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진리의 세계는 무아(無我)의 세계라 한다. 철저히 상(相: 관념의 고집을 부정해 온 금강경의 설법도이 대목에 와서 끝까지 ‘나‘가 없다는 무아의 이치를 설파하고 있다. 앞의 여러 대목에서 누누이 강조된 말이 자아에 대한 고집, 인간에 대한 고집, 중생에 대한 고집, 수명에 대한 고집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더 간단히 말하면 ‘나‘는 없다 이다. 특히아녹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사람은 사상(四相)을 항복시켜 ‘나‘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 P132

또 앞의 <장엄정토분>에서 한 질문이 다시 나오는데 연등부처님에게 아누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얻은 것이 있느냐고 묻고 수보리는 역시 없다고 대답한다. 이 역시 부처님의 과거 인행(行)시의 보살로 수행하던 예를 든 것으로, 아늑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법이 없다면 그 마음을 낼 사람이 없으므로, 결국 보살이 없다는 말이 된다. - P133

또 사람들은 여래가 아녹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얻은 바가 없다고 한 말은, 관념의 분별이 없는 데서 보리가얻어지므로 얻은 바가 없는 것이 곧 보리가 된다는 뜻이다. 이 보리는 허실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분별심으로 있다거나 없다고 판단할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따라서 ‘있다 없다‘의 판단이 일어나면 집착이 되고 만다. 집착을 떠나 있다 없다‘를 초월하고 보면 모든것이 불법이 된다. - P134

원래 공은 범어 수냐(Sunya)를 번역한 것으로 고유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으로 생겨난다. 인연에 의하여생겨나는 현상 안에는 어느 것도 고정적인 실체가 없다. 그러므로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자아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 P135

철저히 상의]타파하는 법문인 「금강경』은 수행도 ‘나‘가 없는 수행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수행을한다면 수행하는 사람 곧 수행의 주체가 있는 법인데, 상(相)을 여의지 못하면 참된 수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 P136

但願空諸所有 (단원공제소유) 
다만 모든 있는 현상을 공으로 보라

切勿實諸所無(절물실제소무) 
간절히 바라노니 없는 것을 실체로여기지 말라. - P137

다음으로 갠지스 강의 모래 수를 제곱한 만큼의 불세계 중생들의갖가지 마음을 전부 안다 하셨는데, 이것은 부처님의 지혜는 전일적(全一的)인 평등성의 지혜이므로, 범부의 지식 차원에서 아는 망념의 분별경계가 아님을 뜻한다. 마음이 마음이 아니라 이름이 마음이기 때문에 중생들의 마음을 전부 안다는 것은 지지의 마음이 모두 실체가 없어 그 정체가 파악되지 않으며, 안다는 것이 인식의 대상을 찾아가는 게 아님을 말한다.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을 찾을 수 없다는 말도, 시간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음 본체의 절대성은 모든 것에서 초월하여 그저 형식적인 이름으로 명사화될 뿐 역시 실체가 공하다는 뜻이다. - P141

대승기신론』에서는 ‘모든 분별은 자기 마음의 분별이다‘(一切分別分別自心)하였다. 객관적 사물의 형상도 사실은 사람 마음에 어떻게 투영되어 오느냐 하는 심리적 상황에 따라서 느낌의 차이가생기게 된다. - P142

덕산은 용담의 방에서 밤이 깊도록 법담을 나누다가 밤이 이슥하여 이야기를 접고 방을 나와 객실에 가 자려 하였다. 덕산이 막 방문을 열고 나왔을때 칠흑같은 어둠 때문에 신발을 찾아 신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불붙이는 종이에 불을 붙여 주기를 용담에게 청했다. 용담은 불을 붙여 덕산에게 건네주려 하다가덕산이 받으려는 순간 확 불어 불을 꺼버렸다. 이 순간 덕산이 활연대오하였다. - P144

금강경』은 공종(宗)의 법문으로 무(無)를 설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없다[無]는 뜻으로 설해진 법문을 ‘공종법문‘ 이라 한다. 『반야심경』에는 ‘무(無)자가 스물한 번이나 나오는데 이는 금강경」의취지와 같다. 「화엄경』에서는 무자성(無自性)을 설했는데 이 또한공(空)과 같은 뜻이다. - P146

