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기쁘고 행복해서 더욱 활기차고 기운차게 일했어요. 동료들은 그를 점점 더 많이 칭찬했고, 말수가적은 그를 일과 후 술자리에 점점 더 자주 초대했어요. 동료들중 집에서 술 담그는 걸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종종 마실거리를 담당했지요. - P62
그들 모두 나무꾼이고 가난했어요. 그 중에서도 가난한남자 나무꾼, 우리의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술은 마셨지만 침묵했어요. 동료들은 그가 한마디 하길 기대했고 그를 쳐다보며 기다렸어요. 그들은 길게 기다릴 필요가 없었어요 꿀꺽꿀꺽 꿀꺽.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주먹손으로 입을 닦으며 잠시침묵하고는 말을 했어요. 그러고는 자신도 놀랐어요. - P64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이번엔 귀를 멍멍하게 하는 목소리로 또 한 번 쏘아붙이는 자신에게 놀랐어요. 자신의 목구멍에서 나왔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목소리였죠. 나무꾼은흔들거리는 식탁 위에서 철로 만든 술잔을 던지고 주저앉으며 다시 말했어요. "비인간들도 심장이 있다고!" - P65
"비인간들의 빈 가슴에 우리의 칼을 꽂아라.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우리에게서 훔쳐간 것 모두를 돌려받자. 꿀꺽꿀꺽꿀꺽. 비인간들을 죽이자! 꿀꺽 꿀꺽 꿀꺽." 술담그는 동료는 노래를 계속 부르며 전쟁 전을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짐승의 머리를 면사무소에 가져가면, 지역 책임자들이 머릿수대로 특별 보상금을 주었던것을요. 꿀꺽 꿀꺽 꿀꺽! - P66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갔어요. 작은 화물이 다른 날보다더 행복한 어느 날이었어요. 아이는 갑자기 똑바로 서더니 한발 걸었어요. 그러다가 가난한 여자 나무꾼 앞에서도 뒤에서도 종종걸음으로 걸었어요. - P69
저녁에는 가난한 남자 나무꾼 앞에서 콩콩 뛰었어요. 그리고 그가 얼굴 높이까지, 수염께로 들어 올릴 때면, 아이는그의 모자를 들어 올리거나 털을 뽑았어요. 최고로 행복할 땐그의 큰 코를 두 손으로 잡았고요. 가난한 남자 나무꾼은 완전히 뭉클해졌어요. - P69
가난한 여자 나무꾼의 품에 안겨 달리기를 자장가 삼아쉬던 작은 화물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작은 화물은, 헐떡거리는 가슴에 가슴을 부딪히고 부딪히다가 갑자기 몸을 틀었어요.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다리가 끊어질 듯 고통스러워서 숨을 골랐어요. 비인간 사냥꾼들이 벌써 쫓아와 사랑스러운 작은 화물을 낚아챌 것만 같아요. - P77
여전히 아이를 안고 있는 남자는 오두막으로 다가갔어요. 바위 옆에 지은 통나무 오두막집이었죠. 하지만 오두막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위 오른쪽에 있는 동굴 같은 곳으로 갔어요. 그가 그곳을 찾아가는 일은 드물었어요. 그럼에도 젖이 불은 작은 염소가 항상 반갑게 맞아 주어 그를 기쁘게 했어요. - P80
"왜 우는 거요? 당신은 이제 아이를 위해 원하는 대로다 줄 수 있고, 더 이상 우유를 찾으러 오지 않아도 되지 않소. 어쨌든 나는 나뭇단을 잃었지만 혼자인 염소와 놀아 줄 동무가 생겼으니 우리 넷 다 이긴 거요. 이 세상 누구도 무언가를잃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떠한 것도 얻을 수가 없소. 설령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이든 자기 자신의 목숨이든 말이오." - P81
하루는 또 다른 하루로 이어졌고, 열차들은 또 다른 열차들로이어졌어요. 납으로 때운 객차 안에서 인간애는 죽어 갔어요. 인간애를 모른 척했어요. 정복당한 대륙의 모든 수도에서 온 열차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갔지만, 이제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열차를 더 이상 보지 못했어요. - P82
