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 교수는 1975년에 출간한 사회생물학』에서 모든 학문은 생물학일 수밖에 없으며 모든 학문은 생물학으로 귀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외계의 생물학자가 와서인간을 연구한다면, 법학을 연구해도 그게 어떻게 보면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 행동의 일부에 해당하고, 경제학을 연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을 해도 그렇고, 모든 학문 분야가 어떻게 보면 이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동물행동학의 범위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게 보면 동물행동학, 크게 보면 생물학이 모든 학문을 포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물론 다른 분야의 학자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요. 윌슨은1998년에 통섭이라는 책을 써서 결국 모든 학문은 자연과학(특히생물학)을 통해 풀어낼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 P18

생물학은 기초과학의 한 분야지만 종합적인 성격이 강한 학문입니다. 생명현상 자체가 너무나 다양하므로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고, 그런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물학 분야 중에서도 동물행동학은 특히 더 종합적인 성향이강합니다. 한 방향으로 한 가지 질문만해서는 그 동물의 행동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P19

Why라는 질문은 어떻게 보면 동물의 행동을 진화의 관점에서보며 이 생명체가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느냐를 묻습니다. 그래서 동물의 행동에 대해서는 How Why라는 두 물음이 모두 필요하고, 이 두 물음 모두에 답을 할 수 있어야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요.
생물학자들은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여러 방법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로 ‘어떻게‘ 라는 질문을 하다 보면 문제가 자연스럽게 좀더 작은 단위로 자꾸 나뉘고 더 세밀히 들어갈 수밖에없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물리학이나 화학 등 다른 학문의 도움을받아서 생물리학이나 생화학 등과 같은 메커니즘 쪽으로 접근하게되지요. - P20

동물행동학은 꽤 오랫동안 발달해온 학문입니다. 동굴 속에 동물벽화를 그린 먼 조상도 동물의 이동 통로를 관찰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이용하였으니 말하자면 모두 동물행동학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동물행동학과 오늘날의 동물행동학은 굉장한 차이를보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동물행동학은 자연과학의 일부로서 연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21

당시 아칸소 주 법원의 윌리엄 오버턴Wiliam Overton 판사는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을 위해 각계의 전문가들에게 과연 자연과학이 무엇이나를 묻고 법정에서 증언하도록 했습니다. 나중에 이 판사가 판결문을 썼는데, 그 판결문에서 그는 자연과학의 특성을 다섯 가지로정의했습니다. 그가 내린 자연과학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보면 자연과학자가 내린 정의보다도 더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른 것 같습니다. - P22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과학이 되려면 첫째,
‘자연법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연과학은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법규나 종교적인 강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자연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맞는말입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을 자연법칙에 따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가 어떻게 보면 매우 비슷한 얘기지만 병행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에 역시 중요한 얘기인데, 실제 세계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증할 수 없는 것은 자연과학일 수 없다는것이죠. - P22

마지막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험을 어떻게 하느냐, 자료를 어떻게 모으느냐, 가설을 어떻게 세우고 검증하느냐에 따라서 기존의 학설이나 믿음을 반증할 수 있어야 자연과학이라 할 수있습니다. 이제 정리하면, 자연법칙에 따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있어야 하고 실험 결과에 따라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자연과학이라는 것입니다. - P23

동물행동연구의 어려움을 가장 단적으로 말해주는 예는 제인 구달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50년 가까이 수행한 침팬지 연구일겁니다. 구달 박사는 한국에 와서 자신이 처음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연구하던 때의 어려움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아프리카 오지에 처음 갔는데, 침팬지는 야생동물이라 먼발치에서 사람을 슬쩍 보기만 해도 다 도망갔다는 겁니다. - P31

행동을 연구하는 데 또 하나 아주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도대체인간을 비롯해 동물들이 어떻게 해서 이런 행동을 하게끔 진화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행동진화의 역사를 뒤지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생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에는 화석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풍부하지는 않을지라도 화석을 찾아서 형태를 관찰해보면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는데, 행동에는 화석이 없습니다. 행동은 화석으로 남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과연 어떻게 춤을 췄을까요? 그 춤이 화석으로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 P33