十年不下鷲融峰(십년불하축융봉)
觀色觀空卽色空 (색공색공)
如何曹溪一適水 (여하조계일적수)
肯墮紅蓮一葉中 (긍타홍련일엽중)

십 년을 축융봉을 내려가지 않고
색을 하고 공을 관하니 색이곧 공이네.
어떻게 조계의 한 방울 물을
붉은 연꽃 한 잎에 떨어뜨리랴 - P147

<이색상분>은 부처님을 법신(法身)으로 보아야 하지 상호강를 갖춘 색신(身)으로 보는 게 아님을 밝혀놓았다. 앞의 <무득무설분>에서 설해진 말 가운데 ‘모든 성현(聖賢)이 무위법(無爲法)에서차별을 이룬다‘는 말이 있었다. 무위(無爲)란 유위(有爲)의 조작이없는 진여를 말하는 것으로 일체 가시감각적인 형상과 관념의 고집을 떠난 것이다. ‘이 무위에 의해 나타난 부처님이라면 왜 육신에갖추어진 32가지 몸매의 특징과 80가지의 더 자세한 특징을 가진상호가 있는 몸을 부처라 하느냐? 하는 의문을 없애 주기 위하여
‘여래를 몸매를 갖춘 몸으로 볼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 P150

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요망연)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보신과 화신은 거짓된 인연으로나타나는 것일 뿐이요

법신은 청정하고 광대하여 가가없으니

물 있는 강마다 달그림자 비치고

구름 없는 하늘 만리에 푸르네 - P151

일체 법이 모두 인연에 속한 거라면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체가 없는 것이 바로 공의 뜻이다. 그러므로 중론』에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나는 공이라 설한다‘ 하였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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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들은 북해의 엘바 강 어귀를 비행하고 있었다. 넓은 바다로 나가서 전 세계 항구로 뿔뿔이 흩어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크고 작은 배들이 많이 보였다. 그 배들은 인내력 좋고 잘 훈련된바다동물들처럼 차례로 열 지어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 P11

은빛 날개를 자랑하는 갈매기 켕가는 선박의 깃발들을 관찰하는걸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 깃발들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쓰였으며, 같은 물건이라도 나라와 언어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인간들이란 꽤나 복잡한 동물이야! 우리 갈매기들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말 한마디면 다 통하는데 말야." - P12

해안선 저 멀리 진녹색 풍경이 보였다. 드넓은 초원이었다. 바람을 타고 느릿느릿 돌고 있는 풍차 날개가 보였고, 방파제 아래에서는 양 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이윽고 선두 갈매기는 무리에게 하강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갈매기들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앞다퉈 하강하기 시작했다. - P12

그것은 바람과 바다의 법칙에 순응하는 갈매기들의 길고도 먼여행이다. 마침내 비스카야 상공에서는 발트해와 북극해, 대서양을 건너온 전 세계의 갈매기들이 모두 모이는 대화합의 장이 열릴것이다.
‘참으로 멋진 만남이 될 거야.‘ - P14

켕가와 같은 암컷 갈매기들은 대연회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데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오징어와 정어리까지 준비된 호화판 축제였다. 그 사이에 수컷들은 벼랑 끝에 둥지를 틀고 암컷들은그 둥지에서 알을 낳을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위협이 있어도 그 알들을 가슴에 품을 것이다. 조금 지나 알을 깨고 나온 새끼들에게 깃털이 나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가 이번 여정에서 가장 극적인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저 아름다운 비스카야 창공에서 어린 새끼 갈매기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것 말이다. - P15

"너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해!"
소년은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계속해서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들을 배낭에 집어넣었다. 그가 가장좋아하는 록그룹 중 하나인 ‘푸르PUR‘의 카세트테이프도 한 개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테이프를 다시 꺼내고는, 그것을 탁자 위에 놓을지 다시 배낭에 집어넣을지 한참을 망설였다.
꽤나 고민하는 눈치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방학여행을 갈 때 어떤물건을 가지고 가야 할지, 두고 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 P17