열차들은 지나가고 지나갔어요. 밤이고 낮이고, 낮이고밤이고 별 차이가 없었어요. 어느 누구도 이송되는 사람들의 외침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어머니들의 울음은 노인들의 헐떡이는 소리와, 순진한 사람들의 기도 소리와, 가스실로 가는 부모와 헤어지는 아이들의 공포에 찬 신음과 절규로 뒤엉켰어요 - P82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열차는 달리기를 멈췄어요. 더 이상 열차가 달리지 않자, 머리를 빡빡 민 사람들을 모아 배달하는 일도 멈췄어요. 더 이상 열차도 없었고, 더 이상 머리도 없었어요.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쌍둥이의 아버지였던우리의 영웅, 갑자기 머리 깎는 일을 해야 했던 그는 배고픔과병과 불행을 모두 이겨 냈지만 넋을 잃었어요. - P83
결국 자신을 불사르기 위한 구덩이를 파면서, 그는 눈위에서 발을 구르고 또 굴렀어요. 왜, 왜, 무엇 때문에 이토록 슬픈 짓을, 이토록 비상식적인 짓을 해야 했을까? 왜 끝까지, 이 여행 끝까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하지 못했을까? 함께 키우고, 넷이서 함께 소라 모양 연기가 되어 두껍고 어두운 연기로 하늘나라에 올라갔어야 했는데. 그는 갑자기 주저앉았어요. 동료 두 사람이 생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를 막사 안으로 끌어들였어요. 연기 속에서 산 채로 던져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죠. - P85
죽음은 그를 찾아오지 않았고, 붉은 별을 단 젊은 군인이 나타나 자유의 몸이 되었음을 알렸어요. 공포의 현장을 목격한 군인은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어요.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는시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얼른 입 안에 털어 넣었어요. 그런 뒤 두 팔로 죽어 가는사람들 더미에서 그를 빼내어 막사 앞에 내려놓았어요. 소생하는 봄날 태양 아래, 시체가 없는 땅 한 켠에요. - P86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화물열차가 숲속을 더 이상 지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눈에 띄게 자라고살이 찌는 작은 화물의 재롱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죠. 총을지닌 얼굴 부상자의 자비로운 눈빛 아래서 아이는 거의 동생이 되어 버린 염소와 함께 끊임없이 웃고 노래하고 재잘거리고 춤을 추었어요. - P88
그녀는 누더기에 갓 만든 신선한 치즈를 싸서 그릇에 담았어요. 그리고 기도숄을 두른 뒤 아이 손을 잡고, 목줄을 맨염소에게 당나귀처럼 짐을 지우고 걷기 시작했어요. 어디로가야 할지 모른 채 해가 떠오르는 동쪽으로 곧장 걸어갔어요. - P90
고함 중에서도 극심한 고함과 기쁨, 걱정, 승리가 뒤범벅된 함성이 가슴속에서 울음이 되었으나 목에서는 아무런소리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는 치즈를 집어 들고 아이를, 자신의 딸을 계속 쳐다보았어요. 아이가 살아 있어요. 아이가 살아있어요. 아이는 행복하게 웃었어요. 그도 웃었어요. 그리고 아이 볼을 쓰다듬기 위해 떨리는 손을 내밀었어요. 아이는 그의손을 잡고 웃음을 터뜨리기 전에 입술에 가져갔어요. - P95
그는 죽음과 싸워 이겼고, 죽음에 대한 괴물 같은 산업때문에 몹쓸 짓을 해서 딸을 구했어요. 그는 다시 되찾은, 결코 다시 잃어버릴 수 없는 딸을 마지막으로 쳐다볼 용기를 냈어요. 아이는 벌써 새로운 손님에게 작은 손을 내밀고 있었어요. 치즈를 만드는 귀여운 염소와 사랑스러운 엄마를 가리키며 칭찬하고 있었지요. - P96
작은 화물은 자라서 엘리트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가되었어요. 그녀는 붉은 스카프를 받았고 하얀블라우스에 꽂는 붉은 별도 받았어요. 잡지 표지에 그녀의 사진이 실렸는데 얼굴이 환하게 빛났어요. 사진사의 요청대로 활짝 웃은 거예요.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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