동물행동학이 학문으로 발달하게 된 것은 찰스 다윈부터입니다. 다윈 이전에도 물론 동물의 행동을 관찰한 많은이들이 있었지만, 동물의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사고 체계를 수립한 사람이 바로스 다윈입니다. 그러므로 다윈에게서 동물행동학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적인 감각의 동물행동학이 다윈에게서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 - P34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찰스 다윈이 얘기했던 자연선택론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그이론에 입각해서 야외든 실험실 내에서든 동물의 행동을 재분석하는 작업이 일어났습니다. 이 분야를 학문적으로는 행동생태학이라고 부르는데, 기존의 학문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행동생태학은 동물이 사는 서식지와 그 환경 그대로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실험하고자 하는 행태학의 전통을 따르면서, 필요하면 분자생물학이나 물리화학 또는 수학적인 모델링을 통해서 행동의 본질을 찾습니다. 비용 편익 분석 cost-benefit analysis 을 통해 행동의 진화를 재구성합니다. 자연선택론으로 재무장한 학자들이 야외든 실험실이든 뛰어들어동물행동학을 다시 한 번 뒤바꿔보고자 시도를 했지요. 그 결과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이 분야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됩니다. - P41

사람들은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변하는 것을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침팬지가 오랜 세월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이 된 것이 그대표적인 예라고 잘못 생각하기도 하지요. 사실 다윈의 주장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침팬지의 조상을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언젠가인간의 조상과 만난다는 것이 다윈의 설명입니다. 침팬지와 인간이과거 어느 땐가 같은 조상을 갖고 있었다는 거지요. 이렇듯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대진화macroevolution 라고 합니다. - P44

진화에는 이런 대진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진화입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이 말하는 진화는 주로 각 개체의 유전체genome 속에 있는 독특한 유전자들을 모두모은 유전자군gene pool에서 특정한 유전자의 빈도가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유전자가 이번 세대에는 특별히 많았는데 무슨 까닭인지 다음 세대에는 조금 줄어들고 그대신 다른 유전자가 득세하는 변화가 바로 늘 벌어지고 있는 진화입니다. 이런 진화를 소진화microevolution 라고 부릅니다. - P44

이렇게 자연 환경에 적응을 더 잘한 개체는 살아남아 번식을 하고, 후대로 갈수록 그 개체의 특성을 가진 개체들이 더 많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얘기한 소진화의 예입니다. 전 세대에는 분명히 얼룩무늬를 띠게 하는 유전자를 가진 종류가 많았는데, 상황이 변해 불리해지자 그런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이사라집니다. 그래서 그런 유전자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다음 세대에는 검은빛 날개를 만들어주는 유전자가 많아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화입니다. 유전자들의 상대빈도가 변한 것이죠. - P46

산업혁명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더 많은 나무들이 검게 변했을 테고, 그런 상태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면 어쩌면 얼룩무늬 나방들은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변화가 오래 축적되다 보면언젠가 얼룩나방은 전혀 다른 검정나방으로 변할지도 모르지요. 소진화가 되풀이되다 보면 언젠가는 대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메커니즘이 바로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 입니다. - P47

드디어 다윈은 자연계에서 많은 생물이 태어나서로 경쟁을 벌이고 살아가며, 그 과정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우수한 형질을 가진 생물만이 살아남는다는 것, 그래서 그 형질을 다음세대에 물려주고, 다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윈은 완벽주의자였습니다. 자신의 이론이 가져올 여파를 걱정하며 발표를 미루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지요. 평소 다윈을 존경하던 생물학자 앨프리드 월리스Alfred Wallace가 의견을 묻기 위해 보내온 논문을 검토하던 중, 그가진화에 관해 자신과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어 발표를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깨달은 겁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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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물 - 2022년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청소년 북카페 2
장-클로드 그럼베르그 지음, 김시아 옮김 / 여유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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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Epilogue

자, 이제 여러분은 모든 이야기를 알아요. 뭐라고요? 아직도궁금한 게 있다고요? 진짜 이야기인지 알고 싶다고요? 진짜이야기라면요? 물론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전쟁 동안 화물을 급하게 배달하기 위해 대륙을 통과하는 화물 열차는 없었어요. 오, 얼마나 보관하기 어려운데요 집결지, 강제수용소, 포로수용소, 처형소도 없었어요. 마지막 여행이라고 일컫는 연기로 흩어진 가족도 없고요 밀어서 담고 포장해서 보내야할 머리털도 없었어요. 불도 재도, 눈물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아닌 - P99

