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진리의 세계는 무아(無我)의 세계라 한다. 철저히 상(相: 관념의 고집을 부정해 온 금강경의 설법도이 대목에 와서 끝까지 ‘나‘가 없다는 무아의 이치를 설파하고 있다. 앞의 여러 대목에서 누누이 강조된 말이 자아에 대한 고집, 인간에 대한 고집, 중생에 대한 고집, 수명에 대한 고집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더 간단히 말하면 ‘나‘는 없다 이다. 특히아녹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사람은 사상(四相)을 항복시켜 ‘나‘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 P132

또 앞의 <장엄정토분>에서 한 질문이 다시 나오는데 연등부처님에게 아누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얻은 것이 있느냐고 묻고 수보리는 역시 없다고 대답한다. 이 역시 부처님의 과거 인행(行)시의 보살로 수행하던 예를 든 것으로, 아늑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법이 없다면 그 마음을 낼 사람이 없으므로, 결국 보살이 없다는 말이 된다. - P133

또 사람들은 여래가 아녹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얻은 바가 없다고 한 말은, 관념의 분별이 없는 데서 보리가얻어지므로 얻은 바가 없는 것이 곧 보리가 된다는 뜻이다. 이 보리는 허실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분별심으로 있다거나 없다고 판단할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따라서 ‘있다 없다‘의 판단이 일어나면 집착이 되고 만다. 집착을 떠나 있다 없다‘를 초월하고 보면 모든것이 불법이 된다. - P134

원래 공은 범어 수냐(Sunya)를 번역한 것으로 고유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으로 생겨난다. 인연에 의하여생겨나는 현상 안에는 어느 것도 고정적인 실체가 없다. 그러므로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자아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 P135

철저히 상의]타파하는 법문인 「금강경』은 수행도 ‘나‘가 없는 수행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수행을한다면 수행하는 사람 곧 수행의 주체가 있는 법인데, 상(相)을 여의지 못하면 참된 수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 P136

但願空諸所有 (단원공제소유) 
다만 모든 있는 현상을 공으로 보라

切勿實諸所無(절물실제소무) 
간절히 바라노니 없는 것을 실체로여기지 말라. - P137

다음으로 갠지스 강의 모래 수를 제곱한 만큼의 불세계 중생들의갖가지 마음을 전부 안다 하셨는데, 이것은 부처님의 지혜는 전일적(全一的)인 평등성의 지혜이므로, 범부의 지식 차원에서 아는 망념의 분별경계가 아님을 뜻한다. 마음이 마음이 아니라 이름이 마음이기 때문에 중생들의 마음을 전부 안다는 것은 지지의 마음이 모두 실체가 없어 그 정체가 파악되지 않으며, 안다는 것이 인식의 대상을 찾아가는 게 아님을 말한다.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을 찾을 수 없다는 말도, 시간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음 본체의 절대성은 모든 것에서 초월하여 그저 형식적인 이름으로 명사화될 뿐 역시 실체가 공하다는 뜻이다. - P141

대승기신론』에서는 ‘모든 분별은 자기 마음의 분별이다‘(一切分別分別自心)하였다. 객관적 사물의 형상도 사실은 사람 마음에 어떻게 투영되어 오느냐 하는 심리적 상황에 따라서 느낌의 차이가생기게 된다. - P142

덕산은 용담의 방에서 밤이 깊도록 법담을 나누다가 밤이 이슥하여 이야기를 접고 방을 나와 객실에 가 자려 하였다. 덕산이 막 방문을 열고 나왔을때 칠흑같은 어둠 때문에 신발을 찾아 신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불붙이는 종이에 불을 붙여 주기를 용담에게 청했다. 용담은 불을 붙여 덕산에게 건네주려 하다가덕산이 받으려는 순간 확 불어 불을 꺼버렸다. 이 순간 덕산이 활연대오하였다. - P144

금강경』은 공종(宗)의 법문으로 무(無)를 설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없다[無]는 뜻으로 설해진 법문을 ‘공종법문‘ 이라 한다. 『반야심경』에는 ‘무(無)자가 스물한 번이나 나오는데 이는 금강경」의취지와 같다. 「화엄경』에서는 무자성(無自性)을 설했는데 이 또한공(空)과 같은 뜻이다. - P146

十年不下鷲融峰(십년불하축융봉)
觀色觀空卽色空 (색공색공)
如何曹溪一適水 (여하조계일적수)
肯墮紅蓮一葉中 (긍타홍련일엽중)

십 년을 축융봉을 내려가지 않고
색을 하고 공을 관하니 색이곧 공이네.
어떻게 조계의 한 방울 물을
붉은 연꽃 한 잎에 떨어뜨리랴 - P147

<이색상분>은 부처님을 법신(法身)으로 보아야 하지 상호강를 갖춘 색신(身)으로 보는 게 아님을 밝혀놓았다. 앞의 <무득무설분>에서 설해진 말 가운데 ‘모든 성현(聖賢)이 무위법(無爲法)에서차별을 이룬다‘는 말이 있었다. 무위(無爲)란 유위(有爲)의 조작이없는 진여를 말하는 것으로 일체 가시감각적인 형상과 관념의 고집을 떠난 것이다. ‘이 무위에 의해 나타난 부처님이라면 왜 육신에갖추어진 32가지 몸매의 특징과 80가지의 더 자세한 특징을 가진상호가 있는 몸을 부처라 하느냐? 하는 의문을 없애 주기 위하여
‘여래를 몸매를 갖춘 몸으로 볼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 P150

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요망연)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보신과 화신은 거짓된 인연으로나타나는 것일 뿐이요

법신은 청정하고 광대하여 가가없으니

물 있는 강마다 달그림자 비치고

구름 없는 하늘 만리에 푸르네 - P151

일체 법이 모두 인연에 속한 거라면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체가 없는 것이 바로 공의 뜻이다. 그러므로 중론』에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나는 공이라 설한다‘ 하였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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