‘참 맛있는데! 날생선 내가 나는군! 훌륭한 꼬마야!‘
고양이는 비스킷을 입안에 가득 넣은 채로 생각했다.
‘훌륭한 꼬마라고? 아냐, 이 세상에서 최고지!‘
고양이는 입안에 든 비스킷을 꿀꺽 삼키면서 생각을 바로잡았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가 소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소년은 그 맛있는 과자를 사기위해 한 달 용돈을 거의 다 쓸 뿐 아니라 소르바스의 집 바닥에 작은 자갈들을 깔아줘 편하게 쉴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또한 소르바스의 용변기도 항상 깨끗이 닦아주었다.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소르바스에게 충고도 해주었다. 실수를 하더라도 윽박지르지않고 잘 타이르면서 가르쳤다. - P18

소년은 항구에 사는 모든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배를 타고 먼 나라로 여행하는 것이 꿈이었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는야옹거리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바다 물살을 헤치며 천천히 다가오는 거대한 범선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그렇다. 소르바스는 소년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소년이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 P19

"이제 엄마 젖은 그만 빨아먹자! 너희들은 엄마가 얼마나 야위었는지 보이지도 않니? 이제 우리들도 생선을 먹자. 항구 고양이들은생선을 먹는다고!"
하지만 그가 집을 떠나기 며칠 전, 어미 고양이는 소르바스를 불러 앉히더니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너는 참으로 기특하고 영민하구나. 참 다행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면 안 돼.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사람들이 와서 너와 네 형제들의운명을 결정할 거야. - P20

소르바스는 집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않았다. 꼬리를 바짝 세워흔들면서 총총걸음으로 생선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얼마 후, 고개를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이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는커다란 새의 앞을 지나쳤다. 그 새의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부리 밑에는 커다란 모이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 P21

마침내 소르바스는 머리를 밖으로 밀어내고는, 곧바로 몸 전체를내던지며 땅 위로 뛰어내렸다. 소르바스의 몸 전체는 점액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바로 그때 소르바스는 소년을 처음 보았다. 소년은 새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심하게 두들겨 패고 있었다.
"이 바보 같은 펠리컨, 너는 눈도 없니? 장님이냐고! 이리온, 고양이야. 불쌍한 것 같으니라고. 하마터면 저놈의 배 속에서 끝장날뻔했구나." - P24

소리가 들리자 식구들이 멀리 떠나는 것을 다시 한 번 보기 위해 창문쪽으로 뛰어갔다. 창문에서는 길이 훤히 내다보였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는 모처럼 편안하게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4주 동안은 내 세상이다! 그러나 이웃집에 사는 소년의 친구가매일 올 것이다. 소르바스에게 통조림 먹이도 주고 작은 자갈이 깔린 고양이 집을 깨끗이 청소해주러 말이다. - P25

켕가는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쭉 폈다. 그러나 커다란 파도가 몸 전체를 덮어버렸다. 가까스로 물 위로 떠오른 켕가는 머리를 힘차게 흔들어 젖혔다. 눈앞이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듯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켕가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앞을 볼 수 없는 것은 오염된 바닷물의 기름 탓이라는 사실을 - P27

켕가는 온몸의 근육에 경련이 일 정도로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마침내 기름 덩어리의 중심부를 벗어나 비로소 깨끗한 물과 만날수 있었다. 눈에 묻은 기름을 씻어내기 위해 머리를 물에 담그고 수없이 눈을 깜빡였다. 마침내 눈가의 기름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그제야 켕가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다와 광활한 둥근 하늘 사이에 끼여 있는 몇 조각의 구름뿐이었다. 아레나 로하 등대의 갈매기 떼들은 이미 멀리, 저 멀리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 P28

그는 은빛 날개로 하늘을 날며, 바다를 오염시키는 인간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따금 정박 중인 대형 유조선들은 안개가 짙게 깔린 틈을 이용해서 탱크 속을 청소하기 위해 먼 바다로나갔다. 그들은 독한 유해물질 수천 리터를 바다에 내버렸다. 그러면 거기서 쏟아져 나온 이물질과 찌꺼기는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바다 위를 둥둥 떠다녔다. - P29