건 사실이 아니죠.
더 이상 가난한 여자 나무꾼도 가난한 남자 나무꾼도 없고, 더 이상 비인간들과 그들을 쫓는 사냥꾼들도 없어요. 아무것도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에요. 도시와 수용소의 해방도없고 숲과 수용소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해방 후 뒤따르는 기간도 없었어요. 사라진 아이들을 찾으려는 아버지, 어머니 들의 고통도 없었어요. 금실과 은실로 가장자리를 수놓은 기도숄도, 염소를 가진 얼굴 부상자도, 모자 쓴 남자도 없었어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하느님께 감사드려야죠! 모자 대신배를 가른 두더지 모자를 쓴 남자도 없어요. 아무것도 그 어느것도 사실이 아니에요. 비인간을 사냥하는 두 의용대원이 비참하게 박살나기 전에 두더지를 둘로 자른 도끼, 가난한 남자나무꾼의 도끼 따위는 없었어요.
아무것도, 그 무엇도 사실이 아니에요.
단 하나의 사실, 진짜 진실은, 이 이야기 안에 존재하는가치예요. 이야기 속에는 어떤 진실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뭐 하러 고생해서 이야기를 하겠어요. 단 하나의 사실, 진짜 진실은, 수송열차의 창문으로 내던져진 어린 여자아 - P100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사랑과 자포자기로, 금실과 은실로 수놓은 기도숄에 싸여 열차에서 던져져 눈 속에버려진 아이는 존재하지 않아요. 애지중지할 아이가 없는 가난한 여자 나무꾼이 발 앞에 버려진 아기를 거두고, 먹이고,
더없이 사랑한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녀의 삶조차 존재하지 않아요.
실제 삶과 마찬가지로 이야기 속에 존재해야 할 유일한가치는 바로 사랑이에요. 아이들을 향한 사랑,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들에게도 베푸는 사랑요. 그 모든 것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사랑은 삶을 이어 나가게 만드니까요.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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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훌륭한 자작나무숲도보여 주었다. 5년 전, 그러니까 1915년 내가 베르됭에서 싸우던 시기에 심은 나무들이었다. 땅속에 습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골짜기마다 자작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자작나무들은 젊은이처럼 부드러웠고 아주 튼튼하게 서 있었다. - P45

창조란 꼬리를 물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엘제아르 부피에는 그런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주 단순하게 자신이 할 일을 고집스럽게 해 나갈 뿐이었다. - P45

1933년엔 숲을 보고 깜짝 놀란 산림감시원이 엘제아르부피에를 찾아왔다. 이 관리는 ‘천연의 숲‘이 자라는 것을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니 집밖에서 불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이 노인에게 경고했다. 그 관리는 순진하게도 숲이 혼자 저절로 자라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 P52

1935년에는 진짜 정부 대표단이 ‘천연의 숲‘을 시찰하러 왔다. 산림청의 고위관리와 국회의원, 전문가들이 함께왔다. 그들은 쓸데없는 말들을 많이 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러나 다행히도 단 한 가지 유익한일을 빼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즉 그 숲을 나라의 관리 아래 두고 나무를 베어 숯을 굽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 P54

떠나기 전에 내 친구는 노인에게 이곳의 토양에 알맞을것 같은 몇몇 나무의 종류에 관해 짧게 말해 주었다. 그러나그것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내 친구는 "당연히 그분은 나무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 생각이 계속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는지 내 친구는한 시간쯤 걷고 나서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나무에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아. 그는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방법을 찾은 사람이야"라고. - P58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공기마저도 달라져 있었다. 옛날의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물 흐르는 소리 같은것이 저 높은 언덕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숲 속에서 부는 바람소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못 속으로 흘러드는 진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만들어진 샘에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그 샘곁에 이미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보리수가 심어져 있는 것이었다. 벌써 잎이 무성하게 자란 이 나무는 분명히 부활의 한상징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 P62

마을들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땅값이 비싼 평야지대의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와 젊음과 활력과 모험 정신을가져다주었다. 건강한 남자와 여자들, 그리고 밝은 웃음을터뜨리며 시골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소년 소녀들을 길에서만날 수 있었다. 즐겁게 살아가게 된 뒤로 몰라보게 달라진옛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을 합쳐 1만 명이 넘는사람들이 엘제아르부피에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 P66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던들 이러한 결과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일을 훌륭하게 해낸 배운 것 없는 늙은 농부에게 크나큰 존경심을 품게 된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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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기쁘고 행복해서 더욱 활기차고 기운차게 일했어요. 동료들은 그를 점점 더 많이 칭찬했고, 말수가적은 그를 일과 후 술자리에 점점 더 자주 초대했어요. 동료들중 집에서 술 담그는 걸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종종 마실거리를 담당했지요. - P62

