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바스는 그 갈매기에게 약속했습니다. 갈매기가 죽어가면서 낳은 알과 그 알에서 부화할 갈매기 새끼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 소르바스는 그 새끼 갈매기가 날 수 있게 가르쳐줄 것도 약속했습니다." - P70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가 알을 보호하면서 가슴에 품은 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다. 검은 고양이는 어쩌다가 자기 몸에서 몇 센티미터라도 알이 멀어져갈라치면 그의 털북숭이 다리로알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에게는 불편한 날들이 계속될 뿐이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이 모든 일들이 부질없는짓이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하얀 껍질에 푸른 반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생명도 없고 깨지기 쉬운 돌 조각 같은 것에 불과한데, 그것을이렇게 열심히 돌보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때는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질 못해서 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 P75
소르바스는 앞발로 알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갈매기 새끼가 주둥이로 구멍을 뚫는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소르바스는 드디어 그 구멍으로 물기에 촉촉하게 젖어 있는 하얀색 갈매기머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엄마!" 새끼 갈매기가 종알거렸다. 소르바스는 당황하고 어리둥절한 채 듣고만 있었다. 그는 자기피부 색깔이 검은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감동하고 무안하기도 해서 자신의 피부색이 엷은 자줏빛으로 변하고 있다는사실을 느꼈다. - P79
‘정신 나간 고양이라! 그 사람이 분명히 말했지. 정신나간 고양이라고. 그래, 그 이웃집 사람 말이 맞을지 몰라. 아기 갈매기를 위해서 그 사람이 아기 갈매기가 있는 걸 알 수 있게 내버려둬야 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그 사람은 내가 아기 갈매기를 먹어치우려 한다고 생각할 테고, 아기 갈매기를 자기가 키우려고 데리고 갈지도모르지. 그렇지만 아무리 내가 갈매기를 화분 속에 숨겼다 하더라도, 정신이 나갔다고? 아냐, 절대로 미치지 않았어. 그렇고 말고. 소르바스는 항구 고양이들의 명예 존중 규약을 충실히 잘 지키고 있는 거야. 빈사상태에서 죽어 가는 갈매기에게 약속했지. 아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꼭 가르쳐주겠다고. 그래, 꼭 약속을 지킬 테야. 비록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고말테야.‘ - P90
고양이들이 바로벤또를 만난 것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였다. 바로벤또는 바다 고양이인데, 진정한 바다의 용사였다. 그는엘바강 밑바닥의 암초들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거대한준설선 ‘하네스 II‘의 마스코트였다. ‘하네스 II‘의 선원들은 파란 눈의 순백색 털을 지닌 바로벤또의 진가를 잘 알고 있었다. 엘바 강바닥을 청소하는 힘든 노동을 하는 선원들에게, 바를로벤또는 동료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였다. - P105
고양이들은 아기 갈매기에 얽힌 사연을 모두 얘기했다. 그리고어미 갈매기와 했던 약속도 분명하게 밝혔다. 그것은 단지 소르바스만의 약속이 아니라 고양이 전체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바를로벤또는 비통한 모습으로 머리를 가로 저으며 이야기를끝까지 듣더니 참다 못한 듯 화를 내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 P107
소르바스는 작고 귀여운 아기 갈매기를 혀로 열심히 핥아주었다. 그는 어미 갈매기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꽤나 안타까워했다. 만일 인간들의 부주의 때문에 죽은 어미 갈매기의 활강술을 이아기 갈매기가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팔자로 태어났다면, 어미 갈매기와 똑같은 이름을 가져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때 꼴로네요가 제안했다. "아기 갈매기가 우리의 보호 아래 자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니 아기 갈매기의 이름을 ‘행운아‘라는 뜻의 ‘아포르뚜나다‘라고 짓도록 하지." - P109
고양이 다섯 마리는 조그만 아기 갈매기를 에워싸고 빙 둘러서서 원형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뒷발에 힘을 주어 몸을 지탱하고 앞발을앞으로 쭉 뻗은 후 다섯 마리의 앞발톱을 서로 이어서 천장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 함께 아기 갈매기의 축복을 빌었다. "축하한다. 아포르뚜나다! 우리 고양이들의 영원한 친구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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