켕가는 힘없이 물 위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자신의 일생중 가장 길고도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죽음의공포에 떨면서 자문해 보았다. 혹시 죽음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모습의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고기 밥이 되는것보다 더 끔찍하고, 질식의 고통보다 더 두려운 것은 바로 굶어 죽는 것이 아닐까? 그는 죽음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통 전체를 뒤흔들어댔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기름에 젖은 날개가 몸에서 떨어진 것이다. 은빛 깃털은 검은 농축 물질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날개는 최소한펼 수 있었다. - P30

켕가는 다섯 번 시도한 끝에 간신히 날 수 있었다. 그러나 방향을마음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몸에 달라붙은 기름 덩어리의 무게 탓이었다.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날갯짓을 멈출 수는 없었다. 날갯짓을 한 번만 쉬더라도 곧바로 물속으로 떨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켕가는 아직 젊었기 때문에 근육의 움직임에는이상이 없었다. - P32

켕가는 머지않아 자신의 체력이 다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켕가는 내려가서 쉴 만한 곳을 찾기 위해 구불구불한 엘바 강의 녹색 선을 따라 내륙으로 비행했다. - P33

고양이가 등에도 햇빛을 쬐려고 천천히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물체가 윙윙 소리를 내며 전속력으로자신에게 다가오며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경계하며 벌떡 일어섰고, 발코니에 떨어지는 갈매기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매우 더럽고 지저분한 갈매기였다. 몸통 전체가 검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물질로 흠뻑 젖어 있었다. - P35

"너는 죽지 않을 거야! 잠깐 쉬고 나면 금방 회복될 거야. 배고프지? 기다려 내가 먹을 것 좀 가져올 테니까, 죽으면 안 돼."
소르바스는 탈진해서 축 늘어진 갈매기에게 다가가면서 애원하듯 말했다. 그리고는 갈매기의 머리를 열심히 핥아주었다. 갈매기의 머리를 뒤덮고 있는 그 물질의 맛은 지독했다. - P36

소르바스가 밤나무 쪽으로 갈 때였다. 갈매기가 소르바스를 불렀다.
"왜? 뭘 좀 먹고 싶어서?"
소르바스가 지레짐작으로 물었다.
"나는 곧 알을 낳아야겠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알을 낳고말거야는 말인데어?"
친구, 넌 참 착하고 고상한 고양이 같아. 그래서 하………….
내게 세 가지를 약속해 줬으면 해. 약속할 수 있겠…………. - P38

"그래, 알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소르바스가 되뇌었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알을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해줘."
갈매기가 가까스로 목덜미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그 알을 보호해줄게."
"마지막으로,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약속해줘."
갈매기는 고양이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소르바스는 이 불쌍한 갈매기가 단지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나는 법을 가르쳐줄 것을 약속할게. 그러니 이제 좀쉬어, 내가 도움을 청하러 갔다올게."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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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30여년을 거치면서 시장 및 시장가치가 유례없이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게되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런 상황을 깊이 생각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상황은 거의 저절로 생겨난 것 같다.
냉전이 끝나면서 시장과 시장 중심의 사고방식은 무엇과도 견줄 수없을 만큼 대단한 위세를 떨쳤고 또 그럴 만도 했다. 재화의 생산과 유통을 조직화하는 어떤 메커니즘도 시장만큼 성공적으로 풍요와 번영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P22

 자국 경제를 운영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수용하는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에 없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시장가치가 사회생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이 제왕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고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과연 이렇게 살고싶은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 P23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수년 동안은 시장에 관한 신념과 규제완화로 특징지을 수 있는 격렬한 시대, 즉 시장지상주의 (MarketTriumphalism) 시대였다. 이 시대는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RonaldReagan)과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가 번영과 자유로 향하는 열쇠는 정부가 아닌 시장이 쥐고 있다는 신념을 선언하면서 시작했다. 그후 이러한 신념은 빌 클린턴(Bill Clinton)과 토니 블레어(Tony Blair)의시장 우호적 자유주의와 더불어 1990년대에도 유지되었다. 두 사람은시장이 공익을 달성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신념을 온건한 형태로 더욱강화시켰다. - P23

