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르뚜나다는 고양이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하리의 전시장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는 이제 어엿한 숙녀였고 비단 같은 은빛 깃털은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 P113

그날 저녁, 고양이들은 세끄레따리오가 식당 주방에서 슬쩍해온 오징어 요리를 준비했다. 오징어 요리는 아기 갈매기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였다. 그런데 아기 갈매기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고양이들은 이상하게 생각했고, 아기 갈매기에게 무슨 사고라도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 P115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주 예쁜 갈매기지. 그래서 우리는 너를 더욱 사랑한단다. 네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지. 네가 우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우리들을 신나게 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 P117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그것을 깨닫게 했어. - P118

마침내 아포르뚜나다가 첫 번째 이륙을 시도하려는 순간이다.
지난주에는 아포르뚜나다가 날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고양이들이 눈치챌 만한 두 사건이 있었다. 아기 갈매기는 날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고양이들은 그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 P121

"꼬마아가씨! 아가씨도 날고 싶어요?"
소르바스가 지나가는 투로 묻자, 아포르뚜나다는 고양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마침내 대답했다.
"그래, 좋아요! 내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순간 고양이들은 너무 기뻐서 환호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들은 고양이 특유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어린 갈매기가날고 싶다는 의지를 직접 드러낼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렸던 것이다. - P123

아포르뚜나다는 사벨로또도의 지시대로 날개를 펄럭이며 다리를 오므렸고, 약 두 뼘 정도 높이까지 날아올랐다. 그러나 곧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고양이들은 놀라서 책장 위에서 뛰어내려와 갈매기에게 달려갔다. 아기 갈매기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새라고!"
슬픔에 잠긴 갈매기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누구든 첫 번째에 성공하는 법은 없지. 너는 곧 성공하게 될 거야 실망하지 마. 내가 약속하지."
소르바스가 갈매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주었다. - P126

아포르뚜나다는 그때 이후로 무려 열일곱 번이나 비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때마다 바닥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정도날아올랐을 뿐이었다. - P127

‘인간과 언어 소통을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이것은 고양이 세계의 불문율이다. 물론 고양이들이 인간과 의사소통을 못할 리가 없었고, 그런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가장 위험한 요소는 인간들의 반응이다. 말하는 고양이가 있다면과연 인간들은 그 고양이를 어떻게 할까? - P129

긴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소르바스는 아기 갈매기를 품안에 꼭안고 있었다. 아기 갈매기는 자신이 나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큰 슬픔과 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P131

"그러면 투표로 결정하지. 소르바스가 부불리나가 사는 집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은 오른발을 들자."
꼴로네요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결과는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그렇게 해서 소르바스는 그 시인과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끔 결정되었다. - P137

몸집이 큰 고양이와 아기 갈매기는 외투 속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쉬면서 올 수 있었다. 인간의 따뜻한 체온도 맛볼 수 있었다.
시인은 빠른 발걸음이지만 꽤 안전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갔다. 그들 셋은 한 몸이 되어 서로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었다. - P152

소르바스는 머리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들은 커다란 건물앞에 서 있었다. 눈을 높이 치켜떴다. 성 미카엘 교회의 탑이 보였다. 여러 개의 등대불에 비친탑의 모습이 어스름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동판으로 둘러싸인 철탑 구조물의 날씬한 모습이 불빛을 받아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거센 비바람을 맞은 까닭에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다. - P153

소르바스가 아포르뚜나다를 자상하게 설득했다.
결국 아기 갈매기는 날개를 힘차게 펼쳤다. 강한 빗줄기에 완전히 젖은 아기 갈매기의 몸은 등대 불빛을 받아 환하게 반짝였다. 아기 갈매기는 드디어 눈을 감고서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비………… 물………… 참 좋구나!"
아기 갈매기가 말했다.
"자, 이제 훨훨 날아야지."
소르바스가 격려했다.
"엄마, 사랑해요. 정말 고마웠어요!"
아포르뚜나다가 난간끝까지 다가와서 소르바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넌 날 수 있어. 저 넓은 창공이 네 세상이 될 거야."
소르바스가 말했다.
"잊지 않을 거예요. 다른친구들도 잊지 않을게요."
아기 갈매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느새 난간 끝에 걸치듯이 서있었다. - P155

