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르뚜나다는 고양이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하리의 전시장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는 이제 어엿한 숙녀였고 비단 같은 은빛 깃털은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 P113
그날 저녁, 고양이들은 세끄레따리오가 식당 주방에서 슬쩍해온 오징어 요리를 준비했다. 오징어 요리는 아기 갈매기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였다. 그런데 아기 갈매기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고양이들은 이상하게 생각했고, 아기 갈매기에게 무슨 사고라도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 P115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주 예쁜 갈매기지. 그래서 우리는 너를 더욱 사랑한단다. 네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지. 네가 우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우리들을 신나게 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 P117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그것을 깨닫게 했어. - P118
마침내 아포르뚜나다가 첫 번째 이륙을 시도하려는 순간이다. 지난주에는 아포르뚜나다가 날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고양이들이 눈치챌 만한 두 사건이 있었다. 아기 갈매기는 날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고양이들은 그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 P121
"꼬마아가씨! 아가씨도 날고 싶어요?" 소르바스가 지나가는 투로 묻자, 아포르뚜나다는 고양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마침내 대답했다. "그래, 좋아요! 내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순간 고양이들은 너무 기뻐서 환호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들은 고양이 특유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어린 갈매기가날고 싶다는 의지를 직접 드러낼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렸던 것이다. - P123
아포르뚜나다는 사벨로또도의 지시대로 날개를 펄럭이며 다리를 오므렸고, 약 두 뼘 정도 높이까지 날아올랐다. 그러나 곧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고양이들은 놀라서 책장 위에서 뛰어내려와 갈매기에게 달려갔다. 아기 갈매기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새라고!" 슬픔에 잠긴 갈매기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누구든 첫 번째에 성공하는 법은 없지. 너는 곧 성공하게 될 거야 실망하지 마. 내가 약속하지." 소르바스가 갈매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주었다. - P126
아포르뚜나다는 그때 이후로 무려 열일곱 번이나 비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때마다 바닥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정도날아올랐을 뿐이었다. - P127
‘인간과 언어 소통을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이것은 고양이 세계의 불문율이다. 물론 고양이들이 인간과 의사소통을 못할 리가 없었고, 그런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가장 위험한 요소는 인간들의 반응이다. 말하는 고양이가 있다면과연 인간들은 그 고양이를 어떻게 할까? - P129
긴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소르바스는 아기 갈매기를 품안에 꼭안고 있었다. 아기 갈매기는 자신이 나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큰 슬픔과 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P131
"그러면 투표로 결정하지. 소르바스가 부불리나가 사는 집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은 오른발을 들자." 꼴로네요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결과는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그렇게 해서 소르바스는 그 시인과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끔 결정되었다. - P137
몸집이 큰 고양이와 아기 갈매기는 외투 속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쉬면서 올 수 있었다. 인간의 따뜻한 체온도 맛볼 수 있었다. 시인은 빠른 발걸음이지만 꽤 안전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갔다. 그들 셋은 한 몸이 되어 서로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었다. - P152
소르바스는 머리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들은 커다란 건물앞에 서 있었다. 눈을 높이 치켜떴다. 성 미카엘 교회의 탑이 보였다. 여러 개의 등대불에 비친탑의 모습이 어스름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동판으로 둘러싸인 철탑 구조물의 날씬한 모습이 불빛을 받아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거센 비바람을 맞은 까닭에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다. - P153
소르바스가 아포르뚜나다를 자상하게 설득했다. 결국 아기 갈매기는 날개를 힘차게 펼쳤다. 강한 빗줄기에 완전히 젖은 아기 갈매기의 몸은 등대 불빛을 받아 환하게 반짝였다. 아기 갈매기는 드디어 눈을 감고서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비………… 물………… 참 좋구나!" 아기 갈매기가 말했다. "자, 이제 훨훨 날아야지." 소르바스가 격려했다. "엄마, 사랑해요. 정말 고마웠어요!" 아포르뚜나다가 난간끝까지 다가와서 소르바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넌 날 수 있어. 저 넓은 창공이 네 세상이 될 거야." 소르바스가 말했다. "잊지 않을 거예요. 다른친구들도 잊지 않을게요." 아기 갈매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느새 난간 끝에 걸치듯이 서있었다. - P155
고양이 소르바스는 그곳에서 밤하늘을 세차게 가르며 날고 있는아기 갈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가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 방울들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의 노란 눈에서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씨를 지닌 고양이의 눈에서.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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