어떤 사람들은 시장지상주의의 핵심에 담긴 도덕적 결점은 탐욕이고, 이 때문에 무책임하게 위험을 무릅쓰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대로라면 해결책은 탐욕을 억제하고, 은행가와 월가의중역들에게 더욱 품위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하고, 합리적인 규제안을 마련해 유사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껏해야 부분적인 진단에 불과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데 분명 탐욕이 큰 역할을 했지만 무언가 더욱 큰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탐욕의 증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시장과 시장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다. - P24

이러한 상황에 맞서려면 우리는 탐욕을 비난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취해야 한다. 시장이 사회에서 행사하는 역할에 관해 다시 생각해봐야하는 것이다. 시장의 본분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대한 공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지 질문을던져야 한다. - P24

"우리가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불평등과 부패다. 우선 불평등에 관해 생각해보자.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인 사회에서 생활하기란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힘들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부유한지 가난한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 P26

지난 수십 년이 빈곤 가정과 중산층 가정에 특히 가혹했던 것도 바로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빈부 격차가 커졌을 뿐 아니라, 모든 것의 상품화로 인해 돈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 P26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교환되는 재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장은 흔적을 남긴다. 때때로 시장가치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비시장가치를 밀어내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째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관한 의견은 분분하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삶과 시민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어떤 가치로 지배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색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바로 이 책의 주제다. - P27

내가 제안하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리하자면 이렇다. 특정 재화를 사고팔아도 무방하다고 결정할 때, 우리는 최소한 은연중이라도 그것을상품으로, 즉 이윤을 추구하고 사용하기 위한 도구로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재화의 가치를적절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가장 분명한 예로 인간을 들 수 있다. 노예제도는 인간을 경매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끔찍했다. - P27

금융위기는 미국과 세계경제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상태로몰아넣었고, 수백만 명에 이르는 실업자를 양산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관한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하진 못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정부를향해 적대감을 품고 자유시장을 포용함으로써 로널드 레이건도 낮 뜨거워했을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 2009년에 미국에서 시작한보수주의 정치운동,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정책, 사회보장제도 등을비판하며 중산층과 부자를 위한 감세운동을 했다-옮긴이)‘이 가장 주목할만한 정치적 결과로 나타났다. - P31

2011년 가을에 시작한 ‘월가점령시위 (Occupy Wall Street movement)‘
를 계기로 미국과 전 세계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이러한 시위는대형 은행과 기업 권력을 표적으로 삼으면서 수입과부의 불평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상을 규탄했다. 이념적 뿌리는 다르지만 티파티 운동과월가 점령시위로 정부의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운동가들의분노에 목소리가 실렸다." - P31

공적 담론이 처한 위태로운 상황은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관한 토론을 방해하는 두 번째 요소다. 정치적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아귀다툼을 벌이고, 라디오 토크쇼에서 당파에 치우쳐 신랄한 비판을 주고받거나, 의회 바닥에서 이념적인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행위가 주를 이루는 시대에는, 이렇듯 논쟁의 여지가 있는 도덕적질문을 놓고 논리에 근거한 공적 토론을 벌이는 것이 임신과 출산 · 아동·교육·건강·환경 · 시민권, 그 밖의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올바른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이러한 토론이 가능할 뿐아니라 공적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믿는다. - P32

어떤 사람들은 악의에 찬 정치판에 도덕적 신념이 범람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자기 신념을 지나치게 굳건하고 요란하게 믿으며타인에게 그 신념을 강요하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맞이한곤경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현대 정치는 도덕적 논쟁이 지나치게 많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적어서 문제다. 오늘날 정치판은 도덕적·정신적내용이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과열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관심을기울이는 중대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 P32

또한 시장논리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공공생활에서 도덕적 논쟁을결여시킨다. 시장이 지닌 매력 중 하나는 스스로 만족하는 선택에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은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다른 것보다 기준이 높은지, 혹은 더 가치가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누군가 섹스를 하거나 간을 이식받는 대가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여기에동의한 성인이 기꺼이 팔고자 한다면, 경제학자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질문은 "얼마죠?"일 뿐이다. 시장은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훌륭한 선택과 저급한 선택을 구별하지 않는다. 거래하는 쌍방은 교환 대상에 어떤 가치를 둘지 스스로 판단할 뿐이다. - P33