고양이 소르바스는 그곳에서 밤하늘을 세차게 가르며 날고 있는아기 갈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가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 방울들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의 노란 눈에서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씨를 지닌 고양이의 눈에서.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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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르바스는 그 갈매기에게 약속했습니다. 갈매기가 죽어가면서 낳은 알과 그 알에서 부화할 갈매기 새끼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 소르바스는 그 새끼 갈매기가 날 수 있게 가르쳐줄 것도 약속했습니다." - P70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가 알을 보호하면서 가슴에 품은 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다. 검은 고양이는 어쩌다가 자기 몸에서 몇 센티미터라도 알이 멀어져갈라치면 그의 털북숭이 다리로알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에게는 불편한 날들이 계속될 뿐이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이 모든 일들이 부질없는짓이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하얀 껍질에 푸른 반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생명도 없고 깨지기 쉬운 돌 조각 같은 것에 불과한데, 그것을이렇게 열심히 돌보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때는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질 못해서 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 P75

소르바스는 앞발로 알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갈매기 새끼가 주둥이로 구멍을 뚫는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소르바스는 드디어 그 구멍으로 물기에 촉촉하게 젖어 있는 하얀색 갈매기머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엄마!"
새끼 갈매기가 종알거렸다.
소르바스는 당황하고 어리둥절한 채 듣고만 있었다. 그는 자기피부 색깔이 검은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감동하고 무안하기도 해서 자신의 피부색이 엷은 자줏빛으로 변하고 있다는사실을 느꼈다. - P79

‘정신 나간 고양이라! 그 사람이 분명히 말했지. 정신나간 고양이라고. 그래, 그 이웃집 사람 말이 맞을지 몰라. 아기 갈매기를 위해서 그 사람이 아기 갈매기가 있는 걸 알 수 있게 내버려둬야 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그 사람은 내가 아기 갈매기를 먹어치우려 한다고 생각할 테고, 아기 갈매기를 자기가 키우려고 데리고 갈지도모르지. 그렇지만 아무리 내가 갈매기를 화분 속에 숨겼다 하더라도, 정신이 나갔다고? 아냐, 절대로 미치지 않았어. 그렇고 말고. 소르바스는 항구 고양이들의 명예 존중 규약을 충실히 잘 지키고 있는 거야. 빈사상태에서 죽어 가는 갈매기에게 약속했지. 아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꼭 가르쳐주겠다고. 그래, 꼭 약속을 지킬 테야.
비록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고말테야.‘ - P90

고양이들이 바로벤또를 만난 것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였다. 바로벤또는 바다 고양이인데, 진정한 바다의 용사였다. 그는엘바강 밑바닥의 암초들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거대한준설선 ‘하네스 II‘의 마스코트였다. ‘하네스 II‘의 선원들은 파란 눈의 순백색 털을 지닌 바로벤또의 진가를 잘 알고 있었다. 엘바 강바닥을 청소하는 힘든 노동을 하는 선원들에게, 바를로벤또는 동료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였다. - P105

고양이들은 아기 갈매기에 얽힌 사연을 모두 얘기했다. 그리고어미 갈매기와 했던 약속도 분명하게 밝혔다. 그것은 단지 소르바스만의 약속이 아니라 고양이 전체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바를로벤또는 비통한 모습으로 머리를 가로 저으며 이야기를끝까지 듣더니 참다 못한 듯 화를 내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 P107

소르바스는 작고 귀여운 아기 갈매기를 혀로 열심히 핥아주었다.
그는 어미 갈매기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꽤나 안타까워했다. 만일 인간들의 부주의 때문에 죽은 어미 갈매기의 활강술을 이아기 갈매기가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팔자로 태어났다면, 어미 갈매기와 똑같은 이름을 가져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때 꼴로네요가 제안했다.
"아기 갈매기가 우리의 보호 아래 자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니 아기 갈매기의 이름을 ‘행운아‘라는 뜻의
‘아포르뚜나다‘라고 짓도록 하지." - P109

