘라고 알 때 그릇 자체를안다기보다는 다른 사물들과의 차이로, 그 특수성으로서 안다는 것입니다. 즉 유와 무, 시간과 공간, 즐거움과 괴로움 같은 차이들을 기준으로 해서 알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데 대한 집착, 그것이 바로 식취온입니다. - P16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부처님은 오취온의 문제, 즉 고苦를 해결하기 위한 길로서 제정도를 설하셨습니다. 사성제의 제일 첫머리에 고성제苦聖를 말씀하십니다. 고성제는 다시 말하면 ‘오취온은 고다‘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집착의 덩어리이면서 고의 존재로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끝나지 않고, ‘왜 인간이 고의 존재로 살게 되느냐? 하는 문제로 넘어가는데, 그것이 집성제集聖諦입니다. 부처님은 집성제를 십이연기의 순행으로 설하셨습니다. - P18
십이연기에서 발생하는 것은 결국 고놈입니다. 고가수비고우뇌愁悲苦憂있을 뿐입니다. 생노병사맨 뒤의 ‘뇌upayasa 를 영어로는 절망이라고들 번역합니다. 요컨대 인간이 오취온인 한, 절망스러운 고가 있을 뿐이며 절망적인 고를 향해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 P19
불교의 인간관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것은 경과아비담마에서 명의 마지막 내용으로 거론되는 작마나시까아라입니다. 마나시까아라manasikara는 마나스manas와 아라kara가 합쳐진 용어인데, 마나스는마노mano, 즉 ‘의‘이고, 까아라는 ‘지음, 행위‘라는 뜻입니다. 보통 마나시아라는 영어로 ‘주의 attention‘라는 뜻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뜻으로만 한정하고 넘어가기에는 ‘마노‘라는 말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이 마노 때문입니다. 명색은 존재계, 즉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말하는데, 정신세계의제일 끝에 마노가 등장합니다. 한문으로 마나시까아라를 작‘라고 번역했는데 말 그대로 읽으면 ‘를만든다. 의를 쓴다. 의가 작용한다.‘ 등으로 이해되겠지요. 영어 번역인 ‘주의 한다‘는 말도 의를 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저는 작의라는 말은 ‘의를쓴다‘가 아니라 ‘의를 만들다‘라고 봅니다. - P21
이렇게 명색에서 등장한 마노는 다시 육처 에서 마지막처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주목해 볼 대목입니다. 육처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이지 않습니까. 부처님은 육처에서 의를 말씀하십니다. 육처를 설명하면서 ‘안·이·비·설 · 신‘ 다섯으로 묶어서 열거하시고는 ‘여섯 번째로 의가 있다‘라고 거듭 강조하십니다. 경을 보면 부처님이 시종 그렇게 강조하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로다!‘ 이렇게 의는 안이비설신의라는 전통적, 상식적 요소들과 나란히 육처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 앉습니다. - P22
부처님이 십이연기를 설하신 데는 이처럼 의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전제되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식이 어쩌고 행이 어쩌고 하는 소리 백날 하면 뭐합니까. 그런 건 동물도 다 있지요. 그런데 마노를육처에서 등장시킵니다. 왜? ‘인간은 안·이·비·설·신만 아니라 의가 있다. 이 말입니다. ‘의‘가 중심이된다는 점에서 인간이 동물과 구별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인간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십이연기가 그렇게 강조될 이유가 없습니다. 십이연기는 우리가 해탈열반으로 가는 열쇠입니다. 그 열쇠가 열쇠 구실을 하려면 인간의 해탈 · 열반 가능성이 포함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십이연기에는 순관, 역관, 순역관이 있고, 그것은 바로 사성제, 팔정도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 P23
인간이 일반적 진화 선상의 동식물과 다를수 있는 요소가 ‘의‘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의‘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뜻을 가진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뜻을 가진 존재, 향상하는 존재다!‘ 이것이 불교의 인간관입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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