이렇듯 재화에 대한 가치판단이 배제된 태도가 시장논리의 핵심이며, 시장이 지닌 매력을 상당 부분 설명해준다. 하지만 시장을 포용하면서 도덕적·정신적 논쟁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우리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공적 담론에서 도덕적 에너지와 시민의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오늘날 많은 사회를 괴롭히는 기술관료 지향의경영정치가 발달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 P33

우리가 여전히 목격하는 시장의 한계 뒤에는 이러한 도덕적 판단이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부모가 자식을 팔거나 시민이 투표권을 팔도록허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행위에 도덕적 판단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녀를 팔거나 투표권을 파는행위가 이들의 가치를 잘못된 방식으로 평가하고 나쁜 태도를 부추긴다고 믿는다. - P34

시장의 도덕성에 관해 생각하면 무엇보다 월가의 은행들과 그들의무모한 비행, 헤지펀드, 구제금융 조치, 규제개혁을 머리에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덕적·정치적 도전은 이보다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관습, 인간관계, 일상생활에서 시장의역할과 영향력에 대해 다시생각해 보아야 한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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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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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이 책의 뿌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경제학에 담긴 규범적 의미에 흥미를 느꼈다. 또한 1980년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직후부터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시장과 도덕의 관계를 가르치면서 줄곧 이러한 주제를 연구해왔다. 나는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에서 법대 학생들과 정치이론·철학·경제학·역사 등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의 학생들에게 윤리학·경제학·법학을 강의하고 세미나를 이끌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이 책에 수록한 주제의 대부분을 다루고, 세미나를 수강하는 여러 뛰어난 학생들에게 나 또한 많이 배우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룬 주제를 중심으로 하버드대학교 동료 교수들과협력하여 강의하는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2005년 봄 학기에는 로렌스서머스(Lawrence Summers)와 함께 ‘세계화와 세계화 비판‘이라는 과목을 개설해 가르쳤다. 이 수업에서는 자유시장 원칙을 세계화에 적용할때 얻을 수 있는 도덕적·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 P10

벌어졌다. 친구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이 몇 차례 특강을 이끌면서 자주 로렌스 편에 서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를빌려 이 두 사람과 데이비드 그루얼(David Grewal)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데이비드는 정치이론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 지금은 예일대학교 법학대학의 스타 교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의 도움을 받아 경제학적사고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고 토머스와 로렌스를 상대로 지적인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준비를 갖출 수 있었다.
2008년 봄에는 벨기에의 루뱅가톨릭대학교(Université catholique deLouvain) 소속의 철학자로 하버드대학교를 방문했던 필리페 반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s),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과 함께 대학원에서
‘윤리학과 경제학 그리고 시장‘이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우리 셋은 정치적 견해가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시장에 관해서는 상당히 달랐기때문에 토론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수업을 같이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리처드 터크(Richard Tuck)와도 여러 해에 걸쳐 경제학과정치이론에 관해 토론하면서 늘 지식을 풍부하게 늘리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정의에 관한 수업에서도 이 책에서 서술한 주제를 살펴보고 있다. 수업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입문을강의하는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를 몇 차례 초청해서 시장논리와 도덕적 논리에 대해 토론한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가 품고 있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부각시켜준 맨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내 친구로 경제학 논리를법에 적용하는 분야의 선구자인 리처드 포스너(Richard Posner)는 정의 - P11

를 주제로 하는 내 수업에 두 차례 참석해서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몇 해 전 리처드는 시카고대학교에서 오래 전부터게리 베커(Gary Becker)와 함께 주도해온 합리적 선택 세미나에 나를초청했다. 이 세미나는 경제학적 접근방법을 전 영역으로 확산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시장 중심 사고가 인간행동의 단초라고 강하게 믿고있는 청중들 앞에서 내 주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인상적인 기회였다.
이 책에 구체화된 논쟁이 맨 처음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계기는1998년 옥스퍼드대학교 브레이스노즈 컬리지(Brasenose College)에서열렸던 ‘인간 가치에 관한 태너 강의‘였다. 이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에2000~2002년 뉴욕 카네기사의 카네기연구재단(Carnegie ScholarsProgram)에서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금을 지원받았다. 인내와호의를 베풀어주고 초지일관 나를 지지해준 바르탕 그레고리안(VartanGregorian), 패트리샤 로젠필드(Patricia Rosenfield), 헤더 매케이(HeatherMcKay)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에서 열렸던 하계교수워크숍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지적 호기심이 풍부한 동료 교수들에게 프로젝트의 일부를 시도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BBC 라디오 4의 초청으로 리스 강연(Reith Lectures, 공영 방송사로서 BBC의 틀을 확립한 초대회장 리스경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옮긴이)에 출연한 일을 계기로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에 관한 주장을 일반 청중들이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경험을 쌓았다. 강연의 전반적인 주제는 ‘새로운 시민의식‘이었지만 네 편 중 두 편에서 시장과 도덕에 관한내용을 다루었다. 매우 즐겁게 강연을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마크 - P12