고양이 다섯 마리는 조그만 아기 갈매기를 에워싸고 빙 둘러서서 원형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뒷발에 힘을 주어 몸을 지탱하고 앞발을앞으로 쭉 뻗은 후 다섯 마리의 앞발톱을 서로 이어서 천장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 함께 아기 갈매기의 축복을 빌었다.
"축하한다. 아포르뚜나다! 우리 고양이들의 영원한 친구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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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십만 명에 이르는 아기들이 마약 중독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아기들 중 일부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출생하고, 또 상당히 많은 아기가 학대나 방임으로 고통 받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부가 있는 자선단체 프로젝트 프리벤션(Project Prevention)의 설립자, 바버라 해리스(Barbara Harris)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시장기반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약 중독 여성이 불임시술을 받거나 장기간 피임하면 현금 300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리스가 1997년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3천명 이상의 여성이 해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P71

2010년 해리스는 인센티브 제도를 영국에 도입했지만 《텔레그래프》가 이를 ‘섬뜩한 계획‘이라고 부를 만큼 영국 언론과 영국의학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해리스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을 케냐까지 확대 실시해서, 에이즈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이는 여성이 장기 피임의 한 형태인 자궁 내피임장치를 삽입하면 4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 P72

시장 거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협정으로 양쪽 모두 이익을 얻고 사회적 효용은 증가한다. 마약 중독자는 생식능력 포기에 따른 교환으로300달러를 얻는다. 이 300달러로 해리스와 프로젝트프리벤션은 마약중독자가 더 이상 마약에 중독된 아기를 낳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장받는다. 일반적인 시장논리대로라면 이때 성립하는 교환은 경제적으로효율적이다. 최대 가격을 자발적으로 지급해서 재화(마약 중독자의 생식능력에 관한 통제권)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람(해리스)에게 재화를 분배하기 때문이다. - P73

부정한판결을 내리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은 판사는 자기 소유가 아닌 대상을판다. 판결은 판사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불임시술을 받겠다고 동의한 여성은 자신에게 속한 것, 즉 자신의 생식능력을 판다. 돈을 제쳐놓고 생각하면 여성이 불임시술을 받거나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택해도 아무 잘못이 없다. 하지만 판사는 설사 뇌물을받지 않더라도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면 잘못이다. 따라서 여성에게 개인적인 이유로 생식능력을 포기할 권리가 있다면, 대가를 받고 포기할권리 또한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P76

최근 수십 년 동안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까지 시장과 시장 지향적 사고가 확대되고 있다. 비경제적 재화에 가격을 매기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해리스가 마약 중독 여성에게불임시술의 대가로 300달러를 제안한 것도 바로 이러한 예다. - P77

이러한 개념이 옳다면 무엇이든 가격을 매길 수 있다. 가격은 자동차나 토스터, 또는 삼겹살처럼 명확할 수 있다. 또는 섹스·결혼·자녀 ·교육 · 범죄행위 · 인종차별 · 정치참여 · 환경보호 심지어 인간생명처럼 암시적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모든 재화의 조건을 결정한다.
이러한 견해를 나타내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은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게리 베커(Gary Becker)의 『인간행동의 경제학적 접근(The Economic Approach to Human Behavior)』(1976)에 나온다. 베커는경제학이 "물적 재화의 분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구식 개념을 거부한다. 그는 경제학에 관한 전통적 견해가 유지되는 이유는 "특정 종류의 인간행동이 경제학이라는 딱딱한 계산법의 지배를 받는 현상을꺼리기 때문이다."라고 추측했다. 베커는 우리에게서 그러한 저항을 제거할 방법을 찾는다. - P78

베커는 환자와 심리치료사, 사업가와 정치가, 교사와 학생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 경제적 원칙에 지배받는다는 사실을 실제로 이해하고있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만 우리가 스스로의 행동의 원천을 종종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접근법은 사람들이 자기행동에 대한 이유를 극대화하거나 말로 표현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서술하려는 노력을 본인이 반드시 의식한다고는 전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처한 온갖 상황에 내재된 가격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예리한 안목을 지녔다면, 아무리 물질적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모든 인간행동을 비용과 이익에 따른 합리적 계산법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다."
베커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결혼과 이혼을 경제학적으로분석했다. - P79

일부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학생보다는 교사가 대상이다. 교원노조가성과급 제안을 경계하고 있지만, 지도 학생의 학력 성취에 따라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는 유권자, 정치가, 일부 교육 개혁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2005년부터 덴버, 뉴욕시,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주 길포드 카운티, 휴스턴 소재의 교육구들에서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2006년 미국 의회는 학력 수준이 낮은 학교에 재직하는 교사들에게성과급을 주기 위해 ‘교사 인센티브 기금(Teacher Incentive Fund)‘을 제정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렸다. - P84