그들 모두 나무꾼이고 가난했어요. 그 중에서도 가난한남자 나무꾼, 우리의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술은 마셨지만 침묵했어요. 동료들은 그가 한마디 하길 기대했고 그를 쳐다보며 기다렸어요. 그들은 길게 기다릴 필요가 없었어요 꿀꺽꿀꺽 꿀꺽.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주먹손으로 입을 닦으며 잠시침묵하고는 말을 했어요. 그러고는 자신도 놀랐어요. - P64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이번엔 귀를 멍멍하게 하는 목소리로 또 한 번 쏘아붙이는 자신에게 놀랐어요. 자신의 목구멍에서 나왔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목소리였죠. 나무꾼은흔들거리는 식탁 위에서 철로 만든 술잔을 던지고 주저앉으며 다시 말했어요.
"비인간들도 심장이 있다고!" - P65

"비인간들의 빈 가슴에 우리의 칼을 꽂아라.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우리에게서 훔쳐간 것 모두를 돌려받자. 꿀꺽꿀꺽꿀꺽. 비인간들을 죽이자! 꿀꺽 꿀꺽 꿀꺽."
술담그는 동료는 노래를 계속 부르며 전쟁 전을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짐승의 머리를 면사무소에 가져가면, 지역 책임자들이 머릿수대로 특별 보상금을 주었던것을요. 꿀꺽 꿀꺽 꿀꺽! - P66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갔어요. 작은 화물이 다른 날보다더 행복한 어느 날이었어요. 아이는 갑자기 똑바로 서더니 한발 걸었어요. 그러다가 가난한 여자 나무꾼 앞에서도 뒤에서도 종종걸음으로 걸었어요. - P69

저녁에는 가난한 남자 나무꾼 앞에서 콩콩 뛰었어요. 그리고 그가 얼굴 높이까지, 수염께로 들어 올릴 때면, 아이는그의 모자를 들어 올리거나 털을 뽑았어요. 최고로 행복할 땐그의 큰 코를 두 손으로 잡았고요.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완전히 뭉클해졌어요. - P69

가난한 여자 나무꾼의 품에 안겨 달리기를 자장가 삼아쉬던 작은 화물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작은 화물은, 헐떡거리는 가슴에 가슴을 부딪히고 부딪히다가 갑자기 몸을 틀었어요.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다리가 끊어질 듯 고통스러워서 숨을 골랐어요. 비인간 사냥꾼들이 벌써 쫓아와 사랑스러운 작은 화물을 낚아챌 것만 같아요. - P77

여전히 아이를 안고 있는 남자는 오두막으로 다가갔어요. 바위 옆에 지은 통나무 오두막집이었죠. 하지만 오두막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위 오른쪽에 있는 동굴 같은 곳으로 갔어요. 그가 그곳을 찾아가는 일은 드물었어요. 그럼에도 젖이 불은 작은 염소가 항상 반갑게 맞아 주어 그를 기쁘게 했어요. - P80

"왜 우는 거요? 당신은 이제 아이를 위해 원하는 대로다 줄 수 있고, 더 이상 우유를 찾으러 오지 않아도 되지 않소.
어쨌든 나는 나뭇단을 잃었지만 혼자인 염소와 놀아 줄 동무가 생겼으니 우리 넷 다 이긴 거요. 이 세상 누구도 무언가를잃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떠한 것도 얻을 수가 없소.
설령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이든 자기 자신의 목숨이든 말이오." - P81

하루는 또 다른 하루로 이어졌고, 열차들은 또 다른 열차들로이어졌어요. 납으로 때운 객차 안에서 인간애는 죽어 갔어요.
인간애를 모른 척했어요. 정복당한 대륙의 모든 수도에서 온 열차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갔지만, 이제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열차를 더 이상 보지 못했어요. - P82

열차들은 지나가고 지나갔어요. 밤이고 낮이고, 낮이고밤이고 별 차이가 없었어요. 어느 누구도 이송되는 사람들의 외침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어머니들의 울음은 노인들의 헐떡이는 소리와, 순진한 사람들의 기도 소리와, 가스실로 가는 부모와 헤어지는 아이들의 공포에 찬 신음과 절규로 뒤엉켰어요 - P82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열차는 달리기를 멈췄어요. 더 이상 열차가 달리지 않자, 머리를 빡빡 민 사람들을 모아 배달하는 일도 멈췄어요. 더 이상 열차도 없었고, 더 이상 머리도 없었어요.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쌍둥이의 아버지였던우리의 영웅, 갑자기 머리 깎는 일을 해야 했던 그는 배고픔과병과 불행을 모두 이겨 냈지만 넋을 잃었어요. - P83