톰슨(Mark Thompson), 마크 다마저(Mark Damazer), 모히트 바카야(Mohit Bakaya), 기네스 윌리엄스(Gwyneth Williams), 수로울리 (SueLawley), 수 엘리스(Sue Ellis), 짐 프랭크(Jim Frank)에게 깊이 감사한다.
이 책은 파라 스트라우스 앤드 지로(Farrar, Straus and Girou, FSG)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두 번째 책으로 조너선 갈라시(Jonathan Galassi)와그가 이끄는 멋진 팀의 구성원인 에릭 친스키(Eric Chinski), 제프 세로이(Jeff Seroy), 케이티 프리먼(Katie Freeman), 라이언 채프먼(RyanChapman), 데브라 헬팬드(Debra Helfand), 캐런 메인(Karen Maine), 신시아 머먼(Synthia Merman),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편집자 폴 엘리(Paul Elie)에게 다시 한 번 빚을 졌다. 시장의 압박으로 출판 사업에오랫동안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시기에도 FSG 사람들은 출판을 상품이 아닌 소명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는 내 출판 대리인 에스더뉴버그(Esther Newberg)도 마찬가지다. 그들 모두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누구보다 가족에게 깊이 감사한다. 저녁 식사를 하고 가족 여행을 하는 동안 내가 시장에 얽힌 윤리적 딜레마를 새로이 제시할 때마다 두아들 애덤과 애론은 항상 도덕적 사고가 담긴 날카로운 답변을 해주었다. 늘 그렇듯 우리 세 부자는 누구 견해가 옳은지 가려달라고 아내 키쿠(Kiku)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아내에게 바친다.

마이클 샌델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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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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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정의란 무엇인가』에 뜨거운 사랑을 베풀고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따뜻하게 환영해준 한국 독자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놓고 자유롭게 공적 토론을 벌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도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거론한 주제의 범위를 확장해 다루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돈과 시장을둘러싸고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를 숙고할 것을 요청한다. 지난 세대에 한국은 인상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세계를주도하는 경제국가 반열에 올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은 시장경제를 수용해서 엄청난 부와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경제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근래 들어서면서 경제의 성공에 부수적으로 생겨난 난제로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증가하는 각종 불만들을 어떻게 완화할지,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구축할지, 시장가치가 가족·지 - P8

.
역사회 · 공공선을 훼손하거나 잠식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바로 이러한 난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책은 가정생활을 비롯해 개인이 맺는 관계 · 교육·건강·환경·시민생활 · 스포츠 · 심지어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돈과 시장이 차지하는 적절한 역할을 놓고 토론하도록 독자를 격려한다. 우리는 시장이 공공선에기여할 수 있는 영역과 시장논리를 적용하면 안 되는 영역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모두가 거래 대상이 되는 사회를 만들지 않고서도 시장체제가 제공하는 최상의 이익까지 누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 책에 실린 윤리적 딜레마와 이것이 민주사회에 던지는 질문에한국인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이 책을 출간하는 (주)미래엔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김영진 사장님,
김군호 부사장님, 출판본부의 유능한 직원들은 처음부터 이 책에 신뢰를 보여주었고 책의 내용이 한국의 상황에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여겼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미국과 영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동시에 출간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 이 책이 밑거름이 되어 우리 사회가직면한 최대의 윤리적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인 모두가 대화할 수 있는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울수 있고 서로 결속하고 존중하면서 시대가 안고 있는 난제를 풀어나갈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샌델
2012년 4월 하버드대학교에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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