한 경제학자가 주로 저소득층 학생으로 구성된 텍사스 소재 학교에서 실행하는 AP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밀착 조사했을 때, 이 프로그램은 돈을 많이 지급할수록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가격효과‘가 아니라 다른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킨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AP시험에서 합격 과목마다 100달러를 지급하는 학교도 있고, 500달러를 지급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돈을 더욱 많이지급한 학교에서의 결과가 더 나을 것은 없었다. 이 연구논문의 저자인키라보 잭슨(Kirabo Jackson)은 AP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과 교사들이 "단지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만 행동하지 않았다."라고 표현했다." - P86

보건 분야에서도 현금 인센티브 제도가 유행하고 있다. 더욱 많은 의사, 보험회사, 고용주들이 사람들에게 약을 복용하거나 금연하거나 체중을 감량하는 등 건강을 유지하도록 돈을 지급한다. 질병이나 생명을위협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충분한 동기가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환자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은 처방받은 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상태가 악화하면 연간 수십 억 달러의추가 의료비가 들어간다. 따라서 의사들과 보험회사는 환자가 약을 복용하도록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 P87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건강을 유지하도록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행위는 단순히 비용과 이익의 문제다. 이때 실제적으로 던질 수있는 유일한 질문은 과연 인센티브 제도가 효과가 있는가다. 만약 돈이사람들로 하여금 약을 복용하거나 금연하거나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시작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따라서 나중에 비싼 치료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면, 왜 반대를 하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건강에 좋은 행동을 증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현금 인센티브 제도는 격렬한 도덕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공정성과 관련한 반박이고, 다른 하나는 뇌물과 관련한반박이다. 공정성에 관한 반박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주장이 서로 다르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과체중인 사람은 스스로 체중을 감량해야 하며, 체중 감량에 따른 보상으로 납세자가 낸 세금을 지급하는 것은 나태한 행동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 P89

"건강에 좋은 행동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 인센티브제도가 뇌물이라는 반박은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다. 언론은 보통 건강 인센티브를 뇌물로 지칭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불임시술의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뇌물의 실체가 분명했다. 여성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적 목적, 즉 마약에 중독된 아기가 태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생식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현금을 받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여성들은 스스로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돈을 받는다. - P90

건강 증진을 위한 뇌물은 우리를 속여서 어쨌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하도록 만든다. 뇌물은 잘못된 이유로 올바른 일을 하도록 우리를 꼬드긴다. 때로는 우리가 속아 넘어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혼자의힘으로 담배를 끊거나 체중을 감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뇌물에 조종당하는 상황은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뇌물을 받는 것이습관으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 P91

좋은 성적을 거두면 현금을 주는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들에게 돈을주면 어떨까? 그렇게 하는 목적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거나 독서에 힘쓰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돈을 주는 행위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인센티브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가르친다. 아이들 중에는 배우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데 동기부여가 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돈을 추가적 인센티브로 사용하면 어떨까? - P93

오늘날 넘쳐나는 인센티브 제도는 그 수준을 넘는다. 물질적추구와 거리가 먼 활동에도 분명하고 실질적인 가격을 매김으로써 베커의 그림자 가격을 그림자 밖으로 끌어내 실제 가격으로 만든다. 인센티브 제도는 모든 인간관계가 궁극적으로 시장관계라는 베커의 주장을 현실화하고 있다. - P94

의한 지도자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우리가 함께 저항하는 방법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교육과 병원 진료 등을 무료로 받습니다. 그러니 교통수단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비록 이러한 ‘부정행위자‘들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부정행위에 따른 벌금을 교통체계에 저항하기위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월 정기보험료로 바꾸어놓았다. - P103

벌금과 요금을 구별하는 문제는 온실가스와 탄소배출량의 감축 방법을 둘러싼 논쟁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와 탄소배출의 제한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에게 벌금을 부과해야 할까? 아니면오염권 거래제도를 도입해야 할까? 두 번째 접근법에 따르면 실제로오염배출은 쓰레기 투기와 달라서 사업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니면 대기에 과도한 오염물질을 뿜어대는 기업에도덕적 오명을 씌워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관해 대답을 찾으려면 비용과 이익을 계산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가 환경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 P108