결국 자신을 불사르기 위한 구덩이를 파면서, 그는 눈위에서 발을 구르고 또 굴렀어요. 왜, 왜, 무엇 때문에 이토록 슬픈 짓을, 이토록 비상식적인 짓을 해야 했을까? 왜 끝까지, 이 여행 끝까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하지 못했을까? 함께 키우고, 넷이서 함께 소라 모양 연기가 되어 두껍고 어두운 연기로 하늘나라에 올라갔어야 했는데. 그는 갑자기 주저앉았어요. 동료 두 사람이 생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를 막사 안으로 끌어들였어요. 연기 속에서 산 채로 던져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죠. - P85

죽음은 그를 찾아오지 않았고, 붉은 별을 단 젊은 군인이 나타나 자유의 몸이 되었음을 알렸어요. 공포의 현장을 목격한 군인은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어요.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는시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얼른 입 안에 털어 넣었어요. 그런 뒤 두 팔로 죽어 가는사람들 더미에서 그를 빼내어 막사 앞에 내려놓았어요. 소생하는 봄날 태양 아래, 시체가 없는 땅 한 켠에요. - P86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화물열차가 숲속을 더 이상 지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눈에 띄게 자라고살이 찌는 작은 화물의 재롱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죠. 총을지닌 얼굴 부상자의 자비로운 눈빛 아래서 아이는 거의 동생이 되어 버린 염소와 함께 끊임없이 웃고 노래하고 재잘거리고 춤을 추었어요. - P88

그녀는 누더기에 갓 만든 신선한 치즈를 싸서 그릇에 담았어요. 그리고 기도숄을 두른 뒤 아이 손을 잡고, 목줄을 맨염소에게 당나귀처럼 짐을 지우고 걷기 시작했어요. 어디로가야 할지 모른 채 해가 떠오르는 동쪽으로 곧장 걸어갔어요. - P90

고함 중에서도 극심한 고함과 기쁨, 걱정, 승리가 뒤범벅된 함성이 가슴속에서 울음이 되었으나 목에서는 아무런소리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는 치즈를 집어 들고 아이를, 자신의 딸을 계속 쳐다보았어요. 아이가 살아 있어요. 아이가 살아있어요. 아이는 행복하게 웃었어요. 그도 웃었어요. 그리고 아이 볼을 쓰다듬기 위해 떨리는 손을 내밀었어요. 아이는 그의손을 잡고 웃음을 터뜨리기 전에 입술에 가져갔어요. - P95

그는 죽음과 싸워 이겼고, 죽음에 대한 괴물 같은 산업때문에 몹쓸 짓을 해서 딸을 구했어요. 그는 다시 되찾은, 결코 다시 잃어버릴 수 없는 딸을 마지막으로 쳐다볼 용기를 냈어요. 아이는 벌써 새로운 손님에게 작은 손을 내밀고 있었어요. 치즈를 만드는 귀여운 염소와 사랑스러운 엄마를 가리키며 칭찬하고 있었지요. - P96

작은 화물은 자라서 엘리트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가되었어요. 그녀는 붉은 스카프를 받았고 하얀블라우스에 꽂는 붉은 별도 받았어요. 잡지 표지에 그녀의 사진이 실렸는데 얼굴이 환하게 빛났어요. 사진사의 요청대로 활짝 웃은 거예요.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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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이 세상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 P9

사람들은 모든 것을 놓고 경쟁했다. 숯을 파는 것을 두고, 교회에서 앉는 자리를 놓고서도 경쟁했다. 선한 일[美德]을 놓고, 악한 일[惡德]을 놓고, 그리고 선과 악이 뒤섞인 것들을 놓고 서로 다투었다. 바람 또한 쉬지않고 신경을 자극했다. 그래서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여러 정신병마저유행하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 P21

그 당시 나는 젊지만 혼자 살고 있었으므로 다른 고독한사람들의 영혼에 섬세하게 다가갈 줄 알았다. 그런데도 나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젊은 나이 탓에 나 자신과 관계된 일이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만을 마음에 두고 미래를 상상해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30년 후면 떡갈나무 1만 그루가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만일하느님이 그때까지 자신을 살아 있게 해 주신다면, 그동안에도 나무를 아주 많이 심을 것이기 때문에 이 1만 그루의나무는 바다의 물 한 방울과 같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 P33

이듬해인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나는 5년 동안 전쟁터에서 싸웠다. 보병이었던 나는 나무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사실 그 옛날의일은 나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하나의 이야깃거리나 우표 수집 같은 것쯤으로 여겨 잊어버리고 있었다. - P36

그의 숲 속을 거닐며 하루를 보냈다. 숲은 세 구역으로 되어있었는데, 가장 넓은 곳은 폭이 11킬로미터나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아무런 기술적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오직한 사람의 영혼과 손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인간이란파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하느님처럼 유능할 수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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