일부 사람들은 산업에 높은 비용을 부과하는 요인은 무엇이든 싫어하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에 반대했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1980년대 들어 시장의 위세가 강해지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환경보호론자들은 지구를 구하기 위한 시장 기반 접근방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모든 공장에 부과하지 말고 오염배출에 가격을 매긴 후에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라고 주장했다. - P110

그렇게 시도해보기로 결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때 우리가 가담한뇌물 제공은 독서를 좋아해서 책을 읽는 높은 차원의 규범을 돈을 벌기위해 책을 읽는 낮은 차원의 규범으로 대체하는, 도덕적으로 타협된 관행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 P116

경제적 논리의 관점에서는 시장 중심 해결책이 분명 승리한 것처럼보인다. 거래 당사자들은 이익을 얻었고 손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때문이다. 목장 주인은 돈을 벌고, 사냥꾼은 위협적인 동물에게 몰래접근하여 총으로 쏠 기회를 잡았고,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은 멸종 직전의 낭떠러지에서 되살아났다. 그렇다면 누가 불평할 수 있겠는가? - P118

우리는 늘 그렇듯이 도덕적 논리가 없이는 시장논리도 불완전하다는사실을 알게 된다. 코뿔소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식을 둘러싼도덕적 의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코뿔소를 사냥하는 권리를 거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어떤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만한 의견이 분분한 문제다. 하지만 시장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교환되는 재화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논란에부딪힐 수 밖에 없다. - P119

경제학을 인센티브의 학문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장의 영향력을 일상생활까지 확대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생각은 경제학자를 행동주의자로 묘사한다. 1970년대에 게리 베커가 인간의 행동을설명하기 위해 도입했던 ‘그림자 가격‘은 실질적이지 않고 암시적이었다. 그림자 가격은 경제학자들이 상상하거나 가정하거나 추론하는 은유적인 가격이었다. 하지만 인센티브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제학자나 정책 입안자가 고안하고 만들어내고 세상에 부여한 제도다. 인센티브는 사람들이 체중을 감량하거나 더욱 열심히 일하거나 환경오염을자제하는 데 더욱 분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 P125

경제학이 도덕적·정치적 철학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몰가치적 과학이라는 개념에는 언제나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오늘날 경제학이 품은 교만한 야망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특히나 옹호하기 어렵다. 시장은 삶의비경제적 영역으로 팽창할수록 도덕적 문제와 더욱 얽히기 마련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생각해보자. 어째서 경제적 효율성을 신경 써야 할까? 아마도 선택의 합계로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기위해서일 것이다. 맨큐가 설명하듯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면 사회구성원 전체의 경제적 행복이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적효용을 극대화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 질문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공리주의 도덕적 철학의 견해에서 대답을 찾는다. - P128

따라서 시장논리가 물질 재화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에, 사람들의선호에 담긴 도덕적 가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적 효용을 맹목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거래 해야 한다. - P129

하지만 우리는 재정적 인센티브의 효과 여부를 예측하는 선을 넘어서서 도덕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 돈이 잠식하거나 밀어낼지 모르는 태도와 규범에 담긴 도덕적 중요성은 무엇일까? 비시장 규범과 기대의상실은 우리가 후회할 또는 최소한 후회해야 할 방식으로 활동의 성격을 바꿀까? 그렇다면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더라도 특정 활동에재정적 인센티브를 도입하지 말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해당 활동과 이를 정의하는 규범의 목적과 특징에 달려 있다. 심지어 어린이집도 이러한 점에서는 다르다. 상호 의무에 대해 공통으로 품고 있는 기대가 바뀔 때 발생하는 손해는 자녀를 돌보는 비용을 부모가 교사에게 지불하는 어린이집보다 매주 일정시간을 부모들이 자원해서 아이들을 돌보는 협력형 어린이집에서 더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가 도덕적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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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3-2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쳐주신 부분만 읽어 봤는데도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경제학이 주장하는 효율성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도덕성 사이에 있는 경계선을 잘 지키는게 중요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aptain 2023-03-21 09:04   좋아요 1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따금 돈을 지불하고 새치기를 하기도 한다. 멋진 음식점에서 지배인에게 팁을 두둑하게 쥐어주면 손님이 많은 저녁 시간이라도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팁은 뇌물에 가까워서 은밀하게 다뤄진다. 50달러짜리 지폐를 찔러주는 사람에게 바로 테이블을 내어준다는 표지판은 음식점 어디에도 걸려 있지 않다. 하지만최근 들어 새치기 권리를 파는 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져 낯설지 않은관행이 되고 있다. - P37

일등석을 이용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승객이 대부분이므로, 항공사는 일반석 승객도 ‘맞춤 특권‘ 서비스를 구매해서 새치기자격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덴버를 출발해 보스턴으로 가는 승객이 39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면 보안검색대 통과와 탑승에우선권을 부여한다. - P38

비판자들은 공항 보안검색대를 우선적으로 통과하는 권리가 매매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엑스트라 레그룸(extra legroom, 일반석 중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좌석 -옮긴이)이나 우선 탑승권같은 서비스와 달리, 보안검색은 국가 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의 탑승을 막는 데 따르는 부담을 승객 모두가 똑같이 나누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사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수준의 보안검사를 받지만 단지 비용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다를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모든 승객이 동일하게 몸수색을 받는 한, 보안검색대에서 새치기할권리는 항공사가 자유롭게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38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는 현상은 낭비이면서 비효율적 행동이고, 가격체계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들은 공항, 놀이공원, 또는 고속도로에서 좀 더 빠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에 가격을 매김으로써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것이라 믿는다. - P42

대리 줄서기 사업은 최근 의회에서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확산되고있다. 대법원에서 열리는 굵직한 헌법 소원 사건의 구두 변론을 방청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라인스탠더를 고용해 미국 최고 법정에 좋은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 - P45

진료 예약권의 암표 판매에는 불쾌한 구석이 있다. 우선 이러한 관행으로 보상을 받는 사람은 진료 제공자가 아니라 고약한 중개인이라는 점이다. 관절염 환자의 진료 예약권이 100달러라면, ‘닥터 탕‘은 예약권 판매금의 대부분이 자신이나 병원이 아닌 암표상에게 돌아가는이유를 따져물어야 마땅하다. 경제학자라면 이 점에 동의하고 병원에진료비를 인상하라고 조언할지 모른다.실제로 베이징 소재 병원들은진료비용이 좀 더 비싸면서 줄이 훨씬 짧은 특별 진료예약 창구를 설치하고 있다." 이 값비싼 특별 진료 예약 창구는 놀이공원이나 공항의우선 탑승권처럼 새치기 권리를 돈 주고 사는 관행을 병원에 도입한것이다. - P47

이렇게 친절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전담 의사는 자신의진료 환자 수를 대폭 줄인다. 전담 진료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한 의사들은 기존 환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선택을 하라고 말한다. 기다릴 필요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에 연회비를 지불하고 신청하든지 다른 의사를 물색하라고 말이다." - P49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는 시대를 반영하는 징후다. 공항과 놀이공원, 의회 복도와 병원 대기실에서 ‘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한때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돈과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치기 권리의 매매가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는 가장 지독한 사례는아니다. 하지만 대리 줄서기, 암표 거래, 그리고 여러 새치기 형태들에대해 옳고 그름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장논리의 도덕적 영향과 한계를 살펴보기에 유익할 것이다. - P51

줄서기에 관해 시장을 옹호하는 입장에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 존중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이나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에 대한 주장이다. 첫 번째는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의 입장이다. 그들은 타인의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한 원하는 재화는무엇이든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52

시장을 옹호하는 두 번째 주장은 경제학자에게 좀 더 친숙한 것으로공리주의자(Utilitarian)의 입장이다. 공리주의자는 시장에서의 거래가구매자와 판매자에게 똑같이 이익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집단의 행복이나 사회적 효용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돈을 지불한 사람과 돈을받고 대리로 줄을 선 사람 사이에 거래가 성립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양측이 모두 이익을 얻었다는 뜻이다. - P52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경제학 교과서 중 한 권을 저술한 동료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암표 판매를 예로 들어 자유시장의 미덕을 설명한다. 첫째, 경제적 효율성이란 "사회구성원 전체의 경제적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재화를 분배하는 것이다. 맨큐는 자유시장이 얼마큼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재화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구매자에게 재화를 공급함으로써 이러한 목적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 P53

우리의 목적이 사회적 효용을극대화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자유시장이 줄서기보다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재화에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려는 것이 꼭 해당 재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에는 자발적으로 지불하려는 마음만큼이나 지불할 수 있는 능력도 반영된다.
셰익스피어 연극이나 레드삭스 경기를 가장 간절하게 보고 싶어하는사람이라도 입장권을 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최고 가격을 내고 입장권을 손에 넣은 사람이라도 그 경험의 가치를 전혀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 P55

암표 거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줄서기가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맞는 말이지만, 시장이 돈 많은사람들을 유리하게 ‘차별‘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만 그러하다. 시장이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하려는 마음과 능력을 바탕으로 재화를 분배하듯, 줄서기는 자발적으로 기다리려는 마음과 능력을 바탕으로 재화를 분배한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가격을 지불하려는 마음이, 자발적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려는 마음보다 더 나은 가치 평가 기준이라고 추정할 근거는 없다. - P56

그런데 줄서기보다 시장논리를 옹호하는 공리주의자들의 주장은 더욱근본적인 반박에 부딪히기 쉽다. 즉 공리주의적 사고가 유일하게 중요한 견해는 아니라는 반박이다. 어떤 재화는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부여하는 효용을 넘어선 가치를 지닌다. 재화의 분배방식은 재화가 지닌 본질의 일부일 수도 있다. - P57

이런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돈을 받고 국회의사당 앞에 대리로 줄을서는 관행이 왜 잘못인지 알 수 있다. 한 가지 이유는 공정성 때문이다.
부유한 로비스트가 평범한 시민에게서 기회를 빼앗아 의회 공청회 방청권을 독점하는 행위는 불공정하다. 하지만 불공평한 방청권 획득만이 이러한 행위의 문제점은 아니다. 대리 줄서기 회사를 이용하는 로비스트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그렇게 거둔 세금으로 일반 시민이 대리 줄서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가정해보자. 보조금은 대리줄서기 회사가 할인율을 적용해 교환 가능한 쿠폰 형태로 지급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을 실시하면 현재 시스템이 안고 있는 불공정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회 공청회 방청권을 상품으로 바꾸는 행위는 의회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부패시킨다는 더욱 심각한 반대에 부딪힌다. - P58

부패라고 하면 흔히들 부정 이득을 연상한다. 하지만 부패는 뇌물이나 불법 거래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재화나 사회 관행을 부패시키는 행위는 그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낮게 평가하는 행위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회 공청회 방청권에 가격을매기는 것은 일종의 부패다. 의회를 대의정부의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사업체로 생각하고 다루는 셈이기 때문이다. - P59

어떤 행위는 불쾌하게 여기지지 않는데, 돈을 지불하고 얻는 새치기 권리, 대리 줄서기, 암표 거래 등과 같은 사례는 불쾌하게 여겨지는 이유가무엇일까? 시장적 가치는 어떤 재화는 손상시키기도 하지만 어떤 재화에는 적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정 재화를 시장논리로 분배할지 줄서기로 분배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분배할지 결정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재화인지, 어떻게 가치를 매길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 P60

가격을 지불하고 새치기하는 방법으로 라인스탠더 고용, 입장권 암표구매, 항공사나 놀이공원의 새치기 특권 직접 구매 등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거래는 자기 차례를 줄서서 기다리는 줄서기의 도덕을, 더욱 빨리 서비스를 받으려고 가격을 지불하는 시장의 도덕으로 대체한다.
시장과 줄서기, 즉 가격을 지불하는 행위와 기다리는 행위는 재화를분배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며, 각 방식에 적합한 활동은 다르다. 줄서기 도덕은 ‘선착순‘ 원칙으로 평등주의적 매력을 지닌다. 따라서 적어도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특권 영향력·풍부한 재력 등을 무시할 수있어야 한다.
. - P65

물론 시장과 줄서기가 재화를 분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가치나 필요, 혹은 추첨이나 우연이 재화를 분배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대학교는 가장 먼저 지원하거나 가장 많은 돈을 등록금으로 지불하는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 많고 장래가 유망한 학생들에게 입학을 허가한다. 병원 응급실은 환자가 도착한 순서나 진찰을 먼저받으려고 기꺼이 추가비용을 지불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증상의 위급한 정도를 기준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배심원 의무는 추첨으로 분배되고, 배심원으로 소환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자기 대신 의무를 수행하게 할 수 없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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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로네요는 나이를 알 수 없는 고양이였다. 어떤 고양이들은 식당 문을 연 햇수와 똑같은 나이라고 하고, 또 다른 고양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꼴로네요의 나이는 전혀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곤경에 처한 많은 고양이들에게조언을 해주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의 조언이 어떤 문제를 꼭 해결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최소한 기운을북돋워 주는 역할은 했다. 꼴로네요는 비록 늙었지만, 아직도 항구의 모든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권위를 지닌 존재였다. - P44

고양이 세 마리는 창고를 나왔다. 그들은 항구 앞에 나란히 늘어선 집들의 안마당을 요리조리 빠져 나오며 힘껏 달렸다. 사벨로또도의 집을 향해서. - P46

사벨로또도는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곳에 살고 있었다.
처음 보기에는 진기한 물건을 파는 무질서한 상점 같기도 했고, 불법 박물관 혹은 쓸모없는 기계들을 모아놓은 창고,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혼란스런 책들이 쌓여 있는 도서관 같기도 했다. 또는 이름붙이기조차 어려운 도구들을 발명한 어떤 발명가의 실험실 같기도했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어떤 것보다도 더 한, 이상한 곳이었다. - P47

하리는 마스코트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침팬지 마띠아스였다. 마띠아스는 매표를 하면서 안전을 담당했고, 가끔씩나이 많은 뱃사람들과 체스를 두었다. 물론 썩 잘 두지는 못했다.
침팬지는 맥주를 즐겨 마셨고, 항상 거스름돈을 적게 주려고 했다.
또 다른 마스코트는 사벨로또도였다. 작고 바싹 마른 회색 고양이인데,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 있는 수천 권의 책들을 연구하는 데할애했다. - P49

서재에는 두꺼운 책들이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다. 매우 위압적인 분위기였다. 사벨로또도는 커다란 책장 위로 기어올라갔다. 그리고 옆면에 ‘ㄱ‘과 ‘ㅅ‘이라고 써 있는 책을 찾아내서 밑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곧바로 내려와서 페이지를 넘겨가며 훑어보았다.
그의 발톱은 너무 많은 책장들을 넘긴 탓에 다 닳아 없어졌고, 남은발톱만이 짧게 드러날 뿐이었다. 사벨로또도는 들릴 듯 말듯한 이상한 소리를 계속해서 중얼대고 있었다. 다른 고양이들은 꽤나 존경하는 눈빛으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P56

그러나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갈매기‘에 대한 내용은 그들에게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들이 그토록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는 ‘갈매기‘는 은빛 조수과에 속하며, 이는 깃털이 은빛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사실 정도였다. 그 정도는 고양이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사벨로또도의 장광설은 1970년대의 원유 전쟁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모든 고양이들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끝까지그 얘기를 들어주며 참아야 했다. 그런데도 원유와 기름에 관한 그어떤 사항들도 갈매기를 어떻게 도울까 하는 문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 P58

고양이들은 지붕에서 발코니로 내려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갈매기는 이미 숨져 있었다. 꼴로네요와 사벨로또도, 소르바스는 갈매기의 시신을 침통하게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세끄레따리오는 몸에 묻은 벤진 냄새를 훌훌 털어내기 위해 꼬리를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 P63

석유가 잔뜩 묻은 갈매기의 몸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났다. 고양이들은 그 역겨움을 참아내면서 갈매기의 날개를 몸에 바싹 붙여주려고 몸을 움직거렸다. 그런데 날개를 막 움직이려는 찰나, 고양이들은 푸르스름한 점무늬가 입혀진 하얀 알 한 개가 갈매기의 시신 밑에 깔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 P63

소르바스만이 알과 죽은 갈매기와 함께 발코니에 남게 되었다.
그는 바닥에 발랑 드러누웠다. 그리고 갈매기 알을 배 가까이 가져와서 가슴에 따뜻하게 품었다. - P65

소르바스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푸르스름한 점무늬가 덮인하얀 알을 검은 배 쪽으로 바짝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느새 스르르잠이 들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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